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1화
‘뭔가 위험해 보이는데?’
뭐라고 해야 할까.
꼭 악귀를 닮은 형상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다 삐죽삐죽 날을 세워 천장을 뚫을 것처럼 요동치기까지 했다.
“오빠?”
“어? 아, 응. 왜?”
“게임 안 할 거야?”
윤아는 뾰로통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해야지.”
그러면서 뒤에 있는 아이가 신경이 쓰이긴 했는지 슬쩍 바라보더니 내게 속삭였다.
“엄청 화났나 봐. 이상하게 저 게임만 하면 사람들이 다 화를 내더라.”
음. 아직 우리 윤아가 LOC의 무서움을 맛보지 못했군.
세상에 얼마나 정신병자들이 많은지, 또라이들이 많은지 알게 해주는 추악한 게임이라 할 때마다 접어야지, 접어야지 하면서도 이상하게 끊을 수가 없는 마력이 있다.
오늘도 LOC을 하는 사람들은 키보드로 샷건을 치고 평소에 욕도 안 하는 사람이 온갖 쌍욕을 퍼붓지만, 여전히 그 게임에 남아 점유율을 지킨다.
“윤아야.”
“응?”
“넌 저 게임 하지 마라.”
“왜? 인기 제일 많길래 궁금하긴 하던데.”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우리 윤아의 멘탈 보호를 위해서라도 저 게임에는 손도 못 대게 해야지.
“알겠으니까, 빨리 들어오기나 해.”
“응.”
나는 그냥 신경 끄고 윤아와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싸!! 꼬오올!!”
벌써 3대0이다.
윤아는 아예 제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까지 추고 있었다.
“······.”
윤아의 아우라를 흡수했는데도 이기지 못 하다니.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저거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뭘 할 수가 있어야지.’
게임을 하려고 해도 저 아이에게서 나오는 아우라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점점 날카롭게 변해 가는 아우라와 자꾸 앓는 소리를 내는 아이의 환장할 콜라보.
결국 나는 5대0으로 윤아의 스쿼드에 능욕을 당했다.
“오빠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못 해?”
“첫 시합은 뭐다? 손풀기. 그리고 오빠가 봐주는 거야.”
“그럼요~ 그럼요~ 당연히 그러시겠죠. 호호호.”
손발이 바들바들 떨린다.
다음판은 반드시 이겨서······.
“골! 골! 골입니다!!”
“······.”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에도 스코어가 금방 3대0이 되어 버렸다.
신이 난 윤아는 게임에서 나오는 해설위원의 목소리를 따라하고 있었다.
“아-. 저 선수 이성을 잃었어요.”
결국 수비수 한 명이 퇴장 당하면서 정윤아의 파상공세에 스코어는 6대0까지 벌어져 패배하고 말았다.
쓰디쓴 패배에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늘 오빠 진짜 왜 이래? 너무 재미 없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하면서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 윤아였다.
하. 내가 진짜 오늘 제대로 따끔한 맛을 보여 주려고 했더니.
‘저놈의 LOC 때문에 내가!’
결국 나는 참지 못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디가? 한판 더 해야지.”
“잠깐만.”
나는 뒤에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 사이 아우라는 더욱 커지고 탁해졌다.
날카롭게 뻗어 나온 가시들은 손에 닿으면 피가 날 것만 같았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이런 게 나오는 거야?’
나는 손으로 톡 아우라를 건드려 보았다.
그러자,
화아아악-!
아우라가 갑자기 회오리처럼 회전하더니, 순식간에 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 몸 전체에 퍼져 나갔다.
‘뭐, 뭐야.’
난 아직 저 아이와 접촉하지도 않았는데?
아우라만 만져도 이렇게 흡수가 가능한 거였나?
오늘 또 새로운 것을 배워 간다. 그것도 맨몸으로 말이다.
“윽-.”
아우라가 흡수되면서 지금 아이가 가진 재능과 어두운 감정이 내게 흘러 들어왔다.
팀원들을 향한분노.
패배에 대한 슬픔과 좌절.
반드시 게임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
반드시 정글 같은 프로 리그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숨 막히는 압박감.
그리고-.
혼자 자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를 위해, 꼭 성공할 거라는 꿈까지.
“······.”
고작 중학생 2학년이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큰 짐들이었다.
“오빠! 오빠! 괜찮아?”
갑작스럽게 탁한 아우라가 흘러 들어오면서 몸을 휘청거리자 언제 달려온 건지 윤아는 화들짝 놀라며 내 몸을 붙잡았다.
“뭐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응? 괜찮아.”
“진짜 괜찮은 거야? 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고?”
“아니야. 진짜 괜찮아. 잠시 미끄러져서 휘청 거렸던 거야.”
“깜짝 놀랐잖아. 난 진짜 무슨 문제 있는 줄 알고.”
윤아가 울먹거리는 것을 보고 내가 더 당황했다.
“뭐, 뭐야. 그냥 미끄러진 건데 왜 울려고 그래.”
“나는 오빠가 나한테 엄청 깨져서 충격 먹은 줄 알고······.”
“······.”
“미안해. 내가 살살 했어야 했는데. 다음판은 안 그럴게, 오빠.”
이건 나를 놀리는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말하는 건지.
울먹이는 눈망울로 저러고 있으니 헷갈린다.
“오빤 괜찮으니까, 앉아서 다른 것 좀 하고 있어.”
“으응. 오빤 뭐하려고?”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잠깐이면 돼.”
나는 윤아를 진정시킨 뒤 자리에서 멍하니 앉아 망연자실하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갔다.
‘좀 안쓰럽네.’
보통 중학교 2학년이면 철 없이 놀 나이 아닌가.
그런데 이 아이는 벌써부터 사회의 쓴맛을 보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반드시 성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얼마나 무섭던가.
이 아이에게서 나오는 아우라를 흡수하면서 그 감정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거기다 이 감정이 왜 이렇게 날카롭고 탁한지도 알았다.
‘이건 계속 놔두면 정말 위험하겠어.’
이런 종류의 아우라는 상대방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리고 이 아이의 정신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여기서 더 심해진다면 얼마 못 가,
‘진짜 큰일이 날지도 모르겠는데.’
누군가가 부담감을 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게 극심한 압박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결국 본인이 만들어낸 마음의 병으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 모든 것에는 자신의 목숨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무서운 점이다.
‘역시 그냥 지나칠 순 없겠지.’
그냥 넘기려고 했지만, 본인의 욕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참 예뻐 보여서 그냥 무시하기가 힘들었다.
“저기요.”
나는 친근하게 말을 걸며 다가갔다.
그러자 아이는 경계하듯 나를 노려보았다.
“왜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런가, 목소리에도 날이 서 있다.
“아까 뒤에서 보니까 게임 정말 잘하는 것 같아서요. 혹시 주로 쓰는 챔피언이 뭐예요?”
게임에서 쓰는 주로 쓰는 캐릭터가 뭔지 묻는 것이었다.
“······제딘이요.”
“오~ 그러시구나. 혹시 프로에요? 진짜 잘하던데.”
그래도 아이는 아이다.
칭찬을 계속 해주니 부끄러운 듯 얼굴에 웃음기가 돈다.
“여, 연습생이에요.”
“와. 그럴 줄 알았어요. 근데 오늘 패배를 많이 했나 보네요.”
“그건 저 때문에 진 게 아니라 팀원들이······!”
명찰에 류재원이라고 쓰여 있는 아이는 주먹을 부르르 떨 만큼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확실히 이 아이의 아우라를 갖고 나니, 뭐가 문제인지 알겠다.
계속 패배를 하는 건 물론 팀원들 때문도 있지만, 일단 멘탈이 약하다.
거기다,
“음. 혹시 챔피언을 너무 하나만 고집하는 건 아닐까요?”
“······네?”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조금 부드럽게 풀어지나 했더니, 곧 공격적으로 변했다.
마치 너 따위가 나한테 그런 말을? 이라는 눈동자였다.
“제딘이 좋지만, 다른 챔피언을 써보는 건 어때요?”
LOC은 5대5 AOS 게임으로, 서로의 본진을 먼저 터트리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또한 5명은 각자 다른 포지션을 갖고 있는데, 류재원이 맡는 주 포지션은 바로 미드.
LOC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자 게임 승패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위치라고 할 수 있다.
괜히 미드를 황제 포지션이라 부르는 게 아니다.
“굳이 제딘을 고집하기 보다는 챔프폭을 더욱 늘려서 플레이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저기요.”
류재원은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 티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저요?”
그러게.
정윤성 티어가 어떻게 되지?
노트에도 LOC 아이디는 없던데.
그렇다면 정윤성이 아니라 김은성의 티어는,
‘실버인데.’
거의 밑바닥이나 다름 없는 곳이라 감히 프로 연습생한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티어가 아니었다.
“그게 중요한가요?”
“전 저보다 못 하는 사람한테 조언 같은 거 안 들어요.”
하긴. 나라도 그러겠지.
거기다 이 아이는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
자신의 실력이 잘못된 게 아니라 팀원들 때문에 패배하고 있다는 걸 너무 확신하며 믿고 있을 정도.
난 류재원의 아우라를 흡수했기에, 이 아이가 가진 능력이 두 배 가까이 올라갔기 때문에 알고 있다.
이 아이는 팀원들 때문에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하면 제 말을 들어 볼래요?”
“1대1 떠서 이기면요.”
“1대1?”
“네. 그럼 형이 뭐라고 하든 제가 다 들어 줄게요.”
오호. 이놈 봐라.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내가 형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거야 당연히······.”
류재원은 스르르 눈을 돌리다 내 동생과 딱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
“우리 학교에 형이랑 형 동생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응? 나까지?
정윤아는 이해하는데, 나도 알고 있다고?
“형이 3학년 1짱이잖아요.”
“······?”
“혼자 10대1로 싸워서 이기고 원래 1짱이었던 태영이 형도 이겼다면서요. 얘기 다 들었어요.”
뭐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왜 내가 학교 챔피언이 되어 있는 거지.
저번에 김태영 패거리와 싸웠던 게 소문이 퍼지고 퍼져서 이렇게 된 건가.
“흠흠. 그럼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네.”
“그런데 굳이 1대1을 떠야 돼?”
“형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해도 게임만큼은 양보 못 해요.”
“야. 누가 보면 진짜 내가 무서운 사람인 줄 알겠다.”
그래도 자세는 마음에 들었다.
보통 학교에서 싸움 좀 하는 형이라고 하면 무서워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좋아. 한번 해보자. 근데 잠깐만. 나 게임 새로 켜야 돼.”
“기다리고 있을게요.”
내가 자리에 돌아오자 윤아는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아는 얘였어?”
“뭐······ 어쩌다 오늘 알게 됐어.”
“응? 어쩌다가?”
“어. 그리고 지금 1대1 뜨기로 했고.”
“뭐어-!?”
아차.
자기 빼고 논다고 화내려나.
또 등짝 스매싱을 맞기 전에 지금이라도 양해를 구해야겠다.
“아. 그게 윤아야.”
“재밌겠다.”
“으응?”
“갑자기 1대1 뜨게 됐다며. 그래서 이기면 뭐해 주는 건데?”
의외로 윤아는 이런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기면 상대방 말 들어주기?”
“진짜? 그럼 무조건 이겨야겠네. 재밌겠다. 그런데 오빠.”
“응?”
“설마 LOC으로 일대일 하려고?”
“맞아.”
“아니. 오빤 LOC 가입도 안 되어 있잖아. 그런데 그걸 해?”
“아~ 역시 가입 안 되어 있구나.”
그러자 윤아가 갑자기 내 어깨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오빠가 미쳤어. 아까 들었잖아. 저 애 프로 연습생이라고. 그런데 그런 애랑 1대1을 떠? 하지도 못 하는 게임으로?”
“아야야. 아퍼. 그러다 멍 든다 진짜. 그만 때려.”
“오빠가 이상한 짓을 하니까 그렇지!”
나는 걱정하고 있는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가 그래?”
“뭐?”
“내가 이 게임 못 한다고.”
아주 깜짝 놀랄 만한 플레이를 보여줘야겠다.
그런데 이러다 저 애가 더 침울해지는 건 아니겠지?
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