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greatest Russian crown prince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38)
#038
내가 쏘아 올린 결혼식 축포가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감사 인사를 하려는지 황궁 홀을 채우고 있던 이들이 득달같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친위대들이 고생을 많이 했답니다.”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분노한 신민들의 응징이었다.
황궁 앞 광장에 모여든 신민들의 모습에 안나와 보야르들은 그저 결혼식과 대관식을 구경하러 모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축포 선물에 간신히 살아남아 광장으로 도망치듯 나온 이들을 향해 날아온 것은 썩은 과일과 돌이었다.
덕분에 돌에 맞아 죽을 뻔한 것을 구하느라 친위대가 아주 고생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황제가 되겠다고 나섰던 안나의 약혼자, 홀슈타인 대공. 그는 미처 결혼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날아온 축포와 함께 실종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가 서 있었다는 위치에 쌓인 건물잔해를 보건대 살아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약속된 대로 발트함대의 사격으로 시작된 상테페테르부르크 입성은 너무도 손쉬웠다.
“중앙군이 성문을 열면 진입한다.”
“네.”
“특히 일반 신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주의···.”
하라는 당부를 하던 난 성벽에서 일어난 소란에 말을 멈추고 말았다.
성문 근처에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성문이 열렸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열린 성문에 잠시 고민하던 난, 이내 앞장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하,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네, 일단 확실한 상황을···.”
“보거라.”
“황태자 전하 만세!”
“만세.”
성문 근처로 가자,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신호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중앙군보다 먼저 성문을 열어젖힌 것은 나를 애타게 기다리던 신민들이었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중앙군과 언제 준비한 것인지 꽃바구니를 들고 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와!!!”
“황태자 전하께서 돌아오셨다.”
“만세!”
그렇게 나와 일행은 쏟아지는 환호성과 꽃비를 맞으며 마치 개선군과 같은 모양새로 황궁까지 진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궁 앞에 도착해 보게 된 광경은,
“황태자 전하.”
“전하.”
나를 보고 드디어 살았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친위대들과 넝마가 되어있는 반역도들이었다.
“그만.”
나의 나지막한 한마디와 손짓에 친위대의 만류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던 돌과 오물 투척이 멈췄다.
간신히 살아남은 황후와 세 명의 황녀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특히나 흐트러진 머리에 찢기고 피와 온갖 오물이 묻은 옷을 걸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황후의 모습은 넋이 나가 보였다.
멍하니 있던 황후는 나를 알아보곤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해댔다.
“어떻게 황궁 포를 쏠 생각을 한단 말이냐, 그곳엔···.”
황제 폐하까지 계시는데 네 놈이야말로 반역도란 황후의 외침에 난 피식 웃고 말았다.
“아버님께서 별궁에 계신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반역도라고요? 내게 그리 외치고 싶었으면 이겼어야지요.”
내 말에 황후가 분하다는 듯 살기 어린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그뿐이었다.
키킨을 향해 손짓해 보인 나는 그녀를 무시한 채 황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예카테리나 따윈 더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제를 봐야 해.’
대제가 머무른다는 별궁으로 들어서자마자, 그의 주치의가 달려 나왔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대제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그러나 다시 깨어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겨우 서너 달 사이에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누워있는 대제의 모습은 반 시체나 다름없었다.
“수술을 하면 희망은 있는 건가?”
내 질문에 의사들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당장 사흘도 장담하기 힘들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니 당장 수술을 해야합니다.”
본래도 폭음을 즐기던 대제는 각종 질병을 달고 살았다. 안면마비, 두통, 요석 등 그가 앓고 있는 질병은 종류도 참 다양했는데, 그중에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것은 요석증이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말에 응급수술을 통해 내 주먹보다도 큰 요석을 제거해냈지만···.
“방광이 거의 썩어있는 상태라···.”
“이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의사들의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러시아 각지의 성당에서 기도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성당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촛불을 켜고 위대한 황제의 회복을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이틀 후, 기적이 일어났다.
“알렉세이.”
깜박 졸았었던 것 같았다. 귓가에 들리는 부름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뜨니 대제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네, 아버님.”
“선물은 받았느냐?”
“네.”
“미안하구나, 포장이 영 부실했어.”
“그까짓 포장이 무어 중요합니까? 내용물이 중하지요.”
쓰러졌던 것이 거짓말인 양 자리를 털고 일어난 대제는 반파된 황궁을 보고 혀를 찼다.
“그 궁이 그리 마음에 안 들었더냐? 그럼 그냥 옆에 새로 하나 지으면 될 것이지. 굳이 이리 박살을 내놔야 속이 시원했느냐?”
“위치가 마음에 들어서요.”
“뭐, 뭐라? 쯧. 하여튼 한 마디를 안 지려고 드는구나.”
반란의 뒤처리를 본인이 하겠다는 대제의 말에 나를 비롯한 신료들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대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 그 고집을 누가 꺾으랴.
대제가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은 황후인 예카테리나와의 결혼을 무효로 돌리는 것이었다.
이혼이 아니라 아예 혼인 자체를 무효로 돌리면서 여동생들은 황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래도 아주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굳이 살려둘 필요가 무어 있다고.”
그런 대제의 행동에 키킨과 골로빈은 불만을 토로했다. 세 황녀들의 지위를 빼앗은 것이 황제가 되고자 했던 첫째 안나를 제외한 둘을 살리기 위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혼인 무효를 순순히 황후 예카테리나가 받아들인 것 또한 그와 같이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와 세 아이들을 다 죽이실 작정은 아니시구나.’
그러나, 대제의 처분이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황족도 아니면서, 감히 황위를 욕심낸 대역죄인들을 참하라.”
대제의 명령에 예카테리나는 절규했다.
“이러실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러나 대제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유례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죄인들의 형이 집행되었다.
오죽하면 사형장의 망나니가 과로로 쓰러지게 생겼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쓰러졌던 것이 거짓말인 양 정력적으로 반란의 뒤처리를 끝낸 대제는 이제는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다시 자리에 누웠다.
“나탈랴와 표트르는 오고 있다고?”
“네.”
“아무래도 그 아이들을 못 보고 가는 것이 아쉽구나.”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힘을 내라는 내 말에 대제는 눈을 흘겼다.
“아직도 나를 부려 먹을 일이 남아있는 게야?”
“그런 것이 아니라···.”
“알렉세이.”
“네, 아버님.”
“내 가장 큰 업적이 무어라고?”
대제의 물음에 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로마노프를 낳은 것입니다.”
“그래. 페트로비치지. 아들아, 지켜보고 있으마. 네가 만들 위대한 러시아를 말이다.”
그렇게 유럽으로 취급도 못 받던 변방 후진국을 당당한 유럽의 강대국으로 만든 대제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 달 후인 1725년 5월.
나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로마노프의 대관식이 열렸다.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위대한 러시아 만세!”
“만세!”
후대에 일컬어지길 위대한 황제로 불리는 알렉세이 대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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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서진 황궁은 간신히 잔해만 치웠을 뿐이었다.
덕분에 연회는 홀이 아닌 정원에서 열리고 있었다.
“경하드리옵니다.”
“고맙군.”
“저희까지 이리 챙겨주시다니···.”
“맞습니다. 제대로 뭘 한 것도 없는데···.”
별동대로 편제되어 나디르와 갔던 이들을 제외하곤, 내 뒤를 따라온 퇴역 군인들은 실제 전투는 하나도 할 필요가 없었더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공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반역도들의 재산을 몰수하니 꽤나 넉넉한 액수가 나온 터라, 여유 있게 그들에게 포상을 챙겨줄 수 있었다.
특히나 그들이 좋아한 것은 기념 휘장이었다.
“대대로 가보로 넘길 것이옵니다.”
“네, 위대한 행진에 이 아비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증빙하는 것이 아니 옵니까?”
“위대한 행진?”
“어, 모르셨습니까?”
내 되물음에 말을 꺼낸 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스트라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나와 내 뒤를 따르는 이들의 움직임을 두고 세간에선 ‘위대한 행진’ 혹은 ‘영광의 행렬’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뭐, 전투는 없었으니 행진이 틀린 것도 아니긴 하군.”
“그렇지요?”
거기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며 기뻐하는 이들의 모습에 나 또한 웃고 말았다.
친위대들이 위험하다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했지만, 오늘 황궁은 일반 신민들에게까지 개방되어 있었다.
덕분에 정원은 바글바글했다.
“이러니 진짜 축제 같구만.”
“황궁 바깥도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가?”
“그나저나 폐하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응?”
키킨의 말에 무슨 소리냐며 되묻자 그가 이리 대답해왔다.
“왜, 예전에 관등제며 이런저런 일들을 하셨을 때요. 그때 다들 폐하의 공은 모르고 선황 폐하만 칭송한다며 저희들이 아쉬워했잖습니까.”
“네, 저희들이 그리 이야기했을 때 전하, 아니 폐하께선 신경 쓸 것 없다고 하셨는데.”
“와, 이번에 신민들이 폐하를 따르는 것을 보니 다들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더 소름 돋았던 것은 저희와 달리 폐하께서는 그것조차도 다 알고 계셨다는 것이니···.”
난 그저 애초에 대제의 공적이었기에 굳이 탐내지 않았던 것뿐이었는데···.
뭐 꿈보다 해몽이긴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그저 웃고 마는 내 모습을 어찌 해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키킨과 골로빈을 비롯한 이들은 연신 ‘역시 폐하의 혜안은 따라갈 수 없다’라며 나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어떤가?”
“신기한 나라입니다.”
“그런가?”
나디르는 신기한 얼굴로 연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구경하느라 바빴다.
“자네 수하들은?”
“구경할 것이 많다며 흩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런가?”
“역시 이곳에 와보니 제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도 모습이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나를 따르는 신민들의 모습이었다며 나디르는 눈을 빛냈다.
“주인님께서 시키신 대로 따른다면 제가 만들 왕국도 이런 모습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내 대답에 나디르는 결의에 찬 얼굴로 다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나디르 주인님의 명이시라면 불 속이라도 마다치 않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나디르의 행동에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와!!!”
“황제 폐하, 만세!!”
“만세!”
이교도조차도 감화시킨 황제의 위대함을 모두가 기뻐하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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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군.”
“그러게 말입니다, 폐하.”
대제가 굵직한 일들을 처결해주고 떠나긴 했지만, 여전히 남을 일들은 많았다.
소소하게 반란과 연결된 이들의 처결부터 시작해 중간에 틀어져 버린 아라비아 문제까지.
거기다 서유럽의 분위기 또한 심상치 않았다.
모두 신성로마제국의 합스부르크 때문이었다.
5세기 전만 해도 스위스 구석의 자그마한 가문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는 현재 유럽의 국가 대부분과 관련된 초거대 가문이 되어있었다.
‘현대로 치면 다국적 기업쯤 되는 거지.’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베니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폴란드, 루마니아.
모두 합스부르크가 직접 통치하거나, 혹은 혈연관계로 이어진 이들이 다스리는 나라였다.
스페인 역시 합스부르크 가문의 피를 이은 왕들이 근 150년 넘게 왕위를 이어 왔으나 1700년 카를 2세가 후손 없이 죽은 이후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와 합스부르크 사이에선 스페인 왕위 계승(1701-1714)을 두고 전쟁이 벌어진다.
그 이후 사국 동맹 전쟁(1717-1720)까지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가 관여한 전쟁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겨우 얼마 전인 1720년에야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그 마무리를 위한 비엔나 협상이 드디어 올해 체결된 것이다.
협상이 체결되었는데 어째서 안정이 아니라 불안하다고 묻는다면, 다름 아닌 현재 합스부르크 가문의 상황 때문이었다.
이 거대한 가문에 사내라고는 현재 황제인 카를 6세가 유일했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카를 6세는 여자도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국사 조칙을 발표한다.
문제는 카를 6세와 합스부르크가 가지고 있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위였다.
다른 지위와 달리 신성로마제국 황제는 투표권을 가진 선제후들이 선출하는 것이었다.
“비안나에서 협약이 체결되었다고?”
“네, 폐하.”
“흐음. 거기 우리도 어떻게 못 끼나?”
“네?”
내 말에 신료들은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비엔나 조약은 근 20년 가까이 전쟁을 치러온 합스부르크와 프랑스가 체결한 조약이었다. 그 전쟁에 끼지도 않은 우리 러시아가 무슨 자격으로 거기에 끼어든단 말인가.
“아니, 합스부르크 쪽으로 찔러봐. 끼워줄 거야.”
실제 원 역사에서 일 년 뒤인 1726년 러시아는 새로운 비엔나 협약에 끼어들 수 있게 된다.
물론 러시아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선출하는데 아무런 자격도 없었다. 그러나 선출권을 가진 선제후들은 모두 약소국이었다.
‘그러니까 혹시 반대하는 놈들 나오지 않게 분위기 조성할 때 도와 달란 거지.’
애초에 카를 6세는 그래서 국사 조칙을 다른 강대국들에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꽤 많이 기울인다.
그와 반대로 프랑스는 어떻게든 거기에 어깃장을 놓기 위해 애쓴다. 후에 카를 6세가 죽고 오스트리아 계승 전쟁이 벌어졌을 때 프로이센과 동맹을 맺고 지원한 것이 바로 프랑스였다.
‘앞으로 서유럽에도 좀 신경을 써야 해.’
원 역사처럼 어설프게 끼어들어 괜히 손해를 보고 오지 않으려면 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특히나 아직 폴란드에게서 찾아오지 못한 서부 루테니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문제는 또 있었다.
러시아의 발전을 위해 인재를 수집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하던 일이었다.
문제는 종종 내가 원치 않았던 인사들이 폭탄처럼 이 러시아로 굴러들어온다는 점이었다.
“볼테르?”
“네, 그이가 망명을 신청해왔사옵니다.”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는 데 무슨 신청입니까?”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 그러나 필명 볼테르가 더 유명한 그는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이다.
그러니까 장 자크 루소, 드니 디니로와 함께 계몽 사상가로 손꼽히는 인물인 볼테르가 러시아에 온 것이 무슨 문제냐,
“프랑스에서도 연락이 왔사온데···.”
“당장 송환해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조국인 프랑스에서 그는 귀족과 문제를 일으키고 바스티유에 갇힐 위기에 처하자, 간신히 도망쳤다는 것이다.
하필 도망쳐 온 곳이 이곳 러시아였다.
‘원 역사에선 영국으로 가지 않나?’
문제는 내가 알던 역사와 틀어진 부분이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죄인인 볼테르를 숨겨준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뭐?”
도망쳐온 볼테르도 골치가 아프지만,
‘일단 유명한 놈인 건 알겠는데 대체 어디다 써먹어?’
사상가로 유명한 것은 알겠지만, 당장 나에겐 그를 써먹을 마땅한 용처가 떠오르지 않았다.
더 골치 아픈 것은 프랑스의 태도였다.
우리 러시아와 크게 교류가 없었던 프랑스는 대제의 황제 칭호를 아직 인정하지 않던 나라 중 하나였다.
한마디로,
“프랑스 따위가 아직도 우리 러시아를 무시한단 말입니까?”
“하, 가만히 안 있으면 자기들이 어쩔 거랍니까?”
여전히 우리 러시아를 개무시하고 있었고, 이번 볼테르의 러시아 행으로 인해 이런 태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이었다.
‘볼테르 따윈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저 새끼들 태도가 영 아니잖아.’
그런 이유로 난 볼테르를 직접 만나보기로 하였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확인을 좀 해보자고.’
천재인가, 또라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