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17
열일하는 과금 기사 116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주문이 들어 있다는 환상의 서적.
황금마탑의 [마도전서]가 내 손에 들어왔다.
“하아…… 하아…… 콜록!”
쓰레기 같은 몸뚱이는 흥분해 소리 좀 친 것 가지고 심장이 쿵쿵거리고 호흡이 가빠졌지만 그 정도로는 이 고양감을 막을 수 없다.
‘이건 백과사전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일지 몰라.’
아르데니아에는 보물 취급받는 서적이 몇 존재한다. 명 제국의 [백과사전], 신성제국의 [빛의 성서], 크리스털 연맹의 [세계수의 서]와 [강철 불꽃 기술서] 그리고.
‘마도전서.’
아르데니아에서 신비학(神祕學)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힘, 그리고 이 야만의 세계에서 힘은 곧 권력이다.
‘팔 왕국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지닌 집단이 왕실이 아니라 황금마탑인 이유지.’
일천이 넘는 마법사를 보유하고 대륙 전체에 그 영향력을 투사하는 학술 단체이자 무력 단체, 그리고 그 녀석들이 지고의 보물로 떠받는 것이 바로 이 마도전서이다.
“후.”
호흡을 고른다. 해야 할 말도 골랐다. 그리고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로그인.”
옥좌에 앉아 마법사들을 내려다본다.
그들 중 맨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노인의 눈빛이 형형하다.
사루만 하이 매직.
이름만 봐도 마법사임을 알 수 있는 그는 아르데니아 최강의 마법사이자 황금마탑의 주인이다.
“이 마법의 지식이 나에게 무가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 말에 예를 표하고 있던 마법사들의 표정이 사나워진다.
웅-
동시에 요동치는 마력은, 공명음까지 만들어 낼 정도였다.
철컥.
자연스럽게 주위에 도열해 있던 기사들의 기세 역시 살벌해진다. 개중 몇은 검에 손을 대기까지 한 상황.
그러나 4클래스 마스터 사루만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내 말을 인정했다.
“그렇습니다, 폐하. 1년 만에 1천이 넘는 마법사를 키워 냈다는 소식을 들었지요.”
“1천이라니. 그럴 리가 있나.”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군요.”
한 번 따지지도 않는 사루만의 모습에 내심 놀란다.
‘정말 바짝 엎드리는군. 황급마탑의 탑주 정도 되면 왕들에게도 말을 놓을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물론 몬스터들의 대습격. 그리고 길드 타워에 오면서 봤을 아이언 캐슬의 웅장한 모습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르데니아에서 마법사가 가지고 있던 입지를 생각해 보면 이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하기야 바보가 대륙 제일의 마법사가 될 수는 없었겠지.’
아르데니아의 쓰레기 같은 서클링으로 4클래스 마스터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그의 재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뜻한다. 정확히 말하면 평범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천재적이라고 해야겠지.
‘어? 잠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가 팬 사이트를 검색한다.
답은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백색 현자(전설)]“아, 역시 있네.”
리벤지의 클래스는 아르데니아의 역사는 물론이고 과거·현재·미래에 존재할 모든 가능성의 총합.
저 정도의 천재라면 클래스가 존재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시대와 상황이 잘 맞아들었다면 전설까지 갈 가능성이 있었다는 말이네. 지금은 이미 늙어서 힘들겠지만.”
물론 방법은 있다. 전설 클래스 백색 현자 카드를 그에게 넘기면 헤이즈가 그러했던 것처럼 당장 전설급 능력을 갖추게 되겠지.
당연하지만,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로그인.”
다시 옥좌에서 마법사들을 내려다보다 말했다.
“스마일, 마법사 육성 상황은 어떠하지?”
내 말에 마법병단 앞에 서 있던 스마일이 대답했다.
“현재까지 마력을 다루기 시작한 견습 마법사의 수는 7,413명. 서클링을 맺어 낸 1클래스 마법사가 3,217명, 2클래스 마법사는 117명, 3클래스 마법사는 4명입니다.”
“2서클부터 너무 줄어드는군.”
내 말에 스마일이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아무래도 기초 교육도 못 받은 녀석들이 많은지라…… 하지만 시간의 문제이니 곧 해결될 것입니다.”
스마일의 답에 수십 명의 마법사가 술렁거린다.
“이, 무슨…… 7천? 3천?”
“게다가 얼마나 지났다고 3클래스 마법사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자리를 생각하면 경솔한 태도지만 당연한 반응이다.
‘그럴 수밖에.’
1클래스에만 도달해도 정식 마법사, 2클래스면 어디에서도 인정받는 숙련 마법사, 3클래스면 고위 마법사로 인정받는 중세랜드.
재능 있는 자도 서클링을 맺어 내는 데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는 상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고작 1년 동안 수천 명이 넘는 마법사 육성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그래. 재앙이지.’
재앙일 수밖에 없다. 지금껏 마법사라는 이유만으로 어딜 가서든 대접받고 고개 빳빳이 세울 수 있는 그들에게 이건 자신들의 신분이 나락으로 떨어졌음을 의미하니까.
아마 여기에 찾아오면서 마법사 수십 명이면 엄청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겠지만 천만의 말씀.
있으면 나쁘지 않은 전력이지만, 그렇다고 인류제국이 목맬 수준은 절대 아니다.
“인류제국은 아이언 캐슬과 와이일드 보어에 위치한 매직 아카데미에서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마법을 가르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모든 성에 배치할 생각이지.”
리벤지에서 마법사와 전사의 차이는 주는 데미지가 마딜이냐 물딜이냐 정도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전투 외에는 쓸모를 찾기 힘든 오러 능력자와는 다르게 마법사의 쓸모는 너무나도 많아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
많은 마법사를 양산해 둔다면 인류제국의 전력은 물론이고 기술 발전과 편의성 증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
그러나 그 좋은 말을 들었음에도 사루만은 질끈 눈을 감았다. 뒤에 엎드려 있던 마법사들의 표정에서는 분노가 가득하다.
비인부전(非人不傳).
그럴싸한 말로 치장된 이 지식의 독점은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말로 타이르는 게 아닌, 피와 살로써 그 철칙을 지켜왔다.
‘그래. 내가 괜히 심법과 검술을 풀지 못한 게 아니지.’
아르데니아에 느닷없이 던져졌던 20년 전에도 나는 충분한 수의 심법을 숙지하고 있었다. 내가 하려고만 했다면 아르데니아 최강의 용병단을 만들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난 절대 배신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스틸스톤과 소드맨에게만 심법을 가르쳤을 뿐 심법을 보급하지 못했다.
미래 지식이 아까웠기 때문이 아니다.
‘위험하기 때문이지.’
만일 내 수하들이 아르데니아의 상식 이상의 속도로 강해지고 그것이 아르데니아를 뒤흔들 정도로 발달된 심법의 힘이라는 게 밝혀졌다면 난 그것을 탐내는 기득권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쾌진공이라는, 문자 그대로 세상을 뒤흔들 지식을 풀어 낼 수 없던 이유다.
‘물론…… 영주가 된 후 서서히 그 지식을 사용할 생각이긴 했지.’
그러나 그때에도 극도의 보안 속에서 소수의 인원에게만 가르칠 예정이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로그아웃의 존재를 깨닫게 되면서 다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폐하, 마도의 지식은 비인부전입니다. 그 귀한 지식을 어찌 천한 이들에게 베풀려 하십니까.”
사루만이 차분한 목소리로 꾸짖는다. 그러나 내겐 코웃음이 나올 소리였다.
“그딴 안이한 마음을 품고 있으니 몬스터에게 패배해 모든 걸 잃고 쫓겨 나온 게 아니고?”
“……!”
내 말에 사루만이 움찔한다. 그 뒤에 있는 마법사들은 상황마저 잊고 입을 벌렸다.
“어찌 그런 폭급한……!”
“비인부전은 안이함이 아니라 도리에 관함입니다!”
“사람됨에 문제가 있는 자에게 함부로 힘을 전하면 그 파급은 모두에게 피해가 될 터인데!”
“위아래가 뒤집히고 질서가 무너지는……!”
자신을 노려보는 수많은 칼잡이 앞에서도 당당히 소리친다. 제 딴에는 옳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듯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모양새.
그러나.
지배(支配), 위압(威壓), 중문(重門) 개방(開放).
황제의 위엄.
웅!
차크라 술식이 발동하자 길드 타워 20층에 있는 알현실이 단번에 침묵에 잠긴다. 어차피 설득할 수 없는 인간들이니 입이라도 닥치게 한 것이다.
‘그래, 설득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악인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이권에 관련되면 그 어떤 논리도 무용하다.
어차피 세상은 힘.
실제로 지금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 나조차도 주문과 심법을 퍼트리는 데 제한을 두었을 것이다. 그 힘이 오히려 나를 찌르는 무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그럴 필요가 없지.’
내가 주문을, 클래스를, 권력을 마구 풀어 내도 상관없는 건 그저 내가 강하기 때문이다.
파벌이 형성되는가? 귀족들이 모여 사조직을 만들려 하는가? 배후에서 음모를 꾸며 여론을 조종하려는 녀석이 등장하는가?
다 쓸모없다.
일검에 만 단위의 병력을 쓸어 버리는 플라잉 엠퍼러가 존재하는 한 무의미한 걱정에 불과하다.
‘그나저나 황제의 위엄 편하네.’
대단한 쓸모는 없더라도 편리한 사치성 술식.
‘착점이 있으니 온갖 술식을 다 만들 수 있구나. 황제라는 직위 덕분인지 별 수련 없이도 성장이 빠르고.’
첫 사용임에도 괜찮은 효과에 만족하며 말했다.
“인류는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마주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그 알량한 이기주의를 휘두를 상황이 아니지. 내가 하늘 도서관의 지식을 푼 것 역시 그런 이유이다.”
내 말에 강제로 입이 다물렸던 마법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건…….”
“……맙소사.”
“하늘 도서관이라니…….”
마법사들 사이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반면 플라워, 스마일을 비롯한 내 신하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하기야 꽤 오래전부터 민 설정이니까.’
하늘 도서관.
세상 모든 지식이 잠들어 있다는 천상의 장소다.
‘리벤지에서는 스킬 북이 잘 떨어지는 이벤트 던전에 불과하지만…….’
아르데니아의 신화에서는 그곳은 좀 더 대단한 곳으로 묘사되고 있고 나는 그 신화를 이용했다.
“나는 하늘 도서관에서 마법의 신께서 저술하신 서적을 필사했지. 그리고 그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인간의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에 이르러 있다.”
“오, 오오…… 오오오…….”
“신의 지식…… 신의 마법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마법사들과 그런 그들의 모습에 에헴, 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법병단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거야 원. 사이비 교주라도 된 기분이군.’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들에게 가르치는 주문을 내가 직접 익힌 것이라고도, 지구에서 가져왔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내가 하사하는 능력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하려면 이런 설정이 필수.
나는 오른손으로 마도전서를 들어 적당히 훑어보며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에 쓰여 있는 주문은 내게 큰 가치가 없다. 하지만…… 이 책 자체가 지닌 역사와 전통은 인정할 만하군. 4클래스 마법사 사루만 하이 매직 외 88명의 망명을 받아들이겠다. 내게 충성한다면 너희에게 안전과 지식을 선사하도록 하지.”
즉, 아무 특권도 인정해 주지 않는 말이지만 마법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이미 신의 마법서라는 존재에 정신이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폐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마법사들이 우르르 예를 표할 때였다.
[가시나무 오크가 공성전을 신청하였습니다!] [대상 렛맨 성]이어서 개인 메시지가 날아온다.
[소유하고 있는 성에 공성전이 신청되었습니다!] [대상 렛맨 성] [최대 6시간 이내에 공성전을 시작해야 합니다!]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니, 이놈들이 바빠 죽겠는데.’
나는 알람을 띄워 둔 채로 고개를 돌렸다.
“스마일. 마법사들에게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안내해 주도록.”
“네, 폐하.”
“그럼.”
나는 성 관리의 건물 탭을 켜 길드 타워의 벽을 개방했다.
휘오오!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알현실 바닥을 박찬다.
“어어……!?”
“무슨!”
마법사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나와라, 카심.”
팟!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색의 드레이크가 떨어지던 날 등의 안장으로 받아 든다.
“크아아앙!”
포효와 함께 이어진 날갯짓! 도시의 모습이 삽시간에 멀어진다.
‘아, 얼마나 더 조져야 이것들이 성을 안 건드리려나.’
맞바람을 맞으며 한탄한다.
황제는, 정말이지 바쁜 존재였다.
* * *
“맙…… 소사.”
마법사들은 황제가 사라진 이후에도 완전히 압도당해 꼼짝도 못 했다.
당연히 카심 때문이다.
“저게…… 저게 그 소문의 그건가?”
“네, 전설급 펫. 화이트 드레이크 카심입니다.”
이미 신화 클래스까지 얻은 재연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겠지만 전설급 펫 카심이 뿜어내는 기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용맹한 기사도 카심이 한 번 으르렁거리면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휘청휘청할 정도.
이미 익숙한 기사들도 그런데, 말만 들었지 실제로 카심을 보는 건 처음인 마법사들에게 그 충격이 더욱 압도적이었다.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황금마탑의 탑주였던 사루만조차 말을 더듬는다.
“전설급 펫이라면…… 이번 공모전의 우승 상품 아니었나?”
“그렇습니다. 탑주님.”
“고작, 고작 소설 나부랭이를 쓰는 데 저런 엄청난 존재를…….”
믿기지 않는 현실에 황망해서 하는 사루만.
일찍이 인류제국에 자리 잡고 있던 마탑 출신의 마법사가 말했다.
“황제의 권능이 문학에 연관된 듯하다는 소문이…….”
“써.”
“네?”
느닷없는 말. 단호한 목소리에 마법사들의 시선이 모인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사루만의 표정은 근엄하다.
“글. 쓰라고.”
재연은 마법사들이 새로운 마법 체계에 온통 정신이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은 정확했다. 마법사들은 아르데니아의 마법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지구산 마법 체계에 완전히 홀려 있는 상황.
예전이었다면 주문 몇 개에 전쟁도 났을 정도니, 마법사들이 무리를 지어 인류제국에 투신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재연이, 황제가 미처 감안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아직 그 가치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한 마법 체계와 달리……
전설급 펫의 존재는 두 눈에 똑똑히 보인다는 사실을.
“하지만 문학은 딱히…….”
“어찌 저희가 마법 연구가 아닌 집필 따위를 한단 말입니까?”
그러나 그렇게 항의하면서도 목소리가 약하다. 그들 역시 카심을 보았다. 백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드레이크의 모습에, 그들 역시 완전히 홀린 상태였다.
사루만이 말했다.
“우리는 대륙 최고의 지성들이다. 글을 써도 평민 무지렁이들보다 훨씬 잘 쓰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
“그까짓 거! 소설이나 수필 같은 거 쓰면 되겠지요!”
흥분해 소리치는 마법사들을 보며.
“그래.”
사루만의 눈이 서늘하게 빛난다.
“전설 펫은 우리의 것이다.”
그렇게 인류제국에 투신한 황금마탑이 활동을 시작했다.
집필 활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