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436
열일하는 과금 기사 435화
“여기 시간은 1년밖에 안 지났는데 개 징징거리네.”
아직도.
우리는 싸우고 있다.
물론 싸우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중이다.
실제로 내가 본격적으로 방어에 전념한 이후로는 다크스타가 로그인 하는 경우도 드물 정도!
그러나 그럼에도 초조해하는 건 우리 쪽이 아니다.
“여유 있는 척해도 소용없어. 이 멍청한 놈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맞아 죽고 있을 뿐이면서……!”
초반의 그 여유롭던 태도는 어디로 간 건지 다크스타의 목소리에는 울분이 가득하다.
“좀 이상하죠, 형님?”
내 뒤에 바짝 붙어 공격을 전담하고 있던 금낭이 소리 죽여 말한다. 속삭이지만, 신적인 능력을 가진 다크스타는 들을 수 있다.
들으라는 말이기도 하다.
“너무 근성이 없어요. 신적인 의지, 신적인 정신력…… 뭐 이런 게 있지 않아요? 저거 완전 초딩인데.”
“신이라고 해서 꼭 의지력이 강하다는 보장은 없지. 인격신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올림포스 신족 중 제일이라 손꼽히는 제우스는 고작 아랫도리 놀리는 걸 참지 못해 파탄과 비극을 숱하게 불러 온다.
온갖 방식으로 물질계에 패악을 부리다 신계에 잡혀 가는, 욕망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신들에 관한 전설은 드물 것도 없는 이야기고, 문명을 지켜야 할 성계신이 귀찮아서 수백 수천만 명이 죽어 나가는 상황을 방관하는 경우도 있다.
힘은 그저 힘.
신적인 힘과 권능을 가진 존재가 그 힘에 걸맞은 정신을 가지리라는 것은 그저 인간의 기대에 불과하다.
물론 다른 가설도 있다.
‘그냥 그 바탕을 이루는 멀린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 걸 수도 있고.’
멀린은 우주적인 수준의 마법사이자 경악스런 발상과 의외성을 가진 천재였지만, 사실 그의 의지력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천재가 흔히 그렇듯 관심 가는 일에만 미쳐서 몰입하는 타입.’
뻑!
“큭!”
그때 새까만 저주의 창이 히페리온의 장갑을 뚫고 내 어깨를 반쯤 파고들었다.
히페리온이 비명을 지른다.
[악! 로그인! 로그인!]“그 정도는 아니니 엄살 피우지 마.”
히페리온을 타박하며 어깨에 박힌 저주의 창을 뽑아 던져 버리자 히페리온이 항의한다.
[엄살 아니라 저주의 힘이 파고들어 오잖아! 보름쯤 쉬면서 복구 능력 있는 조종사의 어빌리티를 빨아먹어야…….]“빨아먹는다고 하지 말라니까. 그리고 무슨 기가스가 이리 엄살이 심해?”
[내면세계에라도 넣어! 잠깐 피해만 복구하고…….]“그건 안 돼.”
조금 전 공격만 해도 어빌리티 광신체의 보정을 받는 히페리온의 장갑이 일차적으로 버텨 줬으니 얕게 박혔지, 아니었으면 뽑느라 고생 깨나 했을 것이다.
쿠구궁!
카드가 뒤집히고 천지가 저주로 가득 찬다.
나는 온몸으로 빛의 속성력을 뿜어내며 태극의 흐름으로 그것을 흘려내며 입을 털었다.
“이런. 이제 카드 텍스트 안 읽어 줘? 듀얼리스트로서의 예의는 어디에 팔아먹은 거야?”
“…….”
“첫 맛이 짜고 끝 맛이 씁쓸한 것이…… 망자의 장탄식인가.”
“…….”
다크스타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노려본다. 그러나 그런다고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
“형님. 저 녀석. 무시하는데요?”
“내비 둬. 다음 달이나 다다음 달쯤 되면 심심해서라도 입 열겠지.”
“너……! 네놈들……!!”
쿠구구—!!
파라락!
카드들이 뒤집히며 무지막지한 마력이 휘몰아친다. 하나하나가 권능에 준하는, 혹은 권능 그 자체인 파멸의 힘!
‘컨셉을 저주로 완전히 고정했군. 로그인을 해도 회복하지 못하는 타격을 주고 싶은 거겠지.’
따분하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절대 정타로 맞으면 안 된다.
신이 내리는 저주를 가감 없이 맞으면 신에 준하는 육체를 가진 나라도 목숨이 위험하고, 설사 로그인에 성공한다 해도 치유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인류제국의 치유술사들이 유능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니 방어는 집중해서 해야 한다.
크그극!
번쩍!
쏟아지는 저주를 흘려내자 온몸에서 저주에 가장 강한 광 속성이 뿜어진다.
태극광(太極光).
에드워드가 만들어 낸 웃기지도 않는 이름의 무학을 극한으로 운용한다.
나 스스로가 품고 있는 빛의 속성력.
내가 타고 있는 태양신의 이름을 가진 기가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경에 도달한 경지.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진 태극광은 외부의 힘을 빗겨 내고 또 흡수해 빛으로 내뿜는 절대의 무학이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0o0++++++++!!”
내 왼쪽에 떠 있는 에레보스가 저주를 어둠으로 변환해 받아들이고 클라우 솔라스는 뿜어지는 빛을 증폭해 흩뿌린다.
이기어검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녀석들을 날려야 하지만 멀리 날리면 자꾸 요격당해 잡은 전투 자세.
분신은 소환할 때마다 몰살당해서 꺼내지도 않는다.
[아폴론의 꺼지지 않는 태양.] [아폴론의 꺼지지 않는 태양.] [아폴론의 꺼지지 않는 태양.]그렇게 방어에 전념하는 내 뒤에 숨어 있는 금낭이 권능 주문을 난사한다.
[이것들이 통하지도 않을 공격을–!!]다크스타가 이를 갈며 떠오르는 태양을 모조리 날려 버린다. 들어간 노력에 비해 허망한 결과였지만, 우리는 기죽지 않고 입을 놀렸다.
“왜 시간 이야기만 하면 이렇게 발작인지 모르겠네.”
“그러게요. 짧아도 10년, 길면 100년도 싸워야 하는데.”
“이 미친놈들……!!”
악을 쓰는 다크스타의 카드에서 저주가 폭주한다.
“큭.”
온갖 주문과 카드를 쏟아 내던 금낭의 얼굴이 새까맣게 물들기 시작한다. 마침내 버티지 못하고 저주에 당한 것.
그러나.
팟!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온다. 로그인&로그아웃을 한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 저주의 침식이 선을 넘는 순간 즉시 후퇴했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즉각 반응한다.
“저주가 퍼져 나간다!”
“신성진을 강화해!!”
온몸에 덕지덕지 묻은 저주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빛에 의해 불타오른다.
자연히 내 피부 역시 불타오르며 피부가 징그럽게 끓어오르고, 심지어 탄화되거나 그 안에서 애벌레가 기어 나오기도 했지만.
“천신의 가호!”
“구원의 빛!”
황제급 스킬이 쏟아진다.
저주의 격이 축복의 격보다 높았지만 상관없다.
이미 양(量)으로 질(質)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난 새로운 특성을 개방했다.
[불생불멸(不生不滅).]삶과 죽음에서 벗어난 상태. 외부에서 가해지는 모든 간섭을 끊어 내거나 유예한다.
어마어마한 토큰을 잡아먹는 5차 특성 주제에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설명의 이 특성을 굳이 설명하자면 [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물론 현실에 무적은 없지.’
실제로 레벨을 엄청나게 높였음에도 권능의 영역을 넘어선 다크스타의 공격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게 완전히 무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마치 카드 할부를 하듯 저주와 데미지를 나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오오오—!!
“저주가 폭주합니다!”
“4단계! 저주 포식을 시작하고 기가스와 조종사들을 준비시켜!!”
50명의 대천사와 10명의 세계수, 그리고 600명의 초월급 플레이어들이 지름 3킬로미터짜리 마법진 곳곳에 자리 잡고 마나를 뿜어내고 있다.
장소는 성벽 밖이다. 성안은 거대한 마법진, 식당, 숙소를 비롯한 부대시설, 창고 등을 설치하기에 제한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 그러니까 [쉼터]는 역, 공간 이동진, 차원 터널 등이 설치되어 성안은 물론이고 도시 곳곳에서 출퇴근이 쉽도록 설계되어 있다.
[조종사! 조종사 어디 있어!]“대, 대령! 김진석! 대기 중입니다!”
빛나는 거인이 벌떡 일어나 바짝 긴장한 얼굴의 사내를 태운다.
초월자가 아니면 태우지도 않는다던 자존심은 날아간 지 수십 년도 넘었다.
“끄으윽……!”
어빌리티, [정화]를 가진 기가스 파일럿이 엄청난 압력에 짓눌리는 듯 얼굴을 일그러트리다 버티지 못하고 기덜한다.
[다음!]“주, 중령 한영…….”
[관등성명 됐으니까 빨리!]나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히페리온을 보며 생각했다.
‘나를 목표로 통과한 공격으로 엄살은…….’
그러나 굳이 그 말을 입으로 뱉지는 않는다. 물질이 아닌 영체나 정신체에 가까운 기가스니 저주에 특히 더 취약할 수도 있기 때문.
나는 밀려오는 고통을 감내하며 눈을 감았다.
치이익…….
약 6시간의 치유 끝에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완전한 만전은 아니지만 컨디션이 좀 안 좋은 정도로 버틸 만한 상태.
하모니가 다가와 엘릭서 몇 병을 넘긴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너희가 했지. 점점 회복 시간이 빨라지네.”
“인력과 물자를 무제한적으로 투입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인류제국의 황제로서 부와 권력, 그리고 플레이어로서의 과금력과 흥행력을 이 쉼터에 쏟아부었다.
그동안 미친 듯이 일해 벌어 놓은 과금력과 이런저런 기연(?)으로 높여 놓은 흥행력은 아르데니아에서 100년을 쓰기만 해도 타격이 없을 정도!
‘물론 줄어만 가는 잔고는 가슴을 찢어지게 하지만…….’
그러나 그냥 시간만 축내며 나 스스로 회복하는 방법을 쓸 수는 없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의 로그인 시간이 몬스터에게, 또 [그녀]에게 일종의 자원으로 활용된다는 건 이미 확정 사항이다.
이미 아르데니아에서 100년도 더 지났다는 건 생각해 보면 아무리 지출이 커도 치료 시간을 줄여야 한다.
‘시간, 항상 시간이 문제군.’
다크스타를 상대하며 태연하고 장난스러운 태도를 유지했지만…… 사실 나도 마냥 편하고 재미있게 전투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시간이 너무 흐르고 있어.’
원래대로라면 아르데니아의 시간이 문제일 뿐 현실의 전투 시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던전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고, 그곳의 시간은 현실의 100배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분명 그랬다.
“하모니. 지금 시간 배율이 어떻게 되지?”
“1 대 1.3입니다.”
“1 대 1이 멀지 않았네…….”
현실, 대우주에서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현실, 미궁의 던전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아르데니아에서는 150년의 시간이 흘렀다.
원래 미궁의 시간에 묶여 있던 던전의 시간은 점점 현실의 그것에 가까워지고 있다. 내 짐작에 던전이 현실에 나가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리라.
신급 던전이 아직 미궁에 있는 건 우리가 그 안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지 원래대로라면 벌써 현실로 튀어 나갔어야 정상이다.
“폐하.”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내게 하모니가 묻는다.
“승산은, 있습니까?”
“100퍼센트.”
“…….”
단언하는 내 모습에 하모니가 두 눈을 크게 떴다가 아내 피식하고 웃는다.
“폐하답군요.”
“사실이니까. 다만…… 시간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해. 대우주 전체를 걱정하는 건 건방진 일이겠지만…… 98지구가 걱정이네.”
“폐하는 정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의 하모니를 보며 웃다가 문득 생각한다.
나는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세상도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