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9)
로젠 선배와 대화를 나누던 시각.
또각또각.
“어머, 오랜만에 뵙네요. 크란테스 공녀님.”
역시라고 해야 할까?
다수의 귀족파 가문의 영애들이 한순간에 로젠 선배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귀족파 영애들과 함께하는 모습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겠지, 싶어 내가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어머, 그쪽 분께서는…….”
한 영애가 나를 붙잡았다.
“아……. 그는 올해 초, 자작의 작위를 수여받은 케이네스 L 아르덴 자작입니다.”
영애들은 ‘이번에 작위를 받은’이라는 표현에서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내가 평민 출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르덴이라는 가문명과 함께 그 유명한 스페이원 가문의 무능아. 케이네스의 이름이 등장하자, 영애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하하……. 처음 뵙겠습니다. 케이네스 L 아르덴이라고 합니다.”
“어머, 당신이 그 유명한…….”
나는 거의 월드 스타급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스페이원 가문의 무능아로서.
물론, 근래 라바디안 제국에선 그 인식을 뒤집을 수 있었지만, 국외에서는 여전히 스페이원의 무능아라는 이명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영애들은 내 자기소개에 놀란 모습으로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고 해야겠지.
‘……외모가 제 역할을 해 주는구나.’
확실히 외모 덕분에 덕을 본 적은 상당히 많았다.
그동안 타인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 역시 외모덕을 봤다고 해야겠지.
‘그보다…… 도망가긴 글렀나.’
자리를 피하려던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영애들과 작게나마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들은 대부분 아카데미에 재학 중이거나, 올해 초에 졸업한 학생이라고 한다. 때문에 대화의 내용은 대부분 아카데미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는데.
황제파의 귀족이 된 나로서는 그녀들의 시선이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가능한 정중한 모습으로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그녀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뒷머리가 따갑네.’
황제파 귀족들의 따가운 눈초리에 나는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어머, 아르덴 자작님께서 왜 크란테스 공녀님과 함께 계시는 건가요?”
“그러게 말이에요. 아르덴 자작님께서는…… 이쪽이시죠?”
내 팔을 끌어당기는 또 하나의 무리. 바로 황제파 가문의 영애들이다.
두 파벌의 눈싸움이 시작되자, 나는 어색한 미소로 갈팡질팡해야 했다.
그리고 도중부터는 내 존재를 잊은 듯 약간의 비꼼이 섞인 대화를 나누었는데.
“…….”
두 파벌의 사이에 낀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 함부로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역풍이 불어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나마 타이밍 좋게 등장하신 황제 폐하의 덕분에 말다툼은 잠시 중단되었다.
“라바디안 제국의 태양, 라그나 E 라바디안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시종장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라바디안 제국 제37대 황제.
라그나 E 라바디안.
이어서…….
“라바디안 제국의 달, 엘레오노라 E 라바디안 황후마마께서 입장하십니다!”
시종장은 황후를 포함해 두 명의 황비의 입장을 귀족들에게 알려 주었고, 황족들의 입장으로 귀족들은 일제히 침묵하며 고개를 숙였다.
라바디안 제국과 동맹관계를 맺거나, 제국의 산하에 속해 있는 국가들의 사신들 역시 대화를 멈춘 뒤, 고개를 숙여 예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라그나 황제보다 높은 존재는 없겠지.
“…….”
모두가 침묵하며 적막감이 감돌던 순간, 황제가 파티장을 비잉 둘러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 거리로부터 찾아온 각국의 사신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를 뜻하는 바이네. 준비한 것은 약소하나, 부디 마음껏 즐기기를 바라지.”
황제의 짧은 연설 이후, 각국의 사신들과 제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귀족들이 차례차례 황제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황제의 탄신을 축하한다는 축하 말과 함께 선물을 건네었다. 일종의 선물 증정식이라고 해야 할까?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영애들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선물과 축하 인사는 가문명이 호출될 때 가문의 일원 모두가 함께한다.
그리고 나는 이번 축하 인사를 본의 아니게 스페이원 가문과 함께하게 되었다.
스페이원 백작, 그란스의 명령으로.
“쯧…….”
나는 작게 혀를 차면서 스페이원 일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스페이원 가문의 차례가 찾아온 순간, 그란스가 가문의 대표로서 황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는데.
그란스와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던 황제, 라그나는 슬그머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 건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지. 그보다도 케이네스 L 아르덴 자작의 존재는 이 제국의 거대한 축복이로군. 그대의 재능에는 짐도 감탄을 금할 수 없었네.”
나는 황제의 칭찬에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은 무슨……. 하지만 일전의 사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 그대의 누이인 소피아 영애 역시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이 제국의 축복 중 하나였으니 말이야. 제국의 커다란 빛이 저물고 말았어.”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황제.
그와 동시에 그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감히 짐의 국가에서 그런 짓을 저지른 자가 있다니…….”
살기로 가득한 황제의 모습에 귀족들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소피아 영애의 수색은 애매모호한 상태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짐은 이번 사건의 주범을 어떻게든 찾아내 그에 마땅한 처벌을 내릴 것이다.”
국내에서 아카데미의 교사와 학생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제국의 주인인 그로선 상당히 불쾌했겠지.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그란스의 표정을 살폈다.
황제의 분노에도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는 그란스.
나는 얼마 전, 아르덴에서 운영하는 정보부로부터 입수한 소식을 떠올렸다.
소피아 누님의 수색을 여전히 계속하고 있는 스페이원 가문.
단순한 쇼일까?
‘크라베이와 연락을 나누었다면…… 누나의 생존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원 가문에서는 웰포드 가문과의 약혼을 파했다.
웰포드 가문은 누님의 죽음을 거의 확실시하고 있었기에 파혼을 흔쾌히 받아들였는데, 할버트는 며칠 만에 새로운 약혼녀를 찾아냈다고 한다.
듣기로는 아카데미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라나 뭐라나.
‘……뭐, 어찌 됐든 간에 벌레는 떼어낸 셈인가.’
그렇다고 할버트를 가만히 내 버려둘 누님은 아니겠지.
지금이야 교단의 건으로 그의 처리를 후순위로 밀어 두었을 뿐. 언젠가 그 역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부디 그대들에게도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라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황제와 그란스의 대화가 마무리된 모양이다.
그란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자리를 벗어났다.
이어서 황제의 앞으로 다가간 어느 백작 가문의 일가.
스페이원 가문에서는 가주인 그란스를 비롯해 안주인으로 불리는 셀리아와 필리스. 그리고 장남 엘런, 차남 델트, 장녀 세린, 차녀 밀리엔 전원이 참석했다.
셀리아, 엘런, 밀리엔 세 사람과 얼굴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던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셀리아는 일순간 미간을 찡그렸다.
‘……뭐야?’
그녀의 눈빛이 살짝 살벌해지자, 나는 살짝 어깨를 움찔거리고 말았다.
그보다 필리스의 시선도 꽤 거슬리네.
‘아니, 저쪽보다는 훨씬 낫나?’
셀리아와 필리스의 시선은 그나마 양반이었다.
나를 죽이겠다는 듯이 노려보는 세린. 그녀로부터 살기가 일어나자, 나는 고개를 돌리면서 곧바로 자리를 이탈하려 했다.
그런데…….
“그 쓰레기가 죽어서 그런지, 스페이원 가문이 정말로 깨끗해진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케이네스.”
뿌드득 이를 갈던 세린이 마치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필리스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하더니, 이내 세린을 매섭게 노려봤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를 향해 무능아, 쓰레기, 기생충이라면서 비난하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니까.
하지만…… 누님을 모욕하는 발언만큼은 절대로 용납하지 못했다.
내가 매서운 눈빛으로 살기를 일으키려던 순간,
짜악!
그란스가 세린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 광경에 나는 방금까지의 분노를 까마득히 잊고서 그란스를 멍하니 바라봤다.
“여, 여보?!”
셀리아 역시 남편의 행동에 당황한 모양이다.
아니, 셀리아뿐만이 아니다. 일가 전원이 깜짝 놀란 상황.
세린은 입술을 잘근 깨물면서 홱! 고개를 돌려 그란스를 노려봤다.
하지만…….
흠칫!
그녀는 그란스의 살벌한 눈빛에 몸을 떨면서 마치 겁에 질린 고양이처럼 고개를 숙여 버렸다.
확실히 무섭기는 무섭네.
그란스의 험악한 표정에 나 역시 한순간이지만,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네X이 그딴 멍청한 행동만 취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세린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그란스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쓸모없는 것.”
그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자리를 벗어나는 그란스.
그가 멀어지기 시작하자, 세린은 자리에 주저앉으면서 눈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에 통쾌함을 느끼게 된 나는 고개를 돌리면서 씨익 웃었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굳이 저들과 함께할 이유는 없겠지.
‘그보다…… 설마, 그란스가 세린의 뺨을 때릴 줄은 생각도 못 했네.’
세린이 저지른 행동으로 현재 스페이원 가문의 이미지는 심하게 훼손되었다.
거기에 황태자와의 파혼까지.
그란스는 레갈루스 황태자가 다른 누군가와 약혼을 진행하기 전에 서둘러 밀리엔과의 약혼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것이 바로 몇 주 전의 일.
‘결과적으로 밀리엔과의 약혼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
그렇게 황족과의 혈연관계는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
그 때문일까?
현재 그의 기분은 크게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그런 막말을 터트리다니. 저 여자는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건가? 아무리 내가 미워도 그렇지, 때와 장소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으면 좋겠네.
피식.
아니, 구분하지 못했기에 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거겠지.
* * *
밀리엔과 레갈루스 황태자와의 약혼이 성사되지 않자, 그란스는 다음 목표로 제3 황자인 라이어드를 선택했다.
“……분명, 살아 있을 것이다. 라이어드 전하는 소피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니, 서둘러 그 아이를 찾아내야 돼.”
그란스는 소피아의 생존을 확신하듯 중얼거렸다.
그가 라이어드를 지그시 바라보던 순간, 품속의 통신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파티장을 빠져나와 곧바로 빈 휴게실로 들어갔다.
이내, 품속에서 통신구를 꺼냈다.
통신구에 비친 검은 망토의 사내.
그가 보고를 올리자, 그란스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또, 다크니스의 놈들인가?”
-……아직 확실한 물증은 없습니다만, 교단 내부에서는 그리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른 영지의 제8 연구소 역시 공격당해 현재 다수의 실험체들이 달아났다고 합니다.
“도대체 크라베이 녀석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살짝 노기가 섞인 그란스의 물음에 교인은 몸을 움찔거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제3 사도께선 현재 교주님의 명령을 받고 와르트 왕국으로 향하셨습니다.
“쯧…….”
교주의 명령이라면 그란스 역시 별다른 비난을 할 수가 없었다.
일전에 다크니스로부터 건네받은 협력 제안. 그것을 데스 퍼레이드의 교주는 단칼에 거절했고, 사도들은 그의 의지에 따라 다크니스라는 조직을 하나하나 파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나 비밀주의인 것인지, 다크니스가 남긴 흔적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후 다크니스는 협력 제안을 거절한 교단을 수차례나 공격해 왔다.
“이걸로 두 개의 거점과 네 개의 연구소가 파괴된 셈이군. 전부 라바디안 제국의 남부지방인가.”
-……현재 수색대의 숫자를 30% 이상 늘리기는 했습니다만, 수색대원의 대다수가 의문의 공격에 사망했다는 보고입니다.
“제6 서클 마법사를 정보원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어쭙잖은 실력자들로는 상대도 안 되겠지.”
-그러면…….
“후우, 아크라 녀석을 보내도록.”
-예? 하, 하지만 아크라 님께서는…….
교인의 당혹스러운 목소리에도 그란스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녀석의 근신을 해제한다. 다크니스 놈들이 날뛰는 것을 계속 내 버려둘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