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07
열일하는 과금 기사 306화
‘그건 또 누군데?’
난데없는 상황이다. 아직 전투 지점에는 도착하지도 않았고 은폐 모드를 해제하지도 않았으니 더욱 그렇다.
이건 상대방이 이 고속정의 전용 코드를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가만, 동민?”
그러고 보니 익숙한 이름이다.
“김동민.”
용전사(龍戰士) 김동민. 영원의 마법소녀 강보람과 같은 전대의 인물이다. 100살이 넘는 어르신,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최정상급 초능력자.
‘노는 물이 달라지니 책에서나 보던 이름을 많이 듣네.’
물론 급으로 치면 게임 마스터 관대하는커녕 용황 칸에게 미치지 못하는 이름들이지만 내가 자라오며 교과서에서, 역사책에서, 인터넷과 매체 등에서 봐 오던 존재를 만나는 것은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다.
‘그러고 보면 사자여왕과 영원의 마법소녀, 악멸자 모두 내 인자를 받은 상황이네. 이렇게 보면…… 왜 용전사는 말이 없었지? 저 사람도 게임 마스터의 후배라던데.’
잡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보람과 동민의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아니,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멧 언니가 걸친 초월병기가 몇 개인데…… 심지어 명색에 천지룡이잖아! 솔직히 응룡 님이 없어도 황제 클래스 하나 정도는 죽이고도 남을 재원인데.”
우주적 수준의 초강자인 황제 클래스는 웬만큼 발전한 문명이라도 상대하려면 멸망을 각오해야 한다.
혹 작전을 잘 짜 승리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파멸에 가까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
‘하지만 드래고니안은 웬만한 문명이 아니지.’
드래고니안의 과학 기술은 3문명 후기로 평범한 우주 문명보다 조금 높은 정도지만, 그들의 이능학, 정확히 말해 마도 기술은 4문명의 끝에 도달해 있다.
‘34지구가 비빌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게임 마스터 덕이지.’
용족들이 사용하는 장비, 시설, 병기는 다른 문명의 그것들과 격을 달리하는 신비가 깃들어 있다.
4문명의 과학 기술을 가진 캔딜러족이 만든 아이언 하트를 다른 종족들이 재현하지 못하듯 드래고니안에도 비슷한 기술들이 존재하는 것.
심지어 그런 기술로 만들어진 엑사급 전함에 백 단위의 용이 타고 있다면?
아무리 황제 클래스의 강자라 해도 성벽같이 두터운 배리어를 깎아 내기만 하다 사냥당하고 말 것이다.
[미안하지만 수세다. 벌써 배리어가 절반 이상 깎였고…… 스물이 넘는 용이 죽었어.]“……용족들이 암살당하기라도 한 거야?”
[그 아래 승무원들은 십만 단위로 죽어 나가고 있다. 헌원 님도 발이 묶였으니…… 아니, 그보다!]얼굴이 보이지 않는 원거리 통신임에도 절박함이 느껴진다.
[너! 변신하면 영원의 심장이라는 권능을 펼칠 수 있었지?]“에, 가능하긴 한데 그거 코스트가 너무 높은…….”
[멧이 심검에 맞았어!]“……아이고.”
작게 신음한 보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해 볼게. 지금 거의 다 왔으니 변신해서 바로 들어가면 되겠네. 멧 언니 위치 보내 주고 내 고속정 통과 패스를…… 어?”
기운차게 말하던 보람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뭐지? 무슨 일이야?]불안감 담긴 물음에 보람이 눈을 감았다 뜬다.
“아니, 이런 미친…… 야 변태룡! 황금용신님!? 거짓말하지 마! 진심이야? 이런 상황에?”
[……그러지 마. 지금 당장. 늦어도 15분 이내에 권능 투사가 필요하다!]“아니 그런데…… 변신! 변신! 이런 미친!”
“왜 그래?”
내 물음에 혼자 소리치던 보람이 창백한 얼굴로 신음했다.
“……연결이 끊겼어.”
* * *
두두둥!
쿠구궁!
우주를 가로지르는 천지룡에 수만 대의 전함들이 무더기로 달려든다.
동양룡처럼 길쭉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천지룡이었기에 멀리서 보면 마치 뱀의 시체에 새까맣게 들러붙는 개미 떼처럼 보이는 상황.
그리고 그런 천지룡의 외각 부분에서 통신을 끝낸 동민은 피가 나도록 주먹을 쥐었다.
“제길.”
느닷없이 찾아왔던 희망이 허망하게 스러진다.
우웅!
그때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한 무리의 소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얀색, 연두색, 파란색 검은색 보라색 등 온갖 색깔의 머리칼을 가진 소녀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미모와 매력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다.
[분대 앞으로! 이 도시의 중앙부까지 침투한다!] [탱커 클래스 앞으로! 버프 개시!] [진형! 속전속결(速戰速決)!]등장과 동시에 신속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검과 방패, 지팡이, 심지어는 총화기까지 들고 있다.
그들 하나하나는 용은커녕 기가스 하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능력을 보완하고 마법적 능력이 깃든 진형을 갖추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 된다.
“망할 것들이.”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동민의 눈이 번뜩인다. 어떠한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인 현상이었다.
콰르르릉!
우주선 안에 벼락이 친다. 신성(神聖)이 깃든 벼락에 소녀들이 비명조차 비르지 못하고 잿더미가 된다.
그녀들은 강했지만 분노한 동민의 힘을 견딜 수는 없었다.
그저 이름만 걸어 둔 재연과 달리 동민은 게임 마스터의 진짜 사도.
그는 대하의 도움으로 외계의 존재, 제석천(帝釋天)의 힘을 완전히 사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텟 북], [스킬 북] 등으로 웬만한 초월자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뭘, 이렇게, 오버해…….”
“멧!”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커다란 덩치의 여인이 눈을 뜬다.
그녀의 이름은 멧 더 볼케이노.
드래고니안을 대표하는 100명의 특수병종, 전룡단(戰龍團)의 일원이다.
“아, 죽겠네. 진짜.”
멧의 몸에는 상처가 없다. 그녀의 몸을 보호하는 6개의 초월병기가 회복시켜 준 덕분이다.
그러나 그것이 타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 야단났군. 죽겠는데.’
멧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티내지 않고 말했다.
“야, 난 리타이어니까…… 대피 씰 붙여서 후송시켜.”
“……정말, 괜찮은 거야?”
“안 괜찮다고, 이 자식아. 나는.”
쩍!
그때 섬뜩한 소리와 함께 천지룡의 베리어에 균열이 생긴다.
그 소리에 그녀가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우주천마 근처에도 가지 마, 알았어? 네가 잘나 봐야 하급이야. 내가 풀파워 모드에서는 황제급에 맞먹는 거 알지? 그런 나도 이렇게 된 거라고.”
“괜찮지? 괜찮다고 말해.”
“이 자식아 안 괜찮다고! 그만 미련 떨고 후송시켜! 이러다 진짜 죽겠어.”
“……믿을게.”
우웅!
그때 또다시 게이트가 생긴다. 동민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가지고 있던 대피 씰을 그녀의 몸에 붙였다.
“쉬고 있어.”
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뛰쳐나가는 동민.
“……새끼.”
그 모습을 본 멧이 자신의 몸에 붙은 씰을 떼었다.
천천히 바닥을 기어 벽에 기댄 그녀의 시선에 온몸에 천둥을 두른 채 적을 격퇴하는 사내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녀의 사랑하는 펫. 오래 함께한 동료.
그리고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툭.
그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을 마지막으로 멧의 고개가 떨궈진다.
아무도 신경 쓰지 못하는 혼란한 전장에서.
멧의 혼이 서서히 흩어진다.
한편 응룡(應龍) 헌원(軒轅)은 포효해 수천수만 개의 문자를 불러냈다.
삽시간에 대여섯 개의 궁극 주문이 발현된다.
빈틈을 노리고 파고들던 두 천마는 심검을 휘둘러 주문의 연쇄를 끊어 버렸다.
“강하군, 늙은 용.”
“검이 아예 도달하지 못해. 이건 공간의 벽인 건가? 아니면 다른 이치의?”
두 명의 우주천마가 감정 없이 중얼거린다. 재연과 만났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
이는 개성(個性)을 잃었기에 벌어진 결과이다. 황제 클래스쯤 되는 존재를 서로가 인식(認識)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면 그들의 정신은 개성을 잃고 빠르게 퇴화(退化)해 갈 수밖에 없는 것.
이대로라면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보름이면 그들이 지금의 경지를 잃고 말 정도로 어리석은 선택.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는 상관없었다.
어차피 곧 죽을 상황이라면.
그때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천지룡의 실드 안을 날아다니며 신통을 부리던 황룡 하나가 죽어 나간다. 헌원이 커버하지 못하고 있던 세 번째 우주천마가 일으킨 참사였다.
추락하는 거체와 바닥을 구르는 여의주.
헌원의 얼굴에 각오가 깃든다.
[일만천오백이십의 령(靈)이여! 불경한 자를 찢고 짓눌러라!]우주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선언과 함께 헌원의 거대한 몸이 금빛으로 빛난다.
뱀을 닮은 용신족, 흔히 동양룡이라 부를 만한 형상에 커다란 날개를 달고 있는 헌원의 마법이 권능(權能)이 되어 적을 공격한다.
담겨 있는 힘의 격과 양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
텐 클래스의 마도사인 헌원이 100년 동안 모아 둔 저주를 1회용으로 소모해 해방하자 저주가 죽음 그 자체가 되어 적을 친다.
나인 클래스의 핵심이 법칙의 초월이라면.
텐 클래스의 핵심은 권능의 구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신의 권능을 흉내 낸 권능주문(權能呪文)이 현실에 임했다.
푸확!
황제 클래스의 강자 우주천마의 몸이 어이없을 정도로 쉽사리 찢겨나간다.
대우주 어디를 가도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신적인 존재의 죽음.
그러나 동시에.
쩍!
[큭……!]거대한,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로 치면 능히 수 킬로미터는 될 법한 응룡의 목에 깊은 상처가 생긴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황금빛 갈기를 새빨갛게 물들인다.
“너무, 큰, 기술.”
뜯겨져 나간 머리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다.
아이템이 드랍되었지만 헌원은 그것을 챙길 여유가 없다.
퍼버벙!
콰광!
그 와중에 헌원에게도 몬스터들의 전함이 접근해 포격을 쏟아 낸다.
그것들 중 어느 것도 헌원의 보호 주문을 뚫어 내지 못했지만 완전히 무시하기도 힘든 공격이다.
그 전함들 중간중간에 초월자급 몬스터가 타고 있기 때문이다.
-축복하는 자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술법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니라!
끼이잉—! 쩡!
헌원의 주문이 [규칙]을 박살 내자 해당 규칙을 만들어 내던 하급 초월자의 전함이 박살난다. 막을 수 없던 것을 막으려던 반동이다.
[정말, 기괴한 놈들이로군…….]응룡 헌원은 황제 클래스에 오른 지 수십만 년이 넘는 노룡이고 그 강함은 상급 초월자라 하기엔 부족하지만 그 아래 수준은 된다.
황제 클래스를 간신히 넘어서는 우주천마 정도로는 승리는커녕 대등하게 싸우는 것조차 불가능한 강자!
문제는 우주천마가 심검 특화로 자연경에 오른 존재라는 것이다.
[검황 녀석과 싸울 때와도 전혀 다르군.]똑같은 황제 클래스라고 해도 그들의 전투 방식은 계통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지게 되는데, 그중 심검 사용자는 특별히 극단적이다.
예를 들어 하급 초월자들에게 황제 클래스의 심검 사용자는 사신(死神)이다.
초월자 수십을 마주한다 해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들을 학살할 수 있는 존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심검 사용자의 공격력은 너무나도 높아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
중급 이상의 초월자도 부담스러워하고 심지어 신적 존재들도 손해가 뻔하다는 생각에 굳이 건들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강한 계통인 만큼 당연히 약점도 있다.
‘방어 능력.’
자신보다 한 단계 낮은 이에게 사신이나 다름없는 심검 사용자는 그보다 두 단계 낮은 적에게 취약한 면모를 보인다.
예를 들어 그가 머무는 행성에 무한정의 궤도 폭격을 한다면, 평범한 수준의 전투기를 수백만 대 쏟아 붓는다면, 아이언 하트조차 없는 기가스를 수십만 대 쏟아 붓는다면.
어정쩡한 수준의 능력자를 수십, 수백만 갈아 넣을 각오를 한다면.
심검 사용자는 의외로 허무하게 죽을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이 쉽사리 학살할 수 있는 하급 초월자에게도, 구도에 따라서는 쉽사리 당할 수 있는 게 바로 심검 사용자인 것이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그러나 그들이 [몬스터]라면.
그런 단점이 힘을 잃는다.
[크윽…….]헌원은 여의주를 사용해 목줄의 상처를 치유했지만 간신히 출혈만 막았을 뿐 회복되지 않는다.
문제는 육체뿐이 아니어서 영혼과 마력에도 어마어마한 데미지가 들어왔다.
그게 심검이라는 공격이 가진 위험성이다.
‘……그렇군.’
헌원은 깨달았다.
‘이래서 저 우주천마라는 녀석을 쓰는 거야.’
대우주에 등장한 몬스터의 종류는 다양하다.
누가 봐도 권능으로밖에 안 보이는 [규칙 설정]을 하는 괴물부터 불사신에 가까운 생명력을 가진 심해의 거인, 신성을 다루는 존재, 무한정의 병력을 소환하는 소환사.
그러나 그중에서 마검왕만이 승격을 했다는 건 녀석이 [그녀]가 말로 쓰기에 가장 적합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몬스터 군단을 학살하려 하는 초월자를 요격하고, 혹여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마주하더라도 적어도 치명타를 입히고 죽는 존재.
[제 목숨 귀한 줄 모르는 황제 클래스라니…….]콰과광!
퍼벙!
몬스터 군단이 천지룡을 공격하고 있다.
헌원은 온갖 주문을 쏟아 내 하나 남은 우주천마를 견제하며 사력을 다해 주문을 짜 올렸다.
텐 클래스의 핵심은 권능의 구현.
불리한 전장이지만 제대로 된 권능 주문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면…….
쩍!
[큭……!]인지조차 불가능한 심검이 쏘아져 완성 직전이던 주문을 박살 낸다.
스스로의 몸이야 [존재 불확실] 주문으로 어떻게든 심검을 빗겨 내고 있지만 대규모 주문까지 보호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한눈팔지 마라.”
“우리가 상대한다.”
무감정하게 중얼거리는 일곱 번째 우주천마의 모습에 헌원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정말 무한히 생겨난단 말인가…….”
그의 마음에 조금씩 절망이 깃들 때.
피잉!
모두의 무관심 속에서.
천지룡과도, 헌원과도 비교할 수 없이 작은 고속정이 전장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