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98
열일하는 과금 기사 197화
[스파이크 증권 계좌 국내 주식 수익]-51,181,118,130원(-48.8%).
“아, 꿈인가.”
눈을 씻고 보았지만 꿈이 아니다. 마이너스 500억은 냉엄한 현실.
그렇다. 내 주식은 반 토막이 되었다.
“아…….”
사실 주식이 반 토막 나는 것 따위 흔하디흔한 일이다. 수많은 사람이 주식에 뛰어들어 그런 꼴을 당하곤 했겠지.
그러나 100만 원, 1,000만 원, 혹은 1억이 반 토막이 되는 것과.
1,000억 원이 반 토막이 되는 것은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일이다.
“어차피 사야 할 거였어. 어차피…….”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 해 보지만 ‘어차피 살 거를 조금만 늦게 사지 그랬니?’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네메시스를 원망할 수도 없는 게, 주식 시장 전체가 비슷한 분위기다.
네메시스는 그중에서도 많이 떨어진 편이지만, 마이너스 30퍼센트나 40퍼센트도 흔한 상황이다.
뉴스에서는 몬스터 사태로 인한 실물 자산이 어쩌고, 신용 자산이 저쩌고 하는 식으로 이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투자하기 위해 주식을 산 게 아니었던 내게는 다 쓸데없는 소리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가지.”
“네, 폐하.”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길드 타워를 나섰다. 대륙의 북서쪽, 좌상화점에 위치한 만독성이 수천 개가 넘는 파티로 북적이고 있다.
“폐하께서 오셨어.”
“황제 폐하…….”
“이 기세. 이 위엄…… 그야말로 살이 떨리는군…….”
낮게 숙덕거리는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허공을 밟고 허공으로 올라선다.
당연하지만 허공답보나 능공천상제가 아닌 극의지체의 만물간섭을 이용한 묘기다.
‘이제는 허공답보도 가능한 경지라는 게 함정이지만.’
어쨌든 허공에 올라선 난 나를 올려다보는 모든 플레이어를 내려다보았다.
“자랑스러운 나의 전사들아.”
그들은 충실한 무장을 갖춘, 인류제국에서도 상위 1%에 들어가는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다. 애초에 이번 ‘이벤트’의 참가 조건을 40레벨 이상으로 정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지난 10년. 너희는 강해졌다. 지금 여기에 있는 파티 대여섯 개만 과거로 돌아가도 국가 전복이 가능한 수준이지. 그러나 알다시피, 저 성벽 밖에는 여전히 너희가 항거할 수 없는 괴물들이 존재한다.”
플레이어들은 강하다. 물론 그들은 여전히 무과금이지만…… 이제 그들은 일반에서 고급 등급에 한해서는 컬렉션도 완성해 나가고 있고 클래스 등급도 기본이 고급, 희귀 등급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르데니아의 내륙은 전설 몬스터가 판치는 지옥이 되었다. 나 역시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레이크나 땅을 파고 다니는 웜 따위의 착점만을 청소할 뿐 나머지는 내버려 두는 상황이었으니, 신화급 성벽이 아니었다면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성장해도 지금 같은 평화를 지키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설 몬스터의 [공성]은 지금도 며칠에 한 번씩 이뤄지는 상황.
정기적으로 수성전에 참가해 경험치를 버는 플레이어들은 자만할 수가 없다.
“물론 지금 내가 나가서 하루 10시간씩 싸우면 모조리 정리해 줄 수 있겠지. 너희들은 그것을 원하나?”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절대 짐이 되지 않겠습니다!”
고함을 내지르고 악을 쓴다. 별로 대단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모두 극도의 흥분에 어쩔 줄 모른다.
“너희는, 인류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발전할 것이다!”
나는 34지구를 알고 있다. 초월급 몬스터가 쳐들어와도 3분 안에 살해당하는 미친 세계.
언젠가, 나는 인류제국 또한 그런 곳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지금! 내 앞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라!”
“네!”
“황제 폐하 만세!”
쏟아지는 환호와 발 구름. 박수 소리 속에서 나는 연설을 마무리했다.
“사냥제를 시작한다!”
“와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수만 명의 플레이어가 던전으로 뛰어 들어간다.
나는 광장에 가득하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 후 주식을 사용했다.
“5주년 이벤트. 황금 스킬 북을 완성하라 실행. 장소는 만독성 던전. 시간은 최대치.”
내 말에 시야 한편에 떠 있는 주식 수가 주르륵 줄어든다.
그리고 그것이 0이 되는 순간.
[황금 스킬 북 이벤트 적용 중] [남은 시간 37:48]나는 땅에 내려와 부관에게 말했다.
“사냥제의 남은 시간은 37시간 48분이다. 공지하도록.”
“네, 폐하.”
나는 주식의 힘으로 NPC를 소환하거나 일대일 채팅을 연결하거나 길드 게시판을 만들거나 하는 매치를 벌여 왔지만, 그것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너무 대중없긴 했지.’
어떤 아이템의 경우 드랍률을 최대 10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고, 어떤 아이템의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상점 NPC를 부르는 것은 가능하지만 플레이어를 부를 수는 없다.
일단 이용은 했지만 명확한 기준을 알 수 없던 상황.
주먹구구식으로 줄어드는 속도로 파악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네메시스의 대표이자 리벤지의 기획자인 배사랑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패치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리벤지에 있는, 혹은 있었던 시스템만을 적용할 수 있다.’
리벤지에서는 몬스터의 드랍 테이블에 종종 손을 댄다. 시세를 조절하기 위해 드랍률을 잠그거나 버프를 주기도 한다.
몬스터의 등급이나 스킬을 바꾸기도 하고 어떤 시스템을 적용했다가 없애 버리기도 한다.
어떤 직업을 상향시키기도, 하향시키기도 한다. 새로운 스킬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일도 있다.
그리고 그런 ‘기록’이 바로 내가 패치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
나는 사랑과의 수많은 대화로 그중 가장 적절한 대상을 찾아냈다.
‘황금 스킬 북을 완성하라.’
5주년 기념으로 오픈한, 그리고 임시 점검을 3번이나 해야 했던 문제의 이벤트.
나는 사랑의 말을 떠올린다.
‘칭찬받으려고 대대적으로 벌인 이벤트에서 욕만 바가지로 먹었죠. 사과문도 올리고 아주 난리였는데.’
‘황금 스킬 북을 완성하라.’ 이벤트는 몬스터를 잡아 ‘스킬 북 조각’을 획득, 그것을 10장 모으면 고급 스킬 북을, 100장을 모으면 희귀 스킬 북, 1,000장을 모으면 영웅 스킬 북, 1만 장을 모으면 전설 스킬 북을 제작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전설 스킬이 왕창 풀릴 그런 이벤트는 아니었다고 한다.
드랍률이 상당이 낮아서 대다수 플레이어는 잘해 봐야 수백 장을 간신히 모을 정도였고, 심지어 거래도 불가능했다.
열심히 자동 사냥을 돌려 봐야 희귀급. 상위 플레이어쯤 되어야 간신히 영웅 스킬 북을 교환할 수 있고 최상위 플레이어가 이벤트 내내 미친 듯이 고위 사냥터를 돌아야 전설 스킬 북을 얻는 식.
심지어 조각을 모으면 그냥 완성되는 게 아니라 다이아를 소모해 [확률]로 제작하는 식이었으니 이걸 [개이득인데!?]라고 생각하는 건 리벤지 플레이어뿐이겠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스킬 북 조각은 거래할 수 없었지만 다른 플레이어 가 ‘전투’를 도와주는 것조차 불가능하지는 않았고, 그 상황에 상위급 몬스터는 스킬 북 조각의 드랍률이 꽤 높다는 사실을 플레이어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형 길드의 길드 마스터가 수십 명 단위의 버퍼와 힐러를 데리고 신화 등급의 일반 몬스터를 썰고 다녔다지.’
신화 등급의 일반 몬스터는 드랍률이 똥망이라 평소라면 대규모의 인력을 낭비한 뻘짓이었겠지만…… 스킬 북 조각이 떨어지니 상황이 달라졌다.
이벤트의 결과는 아주 한국스러웠다.
대형 길드의 길드 마스터들은 이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고 서버에 전설 스킬 북 수백 권이 풀리고 만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이후로 이벤트 자체가 없어져 다시는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저주받은 이벤트를 내가 불러낸 것이지.’
이것은 송편 이벤트만큼이나 대박 이벤트다. 이걸 잘 이용한다면 아르데니아에 전설 스킬 북을 잔뜩 풀어 버릴 수 있으리라.
‘폭락은 가슴이 찢어지지만…… 그래도 주식이 많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나는 [상점 NPC]를 소환해 골드를 소모했고, 사용할 수 없던 편의 기능 [우편]을 열었다.
모든 도시에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공개 게시판]을 설치했으며, 특정 몬스터의 [드랍률]을 조정하고 [이벤트]를 열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은 대략 2만 주.
덕분에 나는 예전부터 상상만 하던 모든 패치를 플렉스할 수 있었다. 어차피 주식력(?)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니 거칠 것이 없다.
그리고 주식과 더불어.
알아낸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22레벨 영능 재해 경고! 22레벨 영능 재해 경고! 모든 시민분께서는…….] [2분 38초 만에 정리! 김찬기 어르신의 놀라운 필살기는?]“뭘 그렇게 봐?”
파다닥 달려와서 내 품에 폭 안기는 루비의 말에 답한다.
“뉴스, 요새 몬스터 사태가 핫하니까.”
어느새 내 옆에서 한쪽 팔을 안아 든 흑요가 풍만한 가슴으로 내 어깨를 누르며 귀에 속삭인다. 숨결에 귀가 간지러웠다.
“그래도 34지구쯤 되니 한 마리씩으로는 사망자가 안 나오는군. 하기야 11마리가 쳐들어왔을 때도 잘 막았을 정도니.”
현실에서 바삐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으로 아르데니아에서 보냈다.
대체로 수면과 휴식 시간이었지만 업무를 하거나 사냥을 하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르데니아에서 긴 시간을 보냈기에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는 내 짐작은 반만 맞았다.
변수는 아르데니아가 아니라…….
천원(天元)에 위치한 [죽음의 신전]이었다.
‘아르데니아에 못 가는 상황은 안 벌어져서 다행이지만, 여전히 이유는 모르겠군.’
나는 몇 번의 실험 끝에 신화급의 몬스터를 잡냐 안 잡냐와 상관없이, 신화급 던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현실에 신화급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전에 11마리의 신화급 몬스터가 등장했던 것은 10년 동안 내가 일과처럼 죽음의 신전에 들렀기 때문.
나로서는 유의해야 할 문제다. 천원을 공략하고자 한다면…… 길게 시간을 끌지 말고 단번에 끝내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클리어!”
그때 던전에서 백색의 갑주를 입은 금발의 미남이 미사일처럼 튀어나온다.
멀찍이서 던전을 보고 있던 구경꾼들이 술렁인다.
“고작…… 20분 만에 클리어했어? 그것도 헬 난이도를 혼자서?”
“최고로 숙련된 특급 파티들도 1시간은 걸리는 곳인데…….”
“결투 기사님보다도, 은십자 기사님보다도 빨라.”
“역시 폐하의 제자인가…….”
아무런 세력도, 별다른 작위도 없지만 그럼에도 에드워드의 위상은 어마어마하다. 오직 스스로의 실력과 능력으로 인한 결과.
‘역시 확정 신화.’
감탄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던전 게이트가 일렁인다.
“끝!”
“늦었어, 누님.”
“아, 제기랄!”
두 번째로 나온 헤이즈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쏟아 내는 에드워드를 보며 혀를 찬다. 그러나 사냥제는 이제 시작.
그들은 인벤토리를 비운 후 다시 던전에 들어갔다. 상황판에 이름과 획득한 스킬 북 조각. 그리고 클리어 횟수가 새겨진다.
[에드워드 : 1개(1회).] [헤이즈 스타라이트 : 0개(1회).]그들을 시작으로 다른 플레이어 들도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오기 시작한다.
“와. 두 분은 벌써 왔다 갔네요. 나는 파티도 있는데…….”
확정 전설, 레드가 파티원들과 함께 나와 인벤토리를 비우고 돌아간다.
‘아, 그러고 보니 레드 녀석의 신화 클래스가 나왔었지.’
새로 추가된 신화 클래스. [차원 방랑자].
그러나 레드의 경우는 확정 신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차원 방랑자]절망적인 전투에서 모든 마력을 쏟아내 차원 붕괴를 일으켰던 레드는 그만 차원의 이면으로 낙오되고 말았습니다.
원 시간대에서는 고작 5년. 차원의 이면에서는 몇십 년인지 몇백 년일지 모르는 시간.
다시 원 차원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인간을 넘어선 차원 방랑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클래스는 아르데니아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구현한 것.
이는 절대 원본의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특히나 신화급의 경우에는 태반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기연이나 돌발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아무리 인류제국의 인프라가 좋다 해도 레드가 신화급에 도달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신화 클래스 카드를 넘긴다면 그녀는 신화 클래스로 재탄생할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헤이즈도 소드 마스터의 미래를 불러오지 않았던가?
“…….”
그러다 멈칫한다.
‘어, 잠깐만……. 이게 진짜 되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돌아보니 아주 이상한 이야기다.
‘새로 추가된 신화 클래스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