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67
열일하는 과금 기사 366화
“어? 어엉?”
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둘의 수군거림은 끝나지 않는다.
‘아니, 금낭 이 녀석이 불과 몇 분 전에 형님형님하더니 바로 저기 붙다니!’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초기에야 살인적인 과금에 이를 벅벅 갈았지만 지금 와 돌아보면 게임의 덕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건 틀림없이 나일 테니까.
‘하지만 억울한데!?’
리벤지가 돈만 많으면 끝인 게임인 건 인정하지만 애초에 그 돈이 많기가 쉽지 않다!
행운과 인연, 그리고 끝없는 노동이 아니었다면 지금같이 성장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까.
“그나저나.”
굳이 티격태격하는 대신 묻는다.
“금낭 너도 주식 사고 있는 거야?”
“그렇죠. 랭킹력이야 랭킹전만 잘하면 오르지만, 패치와 업데이트를 위한 흥행력은 역시 주식이 있어야 하는지라…… 이제 황제도 되었고 하니 외부 활동을 해서 더 벌어 보려고요.”
“너희 아직 2문명인데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어?”
“인구가 줄어든 데다 이런저런 경로로 풀린 기술이 많아서 슬슬 3문명에 들어갈 것 같아요. 물론 이렇게 미약한 상태로 우주 문명에 돌입하면 이웃 문명에서 침략해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겠지.”
애초에 어떤 미친놈이 감히 황제 클래스가 똬리를 튼 행성에 쳐들어오겠는가?
“흠. 그럼 너 우리 용병청하고 연락 좀 해 봐라. 여기 이 아이디가 천현일이라는 용병청장 건데…….”
대기 시간 동안 앉아 이런저런 정보를 교환한다. [플레이어]라는 강력한 화제는 우리 사이에 이야기가 끊이질 않게 한다.
“에휴…….”
문득 멀린이 한숨 쉰다.
“나도 그 황제급 성? 뭐 그런 권능 지대를 만들어 봐야겠네. 업데이트야 하면 그만인데 흥행력이 문제네…….”
“그래도 다크 스타 정도면 요새 엄청나게 퍼져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아닌 게 아니라 34지구에서도 엄청나게 하고 있다.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카드 게임이 취향이든 아니든 필수 사항이고 방송에서는 듀얼 대회가 열릴 정도.
그러나 멀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쓸모를 추가해 마법사들에게는 반응이 좋지만…… 막상 보통 게이머들한테는 인기가 없어. 이런 CCG(Collectible Card Game)는 어느 문명에건 흔히 있는 게임이라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아…… 나도 리벤지처럼 노동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인기를 늘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없어!”
한탄하는 건 멀린뿐이 아니다.
“블레이드&매직도 지나친 실력 게임이라 고민이에요. 뭐 그나마 훈련용으로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니.”
“그래도 나름 메이저 게임인데.”
“34지구 원툴이잖아요! 기껏 잘 만들고는 외계에 진출도 안 하고!”
“보, 보통 게임이 외계에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지 않긴 하지.”
“애초에 경영진이 너무 방만해서 확장을 안 해요! 배사랑 대표처럼 온갖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대신 공무원처럼 복지부동한다고요!”
플레이어 셋이 모여 남들에게 하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으며 노닥거린다.
물론 그 와중에도 몬스터들은 계속 등장했지만.
[아폴론의 꺼지지 않는 태양.]화악!
폭력적인 태양빛이 온 세상을 후려친다.
그것은 그 빛을 쬐는 모든 적대적인 존재의 레벨을 다운시키는 권능 주문.
“10클래스 주문이다!”
“이 틈에 조져!”
초월자들이 몬스터들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감탄한다.
“멀린 님도 이 주문 쓰시네요.”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이만한 기술이 없으니까. 나머지는 너희가 처리해.”
“네! 이왕 온 거 특성 잔뜩 올려야겠어요!”
나와 금낭이 움직이자 기세등등하게 등장한 두 마리의 황제. 그리고 수백의 초월급 몬스터가 허망하게 쓸려 나간다.
나 혼자 싸울 때에도 약간의 피해가 있었을 뿐 문제없이 이겨 내던 적을 셋이서 잡으니 전투에 어려움이 없다.
“기가 차네. 황제 클래스…….”
“우리 문명은 우주 천마 저 괴물 하나 때문에 박살이 났는데 이토록 수월하게 몇 번이고 죽이다니.”
“괴물들…….”
“흥. 계집애 같은 놈들 바짝 쫄아서는. 나도 언젠가는.”
탐험가들이 수군거렸지만 멀린과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금낭 혼자만 멋쩍어할 뿐이다.
“이것 참. 어딘가의 황제. 어딘가의 지배자인 분들은 물론이고 위대하고 오만하다는 드래곤들마저 저런 시선을 보내다니.”
“익숙해져야지. 홀로 문명 그 자체의 강함을 가진 게 바로 황제 클래스니까. 그런데 너 대체 얼마나 로그인 해 있었기에 뜬금없이 황제야?”
멀린의 물음에 금낭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계속 쳐들어오는 놈들한테서 도망치고 또 싸우느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어요. 현실에서도 문제가 있어서 제대로 로그아웃도 못하고…….”
“천 년 단위야?”
“그 정도는 아니고 한 오백 년? 육백 년인가…… 엘리시움에서 자체적으로 기가스를 생산할 정도의 시간이죠.”
태연한 말에 할 말을 잃는다.
‘와. 오백 년이 넘는다고?’
나 역시 아르데니아에서 긴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 앞선 20년을 더해 봐야 100년도 아직 멀었는데 오백 년 이상이라니.
그것도 그냥 오백 년이 아니다.
한 마리, 어쩌면 내 쪽처럼 세 마리의 황제급 몬스터에게 시달림 받으며 오백 년!
금낭의, 그리고 그의 세계가 발전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오, 기가스. 혹시 아이언 하트야?”
멀린의 물음에 금낭이 고개를 흔든다.
“아쉽게도 그건 자체 생산이 안 되더라고요. 마나 하트를 주로 쓰고…… 아이언 하트가 꼭 필요한 고위 기체는 흥행력으로 만든 아이언 하트를 장착시키죠. 기가스 전체를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웨이브는 계속 진행된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탐험가들이 들어온다. 몬스터가 등장하고, 쓸려 나가고 탐험가들이 들어온다.
“분위기가 예상외로 평화롭네.”
“위기라기에 왔는데 뭐가 달라졌나.”
“충성. 전룡단 모글레이입니다. 전달 받았던 것과 상황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전투가 수월해지자 20층에 머무는 탐험가가 점차 많아지기 시작한다.
웨이브마다 거의 반드시 발생하던 피해가 사라지자 탐험가들 사이에서도 여유가 생겼다.
다시 주어진 100분의 대기 중 멀린과 금낭을 보며 물었다.
“잠깐 빠져도 될까요?”
“갑자기 왜?”
“저기 좀 다녀와야 해서.”
그렇게 말하며 산란소를 가리키자 멀린이 묻는다.
“그러고 보니 저기 뭐냐? 강력한 성벽이 있긴 한데 탐험가들은 성벽 아래에서 싸우잖아? 이러면 성벽 아닌 것 아닌가?”
“아, 저건 방어용이 아니라 산란소라는 건데.”
“산란소?”
“음? 왜 그런 이름이죠?”
“아 그건…….”
의아해하는 둘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해 준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둘의 표정이 멍해진다.
“……하, 하하하! 형님 남자시네요!”
“이럴 땐 대략 정신이 멀어진다…….”
“요, 용들을 홀리는 매력남!”
“색황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색황도. 그놈 죽은 거 같고 너 호칭 아직 불명확하니 그냥 새로운 색황 할래?”
“섹시도발!”
“그만해요, 그만!”
끝없이 이어지는 놀림에 분통을 터트리자 멀린과 금낭이 웃음을 터트린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멀린이 말했다.
“뭔가 대우주의 파워 밸런스가 휘청거릴 것 같은 일이지만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겠지. 다만 오래 자리를 비우면 곤란해. 나도 슬슬 나갈 거라.”
뜻밖의 말에 나는 물론이고 금낭도 놀라서 그를 바라본다.
“네? 아니 이제 막 들어오셨잖아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이가 없어 멀린을 바라본다. 이제 고작 12웨이브, 그러니까 미궁 시간으로 20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현실 시간으로 고작 1분 12초밖에 버티질 않았는데 벌써 나간다니?
그러나 멀린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이거 완전 노가다잖아?”
“……근데요?”
“노잼이야.”
“……??”
어이가 없어 말문이 턱 막힌다. 아니 이 양반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지?
황당해하는 내게 멀린이 말했다.
“몬스터 올라오고 죽이고. 몬스터 올라오고 죽이고…… 그냥 그 반복이잖아.”
“아니, 멀린. 원래 인생은 반복 노가다예요.”
늘 새롭게 사는 사람은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등교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매일 비슷하게 식사하고.
매일 비슷한 시간을 잔다.
인생이라는 건 원래 반복 노가다이며 그 반복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고하(高下)가 나뉘는 법.
그런데 노잼이라니?
정색하는 나와 달리 멀린은 따분한 표정이다.
“원래 반복 노가다인 인생에 굳이 노가다 하나를 추가해야 할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멀린의 말에 금낭이 나선다.
“저기 멀린 님.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특성의 힘이 꽤 어마어마한데…… 그래도 토큰은 버셔야 하지 않을까요? 마법 사용에 도움 되는 특성도 엄청 많아요!”
“아, 토큰. 그래, 특성 올리려면 노가다를 해야.”
그렇게 중얼거린 멀린이 문득 멈칫한다.
“……잠깐. 내가 왜 직접 노가다를 해야 하지?”
“멀린?”
“그래. 여기 초월자들이 싸워대서 잔류 마나가 엄청나잖아. 게다가 아군 측 초월자도 많으니 기여도 방식으로 가면…….”
갑자기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에 눈앞으로 손을 흔들자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잠깐 빠질게.”
“아니.”
기막혀 하는 순간 허공이 갈라지고 멀린이 그 안으로 들어간다.
특성. 평온의 집이다.
“……가 버리셨네요.”
“와. 완전 제멋대로네.”
어이가 없었지만 평온의 집에 쳐들어가서 따지기에는 그에게 받은 도움이 많다.
특히나 그에게 받은 위(位), 영겁태양이 없었다면 극의지체를 얻지 못해 지금보다 훨씬 고생했을 것이다.
사실 오룡이와 엮이게 된 것도, 드래고니아에서 일을 딴 것도 이 비정상적인 육신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는 내 은인이라 할 수 있는 존재.
다행히 그와 달리 금낭은 기운차게 웃는다.
“뭐! 저는 노가다 자신 있습니다!”
“계속 있어도 괜찮아?”
“네. 그리고 어쩌면…… 몬스터가 이렇게 끝도 없이 올라올 수 있는 건 저 때문일 테니까요.”
살짝 가라앉는 표정에 생각한다.
‘역시 짐작하고 있군.’
하기야 게임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몬스터 리젠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은 로그인&로그아웃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사실이다.
특히나 장시간 로그인을 유지하다 나온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나저나.’
나는 멀린이 사라진, 그러나 초월자하면 누구나 감지 가능한 공간의 틈을 바라보았다.
‘멀린도 평온의 집을 골랐군.’
평온의 집은 일종의 독립 공간으로 외부에서 관측이 불가능한 공간으로 이동하는 특성.
저레벨에서는 인기 있는 특성이지만 온갖 방식으로 아공간을 만들 수 있는 고위 능력자 사이에서는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능력이다.
애초에 공간 이동도 아니라서 일종의 차원 좌표가 들어간 공간에 남으니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다른 특성들이 그러하듯.
평온의 집 역시 성장 분기와 보조 스킬들이 존재한다.
‘공간 확장, 출입구 증가. 은밀성 강화, 주문 연계…….’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선택한 트리는 [동기화].
다른 탐험가들에게는 별 쓸모없는 트리겠지만…… 무지막지한 내면세계를 가진 내게는 상황이 다르다.
그리고 그건 멀린과 금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웨이브를 반복한다. 10웨이브, 20웨이브, 30웨이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일 주, 이 주, 삼 주…….
나와 금낭은 기계처럼 똑같이 전투를 반복했다. 우리의 경지에는 별다른 성장이 없었지만, 20층 탐험가의 수가 누적되자 전투가 점점 더 수월해진다.
변화는 그뿐이 아니다.
파팟!
금낭의 등 뒤로 두 명의 분신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직후.
웅!
두 분신의 위로 검을 든 여인과 지팡이를 든 여인이 씌워진다.
금낭의 게임 능력. 챔피어 로딩. 나는 황제급 힘을 흩뿌리는 두 분신을 보며 신음했다.
“……와. 이건 나도 만만치 않겠는데?”
나는 분신을 다섯이나 소환할 수 있지만 그들의 전투력은 저 두 분신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분신들의 나이대를 어린아이로 고정하고 마나를 동기화시켜 전투 지속력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여기 노가다 효율이 좋네요. 특성 효과도 생각보다 대단하고.”
“그러니 자기 문명에서는 지배자인 초월자들이 목숨을 걸고 미궁에 오는 거지.”
물론 요새는 그렇게까지 위험하지 않다. 두 황제 클래스가 20층에 상시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새로운 탐험가들이 들어온다.
[놀랍군.]“오셨군요. 헌원 님.”
[그래. 솔직히 좀 무리해서 들어왔는데 이렇게 태평한 분위기라니…….]기막혀 하는 표정으로 응룡이 금낭을 본다.
금낭의 뒤에 분신 둘이 서 있다.
[허허. 진짜 황제 클래스로군. 우주가 아무리 넓다 해도 어찌 이리 뜬금없이……?]그가 기막혀하고 있을 때였다.
“됐다!”
평온의 집이 열리며 멀린이 튀어나온다. 그의 손에는 그의 키보다 커다란 파라솔 비슷한 뭔가가 들려 있다.
거기에는 한글로 이렇게 쓰여 있다.
[100킬로 안쪽의 잔류 마나는 이제 제 겁니다.]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뭐야 저 이상한 문구는.’
의아해하며 묻는다.
“아니 뭐 하다 이제 나옵니까?”
“그건 뭐죠?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태평하게 반기는 말.
그러나 그런 우리 둘과 달리 응룡의 얼굴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다.
[이, 무슨…… 뭐라고?]“헌원 님? 왜 그러십니까?”
내가 의아해서 바라봤지만 응룡은 돌아보지 못한다.
충격으로 파르르 떨리는 새하얀 수염.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레븐…… 클래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