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88
열일하는 과금 기사 387화
“몬스터들 안 쳐들어온 지 꽤 되는데…….”
그렇다. 황제급 성을 완성한 후.
몬스터가 안 쳐들어온다.
“무슨 소리야. 아예 안 온다고?”
“말이 안 되지 않나요? 그놈들이 얼마나 지독하고 집요한데.”
멀린과 금낭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인다.
학을 떼는 분위기를 보니 정말 어지간히도 몬스터들의 침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긴, 우리 쪽에서도 그리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지.’
내 시점에서는 백수십 년도 전 일이라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문제가 심각했던 건 사실이다.
황제급 몬스터들.
그러니까 호루클, 뮬, 시조(始祖)의 시, 공, 무 트리오는 황제씩이나 되는 놈들이 민간인 학살은 물론이고 자폭 테러에 게릴라에 아주 지랄이 따로 없지 않았던가?
힘으로 치면 분명 이길 수 있는 적이었지만…… 분명 처음엔 당당하게 쳐들어온 주제에 내게 몇 번 진 이후로는 아예 맞서 싸울 생각조차 안 하고 도망 다녔었다.
‘RTS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고.’
녀석들 역시 내게 몇 번 당하고 나자 테러와 사보타주(sabotage)로 방향을 완전히 틀어 버렸다.
성 밖으로 퍼져 나가던 제국민들이 죄다 복귀했던 것도 녀석들 때문. 아예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일단 핵공격을 갈겨 대고 꽁꽁 숨어 병력을 찍어 내던 녀석들의 침투는 일반적인 세력으로는 도저히 막아 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니까.
황제성이 있기 전에는 그랬다는 말이다.
‘심지어 화점 내에 엄청난 공간이 생겨나 늘어난 인구도 감당하게 되었고.’
황제급 성 9개가 생겨난 이후에도 수많은 침입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공세가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황제급 몬스터를 투입시켜도 일반인 100명을 죽이기 힘든 환경.
아무리 광기에 미쳐 있다 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교환비를 보면 침략할 맛이 안 날 것이다.
“아니…… 그만한 규모의 땅에 인구도 천만 단위인데 완전한 방어가 된다고요?”
“아무리 황제급이라도 그렇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껌뻑이는 망겜의 망령들.
그중 멀린이 묻는다.
“황제성 업데이트에 흥행력이 얼마 들어갔어?”
“어.”
잠시 기억을 뒤진다. 다행히 과금력과 흥행력 관련은 중요 정보였기에 스펠 플레인의 데이터에 저장해 두었다.
“987만 4112포인트요.”
“뭣……?”
“900만이요!?”
두 똥믈리에가 비명을 지른다.
개중 멀린이 한탄한다.
“네메시스 소프트의 주가 총액을 생각해 보면…… 1144억 하고도 8245만 게럴트가 넘겠군. 돈 없다고 찡찡대더니 언제 이렇게 되었나.”
“아니, 공식이 있어요?”
즉각 나오는 계산에 기막혀하거나 말거나 멀린이 한탄한다.
“아. 게임으로 수익 내기 너무 더럽고 재미없어. 딴 놈을 시키자니 해 쳐먹으려 들고…… 이 능력이 치트인 건 인정하는데 여러모로 열 받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아, 이제 오네.”
모두의 시선이 여기저기 열리는 문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문 안에서.
[…….]“…….”
눈에 띄게 줄어 든 몬스터 군단 속에 굳은 얼굴을 한 복수의 여신과 백우가 등장한다.
“좋아.”
짜증내던 멀린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오른다.
“성공.”
우주천마가 없다.
당연하지만 이건 지금 이 장소만의 문제가 아닌 우주적인 문제다.
대우주에 남아 있던, 천계를, 마계를 공격하던 블레이드&매직의 몬스터들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우주천마가 일거에 사라졌다. 거기에는 못 미치는 파급력이겠지만 다크스타의 몬스터 삭제도 엄청난 규모일 테고.’
어떤 의미에서는 20층에서 몬스터를 틀어막고 있는 것만큼이나 큰 일.
물론 방심할 수는 없다.
“저번처럼 말도 안 되는 업데이트를 할 수 있으니까.”
“뭐, 할 수 있어도 당장은 어렵지 않을까요? 신은커녕 황제 클래스 구현에도 제한이 있으니까요.”
“굳이 더 상위 단계로만 간다는 보장은 없지. 속성만 다른 챕터를 준비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말하며 무검을 든다.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
그러나 그와 별개로 우리 쪽 프로토콜도 진행된다.
[아폴론의 꺼지지 않는 태양.]권능을 담은 섬광에 두 황제 클래스의 기세와 초월급 몬스터들의 몸이 한순간 흔들리는 순간,
무검식(武劍式). 연화공(戀華功).
무검이 공간을 가른다.
연화만개(戀華滿開).
팡–!
20층 전체에 벼락같이 피어난 꽃잎이 해일처럼 거세게 피어난다.
“뭣……?”
[이게 무슨…….]몬스터들보다 탐험가들이 먼저 신음하는 순간.
푸확!
수백이 넘는 초월자 군단이, 그들이 뿜어내는 강기와 궁극 마법을 비롯한 그 모든 영능이 쏟아지는 파도에 맞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죽지 않는 의지는……!]“말도 안 돼! 차원문 증폭! 절대 결계 작…….”
퍽.
단 한 번에 그 뒤의 두 황제를 벤다.
“……아니 미친.”
“혼자서? 한 번에?”
[하나 줄었어도 황제가 둘이 있었는데…….] [이건, 거의, 언터쳐블 아닌가? 대전쟁 때 보았던 언네임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여기저기에서 비명과 같은 신음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이건…… 놀랍군. 차크라와 무공을 신기한 방식으로 연결시켰어.”
멀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본다. 신기한 무언가를 보는 시선.
그리고.
“이런 의념이라니…… 그립고, 슬픈…….”
금낭이 멍한 표정으로 눈물 흘리고 있다.
‘이것 봐라.’
내심 놀란다. 나름대로 전력을 다 한 일격이었는데도 둘 다 압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멀린이야 그렇다고 쳐도 금낭까지 그렇다는 게 충격이다.
‘성장하고 있는 건 나뿐이 아니겠지만…… 기묘하군. 다른 사람들이 날 보면 이런 기분인가.’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그렇게 웨이브를 막아 낸다.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우리는 몇 번의 웨이브를 막으며 상황을 보았다. [그녀] 쪽에서 뭔가 수를 쓰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그런 징후는 느껴지지 않았다.
“흠. 이 정도면 저도 나갈 수 있겠네요.”
문득 중얼거리는 금낭의 말에 멈칫한다.
“우주천마가 사라진다 해도 황제가 둘인데?”
“아, 물론 그냥 나가는 건 아니고요.”
피식 웃는 그의 양 옆으로 두 분신이 나선다.
검황 카우스트 울라인을 로딩한 분신과 마도황녀 제니카를 로딩한 분신.
그러니까 금낭 대신 두 여인의 잔영을 뒤집어쓴 분신만이 움직이는 모습에 나는 대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너, 설마…….”
멀린도 눈을 가늘게 뜬다.
“너마저 오토를…….”
“다 형님들 보고 배운 거거든요!? 특성하고 능력 성립 시키는 데 무려 100년이나 걸렸어요!”
억울해하는 모습에 웃는다. 하기야 현실에서는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이라지만 미궁에서는 1,000배나 되는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로그인 시간까지 치면 그 이상일 테고.
응룡이 종종 와서 도와준다고 들었지만 말 그대로 잠깐잠깐에 불과한 수준이니 고민을 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뭐, 그럼 분신만 참여시켜서 확인해 보지.”
[입장이 시작됩니다.] [다음 입장까지 100분.]전투가 진행된다.
우리가 도와줄 때보다 전투가 치열해졌지만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금낭의 본체가 빠지는 건 큰 변수지만, 적들 역시 세 황제 중 유일한 근접 직업이던 우주천마가 빠져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는 계속 발생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영원히 미궁에서 싸움만을 계속할 수는 없다.
탐험가들 역시 그걸 알고 있는 듯 우리가 빠질 분위기를 풍겨도 나서서 항의하지 않는다.
“아, 여태 좋았는데.”
“뭐 좋게 생각하자고. 토큰은 더 많이 먹겠지.”
……라는 식으로 안타까워하는 정도.
여기서는 수많은 인파의 일부, 병사나 용병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들은 각각의 세상에서 수라장을 헤쳐 온 초월자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녀석들도 도망가면 그만이니까.’
실질적으로 온 우주를 지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우주를 지키려고 싸우는 건 아니다.
전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토큰을 비롯한 보상과 성장.
만약 몽환의 미궁이 탐험가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초월자는 10명도 안 되었을 것이다.
“특이 사항 있으면 연락해.”
“으으…… 저희 별도 일이 쌓였어요. 아, 그리고 조만간 형님 행성에 갈 것 같아요.”
“아, 회사 사려고?”
“주식은 이미 많이 샀는데 이 회사가 확장성이라는 게 없어서…….”
가볍게 손을 흔들며 각각 뒤로 걷는다.
팟.
공간을 넘어 34지구로 돌아온다.
파르르르……!
위이잉!
돌아온 나를 반기는 건 복잡하게 번쩍이는 디스플레이와 살아 있는 듯 허공을 날아다니는 서류 뭉치.
바쁘게 일하고 있던 사랑이 고개도 못 돌린 채 인사한다.
“미궁 다녀온 거?”
“그렇지.”
“활약이 크긴 큰가 봐. 초월자면 아무리 변방 녀석이라도 너를 알 정도니. 계약할 때마다 네 이름이 나오네.”
나는 그녀가 감추지도 않는 서류와 보고를 보았다.
일은 넘쳐 난다. 리벤지는 34지구를 넘어온 우주로 뻗어 나가고 있고 그 와중 맺어야 할 계약, 풀어내야 할 갈등,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
나는 조용히 일어나 사랑이를 안아 주었다.
늘씬하고 훤칠하지만, 그럼에도 나보다는 작은 그녀의 몸이 폭 안긴다.
“헉, 설마 지금? 이 상황에?”
뭔 생각을 한 건지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사랑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나 바쁜데……. 무, 물론 싫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신경 쓰지 말고 해. 일하는 모습이 멋져서 그래.”
“……흥. 뭐 매일 하는 거구만.”
새침하게 대답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숨기지 못하는 사랑을 보며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사랑이 녀석이야말로 기연이군.’
만약 그녀가 [평범]한 게임 회사 대표였으면 어땠을까?
회사를 운영하는 목포는 어디까지나 돈. 악독한 비즈니스 모델로 번 돈을 재투자하는 대신 착복하고, 게임 서비스는 뒷전으로 하고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하는 그런 기업인에 불과했다면.
‘그랬다면 아마…… 내가 회사를 강탈하거나 샀겠지.’
그렇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멀린이나 금낭, 나와 같은 [플레이어]들에게 근간이 되는 게임과 게임사의 존재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가 돈이 아니니 평범한 방식으로 게임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은 쫓아 낼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그런 면에서…… 사랑은 완벽 그 이상의 대표다.
“항상 고마워.”
“뭐래. 내 회사거든?”
투덜거리던 사랑이 문득 생각난 듯 묻는다.
“아, 그런데 98지구 그거 사실이야? 네 행성이 되어 버렸다던데.”
“나도 그렇게 될 줄은 몰랐지. 이제 와서 내가 98지구 정명자라니.”
98지구에서 한동안 머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이제 98지구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존재.
다만 거기에 필요한 인력이 있다.
“98지구 사람들이 필요하다면서?”
“정명자가 나 하나여서는 곤란하다고 하더라고.”
다행히 34지구에는 98지구 출신의 이민자가 상당수 존재한다.
내 친부나 친모가 그랬듯 그들은 권력 근처에도 못 가 본 하류층이고 98지구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으니 지원자를 받는 건 어렵지 않은 일.
다만 걸리는 게 있다.
“그렇게 되면…… 그분도 오시겠네.”
“그래. 어머니가 살아 계시지.”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문제.
잠시 가라앉는 분위기에 문득 사랑이 손뼉을 친다.
“아, 그. 부모님 이야기하다 보니 떠오른 건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는 목소리로 사랑이 말한다.
“그, 아버지가 한번 만나고 싶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