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5)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45화
랜디 스튜디오.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랜디의 인기세를 따라갈 만한 가수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생 써도 남아 도는 돈을 벌었고, 그것으로 자신의 레이블을 세웠다.
물론 레이블을 세운 이후에도 돈을 정말 많이 벌었다고 들었다.
순전히 장연욱이 함께 파트너로 있으면서 많은 명곡을 만들어 준 결과였다.
하지만 그가 음악계를 은퇴한 이후부터는 랜디 레이블은 점점 그 명성을 잃어 갔다.
‘그래도 그때 돈을 많이 벌긴 했나 보네.’
자기 이름을 건 스튜디오를 따로 크게 차린 것을 보면 말이다.
“우와. 여기 진짜 크다, 오빠.”
윤아도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뮤직 스튜디오보다 큰 랜디 스튜디오를 보고 입을 쩍 벌렸다.
나 역시 드넓은 스튜디오 안을 거닐며 신기하게 이곳 저곳을 살펴 보았다.
랜디 레이블이 비록 명성은 예전만 못 하다고 해도 작업실 퀄리티는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과연 그게 거짓이 아니라는 듯, 장비와 시설이 돈을 꽤나 많이 투자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작업실 퀄리티라면 나도 한번쯤 음악 작업을 진지하게 해보고 싶었다.
“어때? 내가 진짜 사명감으로 만든 곳인데.”
“진짜 엄청 잘해 놓으셨네요.”
“그치? 음악적 영감이 아주 터져 나올 수 있게 따로 룸도 만들어 두었어. 구경해 봐.”
책, 게임, 커다란 탱탱볼, 꿀잠을 잘 수 있는 소파 등등.
플레이룸이라 적힌 이곳은 정말 프로듀서들이 충분히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리프레쉬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나중에 너희도 이용해 봐.”
윤아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다른 곳보다 유독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랜디는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스튜디오 곳곳을 소개시켜 주었다.
“여기까지야. 잘 봤어?”
“예. 확실히 우리나라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네요.”
“내가 말했잖아. 사명감으로 만든 곳이라고. 이곳에서는 오케스트라도 초청해서 공연이 가능할 정도야. 실제로 몇 번 티켓을 팔고 공연을 연 적도 있어.”
말이 작업실이지, 정말 공연장처럼 당장 콘서트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이곳에서는 어떤 노래를 만들고 있는지 말이다.
나는 말똥말똥 나를 바라보고 있는 랜디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여기를 보여 준 거죠?”
“으응?”
“제가 여기를 둘러 보면 프로듀싱을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런. 내가 너무 티나게 보여줬나?”
“네. 그런데······ 진짜 한번 해보고 싶긴 하네요.”
그 말에 랜디가 가던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정말? 진짜? 그, 그럼 당장 해야지!”
“제가 해도 괜찮겠어요?”
“그럼! 당연히 되고 말고. 내가 가진 최고의 장비들, 최고의 작업실, 그리고 최고의 인력들을 제공해 주지. 아마 마음에 들 거야.”
랜디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와 윤아를 작업실로 안내했다.
거기서는 이미 여러 프로듀서가 한창 작업 중에 있었는데, 현재 그들이 만지고 있는 곡은 EDM 같았다.
‘안 그래도 한번 작업해 보고 싶은 장르이긴 했지.’
미국에서는 현재 EDM 열풍이 불고 있지 않은가.
그로 인해 우리나라도 슬금슬금 EDM 노래들이 점점 나오고 있는 중이다.
특히나 아이돌을 중심으로 말이다.
당연히 나와 윤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곡이었기에 아예 만지지도 않았던 장르였지만, 우리 두 사람의 곡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곡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럼 조금만 해볼게요.”
“그래. 아예 그냥 눌러 앉아도 돼.”
능글 맞게 웃는 랜디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작업 중이던 프로듀서들에게 다가갔다.
* * *
“오늘 고마웠어요, 랜디.”
“아니야. 오히려 내가 고맙지.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정윤성이 작업실에 들어간지 10시간 만에 나왔다.
솔직히 잠깐 해봐야 한두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설마 10시간이 넘도록 그 안에 있을 줄은 몰랐다.
중간에 한번 들어가볼까 싶다가도, 괜히 작업을 방해하는 것 같아 대표실에 가만히 있었던 랜디였다.
“그런데 작업은 잘했어?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처음 해보는 장르여서요. 그냥 헤매기만 했죠. 그래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다는 건가.
그럼 10시간 동안 그냥 맛만 봤다고 봐야 하나.
하긴. EDM을 전혀 해보지 않았다고 하니, 고작 10시간으로 결과를 바라는 건 우스운 짓이었다.
“그래. 힘들었겠다. 고생 많았어.”
하지만 정윤성과 정윤아 둘 다 아주 쌩쌩해 보였다.
10시간 동안 작업실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우리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
“아. 죄송해요. 오늘은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해서요.”
“아아. 그래. 그럼 내일 또 보자. 두 사람 미국에서 스케줄 잡힌 게 몇 개 있잖아. 우리가 책임지고 서포트 하기로 했으니까. 내일 공연 늦지 않게 출발하자고.”
“네. 그럼 먼저 갈게요.”
그렇게 두 사람을 호텔로 보낸 뒤, 랜디는 서둘러 작업실로 가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
녹초가 되어 버린 프로듀서들이 각자 자리에서 좀비처럼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뭐야. 다들 꼴이 왜 이래?”
“대표님······. 저 두 사람 뭐에요?”
“응?”
“어떻게 10시간을 쉬지도 않고 달리는 건지.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대체 뭔 소리야?”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저 두 사람은 작업실에 들어온 이후부터 끝날 때까지 1분도 쉬지 않고 음악 작업만 해댄 모양이었다.
정윤성이 EDM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이들에게 배우고, 장비를 만지는 법을 배운 다음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노래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진짜 귀신인 줄 알았다니까요? 우리한테 기본적인 걸 배우다 갑자기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더니, 주르륵 노래를 뽑아내는 거 아닙니까.”
“진짜 EDM 처음 하는 거 맞아요? 거의 베테랑 수준으로 노래를 무한 생성해 내던데.”
“거기다 옆에 있던 그 여동생은 쉴새 없이 가사를 만들어내서 피쳐링을 해주고요.”
“그럼 너희는 뭐했는데?”
“옆에서 구경하다가 물어보는 게 있으면 대답하고. 저희가 작업 중이던 앨범을 보여주면 거기에 있는 곡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죠.”
랜디는 이들에게 미리 지시를 내려 두었다.
정윤성이 오면 그가 원하는 대로 다 맞춰 주라고 말이다.
한 마디로 텃세 부리지 말고 정윤성의 보조를 잘 맞춰 주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들도 군말 하지 않고 따랐던 것뿐인데, 무시무시한 정윤성 작업량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
분명 정윤성 말로는 헤매기만 하고 별로 한 게 없다고 들었는데.
이들의 말은 정반대였다.
뭘 도대체 얼마나 굴렸기에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번 들어나 볼까? 몇 개나 만들었어?”
“12개요.”
“뭐? 12개나? 10시간 만에? 너무 대충 만든 거 아니야?”
“아니에요. 거의 완성 단계라 봐도 될 정도의 곡들이에요. 그냥 만들다 중간에 버린 것들까지 합치면 50개는 족히 될 걸요?”
“미친.”
그 50개를 다 듣는 것만으로도 10시간이 훌쩍 넘어갈 것 같았다.
랜디는 정윤성이 만들고 간 EDM 곡 12개 중 하나를 먼저 틀어 보았다.
“······?!”
랜디의 표정만 봐도 알겠다는 듯 프로듀서들이 킬킬 웃음을 터트렸다.
깔끔한 도입부. 그리고 중간중간 흘러 나오는 정윤아의 매력적인 목소리.
요즘 나오는 EDM 곡들을 들어보면 시작부터 쾅쾅 터지고 끝에도 쾅쾅 터지면서 끝난다.
뭐, 클럽에서 광란의 춤을 추기 딱 좋은 곡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마, 냉정하게 말하자면 너무 사납고 조잡하기 짝이 없는 곡들이 많다.
하지만 이 곡들은 달랐다.
“굉장히 절제된 느낌이네.”
완전히 EDM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다른 장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마치 장르와 장르 사이에 있는 무언가 같았다.
그렇다면 노래가 필시 별로여야 하는데······.
“왜 듣기가 좋은 거지?”
“그렇죠? 이상하게 귀에 착착 달라 붙는 거 같지 않아요?”
“그러니깐. 진짜 이상하네.”
쾅쾅 거리는 것이 꼭 EDM이라 할 수 없다는 걸 말해 주는 듯, 절제되어 있지만 EDM이 줄 수 있는 그 활발함은 꽉꽉 담고 있는 곡이었다.
특히 정윤아의 피쳐링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곡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어 계속해서 노래를 듣게 만든다.
“잠깐. 고작 노래 하나만 들었을 뿐인데······ 설마 나머지도 이래?”
“크크. 그건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세요.”
프로듀서들의 미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랜디는 알아차렸기에 그 역시 똑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동아줄 같은 노래들이 이곳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 * *
“우리가 여길 초청 받을 줄은 몰랐어, 오빠.”
미국, 그것도 뉴욕에서 열리는 스윙 재즈 콘서트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재즈 공연일 것이다.
저명한 고전 재즈 가수부터 시작해 현재 활동 중인 재즈 가수들도 대거 출연해 무대를 빛낼만큼 그 전통도 깊었다.
그런 곳에 나와 윤아가 초청을 받은 것이다.
“으하하.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릴 반겨 주는 사람은 바로 존 프릿츠.
예전에 나와 윤아가 버스킹을 할 때 봤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하고 그냥 넘어갔다가 이 사람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우리 두 사람의 곡을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재즈의 달인들을 이곳에서 만나니 기쁩니다. 존 프릿츠라고 합니다.”
그는 나와 윤아를 정말 격하게 반겨 주었다.
“진짜 재즈의 달인이 여기 계신데, 저희가 재즈의 달인이라니요.”
“하하. 겸손하기까지 하시는군요. 하지만 그 정도 실력이라면 충분히 재즈의 달인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우리가 이곳에 초청받을 수 있었던 건 존 프릿츠 덕분이었다.
유명한 재즈 가수인만큼, 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듯보였다.
“근데 여기 공연장은 참 특이하네요.”
“맞습니다. 최대한 낭만 넘치는 옛 뉴욕의 분위기를 살려 보려 한 것이죠.”
마치 오픈형 바처럼, 곳곳에 칵테일이나 맥주, 보드카 등을 주는 바텐더들이 있고 곳곳에 있는 좌석들도 원형 테이블에 의자가 놓여 있는 형식이었다.
정말 옛 미국 분위기가 나는 콘서트장이라 할 수 있었다.
“오늘 콘서트에 참석하는 사람들 절반은 재즈 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재즈를 정말 사랑하고, 재즈를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모이는 콘서트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콘서트에 참석하고자 모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두 사람이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만 한 곳이었다.
“두 분이 첫 번째 순서라는 건 알고 계시죠?”
“아, 네.”
“리허설을 짧게 나마 할 수 있으니, 한번 올라가서 해보세요. 마침 무대가 비워져 있으니.”
나와 윤아는 서로 눈을 마주친 뒤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막상 무대에 올라오니, 오늘 콘서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는지 한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테이블에 앉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
동양인 남매가 올라오니, 뭔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 것일까.
절반은 우리를 알아봤지만, 나머지 절반은 그렇지 않은 듯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곧 흥미를 잃었다는 듯, 다시 각자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윤아야.”
“응?”
“오빠 먼저 가볍게 손 좀 풀게.”
“아, 응.”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렸다.
내가 손을 풀기 위해 늘 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저 밑에서부터 가장 높은 옥타브까지 빠른 속도로 건반을 치는 것이었다.
그것도 나만의 박자를 곁들여서 말이다.
따라라란~!!
순식간에 아래에서부터 높아지는 음정.
하지만 사람들의 말소리가 너무 커서 건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나는 윤아 쪽을 바라보며 신호를 보냈다.
너도 가볍게 목을 풀라는 듯이 말이다.
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
[샤비~ 뚜리두바바~]윤아도 늘 하던 대로 재즈라는 장르에 맞춰 끈적이는 목소리로 목을 풀었다.
그런데,
“······.”
그렇게 시끄러웠던 콘서트장이 윤아의 목소리에 의해 한순간 고요해졌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에 나는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관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와 윤아에게 꽂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