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35
열일하는 과금 기사 434화
* * *
몬스터 사태로 대우주는 그야말로 홍역(紅疫)을 앓았다. 수많은 지성체가 죽고 문명들이 파괴되었으며 힘의 균형이 급변하고 사방에서 전투와 전쟁이 벌어지는 대혼란.
그러나 전설과 신화로만 접할 수 있었던 신들이 몽환의 미궁을 만들어 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더 이상 대우주는 몬스터의 습격에 시달리지 않았다. 대우주 모든 사람들이 공간을 넘거나 잠을 자는 것으로 몽환의 미궁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몬스터를 막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백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직장인, 집에서만 소일하던 가정주부가 몬스터를 죽이는 것으로 직업과 능력치, 특성을 얻어 강력한 탐험가로 거듭났다.
우주에 자신들만 있는 줄 알았던 하위 문명이나 위치상의 문제로 타 문명과 접촉하기 힘들던 세력들이 미궁에서 온 우주의 존재들과 만나 교류하며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켰고, 미궁 안에서 죽어 나가는 탐험가들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부와 명예를 얻었다.
우주의 멸망을 걱정하는 것은 우로보로스의 마법사들이나 소수의 강자뿐.
사람들은 자신들이 몬스터 사태에 완전히 적응하였으며 지금까지의 시련만큼 눈부시게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믿었다.
두 명의 황제가 행방불명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끼익-!
도시 한쪽에 자리한 던전이 폭주하자 던전 주변에 안개가 깔린다.
“곧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낼 거다! 다들 바짝 긴장해!”
“장비 점검! 영능과 특성을 확인해라!”
던전 폭주까지 카운트다운을 살피며 미리 대기하고 있던 탐험가들이 힘을 끌어올려 전투를 준비한다.
“제길…… 18레벨 던전. 말만 들었지, 본 적도 없는데.”
“대신 지금은 병사들이 백업 해 주잖아. 마탄을 적용한 자주포랑 전차들도 있으니 괜찮을 거야.”
미궁에서 오랜 시간 싸워 왔지만 그럼에도 병사라고 부르기 어려울 기질의 탐험가들이 수군거릴 때였다.
착착착. 착착착.
질서정연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안개 속에서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을 아래로 내려다볼 정도의 큰 키, 어디서든 눈에 띄도록 만들어진 백색의 갑주, 그리고 백색의 창과 방패로 무장한 군단.
그 백색의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수많은 탐험가들이 침음했다.
“발키리와 에인헤랴르(Einherier) 군단이다……!”
“포격 시작! 무리 지어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죽여야 해!”
“광역기 능력자들에게 버프를 걸어!”
쿠궁–! 쾅!!
멀리에서는 자주포의 포격이, 가까기에서는 창과 화살이 쏟아진다.
“고오오오—!”
“사격을 시작합니다.”
환수와 정령이 소환되고, 심지어 개중에는 미궁에서 얻어 낸 안드로이드를 불러내는 이들도 있다.
쿠궁! 쾅!
쏟아지는 공격에 에인헤랴르 군단이 우르르 쓰러진다. 그러나 공격이 무한이 지속될 수는 없다.
힘을 쏟아 낸 탐험가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진형을 교체하려고 할 때.
착착착. 착착착.
군단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엔 말을 탄 기마병과 사냥개들을 데리고 나온 보병들이 보인다.
“히이이잉!”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발키리들이 고함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단박에 쏟아져 나오는 개미 떼처럼 쏟아지는 에인헤랴르(Einherier) 군단 사이사이에서 발키리가 솟구쳐 올라간다.
구구궁! 쾅!
[적을 쳐 죽여라!] [돌진하라–!!]길을 막고 돌진해 오는 탱크를 신의 병사들이 달려들어 파괴한다. 날아오른 발키리가 포격을 막아 내고 총알을 쏟아 내던 헬기를 추락시킨다.
고층 빌딩에 자리한 탐험가들과 군인들이 합세하여 화기의 화력을 올려 발키리들을 공격하지만, [싸움 처녀의 감각]으로 일사불란하게 공격을 피하거나 몇몇은 몸으로 받아 낸다.
쿵! 쿵! 쿠웅!
발키리들이 방패로 고층 건물을 둘러싸 부수기 시작한다. 벽에 금이 가고, 건물이 기우뚱하더니 이내.
쾅!
쓰러져 옆의 건물과 함께 무너져 내린다.
사방으로 피가 튀고, 살점이 튄다.
“고위급 탐험가가 필요해! 아직도 소식 없어?!”
10층의 탐험가이자 군인인 장교의 외침에 다른 장교가 고개를 흔든다.
“지키면 수도부터 지키지 여기에 오겠어? 허튼 기대 말고 피해를 감수해! 코인을 주고 샀다는 영자력 폭탄을 사용하면…….”
쿠구궁…….
몬스터의 물결을 막으며 악을 쓰던 병사들이 멈칫한다.
저 멀리 산 중턱 즈음에서 불길하게 일렁이는 건축물이 땅을 뚫고 위로 올라오고 있다.
먼 거리였지만, 탐험가인 그들은 그 건축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세 설명을 볼 수 있다.
[적색전함. 엘베리아.]등급 : 극한(22레벨)
참여인원 : 최대 8명
출신 : 엘더 오리진
비축 에너지 : 챌린지 토큰×11 등.
던전 폭주까지 : 1일 14시간 57분 42초.
“……초월급.”
“오, 하나님.”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결코 이 문명만의 일이 아니었다.
“후퇴해! 이 도시를 포기한다!”
“어째서…… 왜! 지금껏 잘 버티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미궁이 터져 나가는 거야?”
“미궁 기사단을 황궁으로 집중시키고…….”
미궁에서 걸러지지 못한 던전들이 현실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현실에 등장한 던전은 클리어하지 못하면 던전이 폭주했고, 폭주한 던전에서는 몬스터가 쏟아져 나와 지성체 말살이라는 타협 불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공세를 시작했다.
“어? 던전이다.”
“경찰에 신고해.”
물론 불규칙적으로 올라오는 던전에 모든 문명이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34지구나 드래고니안. 캔딜러족이나 프리아냐 헤븐 등 역량이 차고 넘치는 문명들은 특히 그러하다.
“초월급인데 경찰이 해결 가능한가?”
“기가스도 타니 숫자만 채우면 되지 않을까? 마법 소녀님이 우리 지역에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요새 너무 많이 올라오네.”
“그러게 말이야.”
계속해서 등장하는 던전의 존재로 미궁에서 능력을 키웠지만 그 근본은 어디까지나 현실인 탐험가들이 대량으로 죽어 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죽는 만큼 미궁에서의 던전 공략 속도가 늦어진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거의 다 처리 해 간다!”
“조금만 더 버텨라! 부상자를 챙겨서…….”
쿠구궁…….
땅이 일렁이더니 마치 수면 아래의 뭔가가 올라오듯 또 다른 던전이 지상으로 올라온다. 몬스터 군단을 막아 내던 병사의 눈에 절망이 깃든다.
“대체…… 미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 *
콰드득!
무너지는 던전을 헤치며 거대한 짐승이 모습을 드러낸다. 생물의 것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금속질의 외피, 사자의 그것을 닮은 두상과 풍성한 갈기, 세상의 그 어떤 명검보다 날카로운 발톱과 마주 보는 것만으로 정신을 억압할 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눈.
그가 던전을 들어갈 때면, 혹은 던전에서 나올 때면 그가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겁을 먹지 않는 존재가 없었다. 그가 수많은 생명과 문명을 파괴시킨 재앙과도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야수왕(野獸王).
혹은 폭식(暴食)의 마왕(魔王).
마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종말의 짐승. 베히모스가 특유의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쿵!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그의 어깨에 던전 하나가 부딪힌다. 이는 베히모스가 소형화한 상태에서도 십 수 미터가 넘어가는 거체인 탓도 있지만, 그만큼 20층에 던전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20층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다.
얼마나 혼란스럽냐면, 마왕인 베히모스가 등장했음에도 탐험가들이 신경 쓰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아…… 또 올라간다!”
“제길. 너무 많아! 이렇게까지 밀리다니…….”
“난, 이제 나가 봐야 해. 우리 수도에 던전이 등장했다네.”
“클리어 타임은?”
“초월급에 역할극까지 해야 하는 [검은 영혼]이니 아무리 짧아도 500시간은 걸리겠지.”
“한동안은 미궁에 못 온다는 말이네.”
100배의 시간이 흐르는 몽환의 미궁에서라면 수백 시간을 던전 공략에 사용한다 해도 현실에서는 수 시간이 흐를 뿐이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현실의 수백 시간은 문자 그대로 수백 시간.
미궁의 시점에서 보자면, 탐험가가 수만 시간, 그러니까 약 2,000일 이상 미궁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할당량 수치가 증가하였습니다.] [할당량이 30퍼센트 증가합니다. 보상 토큰이 50퍼센트 증가합니다.]느닷없는 미궁의 알림에 탐험가들의 분위기가 흉흉해진다.
“또 늘어났다고? 어제도 늘어났었잖아!!”
[안 돼! 난 나가야 한다고! 내 고향에 던전이 생겨났단 말이야!!]탐험가들이 아우성 쳤지만 미궁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미궁은 온 우주의 멸망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 모든 지성체 개개인을 긍휼(矜恤)히 여기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작 반년이 좀 넘었을 뿐인데 이렇게 되는가.]베히모스는 슬쩍 시선을 돌려 20층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존재감을 뿌려 대는 던전을 바라보았다.
[??]등급 : ??(42레벨)
참여 인원 : ??
출신 : ??
비축 에너지 : ??
찌릿.
던전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긴장감이 몰려온다. 아주 오랫동안 느껴 보지 못한, 그보다 명백히 상격의 존재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던 감각.
‘신급 몬스터가…… 등장했다는 건가.’
솔직한 심정으로는 싸워 보고 싶다.
중급 초월자로 영락(零落)한 베히모스였지만……. 마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후 수여 받은 힘은 그에게 전성기에 준하는 힘을 부여했다.
그의 절대 권능. 폭식(暴食)은 하위의 존재를 잡아 삼켰을 때는 그저 힘을 회복할 뿐이지만 상위의 존재를 잡아 삼킨다면 격을 높일 수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쿵!
그러나 던전에 진입할 수 없다.
짐작하건대 저 던전의 주인이 틀어막은 것이리라.
‘덕분에 현실에 안 나가고 있긴 한데.’
언터쳐블급 던전을 가만히 바라본다.
베히모스는 최근 명성을 날리는 인황이나 챔피언 엠퍼러의 강함을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건 다른 마왕은 물론 대천사들까지 공유하는 인식이었다.
그들의 성장 속도는 [신]의 손길이 닿았다고밖에 안 보일 정도로 비정상적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계는 명확하다. 마왕들이 긴 세월 동안 쌓아 온 경험과 역량, 그리고 절대 권능은 같은 황제 클래스라고 해도 압도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 이 두 녀석…… 던전을 얼마나 깨고 있던 거지?]두 명. 단 두 명이 빠진 것만으로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던 미궁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덕분에 효율적으로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초월급 던전을 중심으로 클리어 하고 있던 마왕과 대천사들 모두가 황제급 던전을 전담해야 했다.
폭식의 권능을 가진 베히모스는 어차피 황제급 던전을 돌고 있었지만…… 하루에 한두 개의 던전을 돌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하루에 최소한 4개의 던전을 돌아야 한다.
휴일은 당연히 없다.
[…….]새로운 황제급 던전 앞에서 베히모스는 잠시 망설였다.
‘……지치는군.’
황제급 던전을 클리어 하는 건 마왕인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황제 클래스라 해도 고작 몬스터 따위가 어찌 폭식의 마왕인 그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마치 직장인이 회사에 출근하듯 황제급 미궁을 클리어하는 것은 그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쉬운 상대라고 말했지만 명색에 황제 클래스.
쓰러트리려면 체력과 마력을 대량으로 사용해야 하니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도…… 해야겠지. 마신님의 명령은 거스를 수는 없으니.]콰득.
커다란 손을 들어 황제급 던전에 들어선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다.
마치 주말에도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 * *
현실의 시간이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아르데니아에서는 150년.
“그만! 항복해!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작정이냐!?”
다크 스타가 악에 받쳐 소리 지른다.
“응, 안 돼.”
“여기 시간은 1년밖에 안 지났는데 개 징징거리네.”
아직도.
우리는 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