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18
열일하는 과금 기사 417화
‘혹시 리벤지에 언터쳐블 클래스를 구현하면…… 신이 되나?’
물론 그것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당장 어쩔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리벤지에 먼저 적용이 되어야 나도 아르데니아에 업데이트를 하든 말든 할 테니까.
팟!
정신을 차렸을 때, 난 옥황상제의 의식 속이 아닌 98지구에 돌아와 있었다.
“흠. 그냥 바로 돌아오는 건가.”
천공로를 보니 쌀알 더미에 꽂힌 향이 5분의 4 정도 타 있다.
자세히 집중해 보니 아주 조금씩 회복되는 게 눈에 들어왔다.
‘기다리면 회복되는 방식인가.’
최소 절반 이상은 회복되어야 다시 향을 피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 그 전에 먼저.’
필요에 의해 회수했던 여의보검을 어머니에게 날려 보낸다.
-헉…… 헛! 힘이……. 돌아왔어?
현실보다 100배 빠른 시간선 속에서 벌떡 일어나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놀라셨겠군.’
하긴 자신의 힘 상당 부분이 단숨에 날아갔는데 그러지 않을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그녀의 힘은 그녀 스스로의 것이 아니니 이는 당연히 감당해야 할 리스크다.
[폐하? 지금 시간이…….]“아, 너한테는 어떻게 인식되었지?”
내 물음에 에드워드가 확신 없는 태도로 답한다.
[현실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르데니아의 시간은 흐른 것 같은 느낌? 그런데 막상 아르데니아로 이동은 안 되었고…….]“아무리 가까웠다곤 하지만, 시간의 뒤틀림을 인지하다니.”
내심 놀란다. 역시나 아르데니아 공식 천재라고 해야 할까? 어쩌면 녀석은 시간이나 공간 속성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시시 웃던 에드워드의 몸이 순간 부르르 떨린다.
나보다 먼저 메시지를 읽은 녀석이 흠칫한다.
[어? 폐하, 지금.]“리벤지 출신 몬스터가 사라지고 던전이 닫혔지?”
[네. 역시 폐하께서 하신 일이었군요.]에드워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뭐지? 너 어디서 뭘 하고 온 거냐?]그때 세계수 녀석이 말을 건다.
“아, 좀 싸울 일이 있었어.”
[네가 이 정도로 기운을 소모할 적이 있다고?]놀라는 세계수의 말대로 지금의 내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다.
세 명의 황제 클래스와 수백의 초월자를 죽이고…… 무려 차원 하나를 박살내기까지 했으니 아무리 압도적인 스펙을 가지고 있더라도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그만큼 얻어 낸 것도 있지.’
나는 내면세계에서 서서히 복구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느꼈다.
그 [회복]으로 인해, 내면세계의 용량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어차피 남아도는 내면세계의 용량을 생각해 볼 때 전혀 문제가 안 됐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신대륙의 차원 자체를 파괴하며 몬스터들이 만들어 놓은 기존의 환경이 모조리 무마됨은 물론이고 차원 전체의 구성이 헐거워졌다는 사실.
즉.
[패치]하기에 용이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해 보고 싶었지만 아르데니아에서 할 수는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기네.’
내심 만족하고 있는데 불현듯 세계수의 목소리가 끼어든다.
[……또 싸울 일이 있으면 불러라. 어디에서든 날 소환할 수 있지 않나.]“오, 걱정해 주는 거야?”
[……쉬어라.]<세계수가 세계수의 가호-마나 회복력(황제)를 사용합니다!>
<마나 회복력 스텟이 1,099포인트로 상승합니다!>
<마나 관련 모든 디버프가 즉시 회복됩니다!>
<최대 마나의 50퍼센트가 즉시 회복됩니다!>
<버프 유지 시간 59분 59초.>
뜻밖의 선물에 나도 모르게 웃는다.
“은근히 귀여운 데가 있네.”
기본적으로 깐깐하고 자긍심 넘치는 녀석임에도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펫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친밀도 보정이 황제 클래스에게도 어느 정도 먹히긴 한다는 말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아 내면세계로 들어선다.
훅!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공간에 도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고, 거대한 광고판이 서 있다.
[세상의 끝]그렇게 쓰여 있는 광고판은 일종의 표시.
세상의 끝이 끝이 아니게 된 이 광경이 뜻하는 바는 간단하다.
“넓어졌군.”
안 그래도 대책 없이 크던 내면세계가 더더욱 넓어졌다.
원래부터 태양계를 통째로 넣을 만하던 내면세계의 크기가 이제는 가늠이 안 될 정도가 된 것!
파괴된 신대륙을 재생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생각해 보면 내 내면세계의 확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겠지.
다만 거기서 끝이다.
“역시 달라진 건 크게 없군.”
나보다 앞서 자신의 게임을 클리어한 멀린과 금낭의 전력이 그다지 상승하지 않은 걸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다.
비정상적으로 넓어진 내면세계를 멀린도 금낭도 각자의 방식으로 활용했지만 그게 직관적인 전력 상승을 의미하진 않았다.
‘나만 해도 그래. 새로운 세계를 먹으면 이론상 차크라에 한해서는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9개의 화점을 다 차지해도 초월급 이상으로 강화되지 않은 속성력처럼.’
즉, 이다음은 그녀 역시 구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 그러니까 언터쳐블급 몬스터가 없다는 게 그 증거이기도 하다.
“흠.”
걸음을 계속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굳이 생각하면 쓸 수 있는 방식이 없는 건 아니야. 천문을 넘어선 등급을 깨우치거나 금낭이 격외(格外)라 부르는 요소를 깨우치면 되니까.’
그러나 당연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무학을 자연경의 경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던 것도 천부적인 재능,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 찬 인생, 특수한 환경과 기연이 엮이고 엮여 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제 와서 차크라를 중급 초월자의 경지까지 수련한다?
이런저런 보정과 무공 요소와 같은 편법으로 뻥튀기되어 있을 뿐 순수한 역량에서는 마법보다 못한 내 차크라 경지를 생각해 보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제는 제법 천재 소리를 듣는 마법도 솔직히 대마법사의 경지에는 못 오를 것 같은데 말이지.”
마법을 수련하다 보면 무공을 수련할 때와는 다른 어떤 ‘감각’이 나를 가로막는다.
‘흔히 말하는 재능의 벽인가.’
영성이 깨이고 막대한 업의 보정을 받기에 여기까지 왔지 사실 마법사로서의 내 재능은 평범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차크라는 어떤가?
마법이 재능의 벽을 느낀다면.
차크라 더 막막하다. 아예 감도 안 잡힌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요소, [무학] 정도인데…….”
그러나 그 요소는, 자연경에 오르자 무공이라는 영능으로 가려져 요소로서의 정체성이 거의 사라져 버렸다.
영능이 요소를 압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벅. 저벅.
내 능력, 앞으로 나아갈 방향, 이런저런 계획 등을 생각하며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공간을 걷는다.
내가 세워 놓은 광고판은 어느새 내 감각으로도 인지되지 않는 상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내가 지배하는 내면세계, 내 이동 속도는 광속이 넘는다.
아까 봤던 광고판까지의 거리는 어지간한 행성과 행성 사이의 거리 이상으로 멀어진 상황.
‘진짜 넓네.’
내 내면세계는 너무나 넓고 광활하다. 모험심 넘치는 초월자들이 탐험을 나섰다가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방황하다 구출당하는 일이 생길 정도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나 계속 나아가던 난 이미 그 정도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언제 도착이야?”
직선으로 쭉 나아가다 결국 발걸음을 멈춘다.
기존 한계점에서 몇 시간을 넘게 이동 중인데도 도무지 끝이 안 나오는 상황.
내면세계가 구체 형태이기에 직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부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절대 정상이 아니다,
팟!
결국 공간을 이동해 내면세계의 끝에 도달한다. 이러면 내면세계의 크기를 정확히 잴 수가 없지만 어차피 감당 못할 정도로 크다는 것만 알면 그만.
그리고 그 끝에서.
고고고……
행성, 항성, 항성계(恒星系), 은하군(銀河群). 초은하단(超銀河團)이 어떠한 [형상]을 그려 낸다.
‘……언제 봐도 기가 막히는군.’
수없이 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초은하단이 풍성한 머리카락처럼 늘어져 있다.
수천억, 수천조 개의 별들이 날렵한 콧대와 살짝 지켜 올라가 있는 눈매를 그린다.
거대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천문학적인 단위로도 감히 재단할 수 없는 존재.
그러나 사실 저조차도 그녀의 진실된 모습이 아니다.
[나]라는 작은 존재가 인식할 수 있는 한계치가 바로 저 모습인 것이다.다만 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나를 안 보는데?”
나에 대해 흥미를 잃었다고 하기보다 뭔가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린 모양새.
리벤지가 클리어되어 던전과 몬스터가 대거 사라졌음에도 신경 쓰거나 화난 기색이 전혀 없다.
‘대체…… 뭘 보고 있는 걸까?’
고작 장난감, 애완동물이 가지고 싶다는 그녀의 유치한 욕망 때문에 온 우주가 신음하고 있다.
그녀를 무찌르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최상급 신인 저 아득한 존재를 누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그게 가능한 존재는 창조신뿐이겠지.’
그러나 [그]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뿐 절대 적대하지 않는다. [그]의 입장에서 처음으로 본 동격의 존재를 없애 버릴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리라.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최상급 신들이 모여 그녀를 죽이려 한다면 방해할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냥 이대로 적당히 안정된 형태로 우주를 유지해 줬으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막연한 기대겠지.”
그리고 그렇다면.
적어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준비를 해 놔야 할 것이다.
현실로 돌아온다.
“네, 노동청에도 전달해 주시고요. 외부 통신을 통해 34지구에도 전달해 주세요. 네? 마나 코인의 최저 시급이요? 아니요, 그건 할당량으로 지급하고 있어서…….”
통신 중계소로 돌아오자 언제나처럼 바쁘게 일하고 있는 사랑의 모습이 보인다.
“…….”
욕심도 부리지 않고 오직 회사의 성장 하나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표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멀린이나 금낭이 리벤지를 갓겜이라 부르며 부러워하는 것을 완전히 납득할 수는 없지만.
하나만큼은 사실이다.
‘대표 정말 잘 만났단 말이지.’
약간의 감동까지 느끼며 입을 연다.
“사랑아.”
“……네, 그럼 그렇게 부탁드리고요.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통신을 종료하는 사랑을 보며 말했다.
“우리…… 언터쳐블 클래스 만들지 않을래?”
“…….”
* * *
반응은 예상보다도 더 좋지 않았다.
“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니까?!”
“아 왜. 신화급, 황제급이 나왔으니 그 이상도 나올 수 있지.”
“너무 빠르다고! 아직 구황 자리도 다 안 찼다는데 무슨 언터쳐블 클래스야?! 리벤지가 망해 가는 게임도 아니고 지금 한참 잘나가는데 뭔 업데이트를 그렇게 급하게 해?”
버럭하는 사랑에게 바짝 붙어서 설득한다.
“그래도 업데이트가 많으면 좋지 않을까?”
“안 돼! 안 돼! 던전 추가나 스토리 추가면 그렇지만 이건 모두가 즐기는 콘텐츠가 아니잖아. 언터쳐블 클래스. 그러니까 신이 추가되면 어떤 플레이어가 그걸 가지겠어?”
“어…… 게임 열심히하는 사람?”
“아니지! 리벤지는 과금 게임이잖아!”
실력 게임에서는 컨트롤 좋은 사람이 왕이고, 기믹과 전략이 많은 게임에서는 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 왕이며, 노가다 게임에서는 시간 많은 사람이 왕이다.
그리고 당연히 과금 게임에서는.
“언터쳐블은 당연히 네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하루에 3,000억씩 과금하니까!”
과금 많이 하는 사람이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