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57)
57화. 시트콤
서초코 씨.
우리들뿐만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도 그 이름만으로 이미 유명세를 탄 분이었다.
심지어 지난 영상편지에서 다시금 남매간의 차가운(?) 우애를 증명한 터라,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나 서초코 씨 너무 만나보고 싶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이름만 들어도 자동 웃참챌이야
└근데 진짜 성함이 서초코 씨…?
└어떻게 사람 이름이…서…초…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인이신데 놀리지 마세요;;
└하지만…그치만…벗…하우에버…안 놀릴 수가 없는걸요?
└죄송해요 초코님 ㅠㅠㅠㅠㅠ
└울집 강아지랑 이름 똑같아서 내적친밀감 드는 그 이름
└혹시 푸들인가요?
└야…너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들 ㅋㅋㅋㅋ 무슨 말인지 이해돼서 더 킹받아
-그렇잖아도 영상편지 때문인지 예전 영상 알고리즘 간택 받아서 다시 봤는데 아무리 봐도 하준서 탈룰라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김
└“누구 머리에서 나온 드립이야? 카메라 앞에서 하면 노잼이라고 욕먹을 거 같은데.”
└“저희 부모님이요.”
└“부모님이 트렌디하신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흔들리던 그 동공이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준서 그 착한 성격에 심장 쿵 내려앉았을 거 생각하면 ㅋㅋㅋ 너무 귀엽다구 ㅠㅠㅠㅠ
-초코하임네에서 살아보고 싶음 걍 하루하루가 시트콤일 거 같음
└ㅇㄱㄹㅇ
└영상편지만 봐도 여긴 확신의 시트콤 재질임ㅋㅋㅋㅋㅋㅋㅋ
└다른 가족들은 다 애틋…사랑…울아들…그 자첸데 초코하임네는 ㅋㅋㅋㅋㅋㅋ 대본 읽기 웃참 챌린지 ㅋㅋㅋㅋ
└감동이라고는 단 1프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들의 영상편지….
서초코씨는 본인이 이토록 유명인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까.
정작 동생인 서하임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아, 왜 전화했지…. 무섭게.”
서하임은 난처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해맑은 저 형도 누군가를 무서워하긴 하는구나.
차성빈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런 서하임 옆에 붙어 앉았다.
“괜찮으면 저도 인사드릴래요.”
“그건 상관없는데…. 아!”
서하임은 전화를 받을 준비를 하며 다급히 당부했다.
“딱 한 가지 얘기해 둘 게 있는데, 누나 이름 말할 때 웃거나 놀리면 진짜 난리 나요.”
“에이, 당연하죠.”
학창시절에 놀림 많이 받았을 이름이니 예민한 것도 이해가 간다.
게다가 우리의 생각이 편협해서 그렇지, 요즘 세상에!
사람 이름이 초코일 수도 있지.
깊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이상한 이름도 아니라고.
그렇지 않나?
“성빈 씨가 먼저 인사드려 봐요.”
“아, 네. 그러죠, 뭐.”
딸깍-
서하임이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서초…코 씨?”
쿨럭.
차성빈의 한마디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름 자체는 많이 들어서 적응이 되었는데, 차성빈의 그 조심스러운 한마디가 나의 웃음 버튼을 자극했다.
대체 왜! 저렇게 어색하게 사람 이름을 부르는데!
그냥 평범하게 부르면 안 되는 거야?
-…….
웃으면 안 된다.
웃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잡생각을 덜어내던 그때,
수화기 너머로 떨떠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어라?
차성빈은 두 눈을 또르르 굴렸다.
‘나 뭐 잘못했나?’
마치 그렇게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서하임은 태연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뭐지?
워낙 특이한 이름이라 직접 부르는 걸 싫어하시나?
아니면, 그새 개명을 하셨나?
나는 나대로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고는 차성빈을 돌아보았다.
차성빈은 아까보다 더 조심스러워진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서초코 씨….”
-네에?
“혹시 성함이…서초코 씨 아니신가요?”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이어지고….
한참 뒤,
-전 서초영인데요.
으응?
서…초…영이라고?
뭐?
차성빈과 내 시선이 동시에 서하임에게로 향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
“…….”
어이.
“그게…누나 놀릴 때 부르는 이름이긴 한데….”
“본명이 아니신…?”
“아, 아니긴 하죠. 그냥 집안에서의 애칭, 뭐 그런 느낌이랄까.”
애칭이 아니라 놀려먹은 거 아닐까?
서하임이 새빨개진 얼굴로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수화기 너머로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야.
등골이 서늘해지는 한 마디였다.
-왜 자꾸 주변에서 초코초코거리나 했더니…. 네가 범인이었어?
지금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사람을 초코로 만들었어!
사람들 다 서하임 누나가 서초코 씨인 줄 안단 말이야.
이건… 솔직히 한 대 맞아도 할 말이 없었다.
차성빈은 기겁하며 즉각 일러바쳤다.
“네, 서하임 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신 거거든요. 저희도 지금 알았어요.”
“허위사실은 아니에요오. 진짜 태명은 초코가 맞았다니까요?”
“그건 태명이지, 진짜 이름이 아니잖아요.”
-야, 서하임.
서초코 씨, 아니 서초영 씨의 한마디에서 깊은 빡침이 느껴졌다.
그제야 어제 봤던 댓글이 격하게 공감되기 시작했다.
저 집안은 시트콤이 맞아, 확실해.
직접 얼굴을 본 건 아니지만, 서초영 씨가 저 멀리에서 이를 갈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목소리로도 충분히 전해졌다.
이를 악문 듯한 그녀의 한마디가 나직이 울려퍼졌다.
-본가 오면 넌 뒤지게 맞는다.
저런.
“흐엥, 무서워라.”
서하임은 사색이 되어서는 황급히 전화를 꺼버렸다.
* * *
새벽 4시의 연습실.
서초코 씨 이름 관련 허위 사실이 폭로된 이후, 그 덕에 텐션이 올라간 팀원들은 해맑게 연습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숙소에 가지 못했다.
마지막 파트의 동선에서 센터가 된 강시우가 더 잘 보이도록 수정하느라, 동선을 전부 다시 손보는 중이다.
퍼포먼스 리더의 고난이다.
“으으윽….”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스피커가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꼴랑 2m 남짓 되는 거리가 태평양처럼 멀게 느껴졌다.
나 죽겠네, 진짜.
Tied to you
이 사슬을 끊을 수 없어
아주 잘 드는 날을 준비해
발버둥 쳐 네게서 벗어날 테니까
Tied to you
이 사슬을 끊을 수 없어….
딸깍-
스피커의 전원을 끈 다음에야 연습실이 조용해졌다.
“…….”
처음 라는 곡을 받았을 때, 스타일이 안 맞아서 그렇지 곡 자체는 참 잘 뽑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한두 번 들었을 때지.
이제는 조금씩 질려가고 있었다.
같은 구간만 몇 번을 돌려 들은 거야.
“Tied to you 이 사슬을 끊을 수 없~어~.”
오른팔을 크게 휘두르면서 몸을 빡세게 비트는 안무였다.
1절 같은 경우엔 강시우가 묶인 밧줄을 찢고 나오며 확실한 임팩트를 살렸는데, 2절은 차성빈의 랩 파트가 곧바로 이어져야 하는 부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다음에 뒤에서 차성빈이 점프하듯 튀어나오면 되는데….
이 구간의 임팩트를 확실하게 살릴 안무가 뭐 없을까?
나, 자칭 섹시 도서한.
내 섹시함은 이제 포기했지만, 적어도 남은 섹시하게 만들어야 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그 순간.
“아!”
기깔 나는 안무가 하나 생각났다.
“허벅지 쓸기….”
클래식의 힘은 강하다.
이거 무조건 먹힌다니까?
차성빈이 능글맞은 얼굴로 허벅지를 한 번 쓸어주고, 나머지 멤버들이 파워풀한 안무로 그 뒤를 받쳐준다면….
음. 동선도 예쁘고, 구도도 괜찮네.
이건 먹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사자의 허락은 받아야지.
나는 다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차성빈의 톡톡을 열었다.
지금 이 시간이면 자고 있을 것도 같은데….
딱 한 시간 전쯤 연습실을 나섰으니, 아직 깨어있을 수도 있겠지.
-형
-있잖아요
띠링-
└우웅?
답장이 바로 왔다.
역시 이 형도 끝내주는 야행성인 게 틀림없었다.
토도독.
나는 한 손으로 빠르게 타자를 입력했다.
-허벅지 한 번 쓸어주시겠어요?
사실 대답은 필요 없었다. 차성빈이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순위 떡상각이 보이고 있는 중인데, 당연히 뭐라도 하려 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요란한 알람 소리가 연달아 울려퍼졌다.
띠링-
띠링-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걸 부탁하나~
└맡겨만 주십셔 ㅎㅎ 저는 뭐든 가능하답니다
└무려 우리 막내 퍼포먼스 리더님이신데 ㅎㅎ
아.
말투 마음에 안 들어.
거기에 차성빈은 한술 더 떴다.
└기라고 하면 기어야죠 리더님~
토도독.
텍스트상의 능글맞음이 기준치를 초과해서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
-그러면 그것도 안무에 추가할까요?
└?
└진심?
└그건 좀;;
이 인간, 당황했다.
아닌가?
└무서워요 ><
나는 이 형이 젤 무서워.
혀를 짧게 차며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매번 느끼지만….
진세현보다도 기존나쎔인 것 같은데 어딜 봐서 저 인간이 멘탈 개복치라는 거지?
이쯤 되니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괴리감이 들 지경이었다.
아무튼 나도 이제 퇴근해야지.
기지개를 켜며 연습실 보안 열쇠를 손에 쥐었다.
“내일 아침부터 안무 맞춰보려면…. 스케줄이 빡세겠네.”
세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놔야 내일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후우…. 빨리 가서 자자.”
쾅-
나는 아무도 없는 연습실 문을 걸어 잠그고 새벽 공기가 느껴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이틀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라 거의 비몽사몽한 정신이었지만, 발은 자연스레 나를 숙소로 이끌었다.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도착한 숙소 1층 현관.
별생각 없이 숙소에 들어서려는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검은 인영이 보였다.
“이 시간에 안 자는 사람이 있네.”
새벽 4시까지 연습하느라 깨어있는 연습생은 그렇다 치는데,
그 옆에 주차되어 있는 검은 세단이 다소 의아했다.
음?
“누구지?”
애초에 제작진이 통제 중일 테니 외부인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헌데, 건물 기둥 뒤로는 초면인 웬 중년의 남성이 서있었다.
그것도 억 소리 날 것 같은 명품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려입고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바로 그때였다.
“저 데뷔하고 싶어요.”
고요한 새벽 공기를 타고 나직이 울려퍼지는 한마디.
“…!”
나는 중년의 남자와 마주하고 있는 검은 인영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우두커니 멈춰 섰다.
저게 누구야?
잠깐만.
“그래서 죽어도 포기 못 하겠는데요.”
어둠 속에, 강시우가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