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87
열일하는 과금 기사 386화
차원문의 수호자, 백우
그곳에.
세 번째 황제 클래스가 있었다.
‘미소녀 수집 RPG인가.’
그야말로 성 상품화의 극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을 보며 혀를 찬다. 물론 황제 클래스쯤 되면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전장에 나가는데 저런 복장이라니.
저런 말도 안 되는 복장인 주제에 신비한 분위기를 풍길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나저나 역시.
‘나 때문이겠지?’
역대급으로 오랜 시간 아르데니아에 머물렀던 만큼 걱정하던 일이기는 했다.
오백 년을 머문 금낭 정도는 아니기에 혹시나 했지만 무려 황제 클래스 추가라니.
웅!
혀를 차는 순간 하늘에 떠 있던 파라솔에서 무지막지한 마력이 뿜어지며 전투의 시작을 알린다.
[아폴론의 꺼지지 않는 태양.]권능을 담은 섬광이 번쩍인다. 세 황제 클래스의 기세가 한순간 흔들리고 초월급 몬스터들의 몸이 휘청거린다.
“들어간다.”
“위치로.”
자동으로 발동되는 텐 클래스 주문과 함께 탐험가들이 일시에 몰려들어간다.
강기가 폭우처럼 쏟아지고.
궁극 마법들이 셀 수 없이 터져 나온다.
‘정말이지…….’
서른에 달하는 황제급 몬스터와 싸워 본 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엄청난 규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 드물다는 대주술사도 심심찮게 보이고 아트만급 차크라 사용자도, 극의지체를 완성한 생체력 수련자도 있다.
인간은 물론이고 엘프, 드워프 같은 요정종, 드래곤이나 프라야나 같은 초월종, 공룡족을 포함한 야수종, 오우거나 트롤, 자이언트 등의 거인종…….
‘……장관이군.’
수십, 수백억 광년의 거리에 가로막혀 함께할 수 없었을 온 우주의 초월자들이 이 자리에 있다.
그야말로 대우주 최전선.
거기에 맞서 몬스터들이 움직인다.
[용기 내어 나아가라. 죽음은 삶의 완성이니.]복수의 여신이 날개를 활짝 편 채 날아오르고 우주천마가 정면으로 달려든다.
그뿐이 아니다.
차르릉!
사슴뿔의 여인, 백우가 허공에 손을 휘두르자 온갖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 백수십 장의 카드가 소환된다.
번쩍!
각각의 카드에서 강렬한 황금빛이 터지며 온갖 스타일의 미소녀 군단이 소환된다.
걱정하던 대로.
그들은 모두 초월자다.
자신의 키를 훌쩍 넘기는 지팡이의 대마법사, 짧은 청바지와 탱크탑으로 전신의 근육을 강조하는 생체력 능력자, 안대로 눈을 가린 기모노의 차크라 능력자, 무기라기보다 장식품에 가까운 디자인의 대태도(大太刀)를 들고 있는 절대 고수.
“그야말로 전쟁 특화군.”
한순간에 백이 넘는 초월자가 추가되었다. 심지어 그들 뒤에 있는 백우가 보조하기까지 하니 이런 단체전에서는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
나는 마음속에서 무검을 꺼내 들며 생각했다.
‘여태껏…… 어떻게 막은 거지?’
황제급과 초월급 몬스터가 계속 올라오고 있음에도 아군이 유리한 이유는 우리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터지는 권능 주문과 거듭된 승리로 누적된 숫자가 적을 압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모험가들은 20층의 전투에서 토큰을 벌어 성장하고. 죽은 초월자조차 최소 한 번은 망자의 형태로 부활하는 상황이 아니던가?
하지만 새로운 황제 클래스가 적으로 추가된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열 명이 두 명과 싸우면 아무런 피해 없이 뭇매를 때리고 끝나지만 다섯 명과 싸우면 열 명 중에도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 법.
“둘러싸 압박해!”
“어머니 신이시여!”
그러나 놀랍게도 초월급 탐험가들이 너무나 무난하게 적을 밀어낸다. 초월급 몬스터와 탐험가들은 같은 초월자였지만, 그 안에서의 경지 차이가 확연한 것.
금낭의 활약도 눈부시다.
쩌정!
“큭! 네놈!”
“한눈팔지 말고 집중.”
[검황]을 로딩한 금낭의 분신이 우주천마를 상대하고.“천둥신의 분노여…….”
[마도황녀]로 로딩한 분신이 권능 주문을 재현한다.그리고.
푸확!
“흐윽!? 어, 어떻게. 감지되지 않았는데.”
정신과 영혼을 현실과 유리(遊離)시킨 본체가 백우를 암살해 전력을 깎아 낸다.
‘……강해졌다.’
내가 자연경의 경지를 수습하고 차크라와 극의지체의 활용도를 끌어올린 만큼 금낭 역시 무섭도록 성장했다.
토큰을 벌어 자신에게 맞는 특성을 성장시켰고 역량 자체도 상승한 상황.
‘금낭도 금낭이지만 20층의 탐험가 평균 역량이 상승한 것 같은데.’
물론 그것이 20층의 전투가 완전히 일방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푸확!
“헉헉…… 고맙소.”
쩡!
“으아 죽을 뻔! 감사합니다. 나는 여기까지!”
심검으로 후퇴에 실패해 죽을 위기였던 탐험가 다섯을 구해 냈다.
바꿔 말하면 한 웨이브에 적어도 한 명, 최대 다섯 명의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뜻.
미궁의 한 웨이브가 여기에서나 100분이지 현실에서는 고작 6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결코 작은 피해가 아니다.
‘잘 막아 내고 있지만, 그래서 아주 느리지만…… 대우주의 초월자가 점점 줄어든다는 소리이기도 하지.’
전투를 끝낸 초월자들이 한숨을 돌린다.
“하하하! 모두 잘 했다, 미물들아!”
“미물은 지랄. 셋밖에 못 잡은 게.”
“투신의 검 특성 완성했다! 이야, 토큰 미친 듯 먹네, 진짜!”
팔다리가 잘리거나 온몸에 부상을 입거나 한 이들이 많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치료하고 스스로 부상을 수습한다.
치유 계열 특성을 익힌 녀석들이 대가를 받고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미궁이 굴러 가기 시작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나서인지 나름대로 질서가 잡혀 있는 상황.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자! 수업 시작할게요! 마법 쪽입니다!”
“아! 차크라 하지! 저 부상 입어서 나가야 합니다!”
“매화검에 대해 질문이 있었는데…….”
“오오, 드디어 마법! 다차원 터널로 마력 이동을 시키는 것에 질문이 있는데…….”
“멜튼 채널링의 궁극 주문 활용이…….”
금낭의 말에 초월자들이 모여들어 시장통처럼 시끄러워진다.
금낭은 익숙한 듯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문제를 지적하고 숙제를 내주고는 다음 웨이브 직전 내게 다가왔다.
“수고했어요, 형님.”
“수고는 무슨 그냥 지켜봤지.”
“그래도 형님 덕에 이번 웨이브에는 사망자가 없어요. 생존이 제일인지라 특성 하나는 생존용으로 빼도 사망자가 꼬박꼬박 나오거든요. 대규모 전투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요.”
“그나저나…… 초월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거야?”
생각도 못한 일이다. 초월자쯤 되면 자신의 길을 가는 자들이라서 황제 클래스라 해도 할 수 있는 조언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
그러나 금낭은 태연한 반응이다.
“제 능력이 챔피언 로딩이잖아요. 온갖 챔피언들의 능력을 받고 전승을 학습하다 보니 이것저것 경험은 많은 편이에요.”
“흠.”
납득이 잘 안 되는 일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초월자를 가르칠 수준의 역량을 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영능 하나도 아니고 다방면에 걸쳐서?
‘뭐…… 가능할 수도 있나 보지. 게임 능력은 서로 다르니.’
그렇게 납득하고 특성을 발동한다.
[평온의 집이 열립니다.]“오랜만이군.”
“뭔가 그립네요.”
다수의 초월자가 미궁에 들어선다. 다만 예전과 다른 게 있다.
개중 몇이 [육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남궁일검(귓속말) : 폐하.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한재연(귓속말) : 삼라만상은?
남궁일검(귓속말) : 불허되었습니다. 짐작대로 경지가 아닌 클래스가 문제인 모양이군요.
98지구와 내 내면세계가 연결되면서 나는 거리를 초월해 98지구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내 몸 자체가 세계인 셈이니 공간 이동은 못하겠지만…… 분신 같은 걸 만들면 아르데니아를 통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한재연(귓속말) : 심인과는 다르니 죽지 않게 조심하고.
남궁일검(귓속말) : 충.
그 후로 50 웨이브를 금낭과 함께 막았다.
500명이 넘는 초월자들의 수는 비슷하게 유지가 되었지만 매번 전력을 다 해야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는 20층 특성상 3웨이브 이상 싸우는 탐험가는 드물다.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다른 탐험가를 보조하는 이들이야 10웨이브건 20웨이브건 버틸 수 있지만 그마저도 너무 오래 있으면 1,000배의 시간 가속이 만드는 [미궁 피로] 때문에 결국 나가야만 한다.
언제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은 미궁에서 치트나 다름없는 것이다.
‘아니, 뭐 굳이 미궁이 아니어도 개사기 치트지만.’
어떻게든 웨이브를 막아 내고 있던 20층은 내가 참가하면서부터 단 한 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약간은 무리해 싸우던 초월자들에게 쉴 시간이 생기기도 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
‘토큰 효율이 너무 안 좋군…….’
몽환의 미궁에서 얻을 수 있는 특성은 3개로 나는 그중 [군신의 계급장]. [분신 생성], [평온의 집]을 선택했다.
문제는 이제 세 특성 모두 너무 많이 성장시켰다는 점이다.
‘강화 한 번에 챌린지 토큰이 16,400개가 들어가다니.’
특성의 성장은 리벤지의 레벨과 같다. 만렙은 없지만 요구 경험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성을 늘려 주든가 다른 사용처를 만들어 줘야지. 도대체 할 게 없네. 콘텐츠가 부족하네.’
투덜거리며 금낭에게 말한다.
“나갔다 온다.”
“뭐, 형님 부하들 있으니 괜찮겠지만…….”
잠시 고민하다 말한다.
“자주 들어와 주세요. 대규모 전투라 저 혼자서는 사상자 발생을 막기 어려우니.”
“그러지.”
그렇게 말하고 출구로 향한다.
팟!
34지구로 돌아와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니까 게임을 했다는 말이다.
[모두 축복하십시오! 위대한 검의 황제가 등장했습니다!] [모두 축복하십시오! 위대한 검의 황제가 등장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경험치 1,0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 [지금 이 시각부로 24시간 동안 모든 사냥터에 드랍률 200퍼센트 버프가 주어집니다.]도곡동여신 : 아하.
잠시 마비되었던 채팅이 주르륵 올라온다.
도곡동여신 : 우리 황제님 오셨구나?
핫바디 : 온 우주에 이름 떨치시고 돌아와서 과금…….
일성의노예 : 아니 대체 왜 그러냐고. 이미 뽑은 황제 왜 더 뽑냐고.
일세대붉은곰 : 34지구 돌아왔다는 뉴스보다 과금 공지가 더 빠르네.
일단 과금한다.
그 막대하던 과금력은 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아르데니아에서 막대한 시간을 보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무리 아껴 써도 약 200년 동안 쓰기만 했는데 남아날 리 없다.
그나마 인류제국에서 마나 코인을 생산해 다이아로 바꿀 수 있지만 그건 소모되는 과금력을 줄여 줄 수 있을 뿐 채워 줄 수는 없다.
‘대신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는 흥행력은 가득 차 있다. 황제 펫 등이 업데이트 되면 바로 적용 가능해.’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몽환의 미궁으로 넘어가 몬스터들과 싸우고.
“너무 오랜만이야!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들어?”
“미궁 20층으로 오면 볼 수 있다니까?”
“회사 일 때문에 힘든데 어떻게 미궁까지 가? 나 사업 다 던져?”
“그건 아니죠. 대표님.”
사랑이를 만나 회포를 푼다.
돈을 번다.
과금한다.
정부에 문의해 98지구 출신의 이민자들에 대해 알아보고 각종 시민 단체들과 접선한다.
그리고 다시 몽환의 미궁으로 넘어가 싸운다.
“아니, 그런데 멀린 이 양반은 안 와?”
“그러게요. 많이 바쁘신가?”
궁시렁거리고 있을 때였다.
[게임 클리어(Game clear)! 게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게임명 : 다크 스타.] [아이디 : 멀린.]느닷없는 알림에 멈칫한다.
“오.”
“와…… 진짜로?”
“해결했다!”
멀린이 등장한다.
“멀린!”
“해결했군요!”
“됐고 이 스펠 가지고 빨리 들어가! 개 같은 업데이트 하기 전에!”
어쩐 일인지 몹시 다급해 보이는 멀린이 쏘아 내는 술식을 금낭이 받아 든다.
그리고.
금낭이 눈을 감았다 뜬다.
훅.
단 한순간에 녀석의 기질이 변하고.
“오.”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한순간의 일이지만 [플레이어]에게 시간은 상대적이다.
“얼마나 있다 온 거야?”
“7년 정도 있었어요. 와! 이게 되네.”
“재연이, 너도.”
멀린이 내미는 술식을 나 역시 받아 든다.
그리고.
“빨리 로그인 해!”
“방어할 때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요. 엘리시움에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어요!”
멀린과 금낭이 나를 닦달한다.
그러나 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멀린의 술식이 담긴 효과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어, 이거 쳐들어온 몬스터를 역으로 추적하는 술식인데요?”
“그래. 맨날 쳐들어오잖아. 그걸로 거꾸로 돌아가서…….”
“아니, 그게 아니라.”
작게 한숨 쉬며 답한다. 이건 내가 쓸 수 없는 술식이다.
“몬스터들 안 쳐들어온 지 꽤 되는데…….”
그렇다. 황제급 성을 완성한 후.
몬스터가 안 쳐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