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greatest Russian crown prince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37)
#037
그 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대제는 한껏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이 그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결국 이렇게 된단 말인가.”
한숨을 내쉬며 대제는 고민에 잠겼다.
오래전 발전된 서양을 보고 돌아와 제 조국을 보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놈의 나라는 머리끝부터 죄다 뜯어고쳐야 한다.”
그래서 가위를 들고 미친놈처럼 날뛰었더랬다. 그전에도 나라를 바꿔보겠다며 이런저런 개혁 조치를 했었지만,
“그래, 진짜 시작은 그때부터였지.”
그러나 알아주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톨스토이, 아프락신, 멘시코프 ··· 예카테리나.”
자신의 목표를, 그 절절한 마음을 알고 함께 해주던 이들. 이제 골골대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노신부터 벌써 죽어버린 이들까지.
떠오르는 이름을 하나둘 읊조리던 대제가 마지막으로 부른 것은 황후, 예카테리나였다.
저를 향해 욕하는 이들이 넘쳐 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세간에선 그에게 ‘적그리스도’라고까지 한다는 것도.
그리 그를 욕하는 것은 보야르들만이 아니었다. 신민들도 그를 존경하지 않았다.
그저 두려워했을 뿐.
그도 사람인데 어찌 스트레스가 없었으랴. 그래서 폭음으로, 때론 폭력으로, 그리고 여자로···.
한쪽 얼굴에 마비가 생기고, 고질병인 요석증까지 앓게 되었지만, 술을 끊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였다.
“그 아이의 치세엔 밝고 좋은 것들만 가득해야지.”
지난번 인두세 일을 시작하며 저더러 칼춤을 춰달라던 아들의 말을 대제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고놈 참. 말하지 않아도 어련히 내가 해줄까.”
중얼거리는 대제의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서렸다.
그래서 제대로 정리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도 아들놈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신민들의 폭동이었다.
기꺼운 일이기는 했으나, 동시에 그로 인해 보야르들을 계획대로 쳐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랬더니 결국엔···. 쯧.”
여전히 황후궁을 주시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또 아들이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대제는 자신의 칼춤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냥 아들이 하려는 대로 두어도 될 일이었지만, 대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명색이 아비가 되어 아들놈에게 좋은 일도 아니고 험한 일을 미룰 수야 없지.”
암만 그래도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의 피를 묻히게 할 순 없었다.
“폭군, 적그리스도, 미치광이 소리는 나 혼자 듣는 것으로 족하지.”
아들도 죽이고자 했었던 그가 아닌가. 이제 와 마누라와 딸들을 베는 데 주저할 것이 무어란 말인가.
그래서 호기롭게 아들과 손주들을 모두 멀리 보내고 일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애통하게도 오랜 시간 함부로 굴린 그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일의 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깨닫고 만 것이다.
“쪽팔리지 않은가.”
“네?”
“아비가 되어 큰소리 뻥뻥 쳐놓고선, 마무리도 제대로 못 하고 아들놈을 불러다 뒤치다꺼리시키게 생겼지 않나.”
대제의 투덜거림에 아프락신과 톨스토이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톨스토이.”
“네, 폐하.”
“넌 알렉세이에게 연락하거라. 그리고 아프락신.”
“네, 폐하.”
“자네는 그 아이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줘야겠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이런저런 명령을 내린 대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둘을 내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대제가 고질병이던 요석증으로 쓰러졌다는 사실이 황궁을 뒤흔들었다.
##
“황후 폐하.”
“다들 결심들이 선 것입니까?”
예카테리나의 질문에 모인 이들이 모두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각 영지에 바로 연통을 넣었습니다.”
“제아무리 중앙군과 친위대라고 하나 소수입니다.”
“맞습니다. 황태자가 아무리 날고긴들 이번엔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황태자의 딸인 나탈랴를 황제가 아끼는 것은 비밀도 아니었다.
거기다 대제의 성격을 쏙 빼닮은 그 아이를 두고, 사람들은 다다음 황제는 나탈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특히나, 얼마 전 대제가 나탈랴에게 관등을 수여하고, 그 직후 수정된 계승법을 발표하자 사람들은 이제 우리 러시아에도 여제가 나오겠단 이야기들을 했다.
저 멀리 섬나라 영국엔 이미 여왕이 여럿 나왔으며, 오스트리아의 후계자 또한 왕녀이니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황후 예카테리나의 가슴을 뛰게 한 것은 그녀에게도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았다는 사실이었다.
‘내겐 황녀들이 있어.’
그 중 첫째 딸 안나는 홀슈타인 대공과 혼인을 앞두고 있었다.
최근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결정된 사안이었기에 딱히 황제도 황태자도 신경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그에 결혼 준비를 이유로 홀슈타인 대공을 수도로 불러들였다.
거기에 황태자는 물론이고 두 아이까지 자리를 비운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다만, 마지막까지 그녀의 걱정거리는 황제였다.
그녀만이 아니었다.
‘이는 한참 잘못된 것입니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있어서는 안 돼요.’
말로는 이 제국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처럼 떠드는 보야르들도 황제를 두려워했다.
그런데!
갑자기 황제가 쓰러진 것이다.
간신히 숨은 붙어있으나 눈을 뜨지 못하는 대제의 상태를 알아차린 보야르들은 득달같이 황후궁으로 몰려왔다.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네, 이를 말이겠습니까?”
“폐하께서 쓰러지시기 전 황녀 저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하시지요.”
“굳이 황제께서 그놈의 계승법을 발표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럼요!”
“그럼 지금 당장, 안나 황녀의 황태자 책봉을···.”
“아뇨.”
급하게 서두르는 보야르들을 막아 세운 예카테리나가 입을 열었다.
“아직 폐하께선 살아계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알렉세이 그놈을 처리하는 일이지요.”
“아!”
그런 이유로 황궁을 점거한 보야르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일단 정보를 통제해야 합니다.”
“네, 가장 좋은 것은 반다르아바스에서 귀국하는 길에 여기, 이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카테리나가 가리킨 지도를 본 보야르들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알렉세이를 그들의 손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페르시아와 아프간에 사람을 보내지요.”
“아마 소식을 들으면 양쪽 다 좋다고 달려들 겁니다.”
“그 소문에 나디르라는 놈이 대단하다고 하던데···.”
“그래봐야 장수 하나로 두 나라의 군세를 무슨 수로 막겠습니까? 반다르아바스에 있는 병력 이래 봐야···.”
“한 줌이겠죠.”
루테니아의 카자크 기병들이며 카스피해의 해군에, 발트함대까지 황태자를 편들 이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황태자가 위치한 반다르아바스에서 카스피해 연안인 고르간까지는 멀었다.
그리고 아프간과 페르시아 양국이 그간 러시아와 황태자의 눈치를 살피고 있긴 하나, 그게 그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소식이 닿는 즉시 양쪽 다 황태자를 잡아 죽이겠다고 나올게요.”
“어쩌면 사이 나쁜 두 나라가 서로 손잡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 하. 적의 적은 친구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죠.”
그렇게 보야르들과 황후 일파가 황궁을 장악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궁의 친위대는 자신들의 주인은 황제일 뿐이라며 처음부터 한발 물러서 있었다.
그리고, 수도 수비를 맡은 중앙군도 비슷했다. 자신들에게 명령을 할 수 있는 이는 황제나 황제가 임명한 사령관뿐이라며 버티고 있었다.
그 모든 일의 뒤에는 아프락신과 톨스토이가 있었다.
‘알렉세이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거라.’
‘폐하.’
‘그놈 성격에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귀중한 자원이라고 하는 놈이다. 죄인도 죽이지 말고 광산에 처박아 일 시키자는 놈이 아니더냐.’
‘하, 하. 하긴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무조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게 버티거라.’
그것이 대제의 마지막 명령이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어떻게든 날뛰려는 젊은 장교들과 관료들을 제어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그 덕분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 속에서도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었다.
##
대제가 쓰러지기 몇 주 전.
나디르와 함께 곧 출정할 그의 군대를 점검하던 중 볼린스키가 건넨 서신을 본 난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 아비가 늙어 힘이 없구나. 제대로 포장을 못 해서 미안하구나. 얼른 와서 수령하거라-
대제의 필체는 맞는데, 어찌 된 일인지 힘없이 날아간 모양새가 영 이상했다.
무엇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내용이었다.
대제가 나에게 주려는 그 선물이 무엇인지 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포장이 덜 되었다라. 아!’
그제야 난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이때쯤이었어. 젠장.’
러시아는 오랜 시간 독자적인 달력을 써왔고, 덕분에 문헌에 따라 표기된 연도가 차이가 날 때가 있었다.
때문에 종종 역사적 사건의 발생 연도를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하필.’
원 역사에서 표트르 대제는 1725년 1월에 죽는다.
그리고 지금은 1724년 겨울이었다.
“당장 돌아가야겠구나.”
“네?”
갑작스러운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볼린스키에게 설명 대신 서신을 내밀었다.
그리고 난 아직 옆에 서서 우리를 보고 있는 나디르를 불렀다.
“나디르.”
“네, 주인님.”
“자네를 샤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좀 미뤄야 할 것 같은데, 괜찮나?”
“상관없습니다.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제게는 제일 중요합니다.”
어차피 샤가 되고 나면 그리 먼 곳까지 외유하긴 힘들 테니, 이참에 미리 다녀오겠다는 나디르의 너스레에 그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대가 있으니 참으로 든든하군.”
“이 나디르 콜리베르. 주인님 앞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 좀 해 보이겠나이다.”
씨익 웃어 보이는 나디르의 모습이 퍽 든든했다.
그렇게 나디르가 이끄는 기병대 오백과 함께 나는 반다르아바스를 떠나 귀환길에 올랐다.
양학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르는 나디르의 활약 끝에 난 무사히 고르간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배에 올라탈 수 있었다.
“전하, 아스트라한이 보입니다.”
바깥에서 알려온 말에도 내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얼마나 빠르게 반란을 제압하느냐에 따라 피해의 규모가 달라질텐데.’
날 따르는 이들은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카자크 기병이 있는 루테니아는 상테페테르부르크에서 너무 멀었다.
하지만 곧 머리를 털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그만두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결론이었다.
그렇게 당도한 아스트라한.
배가 정박하기 무섭게 아스트라한의 총독은 나를 향해 내달려 왔다.
“황태자 전하.”
“아, 총독.”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흥분한 총독의 기색을 보니 나쁜 소식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한결 위안 삼아 걷는데.
“이쪽으로 오시지요.”
나를 잡아끄는 총독을 따라 아스트라한 외곽의 공터로 발걸음을 옮긴 난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이, 이게.”
“전하의 군대이옵니다.”
“이곳에 이런 군대가 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없네만.”
내 말에 대답한 것은 군대를 이끌고 있던 이였다.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저는 2년 전까지 17연대에서 복무하던 대령 빠블로프입니다.”
전부 퇴역군인이었다.
“수도에서 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가의 위기에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부디 저희들의 마음을 받아 주십시오.”
일단 아스트라한에 있는 무기를 총동원하여 무장을 갖췄다 했다.
준비된 단상 위에 올라 군대를 바라보자 가슴이 울컥해왔다.
이미 전장을 떠났던 이들이 나를 위해 스스로 다시 돌아와 무기를 들었다는 것 아닌가.
그간 봐왔던 중앙군의 정예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 의기만은 똑똑히 느껴졌다.
“다들 가자! 가서 이 알렉세이 페트로비치 로마노프가 앉아야 할 옥좌를 차지한 도적놈들을 몰아내자꾸나. 제국을 도둑질하려는 도적놈들을 쫓아내러 가자꾸나.”
“와!!!”
“황태자 전하 만세!!”
아스트라한만이 아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북상하는 내내 내 뒤를 따르는 군세는 커져만 갔다.
보급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것 좀 드시고 힘내세요.”
“저희들이 도울 일이라곤 이런 것밖에 없습니다요.”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챙겨와 봤습니다.”
음식부터 옷가지, 심지어 붕대로 쓸 깨끗한 천까지.
온갖 물건들을 이고 지고 내 군영을 찾아오는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쯤 되자, 오히려 너무 많은 이들의 합류로 이동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군세를 나누도록 하지. 정예들을 추려서 별동대를 꾸리도록.”
본대와 별개의 별동대를 꾸려,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하는 보야르들의 사병들을 공격하자는 내 의견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옵니다.”
“듣자 하니, 이제야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이동속도를 높이고 있다 합니다.”
보야르들의 사병과 전역한 지 오래되었다고는 하나 중앙군으로 복무하며 실제 전장을 겪어본 이들과의 차이는 컸다.
특히나 내 뒤를 따르는 이들의 투지는 그 무엇보다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디르, 자네에게 맡기지.”
고르간까지 오는 동안 나디르의 능력을 충분히 확인한 이들은 내 말에 반발하지 않았다.
나디르와 별동대를 먼저 보내고 나는 계속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했다.
그사이 들려오는 소식은 기가 찬 것들 뿐이었다.
“대관식? 그것도 결혼식과 함께 치른다고?”
“네.”
“아직 아버님께서 멀쩡히 살아계시는데?”
“네.”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예카테리나와 보야르들은 판단력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대관식만 치르면 중앙군에게 명령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이었다.
먼저 황위에 앉기만 하면 정당성이며 정통성이 생길 거라고 믿고 있다니.
“그래서 그게 언제라더냐?”
“아프락신 공과 톨스토이 공을 비롯한 이들이 암중으로 방해를 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치르지는 못할 거라 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것은 저것이었다.
나였다면 황제도, 그리고 나를 따르지 않는 이들도 모조리 죽이고 정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자신감인지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 했겠구나.’
중앙군과 친위대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것이 아프락신이니 차마 시도를 못 했을 것이다.
‘자기들도 피해가 클 것이니까.’
덕분에 난 수도의 상황을 이리 상세히 전달받으며 대책을 세워갈 수 있었다.
“기왕이면 그 날짜에 맞춰서 가야겠군.”
이동속도를 높인 난 계획대로 대관식 당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성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황태녀 전하께선 알렉세이 황자의 수도 입성을 허락하지 않으셨소.”
놈들이 보낸 전령의 말에 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하냐? 알겠다. 아, 오라비가 여동생의 결혼식에 선물 하나도 안 할 수는 없지.”
“네?”
“그 결혼식이 치러지는 곳이 황궁의 중앙홀이 맞느냐?”
“아, 네.”
“식이 시작되는 시각은?”
내 질문에 전령은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순순히 대답을 해왔다.
당장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포위하고 공격을 퍼부으려고 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펑.”
“펑.”
“펑.”
거대한 폭음과 함께 황궁이 위치한 방향에서 먼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보낸 결혼 선물이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글쎄요. 일단 저희들이 보기엔 너무 멋져 보입니다.”
“네, 황녀 저하와 황후 폐하의 취향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새로 개발한 대포는 사거리도, 위력도 꽤 쓸만하군. 골로빈 대령.”
“하, 하. 마음에 드십니까?”
“응.”
그렇게 반란군 진압은 발트 함대에서 발포한 신형 대포의 화끈한 시연과 함께 시작되었다.
대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