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66
열일하는 과금 기사 365화
“아, 네. 운이 좋았고 아주…… 아주 많은 일이 있었죠.”
뭔가 많이 바뀐 느낌으로.
황제, 금낭이 웃었다.
“……아니.”
순간 말문이 막혔을 정도로 뜬금없는 전개였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 될 것도 없다.
‘고유한 세계를 가진 건 나뿐인 게 아니니까.’
12명의 [사도] 중 살아남은 셋.
나와 멀린, 그리고 금낭은 모두 자신의 소우주를 품고 있다.
고유한 시간선을 가진 완전에 가까운 세계.
사람들은 시간 배율 1,000배인 몽환의 미궁을 보며 과연 신의 권능이라며 놀라워하지만 내면세계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그것과도 차원이 다르다. 현실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무한히 흘러가는 시간은 바깥에서의 찰나가 안에서는 영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가능하지.’
막말로 로그인해 수백 수천 년간 수련만 할 수도 있다.
물론 단순히 시간을 많이 쏟아 붓는다고 경지가 끝없이 오른다는 건 그저 망상에 불과할 일이지만 대우주에서도 고작 12명 내에 뽑힐 정도로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존재들이, 스스로가 주인공인 세상에서 무한정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또 모를 일이다.
여러 변수가 있다곤 해도 나 역시 황제 클래스에 오른 상황이 아니던가?
“하하. 황당하죠? 다시 말하지만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일이 있었고?”
“아주아주…… 이렇게 되어야만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할 수 있죠.”
쓰게 웃는 금낭의 몸에서는 패도(覇道)적인 기운이 뿜어지고 있다. 주변에 있던 탐험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무슨…… 황제 클래스?”
“저거 누구야? 색황이라기에는 평범하게 생겼고. 올 마스터와도 인상착의가 다른데.”
“무황도 아냐. 초월종도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새로운 황제라고?”
모두가 얼이 빠져 금낭을 바라본다. 그만큼 터무니없는 일.
나는 말했다.
“흠…… 일단 여기 정리부터 하지.”
“그러죠.”
암흑검을 들자 금낭 역시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대검을 든다.
“그 무기…… 초월 병기인가?”
“진본은 아니고 구현물입니다. 미스텔테인(Mysteltainn)이죠.”
대검을 휘릭 돌리는 금낭의 말에 황당해한다.
“검황이 쓰는 무기잖아? 아니, 그러고 보니 너.”
나는 이제야 금낭의 몸 주변에 어떤 모습이 [씌워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식하고 보니 그것은 늘씬한 몸매에 길쭉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미녀의 모습이다.
“네. 챔피언 로딩(Champion loading)입니다.”
후웅!
대검에 검강이 맺히더니 이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찌릿!
그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위기감이 몰려 온다. 그건 그냥 검강이 아니다.
검강이 닿는 부분에서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다!
“……그건.”
“검황의 성명절기인 시공괴리(時空乖離)입니다. 궁극기인 무한시공참(無限時空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죠.”
말하자면 심검이나 이기어검 없이 강기를 특화시킨 케이스다. 짐작이지만 검황은 심검이나 이기어검을 아예 쓸 수 없거나, 쓸 수 있더라도 구색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건 또 신기하군.’
그러나 돌아보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리벤지의 능력을 근간으로 하듯 금낭은 블레이드&매직의 능력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근간으로 하는 게임이 다르면.
능력의 활용 방식도 당연히 다르기 마련이다.
콰광!
나는 암흑검을 든 채 정면으로 밀고 들어갔다. 틈을 노리는 날렵한 초월자들은 내 뒤를 따르는 다섯의 분신들이 쏟아 내는 심검의 연격에 돈좌 당한다.
퍼버버벅!
금낭은 주변을 맴돌며 마치 돌려깎기를 하듯 몬스터들을 정리했다. 20층의 바깥쪽을 돌다가 중심부에서 싸우는 탐험가들이 힘들어 보인다 싶으면 잠시 들어와 도와주고는 다시금 바깥쪽으로 나가 정리하는 식.
그 덕분에 문에서 일부 문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몬스터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바깥쪽, 그러니까 문 쪽을 집중 마크하는 금낭의 활약 덕분이었다.
“와, 맙소사…….”
“무지막지하군…… 이 정도면 우리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탐험가들의 말대로 수백의 몬스터 군단이 나와 금낭이 휘두르는 검격에 바람 앞의 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우주 천마와 복수의 여신이 있을 때라면 몰라.’
고작수백의 몬스터로 자연경의 고수 둘을 막을 수는 없다.
퍼엉!
마침내 마지막 몬스터까지 쓰러진다.
“……88분 남았습니다. 치료하실 분은 없는 것 같지만요.”
“허허. 초월자 수백 명이 10분 만에 다 죽다니.”
“하. 뭐 덕분에 쉴 시간이 많아진 건 좋군.”
“토큰도 꽤 벌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위대한 황제 나으리들 옆에 바짝 붙어 친구들 부활이나 시켜야지.”
“와. 자네 망령을 다섯이나 이끌고 다니나? 아니 초월급 망자 다섯이라니 대체 특성이 뭐야?”
“비밀이지, 새끼야.”
초월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시작한다.
본래의 운명이라면 우주라는 무한한 장벽에 가로막혀 만날 가능성조차 없던 온갖 문명. 온갖 종족의 초월자들이 몽환의 미궁이라는 통합의 공간 안에서 경쟁자, 동료, 친구가 된다.
팟!
전투가 끝나자 금낭의 몸을 흐르던 기운이 씻은 듯 사라진다.
“……어?”
“뭐지?”
당황하는 탐험가들만큼 나 역시 놀랐다.
“너, 기운이?”
놀라는 나를 보며 금낭이 어깨를 으쓱인다.
“신기하죠? 폐급 마나 적성을 발전시켰어요.”
“폐급 마나 적성을…… 발전시켜?”
선택받은 12명의 사도는 [그녀]의 권능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폐급 마나 적성이라는 페널티를 안게 되었다.
이는 사도를 죽이기 위한 함정이라기보다 내면세계를 만드는 부작용에 가깝다. 대상의 영혼이 [그]가 만든 세계에서 유리(遊離)되어 발생한 현상.
‘그래서 나도 예전에 모든 정신계 능력에 면역이었지.’
무식한 귀신이 부적을 몰라보는 법.
현실의 마나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내게 현실의 영능 또한 간섭할 수 없다.
물론 그게 영능에 무적이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그랬으면 폐급 마나 적성이 아니라 그 자체로 능력이지.’
영혼이 현실과 유리된 것일 뿐 육체는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으로, 그렇기에 이미 대마법사이던 멀린은 폐급 마나 적성을 얻자마자 스스로를 수술해 그것을 치료했고 나 역시 방송 중 공훈을 세워 대통령 표창을 받을 때 적성 개변 시술권을 선택. 차원 송곳 심장(Dimensional awl heart)을 부여받음으로써 폐급 마나적성을 극복했다.
그런데 금낭은 폐급 마나 적성을 극복하는 대신 오히려 발전시킨 것이다.
“네. 영혼뿐 아니라 육신조차 현실과 유리되어 있지요.”
“말하자면……. 마나 무시 능력이군.”
“네, 대신 현대 병기에는 당한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재수 없으면 총에도 다친다니까요?”
나는 약점이라면 약점일 수 있는 정보를 거리낌 없이 공개하는 녀석의 모습에 헛웃음 지었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권능무력체랑 비슷하네.”
“권능무력체요?”
그의 물음에 나는 내 스텟과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으로 활용 가능한 치트성 업적. 기본 권능과 그 모든 것을 달성하면 이뤄지는 절대 권능, 권능무력체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금낭이 반색한다.
“오! 일단 권능을 얻어 두면 게임 능력이 사라져도 스텟이 상승한단 말이에요?”
“그래. 뭐 어차피 나야 싸울 때에는 클래스를 끼고 있어서 자체 역량하고 비장의 한 수를 강화하는 효과밖에 없지만.”
“저는 다르겠군요…….”
“그래. 800스텟, 아니 700스텟만 되어도 현대 병기에 상처입기 어렵지.”
“오오…… 완전 꿀팁이네요.”
우리는 태연하게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변에 있는 초월자급 탐험가들은 감히 다가오지 못한다.
딱히 내가 그들을 갈구거나 겁박하지 않아도 내 힘을 충분히 경험한 초월자들이 알아서 조심한다.
반면 나와 동급의 존재가 된 금낭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떠들었다.
“로딩할 수 있는 황제 클래스요? 일단 검황이랑 마도황녀만 얻어 뒀어요. 색황은 조건이 너무 발칙해서 얻을지 말지 고민 중이고…… 아! 올 마스터는 지금 도전 중이에요.”
“무황은 없어?”
“아, 레이그란츠요? 그분은 조건은 까다로우면서 컨셉이 검황님이랑 너무 겹쳐서…….”
하하 웃는 금낭을 보며 생각한다.
‘와. 진짜 전혀 안 느껴지네.’
바로 앞에 있음에도 기감에 전혀 걸리지 않는다. 물리적인 감각으로는 인식되니 무슨 투명 인간 같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기감이나 권능으로 상대를 인식하는 존재에게는 그야말로 쥐약이라 할 수 있다.
‘두 황제를 조진 것도 이 방식이구먼. 계단으로 올라와서 바로 뒤로 접근했는데 두 녀석 다 파악을 못한 거야.’
이는 수련에 따라 나도 활용 가능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차원 송곳 심장은 심장을 멈추게 하면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다만 발동시키면 마나를 전혀 못 쓰잖아? 권능무력체 하위 호완 같기도 하고. 아니, 마나는 못 써도 클래스는 살아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좋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스스슥.
허공에서 수십 명의 탐험가들이 나타난다. 새로 들어온 인원은 고작 10명!
아까였다면 위기를 느낄 만한 문제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황제 클래스가 둘이나 있기 때문이다.
“웃차. 처리하고 올까?”
“이번에는 마도황녀를 보여 드릴게요!”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두 마리의 황제 클래스가 포함된 몬스터 군단을 밀어 버리고, 다시 밀어 버리고, 또 밀어 버린다.
금낭이 옆에 붙자 전투가 너무나 수월해져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와. 너무 좋은데? 너 여기서 살래?”
“안 될 건 없긴 하죠.”
솔직히 말해 응룡이나 칸하고 싸울 때보다 훨씬 좋다. 레벨로 치자면 금낭의 전투력은 30대 초중반으로 두 용들에 비해 뒤처지지만……
전투 지속력의 차원이 다르다.
“후우.”
또 한 번의 웨이브가 끝나고 금낭이 깊이 한숨 쉰다.
그리고.
팟!
감기던 눈이 떠진다. 흐릿하던 눈동자가 또렷해진다.
“쉬고 왔네.”
“앗. 느껴지시나요?”
“그래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못 봐서 몰랐는데 이런 느낌이었구나.”
내가 그랬듯 금낭 역시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을 가지고 있다.
피곤하면 쉬고 돌아올 수 있으니 시간 낭비를 감수한다면 1년이고 10년이고 싸울 수 있다.
“뭐, 그렇다고 계속 쉬고 올 수는 없어요. 요새 엘더리움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엘더리움이라면 블레이드&매직의 대륙 이름.
짜증이 가득한 그의 말에 묻는다.
“내면세계가 위험하다고?”
“제가 왜 황제가 되었겠어요?”
“……하긴. 뭔가 문제가 있으니 그렇겠군.”
삶에 문제가 없다면 황제 클래스가 될 수 있을 리 없다. 황제 클래스란 그냥 무난히 수련해서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기 때문.
금낭이 말했다.
“황제급 몬스터가 계속 쳐들어와요…… 하. 대체 몇 천만 명이 죽은 건지.”
“아.”
그의 말에 상황을 파악한다.
“너희 쪽도 그랬군.”
“형님도 그런 모양이네요. 어떻게 방어하세요? 이 미친놈들이 목숨 아까운 줄 몰라서 죽겠어요! 대륙이 거의 황폐화가 되었다니까요? 도시 하나 간신히 지킬 정도니 원!”
한탄하는 녀석에게 답한다.
“나는 요새 안 쳐들어오는데.”
“음? 어째서죠? 죽여도 계속 오는데.”
“아홉 개의 화점에 황제급 성을 지었더니 아예 포기하고 오지도 않더라고.”
내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주자 설명을 다 들은 금낭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와, 완전 개사기 아니에요? 황제급 성이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녀석이 기겁하고 있을 때 새로운 탐험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안에.
“오. 뭐지 사람들이 많네?”
붉은 색의 로브를 입은 사내가 포함되어 있다.
“멀린!”
“멀린 형님!”
나와 금낭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멀린이 태평하게 손을 흔든다.
“와. 여기 시간 1,000배라던데 뭐 들어오자마자 있어? 너희 여기 사니?”
기막혀하는 멀린의 모습에 나야말로 어이가 없다.
“아니, 도대체 뭘 하다 이제 와요? 저는 여기에서 수십 년을 살았거든요!?”
절로 분통이 터진다. 대우주에 황제 클래스가 나 말고도 제법 있다고 알고 있는데 왜 나만 여기에서 수십 년씩 싸워야 한단 말인가?
“몽환의 미궁 열린지 이제 겨우 두 달 조금 넘었을 뿐이잖아? 안 올 수도 있지.”
“아니, 온 우주에서 난리인 미궁이잖아요. 여기서는 거의 200년이 지났거든요? 솔직히 바로 만날 줄 알았는데.”
분통을 터트리는 내 모습에 멀린 역시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이게 뭔. 현실에서 얼마나 바쁜데 여기서 살아? 게임사를 운영해야지 게임사를! 이놈이 게임사 사장 잘 만나서 꿀 빨다 보니 운영 걱정은 아예 안 하는구먼?”
그의 말에 금낭이 말을 얹는다.
“재연 형님은 황제 몬스터도 안 쳐들어온답니다!”
“뭐? 걔네는 또 왜 안 쳐들어와? 나 요새 로그인만 하면 듀얼하느라 정신없는데.”
“그게 뭐냐면…….”
조금 전만 해도 형님형님 하던 금낭이 멀린한테 딱 붙어서 수군거린다.
“황제급 성? 와. 그딴 게 업데이트 가능하다니…… 이거 완전 꿀빨러였네.”
“갓겜을 만나시더니…….”
“엥? 꿀빨러? 갓겜?”
내가 기막혀하거나 말거나. 둘은 바로 편먹고 수군거린다.
“누구는 회사 운영하느라 죽을 맛인데 누구는 그냥 싸움만 하면 되고.”
“부러워요. 저는 다른 문명 회사라서 주식 사기도 힘든데.”
“아. SSR급 게임 대표 개꿀이다 진짜. 사비도 다 털어 게임 개발하는 꿈의 대표…… 나는 몇 명 시키려고 하니 이 미친놈들이 대마법사 주제에 횡령을 쳐 하던데.”
“어? 어엉?”
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둘의 수군거림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