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0)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0화
“정윤성.”
“네.”
“너 컨닝한 거 아니지?”
“에이. 선생님. 절 뭐로 보시고.”
“네가 정윤성이니까 하는 말이잖아. 만년 꼴등 정윤성!”
이런 걸 보고 힘조절에 실패했다······ 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
과학 시간에 본 시험 점수는 100점.
토익 점수 빼고 받아본 적이 없는 스코어였다.
“네가 지금까지 50점 이상으로 받아본 걸 본적이 없는데, 이게 말이 돼?”
윤성아.
아무리 그래도 50점은 너무하지 않았냐.
그것도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내가 너무 의심스러워서 이걸 따로 챙겨왔다.”
“와. 선생님. 소중한 제자를 이렇게 의심하셔도 되는 겁니까?”
“응. 돼. 그러니까 자리에 앉아서 이거 풀어.”
학교 끝나고 집 가려는 사람을 갑자기 왜 따로 붙잡았나 싶었더니, 이 시험지를 풀게 만들려고 한 거였어?
“열 문제밖에 안 해. 네가 정말 실력이 되는 놈이라면 이 정도는 금방 풀 거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시험지를 받았다.
‘지금 아우라가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못 풀 문제는 아니었다.
실제로 시험을 볼 때도 난 아우라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제 이 정도는 아우라 없이도 푸니까.’
요 몇 주 동안 다른 이들의 아우라를 쓰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상대방이 나와 멀어지면 아우라가 꺼지면서 그 안에 있던 재능도 같이 사라진다.
김태영 때처럼 피지컬에 어울리지 않는 코어 힘이라든지, 직감적인 부분, 그러니까 창의력을 다뤄야 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지식은 남는다.’
현재 내게 남아 있는 아우라는 없다.
하지만 아우라가 사라져도 지식은 남아 있었다.
물론, 그 지식을 전부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썰물처럼 아우라가 빠져 나갈 때 지식적인 부분도 함께 쓸려 나간다.
그러나 그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 채망에 걸러지듯, 지식도 함께 남게 되는 것이었다.
띠엄띠엄 기억하고 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그 지식을 토대로 공부를 하면 나머지 빈 부분을 빠르게 채워 넣을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너 이거 다 풀면 내가 오늘 의심 싹 거둘게. 진짜야. 그러니까 어디 한번 조용히 풀······.”
“다 풀었어요.”
“뭐?”
나는 선생님이 맞은편에 앉기도 전에 문제를 전부 다 풀어서 건넸다.
“어차피 객관식이잖아요. 이왕 낼 거면 주관식으로 어렵게 내시지.”
그럼 조금 고민하다 풀었을 수도?
“버, 벌써 다 풀었다고?”
선생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시험지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다 맞았죠?”
“······그, 그러네.”
“그럼 이제 의심 거두시는 겁니다?”
“아니. 잠깐만.”
나참. 이 선생님. 끈질기시네.
“너 요즘 누구한테 배우냐?”
“네?”
“어디 학원 좋은 곳 다녀? 아니면 과외 선생님이라도 있나?”
나는 아주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국영수 위주로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
“진짜에요.”
그럼에도 선생님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그럴 만도 하다.
50점이나 받으며 만년 꼴찌만 하던 놈이 갑자기 100점을 맞으니 말이다.
“일단 지켜본다, 너.”
“아까는 다 풀면 의심 다 거둔다고 하시더니.”
“그, 그건 그렇지만. 그동안 네가 쌓은 업보가 크다. 그러니까 감내해.”
“아, 네. 다음 시험 때도 당당히 100점 맞아 보겠습니다, 선생님.”
내가 익살스럽게 말하자 선생님도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컨닝은 아니라는 걸 확인하면서 안도한 표정이다.
“하하. 그래. 그때도 똑같이 오늘처럼 확인 검증 들어갈 거니까 조심해라.”
“어? 그럼 다음 시험 때도 100점 맞으면 뭐 사주시나요?”
“피자 치킨, 둘 다 사준다. 오케이?”
“넵! 그럼 제 여동생도 사주실래요?”
“누구? 아~ 2학년 정윤아 말하는 거지? 좋아. 둘 다 사줄게. 근데 윤아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내가 3학년 담당이라. 거 공부 잘하는 오빠가 과외 좀 시켜라.”
윤아 성적이 그렇게 안 좋은가.
이상하다.
아버지는 미국 대학 나오시고 어머니도 명문대 나온 걸로 아는데.
얘들이 얼굴만 닮고 머리는 안 닮았나.
“예. 제가 아주 빡세게 가르쳐서 백점 맞게 할게요.”
“그래라.”
“그럼 안녕히계세요.”
그렇게 밖을 나가려는 나를 선생님이 붙잡았다.
“윤성아.”
“네?”
“······지금이라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나는 네가 아예 공부 포기한 줄 알았거든.”
그 괴팍한 수학 선생님과는 달리 우리 담임 선생님은 참 좋은 분 같았다.
“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선생님.”
“오냐.”
훈훈하게 마무리된 채 나는 교실 문을 닫고 나왔다.
그렇게 시끄러웠던 학교가 아주 고요하다.
익숙하지 않을 정······
“오빠!!”
“으헉!”
뒤에서 툭 튀어나온 정윤아 때문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야. 깜짝 놀랐잖아.”
“헤헤. 뭘 고작 그걸로 가지고.”
내가 뭣 모르고 잘못 반응했으면 윤아야.
너 지금 복도 바닥에 엎어치기 당해서 뻗어 있었을 거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아. 선생님이랑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응? 무슨 할 얘기?”
“너 공부 못 하니까 공부 좀 시키래.”
“뭐어-?! 아니거든. 나 공부 잘해!”
“그래서 너 저번에 쪽지 시험 본 거 점수 얼마 나왔는데.”
“그, 그건······.”
윤아는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
“하하. 오빠. 오늘 싸커 온라인 로스터 패치했던데. 피방 고고?”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점수가 처참한 모양이군.
좋아. 오늘부터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공부를 시키긴 해야겠다.
높은 점수까진 바라지 않는다.
그냥 평범하게만 받아도 만족했다.
내가 얘를 공부시켜서 서울대 보낼 것도 아니니까.
“뭐, 갈까?”
“웅!”
등교를 할 때도, 그리고 하교를 할 때도 나는 윤아와 함께 다닌다.
그때마다 재잘 거리는 윤아의 이야기를 듣는 게 낙이었다.
딱히 윤아가 내 동생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냥 얘가 말을 재밌게 하는 능력이 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한번 시동이 걸리면 핑크빛 아우라가 피어 오르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윤아는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정신병을 앓으며 온종일 침울하고 어둡게 있었다는 것이 진짜 유머다.
“쓰으으읍~.”
피시방에 도착한 윤아는 오늘도 특이한 의식(?)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피시방 냄새를 길게 빨아 들이는 것이었다.
“이 냄새가 그렇게 좋냐?”
“응. 이것이 자유와 환희의 냄새?”
난 총총 뛰어가는 윤아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휴. 너희들 왔구나.”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래. 우리 윤아는 오늘도 참 곱네? 윤성이는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고. 호호.”
사장 아주머니는 우리 남매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가 이곳의 단골로 자리 잡으면서 매출이 올랐다나.
남자 손님은 물론이고, 우습게도 여자 손님 비율도 확 올랐다고 들었다.
“저희 2시간 충전해 주세요.”
“이미 내가 10시간 충전해 놨어. 그냥 가서 로그인하고 바로 하면 돼.”
“네?”
“돈은 안 줘도 되니까. 그냥 자주 와서 얼굴만 비춰주면 돼. 알겠지?”
아주머니가 눈을 찡긋이자, 나도 똑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며 눈을 찡긋였다.
“음~ 어디 앉을까? 오빠.”
“뭐, 저기 구석에 앉을까?”
“좋아.”
나와 윤아는 사람들이 드문 곳을 찾아 앉았다.
우리 자리 뒤에는 같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우다다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양옆과 앞뒤가 순식간에 손님들로 가득 찼다.
빛의 속도로 날아와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이거 마시면서 해.”
그때 알바생 누나가 다가와 에이드를 건네 주었다.
“네? 저희 안 시켰는데.”
“응. 이거 그냥 내가 주는 거야. 혹시 더 필요하면 바로 카운터에 메세지 보내고. 알겠지?”
피시방 사장님은 공짜로 시간을 충전해 주고, 이제 알바생이 나눠 주는 음료수까지.
대체 정윤성 이 새끼는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인가.
“이야. 우리 오빠 인기 많네. 저 예쁜 누나가 주는 거라서 더 맛있겠다. 그치?”
“으, 으응.”
근데 여자 알바생 말고 남자 알바생 있을 땐 그 사람들이 윤아한테 매번 음료수를 가져다 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얼른 마셔. 맛있겠네. 혼자만 마셔서.”
“······.”
왜 나만 눈치를 봐야 하는 거지.
불합리하다.
그러니 오늘은 절대 봐주지 말고 눈물이 쏙 빠져 나올 때까지 털어야지.
나는 에이드를 쭉 흡입한 다음, 게임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감히 오빠 앞에서 오만방자하며 콧대를 높이고 있던 윤아의 스쿼드를 철저히 짓밟아 버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아 진짜 씨발!!”
우리 뒤에 앉아 있던 학생이 키보드를 부술 듯이 주먹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냥 뒤져. 진짜 이 개 같은 새끼들!”
그 소리가 얼마나 크고 격렬했으면 그 시끄러운 피시방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그 학생을 쳐다볼 정도였다.
“아이고! 이게 또 무슨 난리야!”
이윽고 사장 아주머니까지 출동해 난리를 피우고 있는 아이의 구렛나루를 잡아 당겼다.
“욘석아! 엄마가 게임할 때 그렇게 성질 부리지 말라고 했지!”
“아아! 아퍼!!”
“손님들이 너 때문에 시끄러워 하시잖아. 조용히해! 너 또 그러면 절대 게임 못할 줄 알아. 알겠어?!”
오. 피시방 사장님의 아들이었다니.
보통 부모님들은 아들이 게임을 한다고 하면 머리채 잡고 끌고 나가시던데.
여기 사장님은 오픈 마인드이신가.
하긴. 그렇게 따지면 우리 부모님도 게임 조금 하는 걸로 뭐라하진 않으신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다음이었다.
“으흐흑. 엄마. 나 너무 화나. 난 잘했는데 쟤네들 때문에 졌어.”
“아, 아니. 왜 울고 그래. 그냥 게임일 뿐이잖아.”
“안 돼. 여기서 또 지면 랭크 떨어진단 말이야.”
얘가 너무 서글프게 울고 있어서 사장 아주머니가 어쩔 줄을 몰라했다.
대체 뭔 게임을 하길래 그러는 거야?
하고 나는 힐끔 그 학생의 모니터를 살펴보았다.
리그 오브 챔피언.
일명 LOC.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다.
나는 그 게임 화면을 보자마자 단숨에 이해가 됐다.
‘저거면 울만 하지.’
게임 한 판 할 때마다 서로 정겹게 부모님 안부를 묻고, 멀쩡한 사람을 한순간에 고아로 만들어 버리는 엄청난 게임.
거기다 트롤러들도 많아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오히려 병신이 되는 게임.
하지만 그 중독성이 워낙 크고 사실상 최고의 온라인 게임이라 아직도 피시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리그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었다.
나도 회귀하기 전 틈틈이 했었던 게임이라 그곳 생태계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난 이겨서 올라가야 되는데, 이러다가 연습생에서 방출되면 어떡해? 자꾸 트롤짓 하는 애들 때문에 못 이기겠어.”
연습생?
설마 프로 연습생인가?
“지원아. 아니야. 누가 널 떨어뜨린다고 그래. 이제부터 시작인 거잖아.”
아주머니는 울고 있는 아이를 토닥여 주고 있었다.
“오늘은 그만 쉬자. 응?”
그러나 아이는 포기를 몰랐다.
“아니야. 오늘 꼭 이겨서 다시 점수 복구 시킬 거야.”
저러면 꼭 이상하게 연패 박던데.
나라도 말려야 되나 싶다가도 오지랖인 거 같아 그냥 무시하려 했다.
‘어치피 내 일도 아니잖아. 내가 LOC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무난한 실력이기에 누구한테 조언을 할 수준도 아니었다.
그런데,
‘응?’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은 아이의 몸에서 아우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우라를 보는 게 처음도 아니기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저렇게 생긴 건 처음 보는데?’
망가지고 일그러진 기괴한 형태의 아우라가 천장을 뚫을 것처럼 치솟고 있었다.
1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