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81화
RS 엔터테인먼트는 락 음악을 주로 다루는 기획사였다.
오랜 락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며,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락 페스티벌을 여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이 밥 먹여 주던가.
점점 시장은 락과 멀어지고 있었다.
현재 빌보드는 EDM, 힙합, R&B 같은 장르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RS 엔터도 이제 기존에 고집하던 락을 버리고 다른 장르로 갈아 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RS 엔터의 대표이자 전 락 밴드 싱어였던 네베스는 변화보다는 전통을 택했다.
“뭐? 누가 나온다고?”
“정윤성이요. 정말 정윤성이 이번 뉴욕 락페에 참가를 하는 겁니까?”
“······?”
회사로 나온 네베스는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정윤성이라니?”
“어? 아니에요? 지금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에는 기정사실화가 된 것 같던데요?”
“뭐?”
네베스는 직원이 보여 주는 기사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누가 이런 엉터리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번 페스티벌에 정윤성이 안 나오는 건 확실한 거죠?”
“당연하지! 정윤성이라면 그 남매 듀오잖아. 락이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네베스도 정윤성이란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들어본 이름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이면 클래식, 재즈면 재즈, 이번에는 뮤지컬까지.
특히 그 충격적인 뮤지컬 노래는 네베스도 수십 번이나 반복해서 들어볼 정도였다.
락 장르라 할 순 없지만, 그 고음을 뚫어 버리는 파괴적인 고음과 괴랄한 난이도의 곡의 흐름이 흡사 락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락커라고 할 수 있는가?
락 페스티벌에 초청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건 아니었다.
이번 뉴욕 락 페스티벌은 전설적인 락 밴드들이 모이는 곳이지 않은가.
제아무리 천재 작곡가라고 칭송을 받는 인물이라 할지언정 락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아무래도 이 영상 때문에 기사들이 나갔던 거 같아요.”
“응?”
직원이 보여 주는 영상 속에는 모든 락 밴드에게 존경받는 마틴과 정윤성이 함께 연주하고 있었다.
“······!”
화려하게 울려 퍼지는 전자 기타음.
마틴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저 스피디한 해머링을 정윤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만들어내는 리프는 굉장히 뛰어나고 중독성이 높았다.
설마 마틴에 버금가는 전자 기타 연주자가 있을 줄이야.
지금까지 수많은 전자 기타 연주자를 봐왔지만, 마틴에 필적하는 사람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네베스는 영상을 몇 번 더 돌려보다 직원에게 말했다.
“······정윤성이랑 연락할 방법, 빨리 알아봐.”
* * *
“아무튼, 그리 해서 일이 이렇게 흘러간 거 같아.”
이번 락 페스티벌 소동의 전말을 알게 된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와 마틴이 기타 연주를 하는 것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나서, 사람들은 오랜만에 락 페스티벌로 복귀하는 마틴과 내가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 글이 떠돌아 다녔다.
그러던 중 마틴과 인연이 있는 프로듀서가 SNS에 글을 올렸고, 마치 내가 마틴과 합동 공연을 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퍼지면서 뉴욕 락 페스티벌에 내가 참석을 할 거라는 것이 오피셜마냥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무시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어 그냥 무시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살다 보니 이런 오해도 다 받는다.
“얼른 정정 기사를 내야죠. 어쩌겠어요.”
“그래. 그건 맞는데······.”
랜디는 이상하게 말을 끌고 있었다.
“왜 그래요, 랜디?”
“하하.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원래 뉴욕 락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곳이 RS 엔터거든. 그쪽 사장도 유명한 락 밴드 가수였고.”
“그런데요?”
“거기서 우리 쪽으로 연락이 왔어. 널 락 페스티벌에 초청하고 싶다고.”
“······예?”
“뭐, 그쪽 말로는 이미 기사화도 다 됐고, 네가 나오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고 해서 진짜 한번 나와 보는 게 어떠냐던데? 거기 대표가 네 기타 연주를 보고 완전히 반했나봐. 꼭 나와줬으면 좋겠대.”
어이가 없었다.
내가 평생 락 음악을 해본 적도 없고, 락 앨범도 없는데 거길 나가라고?
심지어 거긴 유명한 락커들, 그러니까 전설이라 불리는 밴드들이 참석하는 곳이 아니던가.
그런데 락에 있어서는 근본도 없는 놈이 그런 곳에 나간다는 건 여러모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지금 4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락 음악을 한두 개 정도 수록하려고 계획 중이긴 하지만, 갑작스레 뉴욕 락페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제가 무슨 락페에요. 심지어 락 앨범은 내본 적도 없는데. 괜히 나갔다가 욕만 먹어요.”
“음. 글쎄. 그건 모르지. 오히려 지금 여론은 네가 한번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들이 많아. 왜냐하면 네가 재즈처럼 락도 화려하게 부활시키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거든.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영상이 워낙 충격적이기도 했고.”
“그 기타 연주 영상이요?”
“그래. 넌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경악스러운 일이지. 마틴과 그렇게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너라는 걸 아무도 몰랐으니까.”
뉴욕 락 페스티벌이라.
나는 조금 솔깃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내가 락 페스티벌에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전해 주세요. 저는······.”
바로 그때였다.
핸드폰이 미친 듯이 울리면서 화면에 윤아의 얼굴이 꽉 들어찼다.
“응. 윤아야. 왜?”
전화를 받자마자 윤아의 큰 목소리가 전해졌다.
[오빠! 오빠 뉴욕 락 페스티벌 나가는 거야? 진짜?! 나는? 나는 왜 안 데려가? 나도 데려가~!]“······.”
나는 조용히 랜디에게 말했다.
“그쪽에 물어봐 주세요. 제 여동생이랑 같이 나가도 되냐고.”
짧게 한숨을 쉬는 나를 보고 랜디는 풉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삐이익-!
“헉!”
한창 고음을 높이며 노래를 부르고 있던 윤아는 길게 이어지는 신호에 기함을 터트렸다.
“윤아야. 다시 해보자.”
“윽, 알겠어.”
땀방울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던 윤아는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노래가 중간쯤에 끊기고 말았다.
“다시. 저음으로 내려갈 때 발성이 조금 불안해.”
“그래? 다시 해볼게.”
랜디는 그런 우리 두 사람을 보고 안절부절한 눈치였다.
“그······. 벌써 시간이 꽤 많이 지난 거 같은데. 너무 굴리는 거 아니야?”
“락페가 얼마 안 남았잖아요.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은 진성 락 음악 팬들이고요. 괜히 욕먹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죠.”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역시 녹음할 땐 제 아무리 끔찍하게 여기는 여동생이라고 해도 봐주는 게 없구나.”
“전 누구보다도 윤아가 만족스러운 무대를 하길 바라거든요. 윤아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고요.”
종종 듣는 얘기였다.
동생을 너무 굴리면서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도 처음에는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은 살살 하려고 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그냥 넘어갈 것은 적당히 넘어가는, 그런 식의 프로듀싱 말이다.
하지만 윤아는 귀신같이 그런 점을 잘 캐치한다.
한번은 나도 너무 심한 것 같아 유하게 넘어가려는 것을 윤아가 눈치채고 오히려 내가 윤아에게 꾸중을 들어야만 했다.
“그 이후부터는 음악에 있어선 절대 봐주는 법이 없어요.”
“와. 윤아도 참 대단하네. 난 곁에서 지켜만 봐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네가 내 프로듀서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혹시 복귀 앨범 만들고 싶으면 저한테 한번 맡겨봐요, 랜디. 제가 진짜 제대로 해줄게요.”
“으으. 싫어. 살려줘.”
나는 윤아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음악에 대한 윤아의 열정이었다.
천재는 나태하고 게으르다고 했던가.
하지만 윤아는 아니었다.
그 어떤 사람보다 윤아는 음악에 있어서 굉장히 성실한 천재였다.
[As we are together~!]나는 마침내 노래를 완곡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는 윤아와 눈을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 * *
뉴욕 락 페스티벌.
무려 20년 동안 이어져 왔던, 락커들에게는 꿈의 무대이며 락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1년에 한 번 있는 가장 큰 행사였다.
당연히 전 세계 락 음악 팬들이 몰려들었고, 유명한 락 밴드가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날이기도 했다.
우락부락한 몸집, 검은 가죽 자켓, 화려한 피어싱.
그 밖에도 폭주족처럼 오토바이를 끌고 등장하는 락 밴드부터 시작해 모두 살벌한 포스를 풍기며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락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있었다.
아직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미 페스티벌을 시작한 지 오래였다.
등장에서부터 임펙트를 주고 걷는 모습도 평범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락 스피릿이지 않은가? 물론, 누군가는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힙합과 마찬가지로 락도 허세로 무장하는 것이 문화였다.
그러나 대중에게만 그렇게 보일 뿐.
대기실에 모이면 180도 달라지게 된다.
“이야~ 잭! 이게 얼마 만이야?”
“뭐야. 너 아직 살아 있었어?”
“으하하! 내가 너희 얼굴 보려고 매번 여기 페스티벌에 오지.”
말을 걸면 주먹이라도 날릴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그리고 오만하게 관객 사이를 지나며 대기실로 들어온 락커들.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동네 친구를 만난 것처럼 정겹게 인사를 나누었다.
“다들 근데 아직 노래는 부를 줄 알아? 다 늙어 가지고 말이야.”
“자기는 안 늙은 줄 아나 보네.”
“크크. 넌 기타 칠 힘은 남아있냐?”
“이놈은 어떻게 된 게 뱃살이 더 늘었어.”
이들도 서로 모이면 이제 나이 많은 아저씨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아직 이들도 20대 때 뜨거웠던 그 열정의 불씨가 가슴에 남아있었다.
“다들 얘기는 들었어? 그 정윤성인가 뭔가 하는 친구가 결국 나온다던데.”
“아······. 그 얘기. 나도 들었지.”
“크흠. 솔직히 그 친구 기타 실력은 수준급이라는 걸 인정하는 바이나, 여기 페스티벌에 초청될 만큼인가?”
“그러게. 여기 페스티벌은 아무래도 베테랑들의 축제니까.”
물론 락 페스티벌에서 몇몇 신인들을 초청해 조금이나마 큰 무대의 경험을 겪게 해준다. 그러나 정윤성은 락 가수도 아니고, 신인도 아니다.
락 페스티벌에 초청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가수였다.
“사람들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려고 일부러 초청한 건지······ 잘 모르겠네.”
“네베스가 그럴 사람은 아닐 텐데.”
“그래도 이상하잖아. 락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꼬맹이들을 초청하다니. 이건 락페를 우습게 보는 처사야.”
점점 대화가 열을 키우고 있을 때였다.
“지금 그 남매가 밖에서 리허설한다는데. 슬쩍 보고 올 사람?”
누군가의 말에 그들은 저마다 관심을 드러냈다.
“지금? 마침 타이밍 죽이는데.”
“한번 보고 와볼까?”
하나둘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가수들도 그 파도 같은 흐름에 이끌려 밖으로 나가 보았다.
그리고 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맞추고 있는, 이 아저씨들로 가득한 곳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한 미녀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