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8)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28화
빠밤- 빠바밤-!
작업실 안 가득 퍼지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나는 눈을 감은 채 음악을 즐겼다.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
언제 들어도 참 감탄만 나오는 곡이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기계도 없이 이렇게 엄청난 클래식 곡을 만들 수 있었는지.
너무 올드하다고,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욕을 먹어도 왜 아직도 수많은 오케스트라가 과거 클래식 곡에 집착하는지 이것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곡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
현대 음악으로 나오는 오케스트라 곡 중에서 오리지널 클래식 곡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
저번 생에서는 그것도 모르고 클래식은 그냥 사람들이 폼 잡으려고 듣는 건 줄로만 알았다.
실제로 그땐 클래식을 들으면 금방 잠에 들기도 했다.
바로,
“쿠울-.”
우리 윤아처럼 말이다.
“······잘자네.”
아주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채 목을 척 뒤로 넘기며 자고 있는 윤아였다.
나는 손을 휘휘 저어 보았지만,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걸 들으면서 자는 건 쉽지 않은데.”
신세계로부터는 수면용 클래식 곡과는 거리가 멀었다.
워낙 시끄러운 곡이라 잠이 들어도 퍼뜩 깰 만도 한데, 윤아는 아주 잘만 자고 있었다.
하긴. 나도 예전 몸이었으면 지금쯤 윤아와 똑같이 쿨쿨 잠에 빠져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이장원 교수의 아우라를 계속해서 흡수하면서 클래식의 참맛을 알게 되었고, 요즘 클래식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윤성아~ 윤아야~”
벌컥-!
그때 PD들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점점 뒤로 넘어가고 있던 윤아가 화들짝 몸을 일으키며 잠에서 깼다.
“어후. 깜짝이야.”
“······.”
윤아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는 pd들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다 뒤늦게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왔는지 아- 짧게 탄성을 내질렀다.
“안녕하세요.”
“······뭐야. 그와중에 인사성은 밝아.”
윤아는 쭈욱 기지개를 피면서 말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놀라세요.”
“야. 그 얼굴로 갑자기 확 일어나서 다가오는데 안 놀랄 수가 있냐?”
“하하. 그건 맞긴 해. 윤아 네 얼굴이 좀 이뻐야지.”
방금 자다 깬 얼굴이 예쁘기는 쉽지 않은데, 윤아는 예외인 모양이다.
“근데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나 보다?”
“그러게. 많이 피곤하니, 윤아야?”
“으으. 제가 한창 공부할 나이잖아요. 그래서 잠도 제대로 못 자요.”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윤아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뭐야. 오빠 왜 웃어?”
“흠흠. 아니. 누가 보면 진짜 하루에 5시간도 안 자는 줄 알겠다.”
매일 7~8시간은 꼬박 자고 있는 윤아였다.
“난 최소 9시간에서 10시간은 자야 한단 말이야. 그래야 안 피곤해.”
우리 윤아는 참 잠이 많은 아이였다.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한번 잠이 들면 잡아가도 모를, 그런 사람.
윤아가 딱 그런 타입이었다.
괜히 아침마다 어머니가 윤아를 깨우려고 한바탕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 알겠으니까 이거부터 먹어.”
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비타민 알약과 비타민 음료를 꺼내 뚜껑을 딴 뒤 윤아에게 건넸다.
윤아는 자연스럽게 그걸 받고는 한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휴. 조금 살겠네.”
그 모습을 PD들은 아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윤성이는 가끔 보면 윤아 엄마 같지 않냐?”
“그러니깐. 사소한 것까지 다 챙기는 게 진짜 엄마 같다. 하하.”
그러자 윤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랑하듯 말했다.
“우리 오빠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데요. 저뿐만이 아니라 엄마 아빠도 정말 알뜰하게 잘 챙겨줘요.”
“그래? 윤성이가?”
“네. 엄마 아빠 비타민제 챙기는 거부터 시작해서 아빠 출근할 때도 뭐 빼놓고 가는 거 없나 체크까지 한다니깐요? 그리고 매번 엄마 아빠한테 전화해서 식사는 잘 챙겨 드셨는지, 약은 잘 챙겨 드셨는지도 확인하고요.”
그건 아마 내 오랜 버릇 때문일 것이다.
매니저로 너무 오래 일을 하게 되면서 얻은 직업병이랄까.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부모님에게는 정말 잘하는 아들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오빠들도 오늘 동생한테 전화도 걸어 보고 한번 잘 챙겨 보세요. 그럼 동생들 엄청 고마워할 걸요?”
“······.”
그 말에 PD들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으. 상상했어. 나랑 동생이 윤아랑 윤성이처럼 사이좋게 있는 모습을.”
“으악. 시발.”
아주 격하게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냥 포기할래.”
“맞아. 난 윤성이처럼 못 한다. GG.”
참 포기가 빠른 사람들이었다.
“근데 오빠. 나 꿈에서 뭔가 맛있는 걸 먹는 꿈을 꿨는데······.”
“응······. 왠지 침 흘리면서 잘 자고 있더라.”
“쓰읍. 그런 TMI는 말 안 해줘도 괜찮아.”
그러자 PD 중 하나가 웃으며 봉지를 흔들었다.
“윤아가 예지몽을 꿨나 보네. 여기 너희들 먹으라고 샌드위치 사 왔어.”
“우와! 오빠 최고!”
“어휴. 황송하게 쌍따봉까지. 얼른 드세요.”
윤아는 눈을 반짝이며 봉지를 뜯어 안에 있는 샌드위치들을 확인했다.
“이건 윤성이 오빠가 좋아하는 참치고, 나는······.”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 치킨 샌드위치를 붙잡았다.
“데리야끼 치킨 샌드위치로 먹어야징~”
윤아는 포장지를 뜯고 오물오물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PD들의 얼굴에 아빠 미소가 걸렸다.
“감사합니다. 샌드위치 잘 먹을게요.”
“그래, 윤성아. 맛있게 먹어라.”
그러다 김 PD가 내게 물었다.
“아참. 근데 윤성아. 너 다음 뉴튜브 영상은 뭐로 올릴지 결정 못 한 거야?”
“아뇨. 결정은 했어요.”
“오. 그래? 뭐로 올리기로 했는데?”
PD들은 윤아가 처음 데리야끼 치킨 샌드위치를 봤을 때와 비슷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아직 찍진 않았어요.”
“어? 아직도?”
“네. 이번에는 자작곡을 만들어서 올릴까 해서요.”
자작곡이라는 말에 PD들의 반응이 미묘했다.
“음-. 자작곡.”
“뭐, 나쁘지 않은 시도이긴 하지.”
“근데 작곡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 않나?”
아무래도 기대 반, 우려 반 섞인 것 같았다.
“우리 윤성이가 음악적 센스는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 수진이 음원 작업할 때 너희는 그때 그 자리에 없었잖아. 수진이가 섹시 컨셉으로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윤성이 조언 덕분이었다니깐?”
“오. 정말?”
“수진이가 섹시 컨셉을 잡은 게 윤성이 덕분이었어? 이야. 난 처음에 보고 충격 먹었잖아. 너무 잘 어울려서.”
그러면서 슬슬 PD들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 찼다.
“그럼 이번 노래는 어떻게 하기로 한 거야?”
“너 이장원 교수님한테 작곡도 같이 배우고 있지? 근데 이제 일주일 좀 지나지 않았나? 아직 기초도 제대로 못 배웠을 거 같은데.”
그건 맞다.
하지만 이장원 교수님은 내가 배움이 무척 빠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수업 진도를 굉장히 빠르게 나가고 있었다.
“음. 사실 생각해 둔 멜로디가 몇 개 있어요.”
“그래?”
“궁금하다. 어떤 멜로디인데?”
“우리한테 먼저 보여줘 봐. 그럼 우리가 한번 들어보고 혹시 표절에 걸리는 부분은 없는지 알아봐 줄게.”
표절 부분은 나도 무척 민감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현재 가요 시장에서 네 마디 이상이 똑같으면 그건 표절로 인정이 된다.
하지만 3마디까지는 괜찮기 때문에 가요를 쭉 듣다 보면 언뜻 어디선가 들어본 멜로디일 때가 많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마디라도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과감히 빼 버릴 생각이다.
나와 윤아를 위한 음악인데, 혹시라도 잡음이 나오는 건 싫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좋죠.”
“그럼 한번 들려줘.”
“우리가 너무 냉정하게 평가하진 않을게.”
“응. 어차피 네가 작곡은 처음이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피드백 줄 수 있는 부분은 딱 점지해서 알려 줄 수 있을 거야.”
작곡이 처음이라······.
나는 슬며시 미소를 띠었다.
이들에게는 내가 작곡을 하는 게 처음이겠지만, 내가 이제까지 습득한 아우라로는 아마 이들보다 더 경험 많은 작곡가일 것이다.
나는 기타를 꺼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기타줄을 튕기며 나와 윤아의 첫 자작곡 멜로디들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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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자세부터 남다른데?”
“하하. 자세만 보면 완전 프로야.”
PD들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기타를 조율하고 있는 정윤성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이들 눈에는 정윤성이 그저 귀엽게 보였다.
이제 16살밖에 되지 않은 놈이다.
기타도 참 잘 치고 노래 실력도 수준급, 거기다 음악적 재능이 풍부하다.
하지만 작곡은 다르다.
작곡의 세계는 오묘하고 심도 있으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노래 잘 부르고 기타 잘 친다고 해서 작곡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편하게 해, 윤성아.”
수많은 경험이 쌓이고 연습을 해야 작곡을 할 수 있다.
괜히 대학교 때부터 작곡과 애들이 교수님에게 양파처럼 까이며 밤새 작곡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매진을 해야만 훌륭한 작곡가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PD들 눈에는 정윤성이 마치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뉴비처럼 보였다.
뉴비가 뭘 하든 다 귀여워 보이는 것처럼, 이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상처가 되지 않게 잘 말해 줘야지.’
서로 눈빛 교환을 마친 PD들은 정윤성이 튕기기 시작하는 기타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데,
“······?”
“어······?”
경쾌한 기타 줄 소리와 함께 콕콕 박히는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았다.
스트로크와 핑거스타일을 적절하게 섞어 단순히 코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닌, 음표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연주하고 있었다.
이 노래가 어떤 멜로디를 가졌는지, 어떤 스타일의 노래인지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멜로디 한 소절이 끝나자,
“와······. 이, 이걸 진짜 네가 직접 작곡한 거야?”
PD들은 절로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뭐야. 엄청 좋잖아?”
“멜로디가 진짜 좋은데?”
이제 막 작곡에 입문을 한 중학생 머리에서 나온 멜로디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좋았다.
“괜찮았어요? 혹시 다른 노래와 겹치는 게 있다거나······.”
“내가 볼 땐 없어. 아마 정식 악보 나오면 다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이런 멜로디는 처음 들어봐.”
“나도. 이건 100% 네 곡이야. 다른 건 안 섞인 거 같은데?”
“근데 이거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어?”
제일 궁금한 질문이었다.
정윤성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한 10분? 안 걸렸던 거 같아요. 그때 딱 떠오르는 멜로디를 연주한 거라서요.”
“······.”
그 말에 또 한 번 충격을 먹은 PD들은 눈을 껌뻑이기만 했다.
고작 10분 만에 이런 멜로디가 나왔다는 건가?
아무리 작곡이 번뜩이는 영감이라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역시 창작은 재능의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그리고 이것 말고도 몇 개 더 멜로디를 준비했어요.”
사실 이건 맛보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 또 있다고?”
“대체 몇 개를 만들어 놓은 거야?”
“아니. 이, 일단 들어나 보자.”
그들은 눈과 귀를 정윤성의 손에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멜로디가 작업실 안을 풍성하게 채우기 시작했다.
2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