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64
열일하는 과금 기사 263화
[30레벨]우주천마 독고혁련
‘이게 뭐야. 히페리온이잖아?’
블레이드&매직의 최종 보스다. 예능, [서바이벌 아이랜드]를 촬영하러 갔을 때 나타나 초월자가 되지 못했던 나를 몇 번이고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초월급 몬스터.
녀석이 지금 중급 초월자의 모습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독고혁련…… 그래. 하긴 히페리온은 녀석의 진짜 이름이 아니지.’
히페리온은 마검의 이름이다. 마검왕 히페리온은 녀석이 마검의 잠식을 이겨 내고 그것을 스스로의 호칭과 이름으로 삼은 것이지.
지금 저것은 마검왕 히페리온이 [그 이상]의 영역에 도달한 모습일 것이다.
[하, 미친…… 우주 멸망하는 거 아닌가, 이거?]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급 초월자는 선을 넘었다. 틀림없이 강력한 존재이지만 그래 봤자 개인이라는 한계가 있는 하급 초월자와 달리 중급 초월자는 홀로 대우주의 [문명]과 싸울 수 있는 괴물이기 때문.
황당해하면서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분석한다.
‘초월자를 813명 흡수해서 중급 초월자 하나를 만들었다.’
썩 높은 효율은 아니다. 중급 초월자가 무지막지한 괴물인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월자 800명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800명은커녕 200명이나 300명으로만 다굴 쳐도 수의 폭력에 짓밟혀 죽고 말 것이다. 초월자를 그만큼 모으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일 뿐.
그나저나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다.
‘초월자 800명이라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위명이 쟁쟁한 34지구에도 초월자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은하군이나 은하단 단위로 영역을 뻗친 제국조차도 소속된 초월자가 100명을 넘기기 힘든 수준인데 800명을 잡아 죽여 [재료]로 쓰다니.
그야말로 우주적인 재앙이다.
[운명 선택.]재촉하듯 다시 텍스트가 떠오른다.
‘뭐 어쩌라고? 뭘 선택하라는 거지?’
예전 운명 선택을 활용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세상을 [흐름]으로 보고 수십 수백갈래의 [분기]를 볼 수 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별다른 분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번쩍.
서늘한 눈빛을 번뜩이며 독고혁련이 눈을 떴고.
분기가 갈라졌다.
‘아, 미친.’
그것은…… 말하자면 [침략 지점]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그렇다.
내가 그녀의 [선택]에 간섭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거대한 존재의 선택에 간섭하는 게 말이 되냐 싶지만.’
그러나 말이 된다. 왜냐하면 나와 [그녀]의 사이에 강한 결속이 존재하고 있고, 무엇보다 [그녀]가 선택지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거대한 존재인 그녀에게는 대우주조차 그리 크지 않다.
끔찍할 정도로 거대한 대우주조차 크지 않으니 그 안에 살고 있는 작은 것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작을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초월자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의 존재를 [식별]하는 게 가능해졌지만…… 그녀의 시선으로는 거기에 있는 초월자가 누구인지는커녕 1명인지 100명인지도 구분이 불가능하다.
‘중급 초월자를 만드는 걸…… 실패하는 운명을 선택할 수 있나?’
운명의 흐름을 분류해 보았지만 이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운명 선택]에 꽤 많은 아이템을 먹인 상황임에도…… 수천 경(京) 분의 1의 에너지도 채우지 못했다.실패 가능성도 5% 안쪽으로 매우 낮은 데다, 무엇보다 상대와의 격 차이가 너무 심했다.
결국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소환 지점.’
그러나 그마저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내 앞에 소환하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미뤄 버리거나.’
초월자들이 [그녀]에게 너무 작은 존재라 인지하기 힘들다면 내게 [대우주]는 너무나 거대해 인지할 수 없는 장소다.
바로 앞. 오른쪽으로 아주 먼 곳. 앞으로 아주아주 먼 곳. 뒤로 먼 곳……
이런 식으로밖에 인지가 안 되니 어떤 위치를 특정하고 보내기 힘들다.
‘34지구로 보낼 수 있으면 황제 클래스고 뭐가 그냥 해결이 될 텐데.’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애매한 초월자 앞에 저 우주천마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초월급 몬스터들이 다들 그러하듯 녀석은 우주를 종횡하며 어마어마한 피해를 양산하고 다닐 것이다. 중급 초월자인 우주천마를 그 누구도 막지 못하겠지.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선택]운명 선택에 저장되어 있던 힘…… 말하자면 운명력을 절반 정도 소모해 우주천마의 등장 지점을 선택했다.
팟!
눈앞에 있던 우주천마가 사라지는 순간 어느새 나는 현실에 서 있었다.
상황은 바로 진행되었다.
“어?”
“음?”
“이게 무슨…….”
운명 마탑의 탑주, 럭키 스트라이크가 가장 빨리, 그다음으로는 영민과 천현일 청장의 얼굴이 굳는다.
3초 후에는.
“하악……! 미친!”
초코가 전신 털이 빳빳하게 일으키며 꼬리를 세웠다.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하양이 위에 엎어져 있던 하모니도 몸을 벌떡 일으킨다.
5초 후에는.
“아, 아아…… 이건 좀.”
원래도 흰 편이던 대사령술사 하인델의 얼굴이 아예 밀랍처럼 하얗게 변한다.
“뭐야? 왜 그래요?”
“무슨 일이라도…….”
이제 막 초월지경에 오른 사랑과 가면의 초월자 8명은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기간트 마스터일 뿐 초월지경에 이르지 못한 소향 역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무섭도록 가라앉는 분위기에 당황한다.
이제 막 출격하려던 모든 움직임이 멈추자 승무원들이 의문을 표한다.
“함장님?”
“비상! 전원 특급 전투 태세! 하트 부스터 가동!”
“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 알겠습니다!”
[크르르! 지옥견 모드 발동!]관제인격의 외침과 함께 함선 전체에서 무지막지한 영자력이 끓어오른다.
“로그인.”
바로 그 즈음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잡템을 다 쏟아 낸 후 병사들에게 말했다.
“실제 상황이다.”
“실제 상황…… 충! 실제 상황! 명령 받들겠습니다!”
“특급 이상의 소모품 전체를 응급실로 수송해. 그리고 모든 전설 이상의 치료 능력자와 축복 능력자를 그곳에 집결시켜라. 아, 전설 이상의 음식도 되는 대로.”
“특급 이상의 소모품과 전설 이상의 음식을 폐하의 응급실로! 전설 이상의 치료 능력자와 축복 능력자에게 소집을 내리겠습니다!”
“실행해.”
“충!”
바로 몸을 돌려 달려가는 병사를 뒤로하고 시스템 UI를 조작한다.
[올 마스터(All master). 기동.]올 마스터의 특징은 소유하고 있는 클래스 특성 중 6개와 클래스 스킬 중 6개 지정 장착하는 것.
다만 그 종류는 평소 사용하던 것들로 하면 안 된다.
‘유틸이랑 파밍 능력 다 없애고…… 일대일 특화로 한다. 거기에 더불어 방어 세트와 공격 세트를 나눠놔야 해.’
검신의 [신검합일]은 당연히 챙겨야 하고 공허존자의 [포식검]과 신검제의 [신검제(신화)]도 챙겨야 한다. 홀리로드의 [신께서 이르나니, 죄 빌 곳 없으라] 역시 공격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적을 상대로 무조건 들고 가야 하고, 공격 속도를 보정하는 그랜드 어쌔신의 카오틱 블레이드(신화)도 물론이다. 차원 방랑자의 [차원 표류자]도 챙겨야 하고 [무질서] 특성도.
‘아, 6개가 끝이지…….’
아쉬운 대로 무질서를 포기한다. 클래스 스킬은 그보다는 쉬웠다. [천지를 가르는 검]처럼 준비가 필요하지 않은 녀석들 중 단일 공격이 가능한 종류나 자가 버프 스킬로 도배하면 된다.
“병기고로.”
[길드 마스터 한재연. 인증되었습니다. 최하층으로 이동합니다.]황제 클래스, 올 마스터가 업데이트되면서 신화급 아이템이 다수 업데이트되었다. 안타깝게도 황제급 펫, 수호령, 아이템 등은 아직 없었지만 적어도 전신의 장비를 신화급으로 도배하는 것 정도는 가능해졌다.
물론 그 와중에 당연히 수십억의 돈이 필요했지만.
‘돈은 많다.’
경제적 자유를 획득한 나에게 과금액 따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팟팟팟!
병기고의 장비들로 인벤토리에 채운 뒤 약탈자의 반지 5개를 빼 내려놓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꽤 장시간 파밍셋을 끼지 못할 것 같았다.
“폐하.”
“이런, 굳이 올 필요 없었는데.”
응급실에는 내가 소집한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황후이자 행정부의 수장인 플라워까지 와 있다.
이런 상황을 몇 번이고 봐 왔던 플라워의 안색이 어둡다.
“그럴 수는 없지요. 이래봬도 아직 현역인 신화급 힐러랍니다.”
“그것도…… 그렇지.”
이제 서서히 나이를 먹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플라워를 가볍게 안아 준다. 그녀와 떨어져 수술대에 다가가자 하모니가 다가온다.
“폐하. 지금 접근한 게 설마…….”
“그래. 황제 클래스다.”
“맙소사…….”
“버프 화끈하게 걸어 봐.”
장비들을 수술대 위에 쏟아 낸 뒤 그 옆에 눕는다. 하모니는 물론이고 미리 준비하고 있던 사제들이 내 몸에 온갖 축복을 쏟아 낸다.
나는 상태창을 살펴 모든 버프가 적용된 걸 확인한 뒤 말했다.
“로그아웃.”
케르베로스로 돌아와 외부와 연결된 영자력 막을 향해 걸어가며 수인을 맺는다.
“아르데니아. 천문(天門). 개방(開放).”
정신을 집중하고, 문을 연다. 내면에 펼쳐지는 거대한 세상에서 내 바로 옆에 있는 아이템을 끄집어낸다.
“소환(召喚). 압살하는 파멸의 부츠.”
철컹! 철컹!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부츠가 마술처럼 발을 뒤덮자 합금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기스가 생긴다.
“소환(召喚). 압살하는 파멸의 흉갑.”
“소환(召喚). 압살하는 파멸의 갑주 하의.”
“소환(召喚). 압살하는 파멸의 건틀렛.”
“소환(召喚). 압살하는 파멸의 헬멧.”
오리하르콘이 온몸을 남김없이 감싼다. 신화급 장비를 다수 소환하자 내면세계와 정신력에 어마어마한 소모가 있었지만, 지금의 내 내면세계는 너무나 광대해 이 정도로는 조금의 타격도 오지 않는다.
장비 착용이 완료되자 세트 효과가 발동한다.
[압살하는 파멸(신화)+9]+3 : 적의 생명력이 95% 이상일 시 추가 데미지 100%.
+6 : 공격 성공 시 적에게 [파열] 효과.
+9 : 적의 생명력이 95% 이상일 시 공격을 [치명타]로 판정한다.
한편 케르베로스에서는 상황 전파가 이어지고 있었다.
“황제! 황제 클래스의 적입니다!”
“말도 안 돼! 중급 초월 몬스터라고?”
“저 괴물이 함선 안으로 들어오면 안 돼! 접근을 막아야…… 아니, 차라리 외벽을 닫아야…… 아니, 젠장 뚫고 들어오면…….”
모두가 패닉에 빠진 그 순간.
인벤토리에서 히페리온을 꺼내 쥔 후 전력으로 [근력]을 쥐어짠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파천극광(破天克光).
광속을 넘어가는 내 속도는 초월자에 대해 많이 알려진 34지구에서도 충격적인 종류의 힘이다.
차원을 디딜 수 있고 그 어떤 압박에서도 버틸 수 있는 극의지체.
신경을 내달리는 번개, 불처럼 타오르는 근육.
미증유의 내공을 품고 있는 대기.
수많은 신법, 보법을 통합해 내가 원하는 대로 조율할 수 있던 높은 깨달음.
이 모든 것들 중 하나만 없었어도 불가능했을 이 미친 속도는 너무도 엄청나 초월자 중에서도 흉내 낼 수 있는 이가 거의 없다.
속도 자체야 따라할 수 있겠지만 육신을 영체화(靈體化)하거나 속성화(屬性化)해야만 가능하겠지.
‘……어?’
그런데 그렇게 광속으로 날아가던 도중 우주 한가운데 서 있는 도복의 사내와 눈을 마주친다. 평소에는 나조차도 인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이라는 걸 생각하면 너무도 낮선 감각.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준비했던 대로 히페리온을 휘두른다. 사내가 그걸 보고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아무래도 히페리온을 알아본 모양이다.
쩌적.
그의 주변을 두르고 있는 무형의 뭔가가 성벽처럼 검을 막아선다.
콰창!
전력을 다한 일격은 단번에 무형의 기운을 박살냈지만, 그것을 끝으로 스러진다.
실로 무지막지한 방어력!
‘상관없어-!’
신화급 특성. [신께서 이르나니, 죄 빌 곳 없으라]가 발동한다. 공격이 실패하거나, 치명타를 받으면 작동하는 특성으로 그 효과는 간단하다.
실패한 공격은 성공으로. 받은 치명타는 무효로 바꾸는 특성.
팟!
실패한 일격이 [성공]으로 판정되며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던 사내의 손등이 갈라진다.
타격이라고 할 수도 없는 가벼운 공격이었지만.
[압살하는 파멸]의 세트 효과 작동.적의 생명력이 95% 이상일 시 공격을 [치명타]로 판정한다.
팟!
사내의 볼이 갈라지고 피가 튄다. 그가 고개를 옆으로 틀지 않았다면 머리가 맞았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전부였다.
‘치명타 [판정]이잖아! 그걸 피한다고?’
기겁하는 순간.
아까보다 훨씬 진지한 표정의 사내가 검을 잡았다.
그리고.
그리고.
“……아 시발.”
나는 목매달고 있는 사내의 시체를 보고 욕을 내뱉었다.
어이가 없다.
“아니, 생명력이 999인데 한방이라고?”
또 무슨 즉사기에 당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실력 갓겜 블레이드&매직에 즉사기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선구자의 가면(유물)이 파괴됩니다!]눈을 뜬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볼 것도 없이 즉시 로그인하려는데 이상한 광경이 보인다.
콰득!
몸이 세로로 쪼개진 랜슬롯이 우주 공간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우주천마 녀석의 장포가 잔뜩 찢겨진 걸 보니 공격에 성공한 모양인데…… 그 대신 죽고 만 것이다.
‘아니, 미친.’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온다.
‘얘는 언제 와서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