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56
열일하는 과금 기사 355화
* * *
“나 점심 때 올라와서 밥 먹을 거니까 어디 가지 말고 있어! 너 공동 대표에 대주주니까 이사회에도 참가해야 해!”
아침이 되자 후다닥 옷을 챙겨 입은 사랑이 침실을 나선다.
아직도 하루에 만 단위로 신규 유저가 가입하고 온갖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온갖 기업과 제휴를 진행 중인 네메시스 소프트의 대표.
세상 그 누구보다 바쁜 몸이니 밤새 나와 보낸 것만 해도 상당한 무리인 게 당연했다. 날이 밝았으니 다시 바쁘게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것이다.
‘뭐. 그렇게 치면 나도 만만치 않게 바쁘긴 하지만.’
쉬는 시간을 지구에서 갖는 건 분명 좋지만, 효율이 너무나 안 좋다.
얼마나 쉬든 상관없는 아르데니아와 달리 지구에서 하루 쉬면 미궁에서는 1,000일이 지나 버리기 때문이다.
‘뭐. 칸 녀석 컨디션도 좋아졌고 응룡도 들어온다니 며칠 정도는 버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알고 있었지만.]보통의 스마트 펫이 그러하듯 지금껏 의사 표시를 전혀 하지 않던 에드워드가 입을 연다.
커다란 백호는 사랑이 나간 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좀 충격이군요.]난데없는 말이었지만 짐작 가는 바가 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답했다.
“그녀에게 창조주라는 인식은 없어. 단지 창작물을 만들었을 뿐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다만…… 그래도 제 미래를. 그것도 그걸 써 내려간 입장을 듣게 되니 참.]사랑은 밤새 리벤지에 대해 떠들었고 당연히 거기에는 구황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구황의 탄생, 살아온 궤적, 심지어는 죽음까지.
구황이 가진 능력, 그렇게 설정한 이유, 캐릭터 구성 중 벌어진 해프닝, 밸런스 조절의 난감함.
나는 사랑의 말을 떠올렸다.
“대천사랑 마왕은 검마왕 크로노스를 모티브로 만들었어.”
“그냥 쌩 천족이랑 마족으로 하면 재미도 없잖아? 인간이 천계랑 마계로 가서 바득바득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게 더 드라마지.”
“아. 다만 실제 대천사나 마왕보다는 약하다는 설정이야. 천신과 마신에게 받는 [절대 권능]은 엄밀하게 말해서 본인의 힘을 아니라서 클래스에 딸려 나오지 않거든.”
황제 클래스, 대천사는 아르데니아가 멸망한 후 천신에게 거두어진 홀리 로드(신화) 버전 에드워드가 자신을 경멸하는 천족들 사이에서 천 년을 발버둥 쳐 도달한 경지다.
[폐하.]문득 에드워드가 내 앞에 선다. 뭔가를 각오한 분위기.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아직 아무 말씀도 안 드렸습니다만…….]“대천사 클래스를 받고 싶다는 거 아냐?”
[…….]똑같은 클래스 카드를 받으면 똑같은 효과를 받는다.
아르데니아에서는 진리와도 같은 사실이지만 간혹 다른 효과를 보는 이들이 있다.
‘클래스 카드의 원본이 되는 이들.’
평범한 익스퍼트였던 헤이즈는 영웅급 클래스 카드. 듀얼리스트를 얻어 단번에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이처럼 클래스 카드의 원본이 되는 이들은 클래스 카드를 얻는 것만으로 해당 클래스의 [경험]을 전승하며 해당 스킬의 경지와 모든 스킬을 자동으로 획득하게 된다.
‘이 사실 자체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러나 에드워드의 경우 당연히 알고 있다. 녀석의 친누나인 하모니가 그랜드 엔젤 카드를 얻어 초월경에 오른 데다, 검신 클래스의 원본인 무림맹주 남궁일검과도 친한 사이이기 때문.
나는 고개를 흔들고 설명했다.
“더 강한 미래에 잡아먹히게 될 위험이 너무 커. 잘 풀린 케이스지만…… 남궁일검 녀석도 사실 그런 상태지.”
남궁일검은 나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녀석이다.
명 제국이 멸망했을 때 헌원창 황제와 함께 대륙을 통일하고자 했던 야망가가 나란 이레귤러를 만나 패망했으니까.
내 압도적인 힘과 세력 때문에 감히 그 뜻을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녀석의 내부에는 틀림없이 원망과 증오가 있었다.
그러나…… 검신 클래스를 얻은 후.
그 기색은 완전히 사라졌다.
‘말하자면 좋은 변화지만…… 결국 자아가 먹힌 거야. 하기야 완성자가 초월자와 합쳐지면 당연히 초월자가 주(主)가 되겠지.’
[하지만 제가 대천사가 된다면 당장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를 전혀 안 쓰시지 않습니까?]에드워드의 말대로 나는 내 안의 초월자들. 그러니까 심인(心人)들을 미궁에서 꺼내지 않았다.
물론 꺼내면 도움이야 될 것이다. 나는 심인을 발동시킬 뿐 코스트는 각자가 감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초월자가 수백이나 있는 전장. 내가 불리한 것도 아닌데 굳이 심인을 선보일 이유가 없다.
“하모니한테 혼날 소리 말고 수련이나 더 해. 그렇게 도움이 되고 싶으면 직접 황제 클래스에 오르면 된다.”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은데…….]그답지 않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에드워드를 무시한 채 디스플레이를 조작한다.
삑!
뉴스 채널을 켜 검색어를 입력, 관련 뉴스를 찾아낸다.
[미궁 탐험으로 인한 사망자가 어제부로 2,194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정부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탐험가 활동을 지양하라는 권고를 내놓았지만-] [미궁 탐험가 쿠슈너 씨는 지난달 37살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나이는 52살입니다.]몽환의 미궁은 34지구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편리하게 사용하던 공간 이동 대부분이 못 쓰게 되었고 사망 원인 중 60%가 자살이던 34지구에 사고사가 대폭 늘어났다.
몽환의 미궁은 공간 이동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꼭 그런 방식으로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식으로만 들어올 수 있었다면 탐험가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적겠지. 하위 문명에서는 거의 들어오는 녀석들이 없을 테고.’
공간 이동도 안 하고 총 5차에 걸친 공지를 무시하면 결국 강제적인 진입이 시작된다.
방법은 뻔하다. 애초에 몽환계가 어떤 곳인가?
그곳은 꿈의 세계.
수면은 사실 가장 자연스러운 진입 방식이다.
뉴스를 계속 보자 영상 하나가 재생된다.
[퇴근 후 푹 잠을 자려던 김 양. 평소처럼 토끼 잠옷을 입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눈을 떴을 때 깨어난 장소는 편안한 방이 아닌 미궁이었습니다.]침대에 누워 있던 토끼 잠옷의 여성이 느닷없이 사라진다. 그녀의 옆에서 자고 있던 스마트 펫이 벌떡 일어나 경보를 울리자 그녀의 가족들이 달려왔지만, 이미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딸을 찾을 수는 없다.
다행히 5분 후 여성은 돌아왔다. 토끼 잠옷은 온데간데없고 가죽 갑옷과 강철 지팡이를 든 모습의 그녀는 침대를 서성이던 부모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현실에서는 고작 5분 남짓의 시간이 몽환의 미궁에서는 약 83시간.
평범한 일반인의 온화한 삶이 완전히 뒤흔들리기 충분한 시간이다.
그나마 모든 이가 그녀처럼 무사히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죽는 이들도 무수히 나오고 있으니까.
“자다가 끌려가기 싫으면 차라리 자진해서 들어가는 게 낫다는 거군. 전 우주 모든 지성체가 동원되는 방어선이라는 건가.”
뉴스에서는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사실 34지구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아니, 그 정도를 넘어 피해가 거의 없는 케이스 아닌가?’
1층의 몬스터는 대체로 최하급 몬스터. 전 인류가 영능을 익히고 있는 34지구 사람에게는 너무나 하찮은 적이다.
하지만 다른 문명은 어떨까?
하물며 하위 문명은?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을 거야. 평화로운 삶을 살아온 존재가 영능마저 익히지 못하면…… 고작 고블린 따위에게도 죽을 수 있다.’
매일매일 수백, 수천만, 아니 어쩌면 수십 억 단위의 사람이 미궁에서 죽어 나가고 있을지도 모를 상황.
그러나 그 사실로 신계를 원망할 수는 없다.
몽환의 미궁은 틀림없이 세상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몬스터 소리를 듣는 빈도가 확연하게 줄어들었어. 특히 미궁 탄생 후에는 우주 문명이 멸망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다.’
사실 여기에는 내 공도 있다. 꽤 오랜 시간 20층에 터를 잡고 올라오는 몬스터를 다 쳐 죽이고 있으니까.
이미 대우주에 나와 있는 몬스터도 절대 적지 않지만…… 그 숫자가 줄기만 할 뿐 충당이 되지 않으니 기세가 팍 꺾였다.
‘다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막을 수는 없겠지.’
온 우주에 쏟아지는 몬스터를 몰아넣은 만큼…… 미궁을 오르는 몬스터는 너무나 많다.
무려 1,000배의 시간 증폭이 걸려 있음에도 20층에서 쉴 시간이 거의 없다. 시간 배율이 걸려 있는 미궁은 그 안에 있는 자들에게 부하를 주니 탐험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밀려 초월급 몬스터를 대우주로 내야 하는 순간이 오겠지.
“문제는 칸 녀석이 20층에 산란소를 지어 버렸다는 건가…… 내가 20층에 있고 용들을 모으기 쉽다는 건 이해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단 말이지.”
툭 끼어드는 에드워드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 좀. 기껏 무공 가르쳐 놨더니 대천사는 무슨 대천사야.”
[후후. 제가 폐하의 수제자이긴 하죠.]“그래, 수제자 씨. 괜히 자아 날리지 말고 다른 직업 골라.”
전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산란소를 지킬 강력한 전력.
[황제급 스펙]을 가지고 있는 다수의 초월자라면, 충분히 그만한 전력이 될 수 있고, 그 방식은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그저 돈이 많이 들 뿐.’
그리고 지금 내게 가장 많은 게 돈이다.
“로그인.”
그냥 내면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먼저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똑같은 내면세계라도 내가 로그인 했냐 아니냐에 따라 기준이 되는 시간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드를 꺼내야지.”
우우웅……!
황제급 클래스 카드, [검황]을 뽑는다. 검신 다음이 검황이라는 사실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는 하위 문명에서 우주 문명으로 넘어가는 세계관의 확장이다.
‘우주 문명에서 누군가 검신으로 불린다면……. 오히려 만인의 비웃음을 살 일이지.’
동네에서 깡패 몇 눕히고 내가 세계 최강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물안 개구리 취급당하기 딱 좋다는 말.
대우주에서 검신으로 불리려면 상급 초월, 혹은 최상급 초월의 경지에 이르러 정말로 검의 [신]이 되어야 한다.
“황제 카드!”
“드디어 왔군…….”
내가 내면세계에 구현한 거주 구역에서 초월자들이 모여든다.
“마왕! 나 마왕 줘! 그거 효과 미쳐 돌아가던데!”
쉐도우 드래곤. 워커맨드가 흥분해 소리친다.
“역시 마왕이 인기가 많나?”
“아무래도 그렇지. 우리 용족은 대부분 마법사니.”
쉐도우 드래곤 워커맨드와 천지룡에서 구출한 설룡족 예설환. 청룡족 한우리, 금룡족 금일 모두가 마법사다. 심지어 육체 능력을 중시하는 투룡족 패천과 초능력을 초월시킨 레드 드래곤 멧조차도 대마법사.
드래곤 하트, 혹은 여의주를 가지고 있는 용족은 그 태생부터가 술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면 마왕은 두 장뿐인데……. 너 그림자용이기도 하니 타나토스 안 할래? 나 암살자 필요한데.”
“싫어! 마왕 할 거다!”
사실 더 뽑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9개의 황제 클래스 중 마법사용 클래스는 하나뿐이니 비율이 기우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그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먼저 고르지.”
“결국 가위바위보인가!”
“좋아. 내가 먼저……!”
용족들이 흥분하고 있을 때였다.
“폐하.”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남궁일검이 손을 든다.
“…….”
“…….”
순간 용들이 조용해진다. 나 역시 눈을 가늘게 뜨며 남궁일검을 바라보았다.
우묵하게 가라앉아 있는 녀석의 눈이 내 손 위에 있는 클래스 카드를 바라보고 있다.
“남궁일검. 자아를 먹힐 거다.”
“짐작하고 있소. 실제로 지금의 나 역시…… 엄밀하게 말해 자아를 먹힌 결과라고 할 수 있으니까. 내 입장에서야 과거로 돌아왔다는 느낌이지만 무림맹주 남궁일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고.”
그러나 그런 위험이 있음에도 남궁일검의 눈은 황제 카드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부탁드리오. 사실 궁금하기도 하오. 내게 어떤 미래가 있고. 과연 어떤 미래가 있어야 황제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지.”
“그렇게 된다면 자아를 먹혀도 상관없다고?”
“당연히 상관없소. 어차피 칼끝에서 사는 인생.”
형형한 눈으로 검신, 남궁일검이 나를 본다.
“게다가 나는 에드워드와 경우가 다르지 않겠소?”
많은 것이 축약된 말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검신 남궁일검은 물론 중요한 인재지만…… 타고난 재능 자체는 에드워드에 비교될 바가 못 되기 때문이다.
사랑이 설명해 준 설정도 노력해서 황제에 올랐다기보다 기연의 결과니 수천 년을 수련해도 황제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의 정서적 교류가 적지.’
잔인한 이야기지만 자아가 먹혀 덤벼든다면 부담 없이 죽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 언젠가 실험해 볼 문제야. 성공하면 상상 이상의 성과가 날 테고.’
슥.
나는 순순히 검황 카드를 앞으로 내밀었다. 용족들이 깜짝 놀란다.
“아니, 진짜로?”
“이렇게 갑자기 황제로 가 버린다고?”
“이건 또 뜻밖의 전개군…….”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고맙소.”
피식 웃은 남궁일검이 카드를 잡고.
번쩍!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