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9)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29화
“윤성아, 윤아야.”
“어? 아빠!”
“엇! 대표님.”
정영훈 대표가 작업실 안에 들어오자 PD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래. 다들 고생하네. 윤성이랑 윤아 데려가도 되지?”
“그럼요.”
“응? 오늘 빨리 퇴근하네?”
“너희 엄마가 갈비 먹고 싶댄다. 얼른 가서 사줘야지.”
애처가라는 말을 여기에 쓰는 것일까.
아내의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정영훈 대표의 아내 사랑은 이미 회사에서도 꽤 유명했다.
“그래. 다들 얼른 가봐.”
“안녕히 계세용~!”
“들어가 볼게요, 형들.”
“그래. 조심히 들어가. 내일 뵙겠습니다, 대표님.”
“너희들도 좀만 하다 얼른 퇴근하고.”
“옙.”
대표와 아이들이 나가고 나서 PD들은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먼저 정적을 깬 것은 김 PD의 웃음 소리였다.
“하하. 다들 분위기 왜 이러냐?”
“안 이러는 게 이상한 거지. 아-. 담배 땡기네. 아니야. 이건 담배가 아니라 술이다. 그래. 술을 먹어야겠어.”
“지랄. 저번에 술 또 먹으면 사람 새끼가 아니라고 했던 놈이.”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확실히 멜로디가 좋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내가 프로듀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회의감이 들더라. 나 같은 놈이 남의 노래를 만들어 줘도 되는 건가 싶어서.”
그렇다.
분위기가 이렇게 다운된 건 모두 현타가 왔기 때문이다.
“윤성이는 이제 막 작곡을 배웠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PD들은 정윤성이 작곡했다는 멜로디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신들이 며칠 동안 밤을 새서 수정을 거듭해야만 간신히 하나 나올까 말까 한 멜로디를 정윤성은 무려 다섯 개나 만들어왔다.
놀라운 건 그리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그 멜로디들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었다.
“넌 몇 번째 거가 제일 나았냐?”
“음. 난 첫 번째 거?”
“어? 나는 다섯 번째 거가 제일 좋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다섯 개 전부 좋았는데.”
김 PD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부 다 좋았지. 그게 문제야.”
“어떻게 다섯 개가 다 좋을 수가 있냐고.”
“그중 하나만 쓰는 건 너무 낭비 아니냐?”
여기서 딱 하나만 뽑아서 쓰는 건 프로듀서로서 너무 아까웠다.
“근데 이거 장르가 뭐야?”
“다섯 개 모두 장르가 다 달라 보였어.”
“그치? 어떤 건 통통 튀는 맛이 있고, 어떤 건 달달한 느낌이 있고.”
그러자 김 PD가 정윤성이 끄적이다 놔두고 간 메모지를 가져왔다.
“안 그래도 내가 아까 노래 가사는 만들어뒀냐고 말했거든. 그래서 여기 좀 적어 놓고 갔네.”
정 대표가 갑자기 찾아오지만 않았어도 정윤성은 오늘 가사를 전부 써서 보여줬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최소한 어떤 주제의 노래인지는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응?”
“어?”
메모지에 적힌 제목을 보고 1차 뇌정지가 왔다.
“내가 지금 뭘 잘못 보고 있나?”
“이거 윤성이가 쓴 거 맞아?”
그리고 제목 아래 이어지는 가사에서 2차 뇌정지가 왔다.
“······.”
잠시 이어지는 고요함.
하지만 곧 웃음 바다로 뒤바뀌었다.
“풉-!”
“크하하! 정윤성 이거 진짜 물건이네.”
“이야. 진짜 이건 생각도 못 했다. 정윤성, 네가 최고다, 최고.”
노래 제목은 바로 였다.
# # #
똑똑-.
– 오빠.
“어. 들어와.”
하도 지랄을 떨었더니, 이제는 알아서 조신하게 노크를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그런데 윤아는 문을 여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후우- 너무 배불러. 돼지처럼 계속 먹기만 했나 봐.”
왠지 아까 냉면에 갈비를 야무지게 잘 먹더라니.
“그래. 돼지처럼 잘 먹긴 하더라.”
윤아는 잠깐 나를 노려보았다.
옆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교과서를 들고 왔다.
“뭐해? 바빠?”
“아니. 그냥 우리 노래 부를 거, 점검 좀 하고 있었어.”
오선지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음표를 보고 윤아는 눈을 껌뻑였다.
“아. 눈이 핑핑 도는 거 같은데. 오빠 무슨 오케스트라 곡 만들어? 음표가 왜 이렇게 빡빡해?”
“내가 계속 수정을 하느라고 음표가 겹쳐 보이는 거야.”
좀 심하긴 했다.
나 말고는 이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수정을 하면서 자꾸 이것저것을 추가하다 보니, 악보가 어지러워진 것이었다.
“멜로디는 어떤 걸로 할지 결정했어? 아까 작업실에서 들려줬던 것 중에서.”
“아니. 아직 고민 중이야. 그리고 우리 둘이 부르는 건데, 나 혼자 결정하는 건 좀 그렇겠지? 너도 아까 작업실에서 멜로디 들었지?”
“응.”
“당연히 기억은 안 날 테고?”
“헐. 너무 무시한다. 당연히 기억은 하고 있지!”
······아마 첫 음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거의 기억 못 할 것 같았다.
“오빠가 멜로디들을 다 녹음해 놓긴 했어. 어차피 다 완성된 건 아니라서 그냥 가볍게 멜로디만 딴 거야. 한번 들어봐.”
“오~ 좋아.”
윤아는 준비됐다는 듯, 마치 전문 심사위원처럼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 버튼을 눌러 총 다섯 개의 멜로디를 윤아에게 들려주었다.
“이렇게 다시 듣다 보니까 다 기억이 난다.”
윤아가 진지하게 멜로디를 듣고 있다는 건 지금 몸에서 흘러나오는 아우라만 보면 알 수 있었다.
나는 별말 하지 않고 윤아가 멜로디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게 조용히 지켜만 봤다.
“근데 오빠는-”
이윽고 노래를 다 들은 윤아가 의미심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천재인가 봐.”
“어?”
“아니. 이걸 어떻게 혼자 다 만들었어? 교수님이 도와준 것도 아니잖아.”
저렇게 칭찬을 해주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르겠네.
“뭐, 완성된 건 아니야. 네가 여기서 멜로디 하나를 고르면 이제 거기다 살을 덧붙여야지.”
“음~ 이게 치킨에 관련된 노래라고 했었지?”
“맞아. 우리 남매한테 딱 어울리는 곡 아니냐?”
“히히. 그러게. 얼른 불러 보고 싶다.”
“그래서, 넌 뭘로 할래?”
윤아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멜로디를 듣는 순간부터 딱 꽂히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난 첫 번째 거.”
“이게 제일 마음에 들어?”
“응. 내가 여기 멜로디들을 들으면서 치킨을 상상해 봤거든.”
윤아는 벌써부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바삭바삭하고 육즙 팡팡 터지는 치킨이랑 제일 잘 어울리는 곡은 첫 번째 거 같았어. 사실 다섯 번째 곡도 마음에 들었는데, 그건 약간 후라이드 치킨 느낌이 아니라 양념치킨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참 특이하고 바삭한 음악적 견해였다.
“넌 간장치킨을 제일 좋아하잖아.”
“나도 후라이드 좋아하거든? 그냥 날마다 땡기는 게 다른 거지. 그리고 이번 곡은 후라이드 같이 담백한 느낌이 났으면 좋겠어.”
난 멜로디를 뭘로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도 답이 안 나왔는데, 윤아는 정말 빨리 결정을 내렸다.
노래 주제와 어울리는, 자기 마음에 확 꽂히는 멜로디가 무엇인지 금방 가려내는 것도 큰 재능이라 할 수 있었다.
저번 생에서 가수로도 큰 성공을 이뤄냈던 윤아는 어쩌면 선곡을 하는 데에 있어서 두각을 드러냈던 것이 아닐까?
“좋아. 그럼 첫 번째 걸로 하자.”
나는 그런 윤아의 직감에 따르기로 했다.
“가사는?”
“가사도 대충 좀 써놓긴 했어.”
“그······나도 쓰면 안 돼?”
“당연히 되지. 안 그래도 너랑 같이 쓰려고 했었고.”
공부는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다.
윤아는 책상 위에 올려 둔 교과서를 치워 버리고 노트를 펼쳤다.
“재밌겠다.”
그리고 펜을 들고 노트에 글자를 쓰는 순간,
“······?”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 #
정영훈 대표는 오늘도 소화제를 달고 산다.
나이가 들면서 계속 소화 불량에 시달리고 있어 이제는 약 먹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거 병원을 한번 가봐야 하나.”
만성 소화불량은 답도 없다는데.
술을 끊어야 하나.
그는 한입에 약을 털어 넣은 뒤 부하 직원에게 물었다.
“이 실장. 오늘 스케줄은 이게 다야?”
“아, 네. 대표님. 오늘은 이게 끝입니다.”
이 실장도 오늘 많이 지쳐 보였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쉴 틈 없이 스케줄을 따라 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보통은 조금 텀을 두고 여유를 부릴 만도 했지만, 오늘은 빨리 스케줄을 끝내야 할 이유가 있었다.
“미안해. 오늘 저녁에 아주 중요한 일이 있거든.”
“엇······. 오늘 스케줄에는 따로 적혀 있지 않던데요. 제가 동행하겠습니다.”
“회사 일 때문에 가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오늘 일 마무리 하고 푹 쉬어.”
“아, 네. 대표님. 시키실 일 있으면 연락해 주십시오.”
“그럴게.”
이 실장이 나가고 난 뒤 정 대표는 남아 있는 일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50분.
“어후. 늦겠다.”
그는 얼른 주섬주섬 옷을 챙겨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면서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오늘 일찍 퇴근해. 괜히 야근해서 몸 상하지 말고.”
“아, 네. 대표님. 들어가세요!”
그가 향한 곳은 회사 안에 마련되어 있는 아이들의 작업실이었다.
오늘 일찍 스케줄을 끝낸 이유는 바로 이곳으로 오기 위함이었다.
정 대표는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조심스럽게 작업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작업실 안에 있던 PD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을,
“어? 대표······.”
“쉿.”
그가 손을 들어 다시 앉혔다.
그런 뒤 귓속말로 물었다.
“아직 시작 안 했지?”
“아, 네. 이제 첫 녹화입니다, 대표님.”
오늘은 윤성이와 윤아의 두 번째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이걸 보려고 그 많던 스케줄을 빠른 시간 안에 끝낸 것이었다.
“근데 자네들은 왜 다 모여 있어? 그냥 아이들이 하게 놔두지.”
“그게······ 저희도 사실 궁금해서 모인 겁니다. 둘이 오늘 무슨 노래를 하는지 알려 주지를 않아서요.”
PD들도 할 게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저 두 아이가 오늘 무슨 곡을 녹화하려는 건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건 사실 정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뭔 자작곡을 한다는 얘기는 나도 들었는데.”
“어? 대표님은 들어보셨어요? 어떤 곡인지?”
“아니. 하나도 못 들었어.”
“그럼 이 곡이 치킨이랑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모르시겠네요?”
“엥? 치, 치킨?”
“예. 노래 제목이 무려 ‘치킨 앓이’ 입니다.”
순간 두 귀를 의심했다.
뜬금없이 치킨이라니?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윤성아. 그럼 녹화 시작할게.”
헤드셋을 끼고 있는 김 PD의 말에 정 대표는 입을 다물고 흡! 숨을 참았다.
언제 봐도 예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가 녹화실 안에서 사이좋게 앉아 있었다.
윤성이는 오늘도 멋있게 기타를 들고 있었고, 윤아는 발로 천천히 바닥을 두드리면서 리듬을 타는 중이었다.
‘잘하면 좋겠는데.’
첫 자작곡이고 주제도 특이하게 치킨이었다.
분명 이걸 영상으로 올리려고 할 텐데, 괜히 사람들이 욕을 하는 건 아닐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냥 무난한 주제로 노래를 불렀다면 이 정도 걱정까진 안 했을 거 같은데.
“원, 투.”
이윽고 윤성이가 주는 신호에 이어 기타 연주가 시작되었다.
거기서 정영훈 대표는 몸을 움찔거렸다.
“!?”
통통 튀는 기타 줄과 도발적인 음표 구성이 첫 마디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그 음표 속에 빠져들어 감상하고 있으면 참 신기하게도,
‘치킨 얘기를 먼저 들어서 그런 건가?’
정말 멜로디가 바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전주로 토스를 받은 윤아가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오늘도 날 유혹하는 치!킨! 내 머릿속엔 네 생각만 가득해~”
바삭한 멜로디에 어울리게 통통 튀어 오르는 윤아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깜찍하게 울려 퍼졌다.
그에 이어 윤성이의 목소리가 치고 올라왔다.
“오늘도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어.”
“어쩌면 좋아~ 오늘도 나는 고민하네. 무슨, 어떤-”
“치킨을 먹을지~.”
두 아이의 매력적인 음색이 담긴 노래가 듣는 이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를 띠게 만들었다.
3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