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7)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47화
“태훈 씨. 잠깐 시간 괜찮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양태훈은 갑작스러운 박미혜의 방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네. 어쩐 일이세요?”
같은 대학교 선후배이기도 하고, 음악 철학으로도 맞는 것이 있어 나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태훈 씨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저한테요?”
“응. 이거 한번 봐봐.”
양태훈은 박미혜가 건네는 두툼한 악보를 받아들였다.
“오케스트라 곡인가 보네요? 선생님이 쓰신 거예요?”
“아니. 내가 쓴 건 아닌데······. 아무튼, 일단 한번 봐봐.”
뭔가 얼굴이 잔뜩 흥분한 거 같은데, 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악보를 양옆에 펼쳐 두고 한 장씩 넘기며 살펴보았다.
“음-”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좋네요. 요근래 본 오케스트라 악보 중에서 최고입니다.”
양태훈은 머릿속으로 가상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냈다.
여기 악보에 나온 대로 연주를 하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등.
오케스트라에 필요한 악기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음표를 따라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양태훈은 지휘자가 되어 천천히 지휘봉을 휘둘렀다.
프로라면 이쯤에서 결론이 나온다.
“······곡이 아주 좋은데요?”
“그치? 괜찮지?”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좋네요. 요근래 본 오케스트라 악보 중에서 최고입니다.”
학생들에게 지휘를 가르치고 있는 양태훈이었다.
실제로 지휘자 일을 했었고, 지금도 종종 초청을 받아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는 실력자였다. 그런 그가 보증할 정도라면 이 곡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도 아주 뛰어난 것이 맞았다.
“선생님이 이 곡을 지은 게 아니라면, 대체 누가 만든 겁니까?”
곡의 구성과 각 파트가 맡아야 할 마디의 배분도 훌륭하게 잘 되어 있다.
어느 곳 하나 거슬려 보이는 곳도 없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오랜 작곡 경험이 있는 사람일 터.
하지만-
“우리 학생.”
박미혜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대답이 나왔다.
순간 뭔가를 잘못 들은 줄 알고 양태훈은 멍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에-?”
“우리 학교 학생이 만든 거라고.”
그 대답에 양태훈이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도 잘하신다.”
“농담 아니야. 내가 왜 이런 농담을 하겠어?”
“······?”
그제서야 양태훈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이, 이게 정말 하, 학생이 만든 거라고요?”
“응.”
“우리 고등학교 학생이?”
“그렇다니깐. 몇 번을 말해.”
“아니. 그야······.”
어안이 벙벙하다는 뜻이 이런 것이었을까.
양태훈은 둔기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정말 고등학생의 실력이란 말인가.
물론,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오케스트라 곡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프로가 쓴 건데요?”
이 악보는 아직 제대로 된 경험도 없는 초보자가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포츠에도 기교가 있는 것처럼, 작곡에도 기교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기교를 부렸다는 건 작곡에 무척 경험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 완성도가 너무 높았거든.”
“그렇죠. 이건 누가 봐도 고등학생이 했다고는 믿을 수가 없는데요?”
아무리 신동이라고 불리는 학생이라도 이 정도 수준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렇기에 섣불리 믿기가 어려웠다.
“그게 사실 어떻게 된 거냐면······.”
박미혜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양태훈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그때 선생님 수업에서 즉흥으로 쳤던 곡을 지금 이런 악보로 만들어 놓았다는 거죠?”
“응.”
“쓰읍-.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그 아이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악보가 너무······.”
그렇다면 정윤성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 악보를 완성시켰다는 건데-.
“그건 그 아이가 보증했어. 자기 곡을 남이 만지는 게 싫다나······.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진 않더라고.”
순진하게 그걸 믿으시는 거냐고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정윤성이라.’
하필이면 상대가 정윤성이었다.
심사 때부터 관심을 많이 받았고, 그 이후에도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으며 압도적인 점수로 수석 합격을 했다.
그날 심사를 보지 않아서 정확히 심사위원들이 뭘 봤는지는 양태훈도 모른다.
다만, 그 칭찬에 인색한 양반들이 정윤성만큼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정윤성 학생이 가진 재능은 진짜야. 내가 여태껏 많은 학생을 가르쳤지만, 그런 학생은 살면서 처음 봤어.”
박미혜 선생의 변화였다.
칭찬은 오히려 사람의 발전을 망치고, 채찍질이 곧 지도의 덕목이라 믿으며 그것을 열심히 설파하기까지 한 사람이 지금은 정윤성 칭찬만 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슬슬 양태훈도 궁금해졌다.
대체 정윤성, 그 학생이 어떻길래?
뉴튜브로 이름을 꽤나 알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영상을 직접 찾아본 적은 없었다.
지금도 딱히 관심은 없었으나, 이 악보는 관심이 갔다.
“그럼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요, 선생님.”
“응?”
“이 곡으로 진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해보는 겁니다. 정윤성, 그 친구를 지휘로 세워 두고요.”
그리고 정윤성이 이 악보를 만들었다는 건 여전히 믿지 않았다.
그렇기에 직접 증명하고 싶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지를.
* * *
“윤아야. 이번에 아주 잘했어.”
“와아. 정말?”
나와 듀엣곡을 마친 윤아가 두 팔을 높이 들었다.
“응. 그러니까 한번만 더해 보자.”
“······.”
후다닥 녹음실을 나가려 했던 윤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축 늘어진 자세로 마이크 앞에 돌아왔다.
난 그런 윤아의 어깨를 토닥였다.
“많이 힘들지?”
“후- 힘들긴 한데, 그래도 이게 다 우리를 위한 거잖아?”
“맞아.”
“그럼 열심히 해야지.”
이번이 벌써 몇 번째 녹음인지 모르겠다.
우리 두 사람은 정식 음원을 만들고자 요즘 계속 작업실에 붙어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이곳으로 와서 음원 녹음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시 음악이 시작되고,
우리는 또 같은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노래가 다 끝나고 나서는-
“윤아야. 한번 더 불러 볼까?”
여전히 나는 만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한다면 분명 더 좋은 노래가 나올 거란 강한 확신이 있었다.
“윤성아, 윤아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녹음실 밖에 있는 PD가 보다 못해 우리를 만류했다.
하지만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윤아가 먼저 말했다.
“괜찮아요. 한번 더 해볼게요.”
많이 지쳐 보이지만, 윤아 역시 나와 비슷한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좀 더 해보면 곡이 제대로 나올 것 같아, 오빠.”
우린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흘러나오는 MR을 따라 노래를 불렀다.
[하루의 끝은 늘 나를 서운하게 만들어.] [오늘은 내일이 되면 영원히 사라지게 되니까.]이번 음원 발매를 위해 내가 작곡한 것 중에서 고르고 고른 곡이었다.
제목은 .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지금 내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였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노래를 불렀을까.
“아니. 설마 윤성이랑 윤아 아직도 여기 있어?”
“엇, 대표님. 오셨어요?”
밖에서 소란 소리가 들려왔다.
윤아는 바깥에 있는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두 손을 높이 흔들었다.
아버지는 헛웃음을 지으시며 녹음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아이고. 얘들아.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여기 있어? 엄마가 너네 전화 안 받는다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아! 맞다. 핸드폰 밖에 있는데.”
“죄송해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줄 몰랐어요.”
너무 정신 줄을 놓고 노래만 불렀나.
어느덧 시간은 오후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오래 있는 거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아빠. 우리 음원 낼 거라고.”
“그거야 알지. 근데 너무 하루에 다 하려는 거 아니야? 하루에 딱 한 곡씩만 해.”
그러자 옆에 있던 PD가 말했다.
“사장님. 윤성이랑 윤아, 벌써 며칠째 한 곡만 파고 있어요.”
“뭐?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그거야 윤성이가 오케이를 안 해줘서요. 그래서 계속 반복 녹음만 하고 있습니다.”
“······?”
아버지는 묘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셨다.
“아니. 곡은 이미 다 완성되지 않았나? 너희 둘 실력이면 솔직히 1시간도 안 돼서 한 곡은 끝낼 거 같은데.”
“저도 그 말을 몇 번 하긴 했는데, 도저히 듣지를 않아요.”
“뭐······ 일단 알겠으니까, 다들 얼른 집에 갈 준비해. 주차장 가서 기다리고 있어. 아빠도 가서 준비할 테니까.”
“네~!”
뭔가 아쉬웠지만, 나머지는 내일 다시 와서 마무리를 지으면 될 것 같았다.
나는 윤아와 함께 짐을 챙기고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 * *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나서 정영훈은,
“김 PD.”
“아, 예. 사장님.”
“우리 애들 녹음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린 거야?”
뭔가 이상했다.
뉴튜브로 봤을 땐 솔직히 거기 나오는 소리만 따서 음원을 당장 발표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또한 윤성이가 작곡한 곡들이 꽤 있어서 창작에는 문제가 없을 텐데.
대체 왜 반복 녹음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이 늦은 밤까지?
“어휴. 말도 마세요, 사장님. 윤성이가 진짜 안 그렇게 생겼는데, 엄청 꼼꼼해요.”
“그래?”
“네. 완전 완벽주의자에요. 뭐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녹음 중단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불러요. 그걸 한두 번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수십 번 수백 번을 반복해 가지고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하는 거예요.”
프로듀서들이 절대 만나기 싫은 부류인 건 확실했다.
“거기다 기존에 있던 곡을 갈아엎기도 했고요.”
“잠깐. 뭐?”
기존에 있던 곡을 갈아엎었다는 건, 뉴튜브에 올라가 있는 자작곡들을 새롭게 만들었다는 건가?
“이미 그 정도로 충분했던 곡들일 텐데? 그걸 새로 만들었어?”
“네. 저희가 말려 봤는데, 윤성이가 평소에는 안 그러다가 음악에 있어서는 정말 한 치의 양보도 없어요. 진짜 고집이 세더라고요.”
그 착한 아들이 고집이 세다라.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전혀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래도 막았어야지. 그 원곡들이 얼마나 좋았는데.”
“저희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죠.”
“생각했었죠는 뭐야? 그 말은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야?”
“아니. 그게 참······.”
김 PD는 머리를 긁적이며 실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막상 윤성이가 싹 바꾸고 나서 노래를 들려주니깐 이게 또 엄청 좋더라고요.”
“그러기가 쉽지 않을 텐데.”
“예. 그런데 그걸 또 윤성이가 해냈어요. 보통 원곡보다 좋은 리메이크곡은 없다고 하잖아요. 근데 그 관념을 완전히 부쉈다고 해야 할까요.”
백문이 불여일견.
김PD는 헤드셋을 정영훈에게 건네주었다.
“그냥 한번 들어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
아리송한 얼굴로 정영훈은 PD가 건네는 헤드셋을 잡았다.
“먼저 라는 곡입니다. 이건 다행히 녹음을 다 끝냈어요. 이제 다듬기만 하면 돼요.”
“그래. 한번 틀어 봐.”
치킨 앓이 다음으로 나왔던
첫 자작곡과 마찬가지로 통통 튀는 매력이 담겨 있는 두 아이의 소중한 노래였다.
그런데 그 좋은 멜로디를 버리고 아예 새롭게 만들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원곡보다 좋기는 힘들 텐데.’
괜히 좋은 음반을 내려고 아들 녀석이 무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헤드셋에서 두 아이가 녹음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느낌은 비슷하지만, 그 속은 완전히 달라진 도입부.
그 도입부를 딱 듣자마자 정영훈은 왜 PD들이 더는 윤성이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왜······. 이게 더 좋은 거지?’
도입부, 후렴, 마무리까지.
이미 충분히 완벽해 보였던 원곡이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것을 이 노래로 증명했다.
방금 전까지 남아 있던 의구심은 전부 사라지고 이제 놀라움만이 가득했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나서 정영훈은,
“······한번만 더 틀어 봐.”
“아, 넵.”
아이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깜빡 잊은 채 오랫동안 헤드셋을 벗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