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1
열일하는 과금 기사 40화
명상을 종료한다. 다행히 손님은 오지 않은 상황.
나는 편의점에서 붕대와 연고 등을 내 돈으로 결제한 뒤 유니폼을 벗어 의자에 잠시 걸며 입을 열었다.
“로그인.”
주변 풍경과 내 자세가 아르데니아의 것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며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 전력으로 내던진다.
까앙!
날카로운 단검이 무슨 철판과 충돌한 듯 튕겨 나온다.
‘호신기(護身氣)다.’
그러나 아무리 호신기를 둘러도 타격이 없을 수는 없다. 내공이 주입되어 있는 단검을 오우거의 괴력으로 던졌기 때문이다.
휘청거리는 몸.
그러나 칸 슬래셔는 단검을 맞았다는 사실보다 다른 것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아니, 이게, 무슨? 목을 잘랐는데?”
“반만 잘랐지.”
대답하며 단검을 던진다. 칸 슬래셔가 보법을 밟으며 피하려 들었다.
그러나 목표가 늑대왕이다.
“이 새끼가 진짜—!”
쩡!
칸 슬래셔가 이를 갈며 단검을 쳐 낸다. 그러나 둘도 같은 수에 똑같이 당하지는 않았다.
화륵!
늑대왕의 입에서 새빨간 불꽃의 파도가 쏟아졌다. 처음부터 날아드는 단검은 신경도 안 쓰고 쏟아 낸 공격!
칸 슬래셔도 아까와 달리, 단순히 검을 휘둘러 단검을 쳐 내는 것이 아니라 검기를 내뿜어 단검을 튕겨 냈다.
때문에 순간 멈칫했을 뿐, 아까처럼 투척물에 담긴 힘 때문에 뒤로 밀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크악! 뜨거워!”
“이, 이런! 저 괴물의 접근을 막…… 크악!”
아차 하는 순간에 검기를 휘감은 칸 슬래셔의 검격이 가로로 휘둘러지고 있다. 자세를 낮춰서도, 점프해서도 피할 수 없고 물러서면 쏘아진 검기에 상, 하체가 분리될 수밖에 없는 공격.
그러나 어차피.
<검기 발현>
나도 피할 생각은 없었다.
“……뭐라고?”
칸 슬래셔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며 전력으로 땅을 내딛고.
그대로 검을 올려쳤다.
쾅!
굉음이 터져 나온다.
칸 슬래셔의 양팔이 만세 하듯 위로 치솟는다.
“미친, 무슨 힘이……!”
올려친 힘이 어찌나 강한지 칸 슬래셔의 몸이 지면에서 두 뼘 이상 떠 있다. 자연히 녀석은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할 수 없었고, 나는 검로를 강제로 수정해 칸 슬래셔를 후려쳤다.
비이상적인 힘의 위력이었다.
쩌정!
퍽!
녀석의 몸통을 후려치는 순간.
서걱.
마치 커튼처럼 늘어진 녀석의 검기가 내 어깨를 후려친다. 미스릴 갑주가 단박에 쪼개지며 검을 든 팔이 축 늘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온다. 어깨를 보니 승모근이 끊어져 있다.
치명적인 상처였지만 1시간 정도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자 회복된다. 차크라를 열 필요도 없다. 그만큼 희귀 송편 버프는 장난이 아니었다.
“로그인.”
쩌엉!
보법을 펼쳐 단번에 땅에 내려선 칸 슬래셔를 추적, 검기를 휘감은 검으로 내려찍는다. 칸 슬래셔는 아직 자세를 고치지 못한 상태에서도 그것을 막아 냈다. 기가 막힐 정도로 현묘한 검술이었지만.
빠악!
“큭!?”
이어지는 로우킥까지 막지는 못했다.
‘통한다……!’
검술 역량은 여전히 칸 슬래셔 쪽이 우위다.
당연한 일이다.
소드 마스터는 말하자면 검술 완성자. 자신의 기(技)를 완성하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존재니까.
그러나…… 그런 존재에게도 내 공격은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오우거에 맞먹는 괴력.
그 괴력을 온전히 휘두르는 육체 제어 능력.
마나를 다루는 기예가 모자란 것뿐 내 검술 실력도 모자란 수준이 아니다. 나 역시 칼 한 자루로 중세 랜드에서 20년을 버텨 온……!
서걱!
“오메.”
손목이 잘려 나간다.
미리 예지했음에도 피하지 못했다. 칸 슬래셔가 검과 검을 맞댄 상태에서 소드레슬링을 걸어 내 움직임을 제약했기 때문이다.
“로그아웃.”
지구로 빠져나왔다.
즉시 육체를 제어한다.
콱! 툭!
왼손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왼팔의 근육을 조이는 데 사력을 다한다. 다행히 효과가 있어서 출혈을 막을 수 있었다.
“내 일터에서 피를 쏟으면 큰일이지…….”
물론 아무리 근육을 조여도 출혈을 완전히 막아 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나는 왼손을 들어서 손목에 댄 뒤 미리 준비하고 있던 붕대로 꽁꽁 묶었다.
“아…… 로우킥 한 번에 손모가지가 날아가 버리네. 교환비 너무한 거 아닌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인을 맺는다. 한 손으로 하려니 오래 걸렸지만 손님이 오지 않았다.
너무 다행이다.
“신체(身體). 거문(巨門). 개방(開放).”
치이익!
붕대로 감싸진 손목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회복의 차크라를 왼 손목으로 한정했다.
컨트롤이 전혀 안 되어 힐을 쓰면 무조건 전신에 퍼트려야 하는 마력과 다르게 차크라는 내 뜻대로 움직인다.
거문까지의 수련은 온전히 나의 깨달음인 덕분이다.
“후우…… 후우…….”
가쁜 호흡을 고르며 바닥에 쏟아진 피를 닦는다.
“아이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환기 시스템을 가동해 피 냄새를 뺀다.
“아니, 형? 목에 그거 뭐예요?”
한 손에 마법서를 든 채 출근한 세한이가 내 목의 흉터를 보고 깜짝 놀란다. 나는 대충 대답했다.
“훈련.”
“아니 무슨 훈련을 목을 가를 정도로 해요…… 와, 이 정도 깊이면 뼈도 잘렸겠네. 나도 열심히 하는 편이긴 한데 형도 무시무시하네요.”
황당해하는 세한이와 교대한 뒤 집으로 돌아간다. 자동 사냥을 돌리고 송편을 꺼내 먹은 뒤 로그인한다.
퍽! 쩍!
주먹으로 칸 슬래셔의 안면을 때려 주고 옆구리에 칼침을 맞았다.
“큭! 네놈!”
서걱!
검기를 휘감은 칼로 칸 슬래셔의 골반을 한 대 때려 주고 왼다리가 잘렸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력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생명력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체력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송편을 줍는다. 로그인을 한다. 한 대 때려 주고 칼침을 맞는다.
로그아웃 한다. 신체 차크라를 돌려 떨어져 나간 몸뚱이를 붙인다.
출근한다. 자동 사냥을 돌리고 근무를 선다.
로그인 한다. 심장 바로 옆에 칼을 맞는다.
로그아웃한다. 클럽으로 들어가 진상을 피우는 손님을 상대한다.
“이 새끼가! 야, 너 인마! 내가 누군지 알아!? 평화에 찌든 애송이 새끼가 뒤지고 싶어!?”
스릉!
험악한 사내가 칼을 뽑아 들자 주변에 있던 클러버들과 웨이터 모두가 식겁한다.
“꺄악! 카, 칼을 뽑았어!”
“어기충검(御氣充劍)! 내공 전문가야!”
“미친 거 아냐? 클럽에 진검을 왜 들고 와?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나?”
“겨, 경찰을 불러야…….”
겁에 질린 사람들을 본다.
클럽 안에 있는 전원이 이능력자.
심지어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그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못한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여긴 34지구니까.’
평화로운 세상이다. 전쟁도 투쟁도 없다. 모두가 이능을 익히지만, 다들 취업을, 건강을 위해서지 ‘싸우기’ 위해서 수련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전투를 업으로 삼는 경찰과 군인들도 그저 적성에 맞아 수련을 할 뿐, 살인 한 번 해 보지 못하는 경우가 99.9%.
하긴 당연한 일이다.
‘살인자’를 어떻게 공무원으로 쓰겠는가?
“어! 너, 이 새끼! 눈 안 깔아?”
상황 해결을 위해 들어선 나를 향해 사내가 칼을 들고 휘두른다. 그리 길지 않은 사이즈의 검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며 앞머리를 조금 잘라 냈다.
“꺄악!?”
“위험해!”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녀석은 살기(殺氣)를 뿜어 댔지만…… 나를 죽이려 드는 소드 마스터와 마주하며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기던 내겐 우습게 느껴질 뿐이다.
정말이지.
장난에 불과하다.
팟!
휘둘러지는 검을 슥 피해 내고 간격 안으로 불쑥 들어간다. 녀석이 깜짝 놀라 재차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손을 뻗어 어깨를 잡아 누르자 꼼짝도 하지 못한다.
“야.”
녀석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죽을래?”
“……!”
피 냄새가 물씬 풍긴다. 마수의 피. 몬스터의 피.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피.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중세 랜드의 살기는 농담이나 위협 같은 게 아니다.
나는 빵 한 쪼가리에, 길가다 부딪힌 어깨에 살인이 일어나는 동네에서 20년을 살았다.
“흡……! 하…… 흡…… 으…… 끄르륵…….”
거칠어진 호흡을 주체하지 못하던 녀석이 눈을 까뒤집고 쓰러진다. 나는 녀석의 손에서 검을 빼앗았다.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와…… 형님, 진짜 지리네요. 원래 뭐 하시던 분이에요?”
다른 직원들이 뒤처리를 하는 동안 다가온 창식의 호들갑에 답한다.
“군인이었지, 뭐.”
“멋지다! 특수부대죠? 아니면 기가스 파일럿? 아까 진짜 카리스마 쩔었어요!”
‘아니. 그냥 일반병이었는데.’
이런저런 소란이 있었지만 별문제 없이 근무를 마쳤다. 클럽 스타게이트의 클럽 오너인 빅 맨이 나타나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이야! 오늘 한 건 했다며? 역시 군인 출신이 다르긴 다르구먼!”
빅 맨이 경쾌하게 웃는다.
“하마터면 업장에서 사고 나고 경찰 올 뻔했는데 잘 수습해 줘서 고마워. 이거 내 성의야.”
나는 봉투를 받고 퇴근했다. 고유 주문이 박혀 있는 10만 원짜리 지폐가 서른 장이나 들어 있다.
300만 원.
“오우.”
기분이 좋아졌다.
“전 가 볼게요! 수고하세요!”
“그래.”
알바 교대를 하고 카운터에 선다.
“로그인.”
상완근이 잘렸다. 칼질에 당하면서까지 파고들어 주먹을 휘둘렀거늘 아쉽게도 때리지 못했다.
“로그인.”
어깨뼈를 잘렸다! 대신 오른팔을 검으로 가격하는 데에 성공했다.
호신기에 막혀 자르진 못했지만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로그인.”
또 목젖을 베였다. 한순간의 방심 때문에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로그인.”
검지와 중지가 날아갔다. 파지법에 더 신경 써야 할 듯했다.
“로그인.”
“로그인.”
“로그인.”
……
푹!
검기가 가슴팍을 긋고 지나간다. 하지만 로그아웃 하지 않았다. 그 정도 부상은 아니었다.
“너! 너! 네놈!”
악에 받친 고함 소리가 들린다. 태도를 든 피투성이 오크가 검을 휘둘러 날아든 화살들을 쳐 낸다.
수백의 병사들이 포위진을 짜 도주를 막고 있다.
“대체 그 재생력은 뭐냐!? 아니, 이게 재생 능력이긴 한가?”
처음 만났을 때의 여유는 온데간데없는, 마치 불가해(不可解)의 무언가를 보는 표정으로 날 노려본다.
물론.
내 알 바는 아니었다.
쩡! 퍽! 콰득! 쩡! 콰직!
검과 검이 충돌한다.
박치기를 하고 어깨로 그것을 막아 낸다.
로우킥을 차고 발등을 짓밟는다. 그러다 검기에 꿰뚫리기도 한다.
촤악!
살점이 썰려 나가고 피가 쏟아진다. 고통스러웠지만 이미 몇십 번이나 경험한 일이다.
“로그아웃.”
지구로 돌아온다.
나는 원룸에 있는 욕조에 누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신체(身體). 거문(巨門). 개방(開放).”
이미 욕조는 피투성이다. 침대와 옷가지가 자꾸 피에 절어서 집에서는 항상 옷을 벗고 욕조에서 로그인 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생명력이 1포인트 상승하였습니다!]“송편 버프는…… 아직 2시간 남았네.”
나는 욕조에서 잠시 쉬다가 가볍게 몸을 씻고 나왔다.
욕실에 있는 전신 거울에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흉터 가득한 나신이 비친다.
“흉터들 때문에라도 한동안 송편 계속 먹어야겠네.”
투덜거리며 PC 앞에 앉았다.
추석의 마지막 날.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송편이 드랍되지 않으니 최대한.
주워.
놔야……
쿵!
책상에 머리를 박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6시다.
“악! 잤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니터 안의 캐릭터가 멍 하니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차라리 자동 사냥을 돌릴걸!”
억울해 하며 송편을 소환해 먹는다.
그리고 로그인한다.
그리고.
그리고.
푸욱!
“끄…… 륵. 네…… 놈…… 내가, 다시…….”
발할라(영웅)+6이 심장을 꿰뚫고 지나간다. 나는 비슷한 부상을 여러 번 입었지만, 녀석에게는 그 의미가 달랐던 듯 초록색 피부의 몸통이 활어처럼 펄떡인다.
“어?”
나는 잠시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나를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던 칸 슬래셔의 심장 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어어?”
잠에 취해 있던 머릿속이 맑아진다.
“쓰러졌다!”
“이겼다! 이겼다고! 저 괴물 놈을 이겼어!”
“으아아아! 살았어! 살았다고!”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이 들린다.
“정신 차리세요! 이, 이런 출혈이 너무 많아!”
“힐!”
“여기! 여기 수술이 필요해요! 어서 준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병사와 힐러들이 보인다.
“아!”
나는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송편들을 마구 꺼냈다.
“플라워!”
“거기 건물 안에서…… 네! 네 영주님!”
“이 송편들을 부상자들한테 먹여! 재생력이 늘어난다! 여기 순서대로 일반, 고급, 희귀다.”
“네!”
송편의 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반문 없이 실행한다. 나는 본캐와 부캐들에 잔뜩 쌓여 있던 송편들을 마구 꺼내 준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파스스스……
그때쯤 소드 마스터. 칸 슬래셔의 몸이 먼지로 변해 흩어진다.
녀석의 시체가 사라진 자리에 상당량의 골드와.
그것이 있었다.
[축복받은 방어구 강화 주문서(일반).]“……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다른 아이템은 없다.
“아니, 아니 잠깐만. 지금 몇 명이 죽었는데.”
물론 드랍을 기대한 전투는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이런……
일반 템 하나라고?
“아, 똥겜 진짜…….”
신음하며.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