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56
열일하는 과금 기사 255화
잠시 머뭇한 하모니가 슬쩍 묻는다.
“혹시 에드워드도 저처럼 데려올 수 있을까요?”
“에드워드를?”
뜬금없다면 뜬금없는 소리, 그러나 어느 정도 생각하던 문제이기도 했다.
지금의 하모니 같은 사례가 과연 또 나올 수 있는가?
“어려울 텐데.”
당장 하모니만 해도 신성 스텟이 권능의 영역으로 넘어갔기에 현실로, 그나마 육체는 못 오고 의식만 가져올 수 있었다.
‘물론 정말 단순히 의식만 온 것은 아니지.’
하모니가 품은 힘은 특별하다. 지금 저런 뚱냥이의 몸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정신을 집중하면 그녀에게서 초월자의 [격]을 느낄 수 있다.
제한적이지만 스킬과 특성까지 발동할 수 있고 다른 스텟은 다 날아갔어도 [신성] 스텟만은 남아 있는 것이 지금의 그녀.
농담이 아니라 이 정도면 전력으로도 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너무 특수한 경우야.’
나는 지구와 아르데니아를 쉽사리 오가지만, 그것은 나 스스로가 아르데니아를 품고 있는 당사자이기에 가능한 일일 뿐. 아르데니아에서 나고 자란 제국인들에게 34지구는 외계(外界)나 다름없다.
단순한 이계도 아니고 아예 바깥세상에 어찌 쉽게 나올 수 있겠는가?
하모니라는 존재는 특수한 스킬과 스텟, 그리고 [전승]이 만들어 낸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이다.
“저도 확실하지는 않아요. 다만 시도해 보기 전에 말씀드려야 할 듯해서.”
뭔가 생각해 둔 게 있다는 반응에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가능하다면 내게도 나쁠 게 없는 일. 그러나 당연하게도 하양이에게 깃들면 안 된다. 기껏 산 500억 짜리 스마트 펫의 기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기계 하나를 더 알아보도록 하지. 시도할 때 말해.”
“네, 폐하! 그럼 다시 작업하러 가겠습니다!”
앞발을 들어 경례를 하더니 쪼르르 멀어진다. 어느새 활성화된 마이크가 허공을 날아 그녀를 뒤따랐다.
“아주 신났군.”
멀어지는 뚱실뚱실한 엉덩이를 보며 헛웃음 짓는다.
인류제국 최고의 디바이자 슈퍼스타인 하모니지만 34지구에서의 고양이 생활이 더 취향에 맞는 모양.
“목적지 초현실 연구소.”
[목적지가 설정되었습니다.]텔레포트 마법진 위에 올라서던 난 문득 어이가 없어 웃었다.
“……1억 8천만 원이라니.”
아주 예전, 리전에게 3억의 후원을 받았을 때가 떠오른다. 경험한 적 없는 무지막지한 액수에 머리가 빙빙 돌고 손발을 다 떨렸었다.
‘수수료가 6천만 원이었나. 큭큭. 이게 다 생생하게 기억나네.’
두 달 동안 잠도 안자고 미친 듯 일해서 번 돈보다 수수료로 뜯긴 돈이 더 많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느꼈었다.
사실은, 분노까지 느꼈다.
아니 지네가 뭔데 아무것도 안 하고 20%의 수수료를 뜯어간단 말인가?
물론 이제는 분노하지 않는다.
그 수수료를 이제 오룡넷의 주인인 내가 먹기 때문이다.
‘플렛폼을 운영하느라 직원들 월급도 주고 세금도 내는데 그 정도 수수료는 받아야지! 암!’
어쨌든 잡념을 떨치고 다시 하모니에 대해 생각한다.
그녀가 수익을 벌어들이는 상황은 그때의 나와 전혀 다르다. 나는 아르데니아의 작품들을 베껴 냈던 나와 달리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34지구에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
“정말이지…… 나올 거면 진작 나오던지.”
만약 그녀가 지금보다 더 전에 현실로 나올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으리라. 내가 해야 할 노동도, 성장 방식도, 심지어 그녀와의 관계에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겠지.
‘이미 경제적 자유를 얻은 시점에서는 상관없는 일이 되었지만.’
더 쉬운 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입맛이 쓰다.
“나갔다 온다.”
“아, 네! 다녀오세요!”
멀리서 들리는 하모니의 인사를 뒤로하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작동시킨다.
팟!
이동은 순식간이다. 초현실 연구소까지의 좌표가 이미 열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서 와요.”
마법진 앞에서 사랑이 나를 반긴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사람은 없다.
“오랜만이에요. 사랑 씨.”
“네, 워낙 바빠서.”
어딘가 어색한 웃음에 문득 생각한다.
‘어라. 그러고 보니 엄청 오랜만인 건 나뿐이고 사랑 입장에서는 아니지 않나?’
나야 오룡이와의 14박 15일이 5년짜리였으니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았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진행되자 나는 내 실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차. 말투가…….’
그녀와 내 관계는 밤새 아르데니아에 대해 대화를 나눈 이후로 제법 가까워져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서로 말을 놓기까지 했을 정도. 그런데 다시 만난 우리는 말을 높이고 있다. 돌아보니 통화할 때부터 그랬다.
‘아이고. 사랑이 말을 높여서 내가 착각했군.’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다 보니 하게 되는 실수였지만 나는 후회하는 대신 태연하게 그녀의 옆에 섰다.
이제 와 말을 놓는 건 어리석은 짓. 대신 나는 그녀가 하는 대로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잘 지냈어요? 요즘 네메시스 소프트의 위상이 어마어마하던데.”
“꽤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일이긴 한데 그 과정이 제 상상 이상이었어요. 어째선지 한국 정부와 강철계가 지원을 해 줬거든요. 사실 아스트랄 네크워크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기술이었는데.”
사랑과 천천히 걷는다. 그녀는 차분한 태도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기계생명체 리전과의 제휴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
한국 정부의 주선으로 강철계의 막대한 마법적 지원을 받은 이야기.
다른 문명들과의 협상과 설득 과정.
하위 문명의 플레이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까지.
그리고 그렇게 용건이 끝날 때 즈음 사랑이 드디어 진짜 용건을 꺼낸다.
“그…… F·D 멤버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
약간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나를 본다.
문득 웃음이 나온다.
‘이 사람이 일흔이 넘었다니.’
일흔이면 평균 연령이 높기로 유명한 34지구에서도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외향이야 영능과 관리로 해결할 수 있지만 겪어 온 세월이 어디 가겠는가?
그리고 그런 면에서, 지금 보이는 사랑의 모습은 도저히 그 나이대로 보이지 않는다.
“재연 씨?”
“네, 사랑 씨.”
“왜…… 웃어요?”
골이 난 듯 찌푸리는 표정에 나도 모르게 말했다.
“귀여워서요.”
“……!”
펄쩍 뛴다. 농담이나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그랬다. 그녀는 하마터면 천장에 머리를 찧을 뻔했다. 연구소 규모가 규모인지라 층고가 높았음에도.
고개를 확 돌리며 사랑이 따져 묻는다.
“재연 씨? 지금, 그게, 무슨.”
“오룡이 녀석들에게 고백을 받았습니다. 선물도 받고…… 연인들이 여행을 가면 으레 할 만한 일들을 했죠.”
“아.”
새빨개지던 사랑의 표정이 이번에는 하얗게 변한다.
그녀가 어떤 마음인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을 거짓으로 꾸며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좀 잔인한 말이지만.
‘우리 사이가 특별히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깊지도 않지.’
그래. 우리는 가까운 사이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의 속삭임이나 성적인 긴장감을 나눈 적이 없다.
굳이 말하면 연인보다는 친구에 가까웠던 관계.
“다만 같이 돌아오지는 못했어요. 드래고니안에서 그녀들을 데리러 왔거든요.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을 만났죠.”
“……설마 강제였나요? F·D의 스케줄이 전부 취소되어서 위약금 물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강제까지는 아니어도 드래고니안으로 돌아간 건 사실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한동안은 어려울 것 같고요.”
“아, 그, 네. 그렇군요.”
사랑이 떠듬떠듬 어색하게 답한다.
“네, 그렇습니다. 대답이 되었다면 이제 갈까요?”
버벅거리는 사랑을 끌고 연구실로 들어간다.
다시 일을 할 시간이었다.
* * *
“그래서.”
화려하게 꾸며진 성. 그 한가운데 있는 옥좌에서 칸이 물었다.
“이렇게까지 무리한 이유가 뭐지. 헌원.”
“적어도 심심해서는 아니지.”
어느새 칸의 앞에는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사내가 서 있다. 오색으로 빛나는 머리칼에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칸과 달리 일견 초라해 보이는 늙은 노인.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모습에 큰 의미는 없다. 그는 칸과 더불어 드래고니아에 셋밖에 없는 황제 클래스의 존재였으니까.
“……헌원? 너?”
약간은 신경질적이던 칸의 표정에 놀람이 깃든다. 용신족의 거두로 용황족을 대표하는 그녀와 동급의 존재인 응룡(應龍), 헌원(軒轅)의 오른쪽 눈이 감겨 있었기 때문이다.
중급 초월자인 칸은 그것이 거대한 권능의 반동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 헌원은 적어도 수백 년간 저 눈을 뜨지 못할 것이다.
헌원이 말했다.
“변화가 생겼다. 그 힘의 끝을 추정조차 할 수 없는 외계의 괴물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설마, [그녀]가?”
창조주와 동격이라는 [그녀]에 대해서는 본디 대우주에서도 아는 이가 몇 없는 극비였지만…… 이제 와서는 알음알음 그 정보가 퍼져 나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당장 몬스터가 차원을 넘어와 온 우주를 유린하고 있는데 어찌 그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그래 봐야 구할 수 있는 건 파편화된 정보일 뿐 제대로 된 확인이 불가능했다. 대우주의 밖은 상급 신들에게도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오직 소수의 최상급 신들만이 그 공간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 다만 너도 들어는 봤겠지? 몬스터의 등장이 멈췄다는 이야기.”
“……그래.”
온 우주를 죽음과 고통으로 밀어 넣던 몬스터들의 습격이 멈췄다.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던 몬스터들의 공격에 우주 문명들이 대응하기 시작하자 벌어진 일.
그 난데없는 변화에 죽다 살아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문명들도 있었지만, 불안감을 느끼는 문명도 많았다. 원인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유가 있던 건가?”
“그래. 녀석들이 공격 방식을 바꿨다. 녀석들은.”
[경고. 경고. 신원미상의 전함이 다수 접근중입니다.] [다시 한번 경고 드립니다. 신원미상의 전함이 다수 접근 중입니다.]테라급 전함 크로매틱의 관제 인격, 파이브의 경고에 헌원의 말이 멈춘다.
“……역시. 왔군.”
팟!
둘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영상에는 크로매틱으로 접근하고 있는 전투 순양함들의 모습이 보인다.
칸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구세대 전함?”
약 500년 전 우주 전체에 휘몰아쳤던 대전쟁 시절. 혜성과 같이 등장한 [아이언 하트]는 우주 병기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엄청난 출력, 충전에 시간이 필요할 뿐 무한에 가까운 동력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상성 우위].
아이언 하트에서 뿜어진 영자력은 불과 마주하면 불을 꺼뜨리는 물과 같고, 물과 마주하면 물을 빨아들여 한껏 생동하는 나무와 같고, 나무와 마주하면 그것을 태워 버리는 불이 된다.
마력과 마주하면 항마(降魔), 내공과 만나면 산공(散功), 신성력을 만나면 마치 신력과도 같은 성질을 띠는 사기적인 힘.
영자력은 신력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 체계에 우위를 가지며 그 강도는 해당 에너지의 영적인 [격]과 차이가 날수록 증폭된다.
“여객선도 수송선도 아니고…… 전함을 저런 걸로 끌고 다닌다고?”
영적인 격이 없는 단순한 하위 에너지의 경우는 [상성 우위]의 효과가 절정에 달한다.
영자력을 적용하지 못한 기존의 우주 병기들은 아이언 하트를 장착한 전함이나 기가스들을 만나면 처참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의 기본 공격에도 뚫리는 실드와 적의 기본 실드도 뚫지 못하는 미사일만 쏟아 내야 하는데 어찌 싸움이 되겠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헌원의 표정은 심각하다.
“놈들이다.”
“……설마?”
“그래. 몬스터야.”
단정적인 목소리. 머리회전이 빠른 칸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눈앞에 보이는 구세대의 전함에, 몬스터가 가득 들어 차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몬스터를 바로 목적지에 던지는 대신…… 결집시킨다고?”
지금까지 몬스터들은 살아 있는 [생명]을 [표적]으로 우주 밖에서 [던져]졌다.
몬스터 사태 초반에는 민간인 피해가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었던 치명적인 공격 방식이었지만 대응책을 찾아낸 지금에 와서는 그 엄청난 규모의 몬스터들이 쉽게 처리되던 이유.
그러나 지금, 그들의 방식이 바뀌었다.
몬스터들이 던져지는 표적이 생명체가 아닌 [몬스터]로 변경되었고, 그렇게 던져진 몬스터는 모여서 우주를 누빌 수준의 [군단]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는 방만하게 흩어져 각개격파당하던 몬스터들이 하나로 뭉쳐 대우주를 찌를 날카로운 칼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나가 있는 모든 용족을 드래고니안으로 귀환시켜야 해. 녀석들이 시작했다.”
헌원의 표정이 돌처럼 딱딱하다. 홀로그램에 비치는 전투순양함과 그와 맞먹는 덩치를 가지는 우주괴수들의 숫자가 100개체, 1,000개체를 넘어…… 만 단위를 넘어서고 있다.
그들에게야 어쨌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젊은, 그리고 어린 용족들은 저 정도 규모의 군단과 만나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초월자 사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