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05
열일하는 과금 기사 204화
녀석의 말에 뭔가 신선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러고 보니 드랍 템 시시비비는 처음이네.’
대비를 그렇게 하고 막상 경험은 다른 문명에 와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돌아보면 이쪽이 오히려 정상이다.
이 상황을 걱정했기에 굳이 몰래몰래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그림자 까치 샤샤샤를 소환하곤 했던 것 아닌가?
‘하기야 지금까지 문제 안 된 게 오히려 신기하지.’
물론 이유야 여러 가지 있다. 첫째로 대개의 경우 내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둘째로 몬스터의 드랍 아이템의 가치가 그리 크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성능이 반 가까이 깎이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그 태생이 게임인 드랍 아이템은 그 성능의 태반이 ‘게임적 요소’에 기반한다.
공격력, 방어력, 물리 공격력, 마법 공격력.
근력, 민첩, 체력, 지능, 지혜.
경험치, 매력, 명중률, 회피, 크리티컬.
‘하긴, 나조차 모든 게임 요소를 적용받지 못하지.’
명중을 아무리 높여도 빗나갈 공격은 빗나가고 치명타 확률을 아무리 높여도 팔다리에 맞추면 평타.
게임의 [세계관]이자 [캐릭터]라는 내 정체를 생각해 보면, 보통 사람들에게 아이템의 효과를 온전히 누리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르데니아 사람들도 [클래스]를 얻기 전에는 아이템이 무용지물이 아니던가?
상황이 이러하니 아이템들의 가치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물론 그래도 역시나 마법 아이템의 영역이지만……. 내가 활동하던 곳은 마법 물품이 넘쳐 나는 34지구란 말이야.’
흔하디흔한 마법 아이템을 얻자고 초월자와 드잡이질을 할 정도로 궁한 세상이 아니었다.
[야, 이 멍청아 왜 대뜸 시비를 걸고 지랄이야!? 우릴 도와주신 분이잖아!] [이야, 우리 불쟁이 깡도 좋다. 초월자한테 시비도 걸고.] [아니, 그래도 기여도라는 게 있잖아! 하다못해 확인이라도 하고 가져가야지!] [진정해, 파이어. 저분이 안 왔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피해가 있었을 거다.] [아니, 그냥 도우러 온 거면 몰라도 국가 예산급 의뢰비를 지불했잖아!]파워포스 안에서 파일럿들끼리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들을 꺼냈다.
“뭐, 됐습니다. 버릇처럼 챙겼는데 일리가 전혀 없는 말도 아니군요.”
좌르륵.
쏟아지는 아이템의 모습에 파워포스가 깜짝 놀란다.
[아니, 뭐야 왜 이리 많아? 언뜻 봤을 때 많아서 다 잡템인가 했는데…… 죄다 고위 아이템이잖아?] [아니…… 전설 아이템이 대체 몇 개야? 여태까지 여덟 개밖에 드랍 안 된 전설 아이템이 이 한 마리에서 15개나 떨어진다고?] [아니, 무슨 영웅보다 전설이 더 많이 떨어져?]수군거리는 파워포스를 향해 말한다.
“늦은 소개지만…… 저는 위대하고 위대하신 게임 마스터님의 사도 한재연입니다.”
내 말에 파워포스가 잠시 조용해졌다가, 다시 엄청나게 소란스러워진다.
[사제도 아니고 사도!?] [사도가 용병을 뛴다고? 아니 그보다 초월자였지?] [설마 그 부활도 관련 권능인가? 게임 캐릭터가 리젠되듯…….]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아무리 최상급 신의 사도라도 완전 사기 아냐?] [말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실제로 살아났잖아.] [게다가 대우주에 별의별 케이스가 다 있어. 의지가 꺾이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는 무시무시한 창잽이 이야기도 있는데.]또 자기들끼리 숙덕거리기 시작한다.
‘와, 이것들 조잘조잘 엄청 시끄럽네.’
결국 나는 그들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저에게 드랍률을 조정하는 권능이 있다는 겁니다. 원래 드랍 확률이라면 이것보다 훨씬 적은 아이템이 떨어졌겠죠.”
[아, 드랍률. 진짜 게임신하고 어울리는 권능이긴 하다.] [그러고 보니 그런 능력들이 있다고 들었어. 운명 마탑에서도 몇 번 성공했다고 했지.] [하긴. 우리가 잡았을 때랑 아이템 숫자 자체가 차원이 다르니…….]또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조종사가 다섯이나 되다 보니 한 마디씩만 말을 더해도 어수선해지는 분위기.
그런데 그때였다.
푸쉭!
느닷없이 파워포스의 가슴팍이 열리더니 자그마한 뭔가가 내 앞으로 뛰어내린다.
“……다람쥐?”
그렇다. 그것은 다람쥐였다. 내 손바닥보다 조금 큰 다람쥐가 내 앞에 꼿꼿하게 서더니 정중하게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파이어라고 해. 아니, 파이어라고 합니다. 조금 전에는 따지듯이 말해서 죄송해요. 차분하게 논의하려고 했는데 대뜸 챙겨 가 버리셔서…….”
“아, 음. 아뇨. 저도 너무 함부로 하긴 했죠.”
아이템 분배에 대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대뜸 다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으니 당황할 만하다.
“아이템의 소유권은 모두 양보하겠습니다. 애초에 딜을 거의 혼자 넣기도 하셨고요. 단지 폐가 안 된다면…… 그중 하나만 제가 골라 가져가도 괜찮을까요?”
아까와 달리 정중한 태도.
나는 성급히 대답하는 대신 아이템들을 살폈다.
“아.”
그리고 곧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 * *
우리는 임무가 끝난 뒤 루테 행성의 통합 정부가 마련한 연회에 참여했다. 다음 열차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8시간. 잠을 자기에는 애매해도 식사를 하며 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감사합니다, 영웅님들!”
“그냥 일이었지, 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으…… 이것들 너무 귀여워…….”
어르신들은 루테인들의 대접을 받으며 헤실헤실 풀어져 있다.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여우와 양들의 대접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하는 연회는 동물에 관심 없는 나조차 제법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식사를 즐기고 있을 때, 작은 동물들 사이에서도 특히나 작은 녀석들이 내게 다가온다.
“안녕하십니까, 한재연 님.”
“다시 봐서 반가워요, 파이어.”
그들은 다람쥐다. 파이어뿐 아니라 파워포스를 조종하던 다섯의 조종사 모두가 그랬는데 그럼에도 외향들은 가지각색이다.
‘파이어 이 녀석이…… 말하자면 청설모인가?’
물론 평범한 청설모는 아니어서 몸에서 붉은 기운이 돈다. 녀석에게서 강렬한 화염의 정령력이 느껴진다.
도도도.
다섯 마리의 다람쥐는 인간 사이즈에 맞춰 놓은 의자 다리를 날렵하게 타고 올라 테이블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먼저 자리하고 있던 체다를 보고 털을 바짝 세운다.
“으앗? 아니 기척도 없이 누구야?”
“루테인이 아냐. 스마트 펫이라고 전화기 같은 존재라고 하더라고.”
“아…… 다른 문명에는 이런 게 있다고 했었지.”
“엄청난 미묘(美猫)…….”
“어머, 별꼴이야. 넌 저런 게 취향이니?”
잠시 수군거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내 앞에 늘어선다. 그리고 그들 중 대표로 줄무니 다람쥐가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전날의 무례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파워포스의 리더, 썬더라고 합니다.”
나는 손을 내저었다.
“저도 잘못이 있었죠.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는데.”
아무리 기여도가 높아도 말 한 마디 없이 아이템을 챙겨 간 건 틀림없이 잘못이긴 하다.
‘앞으로는 계약 조건에 미리 명시해 놔야겠어.’
지금까지야 일단 챙긴다는 느낌이었지만 초월자씩이나 되어서 계속 그럴 수는 없다. 가져가도 당당히 가져가야겠지.
“아, 저기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던.”
“네, 압니다. 이거죠?”
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아이템 설명창이 떠오른다.
[엘릭서(Elixir).]설명 : 여신이 직접 빗어 냈다는 만능 회복약. 꾸준히 섭취할 경우 [불로장생]한다는 전설이 있다.
1. 이것은 [여명] 등급이다. 서사급 임무를 수행하거나 역사적인 적을 해치워야 얻어 낼 수 있다.
2. 이것은 [마법의 물약]이다. 섭취하는 것으로 효과를 발휘한다.
3. 이것은 모든 [영구적 부상], [저주], [트라우마], [질병] 등의 상태 이상을 제거한다.
“아!”
“드디어…….”
다람쥐들이 감격해한다. 나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아이템 설명을 확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거기에는 마법도, 권능도 필요 없다. 해당 게임의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되기 때문.
썬더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짐작하셨군요.”
“네. 드랍 된 아이템 중 간절하게 원하실 물건은 이것뿐이었으니까요.”
드랍 된 전설 아이템은 15개나 되지만 일반적으로 활용될 물건은 많지 않으니 짐작이 쉬웠던 상황.
썬더가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넘겨주고는 말했다.
“황금 산양신께 신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나 오래 싸웠는데도 저희들의 기여도는 고작 17%뿐이더군요. 원래대로라면 전설급 아이템은 한두 개나 떨어졌을 테니 기여도로 엘릭서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살게요. 제가 이래 봬도 기간트 마스터급이거든요! 돈은 꽤 있으니…….”
간절한 표정의 다람쥐.
‘협상 진짜 못하네.’
어이가 없어 절로 입이 벌어진다. 악독한 놈을 만나면 그야말로 탈탈 털릴 호구들이 아닌가?
그러나 두 손을 꼭 모으는 다람쥐의 모습을 보니 밀당을 할 기분도 들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의 방식일지도 모르지.
“그냥 드리죠.”
“네?”
“아, 아뇨. 재연 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당황하는 그들을 보며 웃는다.
“대신이라고 하면 뭐하지만 자주 지명해 주시죠. 험한 시기이기도 하고…… 굳이 대가를 주시겠다면 다음에 올 때까지 쓸모없는 아이템들을 모아서 주십시오.”
“쓸모없는…… 아이템?”
“그래요. 모든 아이템이 엘릭서처럼 쓸 만한 건 아니니까요.”
“…….”
내 말에 다람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착한 인간. 고맙다.”
“고마워요.”
“……감사.”
그것을 마지막으로 루테 행성에서의 임무가 끝났다. 우리는 늦지 않게 복귀 열차에 탈 수 있었다.
“모두 수고했어!”
“이야, 솔직히 막내가 다 했네. 역시 초월자는 초월자구만.”
“눈깔 놈한테 두 번 당하던데 몸은 괜찮은 거야?”
“어르신들이 잘 이끌어 주신 덕분이죠, 감사합니다.”
어르신 분들의 칭찬을 들으며 좌석에 몸을 묻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이템이라.’
게임 아이템들은 그 성능만큼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현실은 게임이 아니고 사람들도 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아이템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수치나 게임적 요소 없이 그 자체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템.
‘엘릭서가 바로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부활시켰던 선구자의 가면이 그러하다.
‘부활.’
무시무시한 효과다. 의료 기술이 너무나 발전해 엘릭서라는 기적의 물약조차 필요 없는 34지구에서도 흉내 내지 못하는,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효과.
물론 그만한 패널티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벌의 목숨 그 자체인 선구자의 가면의 가치는 오르면 오르지 절대 떨어지지 않으리라.
‘드랍 몬스터가…… 쉠곤이었지? 덩어리 자식. 다 죽었다.’
나왔다는 이야기만 돌아도 달려 나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34지구로 귀환, 용병관리청에 들러 임무 결과를 보고한다.
이후 드래곤 스타로 돌아오자, 문 앞에서 기다리던 F·D멤버들이 나를 반겼다.
“어서와 재연아!”
“으앙! 보고 싶었어!”
“다친 곳은 없죠?”
나는 달려드는 그녀들과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정신이 딴 데 가서 그녀들과 이야기를 길게 나눌 수가 없었다.
“체다.”
“냐옹!”
방으로 돌아와 바로 계좌를 확인한다.
[용병관리청에서 300억 원을 입금하였습니다.]“크으! 시급 3억 원!”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심지어 이건 광고처럼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을 할 때마다 벌 수 있는 돈이다!
심지어 가고 오는 데 걸린 60시간은 자동 사냥도 돌리고 필사도 할 수 있는 시간!
“야옹!”
체다가 울었다. 알람을 확인한다.
[스파이크 앱 알림!]네메시스 ↓
최근 1년 중 최저가를 기록했어요(4,888,120원)
떨어지는 주식도 내 기분을 망칠 수 없다. 여전히 하락 중이지만, 그 그래프가 비교적 완만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저점 매수의 타이밍.
“이렇게 된 이상 대주주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