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52)
52화. 예언
케빈이 제아무리 얼마나 부들대건, 이 상황에서 그에게 발언권은 없었다.
스타더스트 프로젝트에서는 하차 결정이 났고, 공식 너튜브에서는 이틀 만에 케빈이 나온 모든 영상이 삭제되었다.
아마 이번 주 방영분에서도 케빈이 나온 부분은 편집되어 나갈 것이다.
스타프 내부는 잠시 동안 시끄러웠지만 그뿐이었다.
제작진이 ‘케빈 지우기’에 누구보다 진심이었기에, 프로그램을 향한 타격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늘어났다.
-스타프? 아 그 약쟁이 출연했던 프로 아냐? 케빈이었나 ㅋㅋㅋㅋㅋ
└케빈이 누구죠?
└그런 애가 있었음?
└몰라 기억이 안 나는데
-스타프는 지금 원래 14명 아니에요? 자꾸 15명이라는 사람들이 있네 단체로 귀신을 봤나;;
└맞아 열네 명이잖아 ㅠㅠ 무섭게 다들 왜 그래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 케빈 지우기에 너무 진심이어서 개웃기네
└프로그램 사활이 달린 문제예요;; 스타프 하면 연관검색어에 스타프 대마 ㅇㅈㄹ 나고 싶은 거 아니라면 다들 지금부터 기억을 지우셈
-Betters ㅈㄴ 레전드 무댄데…. 하 ㅋㅋㅋ 이걸 못 보겠네 이제
└제작진들아 편집하는 김에 Betters 무대에서 케빈 지워주면 안 될까 ㅠㅠ 제발
└오늘도 1 Betters 하려다가 케빈 얼굴 클로즈업돼서 깜짝 놀라서 껐잖아
└약쟁이만 아니었으면… 진짜…질리도록 사랑했다….
└내 말이ㅠㅠ 왜 생긴 건 내 취향이어가지고 하 ㅋㅋㅋㅋㅋㅋㅋ
-https://www.neotube.com/sjdfk1243 여기 준서팬이 편집해둔 Betters 영상 있어요 케빈만 없는 사람처럼 교묘하게 잘 편집해놓음 공익 목적으로 남깁니다
└ㅁㅊ 복받으세요ㅠㅠㅠㅠ
└내 betters 돌려줘
└오늘부터 이것만 돌려봐야지
└그나마 다행이다 하 ㅠㅠㅠㅠㅠ
그렇게 유력 데뷔조였던 1명이 빠졌다.
3차 순위 선발식을 앞두고 스타프 숙소는 술렁였다.
데뷔권에서 간당간당하던 연습생들도 그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게 될까, 다들 눈을 번뜩이고 있는 눈치였다.
그중에 하나는 이도경이었다.
데뷔권에 가깝지만 여러모로 순위에 변수가 많은 인물.
나야 이도경이 먼 훗날 데뷔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만, 당사자는 지금쯤 피가 마르고 있을 터였다.
골머리를 썩이겠지.
아마 옆에 누군가 있다면 아무나 붙들고 한탄하고 싶을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도서한 씨,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은…아닌 것 같은데.”
“단둘이 오붓하게 보는 것 되게 오랜만이잖아요.”
뭐, 오붓?
아무도 없는 창고에 굳이 끌고 와서는 하는 소리가 저런 시답잖은 인사였다.
반말을 할 때는 언제고, 다시 공손해져서 돌아왔네?
이도경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이 내 쎄함 레이더를 가동시켰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저 형은 그냥 싫어.
이도경이 주머니에 손을 꽂고선 나를 올려다보았다. 기분 나쁜 시선이 아래위로 나를 훑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이도경이 생뚱맞은 소리를 툭 던졌다.
“알고 있었나?”
“오늘 점심 메뉴라면, 알고 있는데요.”
“케빈 형 말하는 거예요.”
“아~.”
무슨 얘기를 하나 했더니, 케빈에 대한 언급이었다.
저 질문의 의도가 뭘까.
이도연 기자에게 혹시 들은 것이 있을까 싶어 이도경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닌 듯하다.
이도연 기자가 그럴 성격도 아닐뿐더러, 이도경의 얼굴에도 확신이 없었다.
일단 찔러본 거군.
“케빈 형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뺌하니, 이도경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도경 특유의 가식적인 미소는 내 앞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어차피 먹히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이도경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같은 회사잖아요. 더블즈 내에서 돌던 얘기 없었어요?”
“그럴 리가요. 연습생이 무슨 배짱이 있다고 그걸 티 내고 다녀요.”
이건 팩트였다.
케빈이 마약 한 걸 더블즈가 알았더라면 프로그램 자체를 내보내지 않았겠지.
연습생 혼자서 소속사를 잘도 속여먹었다.
그럼에도 이도경은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요? 나는 왜 알고 있었을 거 같지.”
하여간 눈치 빨라.
차성빈과 비슷하게 능글맞은 타입인데 굳이 따지자면 왠지 모르게 이쪽이 더 기분이 나빴다.
이도경은 발을 툭툭 구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리 누나가 그러던데. 그쪽이 감이 좋다고. 그 정도로 좋은 감이라면 쎄함을 느꼈을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니에요?”
“저희 집안에 신기 있는 사람은 없어서요.”
“하핳, 재밌으시네.”
이도경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더했다.
“누나가 서한 씨 얘기를 많이 했어요. 뭐, 일단 좋은 쪽으로.”
왜 그러셨을까.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는데,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누나가 서한 씨랑 친하게 지내래요. 우리 오늘부터 친하게 지낼까요?”
와.
나는 싫은데.
진심으로 소름이 돋은 나머지 나도 모르게 이도경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이도경은 그 모습을 보곤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너무 대놓고 싫어하네.”
“하하….”
나는 인생 2회차라 치자.
이도경은 갓 스무 살이 된 주제에 백 년 묵은 능구렁이처럼 저러고 있으니, 당연히 좋을 리 없었다.
문제는 저쪽은 나를 퍽 신뢰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다른 거 다 차치하고,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요.”
일단 들어는 봐야지.
이도경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운을 띄웠다.
“그 잘난 감 좀 빌려보려는데.”
“조금 비싸요.”
“잘되면 갚을게요.”
이도경은 휴대전화를 뒤적이더니 문자 메시지 화면을 띄워 내게 보여주었다.
HDN 엔터테인먼트.
이 바닥에서 더블즈만큼이나 유명한 엔터의 이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도서한 씨.”
이도경은 마른 침을 삼키며 폭탄 같은 한마디를 뱉었다.
“저 이 프로그램 하차할 생각이에요.”
* * *
이도경이 문자에서 보여준 건 HDN 엔터, 그 이름 하나뿐이었다.
스타프를 주최한 더블즈 엔터와는 경쟁사의 관계니 도의적으로는 조금 뭐시기 하긴 하지만….
개인 연습생인 이도경이 다른 엔터와 대화를 나누는 건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이걸 왜 나에게 보여주나 싶긴 한데,
이도경은 차분한 목소리로 본론에 들어갔다.
“HDN에서 제안이 왔어요.”
“지금 당장 데뷔조에 넣어주겠다고?”
“…눈치 진짜 더럽게 빠르네. 내가 열여덟이랑 대화하는 게 맞나?”
“네?”
나는 다급히 순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해바라기 씨나 밝힐 것 같은 순수한 햄스터의 얼굴이었다.
“…….”
통했나?
“하… 참아야지.”
이도경의 혈압이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하하…. 마저 말씀하세요.”
“여기서 데뷔 제안이 왔어요. 서한 씨가 짐작하시는 그대로. 감사하고 좋은 기회인데, 아시다시피 시기가 조금 곤란하거든요.”
“프로그램을 하차하라고 하던가요?”
이도경이 파이널 직전에 HDN 엔터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건 익히 소문난 사실이었다.
지금 당장 데뷔조에 넣어주겠다.
대신, 스타더스트 프로젝트에서는 바로 하차하고 우리 회사로 넘어와라.
당시의 이도경은 남아있는 쪽을 택했다.
결국 스타더스트로 데뷔에 성공했으니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를 직접 찾아온 데에는 역시 불안한 구석이 있었겠지.
지난 콘셉트 평가 이후로, 팬들의 여론이 극심하게 술렁이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서이안.
3차 순위 선발식에서 순위가 대폭 상승할 것이 예정된 사람이었다.
이 시점의 이도경은 데뷔권이 간당간당한 순위였으니, 치고 올라오는 연습생 하나하나가 위기감으로 다가왔을 터.
혹시 데뷔조에 들지 못할까 봐 불안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이도경은 조급해 보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시간을 더 줄 생각은 없으시대요. 데뷔가 올해 중으로 확정되어 있어서… 뭐, 이해해요. 저를 쫄리게 만들어서 들어오게 하려는 고도의 수일 수도 있고, 정말 데뷔까지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제겐 시간이 없거든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이도경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 그룹이 잘될 거 같아요?”
스타프에서 데뷔할 가능성과, 정해진 데뷔조에 들어가 성공할 가능성.
이도경은 두 가능성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었고, 현재까진 프로그램을 하차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 같았다.
하지만, 또 모르지.
이전 생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갈 수도 있는 법이니까.
나는 이도경을 돌아보며 턱을 쓸어내렸다.
“으음…. 제 생각은 말입니다.”
이도경의 하차 가능성이라….
이도경이 당장 터질 논란은 없지만, 여러모로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런 사람이 제 발로 나가주겠다는데.
이걸 왜 말려.
“이상하다. 눈이 막 반짝이는데?”
“그럴 리가요?”
“연기 못하시네.”
“티 났어요?”
아무튼.
솔직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네, 잘될걸요.”
스타더스트만큼은 아니어도 동시대의 라이벌이라 불릴 정도로 잘나갔던 그룹이었다.
스타더스트에서 줄줄이 논란이 터지면서 결국 스타더스트를 꺾고 롱런했지.
“HDN에서 만든 그룹이면, 기본은 하겠죠. 새겨듣는 건 이도경 씨 마음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든, 이도경의 몫이었다.
다만, 말 많은 카사노바와 한 그룹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같이 데뷔하게 된다면….
네 연애는 내가 반드시 막는다.
* * *
3차 순위 선발식.
아무리 외면해도 그날은 온다.
오랜만에 다시 스튜디오에 모인 연습생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아… 여기 정말 오기 싫었는데.”
“으응, 나도.”
강시우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 옆에 나란히 앉은 서이안은 말없이 강시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의 두 사람이, 같은 팀을 하면서 나름 친해졌다.
강시우의 포스 때문에 몇 살은 더 형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갓 스무 살, 둘 다 동갑내기 친구였다.
서이안의 옆에 앉자마자 강시우가 풀 죽은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도서한, 왔어?”
“왜 여기는 이렇게 기운이 없어요?”
“나? 떨어질 것 같아서.”
강시우는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은 선인장마냥 축 처져 있었다.
지난번 순위 선발식 때, 서이안만큼이나 아슬아슬하게 올라온 것이 강시우였다.
그래서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가산점 있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이를 악물고 1등을 쟁취해낸 데에는 그 마음이 컸다.
우리 팀 전원.
무슨 일이 있어도 파이널로 올린다.
나는 강시우를 돌아보며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지난 무대, 건드려의 강시우는 완벽했다.
기존의 강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
댓글 반응도 좋았으니 분명 팬들에게도 먹혔을 것이다.
“형 잘했어요.”
“그랬나…. 나 떨어지기 싫다….”
머리를 쥐어뜯던 강시우의 시선이 텅 빈 좌석으로 향했다.
얼마 전 퇴소하고 사라져 버린 케빈의 자리였다.
그 눈빛은,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저 한 자리의 기회를 내가 얻어내야 할 텐데, 라고.
너무 이해가 되는 심정이라 무어라 말을 얹을 수 없었다.
그저 같이 무사히 파이널에 올라가길 바라며 말을 아낄 수밖에.
그래도 이번 파이널에는 총 열두 명의 연습생이 진출한다.
딱 두 명. 두 명만 탈락하는 셈이었다.
연습생들이 초조한 얼굴로 파이널 진출을 기도하는 사이,
MC 한다원이 입장했다.
“빛나는 소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