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57
열일하는 과금 기사 356화
피식 웃은 남궁일검이 카드를 잡고.
번쩍!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온다. 오색의, 그리고 그 안에서도 선명히 빛나는 금빛은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는 방식의 전승.
그 순간 남궁일검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흠?”
멈칫한다. 어떤 힘이 내 몸을 끌어당기는 게 느껴졌기 때문. 내면세계의 주인이자 자연경의 고수인 나를 어찌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에 모여든 초월자들은 상황이 달라서 단숨에 몸이 붕 떠오른다.
“웃!?”
“인력(引力)이……! 조심해!”
우우웅!
끼기긱!
내면세계에서 대기하는 동안 풍족한 마나 코인으로 준비해 둔 궁극 마법들이 줄줄이 발동한다.
“이건…… 그거군.”
나는 암흑검을 휘둘러 인력을 끊어 내며 인상을 찡그렸다.
본 적 있는 광경이다.
우우웅—!
인력이 본격적으로 강해진다. 여전히 나는 괜찮았지만, 초월자들이 거침없이 끌려 간다.
“이게 뭐야? 일반적인 마력이 아냐!”
“권능? 제길 이건……!”
휘둘러지는 검강도, 궁극 마법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당연한 일’이 진행되듯 에드워드를 비롯한 아르데니아 출신의 초월자도, 멧을 비롯한 사망자 출신의 초월자들도 속절없이 끌려가는 상황.
촤악!
나는 궁여지책으로 심검을 발동해 인력을 끊어 냈지만, 그저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뿐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 느낌…… 그거다! 우리가 죽었을 때!”
“이런 제길!”
기겁하는 초월자들을 보며 혀를 찬다.
‘충전을 많이 해 놨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 과정이 [그녀]가 황제 클래스를 만들 때의 그것이라면, 그것을 막는 방법도 너무나 뻔하다.
차르륵!
게임신의 신기(神器), 운명 선택에서 운명의 사슬을 뽑아 사방으로 쏘아낸다.
에드워드를 비롯한 아르데니아의 초월자들은 사슬이 공격용인지 방어용인지 몰라 멈칫했지만 멧이나 워커맨드 등은 바로 그것을 알아보고 붙잡는다.
차르릉!
“큭…… 운명력이.”
현실에서도 드랍템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요새 들어서는 쓰레기 같은 드랍템도 예전처럼 헐값은 아니다.
소환학파와 연금학파의 마법사들이 드랍 아이템을 제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도…… 소모되는 운명력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금액으로 치환된다.
300만 원, 500만 원, 1,000만, 2,000만, 3,000만…….
“멈춘다!”
“모두 붙잡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초월자들이 운명의 사슬을 붙잡자 운명력의 소모가 삽시간에 가속된다.
5,000만, 1억, 1억 500만!
“이런……!”
절로 욕이 나오지만 사슬을 몇 줄 더 뽑아 모든 초월자를 붙잡는다.
우우웅–!
허공에 떠 있던 남궁일검의 몸이 거세게 흔들리고 초월자들을 빨아들이는 인력이 더더욱 강해진다.
3억, 5억, 7억!
‘제길! 그냥 원인을 끊어 내야 하나.’
힘들게 쌓아 둔 운명력이 속절없이 날아간다. 그걸 채우기 위한 돈 문제야 둘째치더라도 이게 과연 이대로 버텨서 해결될 문제인가?
‘아니야. 그렇게 만만할 리 없다!’
차르릉!
나는 즉시 사슬을 더 뽑아 낸 후 외쳤다.
“아르데니아든 레드후크든 하여튼 여기서 빠져!”
느닷없는 말이었지만 다행히 초월자들은 금세 그것을 받아들였다.
“네, 폐하! 조심하십시오!”
“클래스 받으러 왔다 무슨……!”
초월자들이 사슬을 타고 내면세계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나는 내면세계를 제어하여 남궁일검을 중심으로 아르데니아를 왼쪽, 레드후크 영지를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어차피 내 내면세계라 마음대로지만 남궁일검을 중심으로 한 흡입력 때문에 너무 가까이 당겨 올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운명력이 계속 소모된다. 그것도 그냥 소모되는 정도도 아니고 그 속도가 미친 듯 가속되고 있다!
10억, 20억, 50억, 100억……!
120억, 250억, 670억……!
“아, 지랄……!”
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순간!
“물러난다!”
“으아! 이게 무슨 일이야!”
“진입!”
초월자들이 새하얀 형태의 게임 세계로 진입한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내 도움이 없어도 가능한 일.
나는 그들 전부가 그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자마자 운명의 사슬을 흩어 버렸다.
파앙!
허공에 떠 있던 남궁일검의 몸에서 충격파가 터지더니 그대로 추락한다.
녀석의 가슴팍에서 쏘아진 검황 카드가 수리검처럼 튕겨나간다.
팟!
날아든 카드를 잡아채고 추락하던 남궁일검 또한 근력으로 받아 낸다.
“……끝인가?”
잠시 상황을 살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다. 다행히 뭔가 더 크게 꼬이는 대신 황제 클래스를 만드는 데 실패하는 정도로 끝난 모양이다.
“역시 안 되나…… 하기야 그녀 스스로도 만들기 힘든 게 황제 클래스였지.”
마구 찍어 내는 하급 초월자와 달리 현실에 나와 있는 황제 클래스는 몇 되지 않는다. 기껏 해야 우주천마와 복수의 여신 정도.
불완전하게 소환되었던 공허의 포식자 녹스는 등장조차 하지 않는 상황.
“……대체?”
그때 남궁일검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뜬다.
“상태는 어떻지?”
클래스 카드가 튕겨 나온 걸 보니 전승에 실패한 모양.
남궁일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실패…… 한 모양이구려. 꿈을 꾼 듯 이런저런 기억이 남아 있지만 크게 달리진 건 없소.”
“아쉽네. 황제 클래스 한 명 생기나 싶었는데.”
물론 검황이 생기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보통의 초월자들과도 격을 달리하는 힘.
인류제국의 판도에 격변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나 역시 방심하지 않고 긴장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수할 만한 일이었는데.’
혹시나 대박이 뜨지 않을까 했는데 아쉬운 일이다.
팟! 팟!
그때 아르데니아와 레드후크로 피신했던 초월자들이 돌아온다.
“남궁 아재! 괜찮아요?”
“괜찮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남궁 아재 주위로 우리 전부가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우리 잡아먹고 황제 되려던 듯. 이거 폐하가 말해 줬던 거 아니야? 하급 800명 흡수해서 만든다던…….”
“이렇게 난데없이 위험할 줄은 몰랐군.”
내면세계에서 얼굴 보고 지낸 기간이 길어져서인지 제법 친해진 초월자들이 속닥대는 모습을 보며 쓰린 가슴을 달랜다.
‘그래. 사고 안 났으면 다행이지.’
그러나 얻은 것 없이 운명력만 왕창 날아간 것도 사실.
나는 운명 선택을 확인했다. 사슬을 뿜어낸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그럼에도 날아간 운명력은 자산으로 치환했을 때 1,300억 원에 달한다.
“아, 제길…….”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지금에 와서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이만큼을 다시 돈 주고 사라면 억울할 것 같다.
“리전한테 임무 받아서 내가 직접 파밍해야겠다.”
더불어 리전이 내게 주는 보상은 내가 녀석들에게 이것저것 사서 세탁한 돈일 것이다.
‘주식 배당금이 나와서 과금력도 못 되는 돈이 수백 조나 쌓였어.’
주식회사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주는 회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회사가 있는데 네메시스 소프트는 그중 후자였다.
말하자면 성장주.
네메시스 소프트는 게임에서 돈을 벌어도 그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을 주는 대신 미래 동력에 투자했다. 실제로 사랑은 네메시스 소프트에서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을 개발에 투자했으니 꿀릴 게 없던 상황.
그러나 리벤지는 너무나 심하게 성공했고.
회사의 이익도 도를 넘어 버렸다.
재투자도 정도가 있지 단기간에 국가 예산을 넘어가는 돈을 다 쓰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물론 그럼에도 배사랑은 배당금 지급을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한국 정부가 움직이며 어쩔 수 없이 배당금을 지급하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최대 수혜자는 네메시스 소프트의 주식 30%를 들고 있는 나다.
‘문제는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거지.’
과금력의 [업]이 작동하는 방식은 돈의 흐름.
그 결과 리벤지의 돈으로 과금하면 과금력이 쌓이지 않는다. 그냥 날리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다른 곳에 써야 한다는 말이다.
화가 나는 건 돈을 과금 아닌 곳에 쓰며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이렇게 많이 벌면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려면 번 돈의 99%는 과금해야 하니까…….”
속 모르는 뉴스 등에서는 주식 배당금으로 내가 떼돈을 벌었다 어쨌다 하는데 과금도 못할 돈이 많아 봐야 뭘 하겠는가?
굳이 사용처가 있다면……
‘네메시스 주식 풀린 거 있으면 비싸게라도 사던가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초월자들을 부른다.
“자! 황제는 꽝이지만 그래도 클래스 카드는 분배한다! 남궁일검. 겪어서 알겠지만 검황은 못 주겠다.”
“아쉽게 되었구려…… 그렇다면 타나토스로 선택하겠소.”
“암살자를 하겠다고?”
“전에 주신 스텟과 보정들을 봤는데…… 검황을 빼면 내가 할 만한 직업이 그것뿐이더구려. 맞는 건 지양하는 편이라 불가살이도 애매하고. 뭔가 복잡해 보이는 스페이스 나이트도 애매하고.”
“그럼, 뭐.”
나는 클래스 카드들을 분배했다.
남궁일검은 암살자 클래스의 정점, 타나토스.
스틸스톤은 당연히 탱커 클래스의 불가살이를 선택했다.
“으아아……! 이게…… 검황! 맹주 당신 미래 엄청난데?”
“맹주 아닐세.”
남궁일검은 검황 클래스를 얻고 방방 뜨는 헤이즈를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신의 미래인데 자신이 고를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낙심한 듯하다.
대천사는 아르데니아에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던 하모니가 받았다.
헌드레드는 뜻밖에도 궁황을 골랐다.
“왜지? 장기는 검일 텐데.”
“물론 그렇습니다만…… 사실 제 재주는 초월지경에 오를 수준이 못 됩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폐하의 덕이죠.”
그것은 사실이다. 에드워드나 레드 같은 [확정 신화]는 물론이고 헤이즈나 스틸스톤 같은 천재와 달리 그는 빼어난 수재 그 이상도 아니었으니까.
내가 [시점]으로 동화하고, 운명 선택으로 [깨달음]의 확률을 조작하고, 초월 인자를 먹이고, 거기에 심검으로 스트레스를 제어까지 해 만들어 낸 결과.
“그렇다면?”
“그럼에도 제가 역할을 맡을 수 있으려면 후방 지원이 제격이겠지요.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주로 공성전을 하다 보니 검보다 활을 잡을 일이 많았으니.”
에드워드는 스페이스 나이트를 골랐다.
“기계인데 잘 다를 수 있겠어?”
“대부분 자동이죠. 게다가 제가 현실에서 하양이 몸으로 사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세계수 두 장은 따로 빼 두었다. 방어적인 데다 서포터 능력이 많아서 황후인 플라워와 재상인 지성에게 줄 생각.
문제는 마왕이다.
“당연히 나부터지? 나 전룡단이야.”
“응. 장비빨. 죽을 때 전용 초월병기 드래고니아에서 다 회수했죠?”
“그래도 내가 제일 세잖아!”
“저기. 특성을 보니까 저희 설룡족하고 딱 맞는 것 같은데…….”
“다 꺼져! 역시 마왕에는 최강의 용인 쉐도우 드래곤! 나 워커맨드가 제격이지!”
“잠깐만요! 용들 사이에서 싸움 나면 안 되니까 여기에서는 유일한 인간 대마법사인 제게 양보하는 게 어떨까요?”
모든 용족은 물론이고 마탑의 탑주가 된 레드까지 아우성이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닌 것이 마법사라면 마왕 특성에 눈이 안 뒤집힐 수가 없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아싸!”
“으악! 말도 안 돼! 지금 누가 주문 썼어!”
“아닌데? 실력인데?”
“가위바위보가 뭔 실력이야! 무슨 주문인지 밝혀!”
잠시 시끄러웠지만 최종적으로 레드 드래곤 멧과 설룡족 예설환이 차지했다.
워커맨드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황제야, 클래스 고르면 다른 건 안 줄 거지?”
“당연. 황제 클래스 카드는 누굴 줘도 엄청난 전력 상승인데. 한 명한테 두 개 이상을 줄 수는 없지.”
“아…….”
잠시 안타까워하던 워커맨드가 말한다.
“그럼 나는 마왕 구하면 줘…….”
“저도.”
“부탁드립니다.”
결국 드래곤들이 클래스 선택을 포기하는 모습에 생각한다.
‘그냥 마왕 하나 더 뽑은 다음에 복구 신청으로 마왕을 늘려야겠다.’
복구 신청으로 얻은 아이템은 과금력을 그대로 날려 버리지만, 그들이 괜히 저러는 게 아니다.
대마법사라면 당연히 마왕 클래스가 제격일 것이다.
[권능 스텟 개방, 근력] [권능 스텟 개방, 민첩] [권능 스텟 개방, 체력] [대상 : 헤이즈 스타라이트.] [권능 스텟 개방, 민첩] [권능 스텟 개방, 체력] [권능 스텟 개방, 항마력] [대상 : 남궁일검.] [권능 스텟 개방, 생명력] [권능 스텟 개방, 체력] [권능 스텟 개방, 항마력] [대상 : 스틸스톤.] [권능 스텟…… ]아르데니아로 돌아오자마자 전체 공지가 미친 듯이 떠오른다. 황제 클래스를 얻은 녀석들이 신나서 스텟을 찍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들 얼마나 강해질지 기대가 되는군.’
나는 초월자가 되지 못했을 때 초월자인 마검왕을 죽였다. 그건 마법소녀 보람을 비롯한 사람들의 도움과 로그인&로그아웃의 힘이지만.
클래스의 힘도 당연히 있다.
‘초월자가 아닌데 스킬로 검강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황제 클래스들을 얻은 순간…… 초월자들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그들 하나하나가 황제 클래스를 상대로 10분 이상 버티는 게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제일 강해지는 건 나지.”
그래. 그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나는 구황의 클래스를 필요할 때마다 골라 쓸 수 있다.
★☆전직 완료☆★
올 마스터 => 불가살이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든다. 권능의 영역에 들어섰던 다수의 스텟. 그러니까 마나, 마나력, 운 스텟 등의 권능이 사라지는 감각.
어쩔 수 없다.
나는 [업적]을 세웠지만 그건 999스텟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니까. 다시 올마스터 클래스를 장착하기 전까지 해당 권능은 봉인.
대신 그 리스크만큼의 보상이 있다.
체력 : 1,099.
“좋아.”
생각 그대로의 결과에 피식 웃는다.
“텔레포트.”
다시 열심히 일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