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76)
76화. 평화적인 방법으로
소년의 꿈.
“네?”
그 프로그램의 이름이 나오자, 장주원의 얼굴도 사색이 되었다.
지금 몸담고 있는 기획사에서 강제로 떠밀려 나가게 된 프로그램.
이게 마지막 기회라며 실장이 으름장을 놓은 탓에, 정말 장주원에겐 마지막 동아줄이나 다름이 없었다.
프로그램 시작도 전에 짤리면, 진짜 기획사 퇴출이다.
이 나이에 슬슬 받아주는 회사도 없을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냥 정신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잠, 잠깐만요.”
장주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뱉어내었다.
어색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서 새어나왔다.
“이, 이렇게 협박하진 마시고. 좋게… 좋게 얘기해요.”
“좋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지랄하고 있네.”
도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본능적인 혐오가 순간 확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평화 선언 대신 고소장이라면 바로 날려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소장이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 피디를 보내면 ‘소년의 꿈’ 출연 건이 아찔해진다.
무슨 보복을 할 줄 알고, 그 프로그램을 속편히 나가겠냐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장주원은 도서준 피디의 팔을 움켜쥐었다.
“피, 피디님!”
장주원은 마른 침을 삼키며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다.
개지랄을 떨 때는 언제고 급격히 비굴해진 모습이었다.
“저 진짜 이 프로그램 마지막 기회거든요.”
“아, 그래?”
“글 당장 지울게요. 지금 당장 지울게요!”
장주원은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한, 한 번만 모른 척해 주세요.”
노는 것 좋아하는 양아치가 제 꿈에는 진심이었나?
아까와는 180도로 달라진 태도에 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 정말 입 싹 닫고 글 지울게요.”
입 싹 닫지 않아도 이 대화 다 녹음되고 있다.
어차피 저 녀석이 유리한 대로 상황을 이끌어가진 못할 거라는 소리였다.
“한 번만 봐주세요.”
“…….”
“제발요. 피디님.”
대답이 없자, 장주원이 제 눈치를 살폈다.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도서준은 고개를 들었다.
“으음.”
신입 피디인 도서준에게 기획 권한은 없었으나, 편집에는 그 역시 어느 정도 손을 댈 수 있었다.
아니, 그 외에도 다양하게 녀석을 엿 먹일 방법은 많았다.
애초에 이 얘기만 슬쩍 뿌려도, 녀석의 회사에선 쓸모없는 싹을 잘라버리려 할 터였다.
프로그램 출연 기회?
그것도 될 놈한테 주는 거지.
무려 더블즈 소속의 신인 아이돌을 건드린 연습생이다.
그냥 음침한 놈도 아니고 이게 알려진다면 거의 시한폭탄 수준이었다.
지도 알겠지.
이게 알려지면 어떻게 될지.
애초에 연습생 할 놈이 무슨 베짱으로 그딴 알계를 파서 데뷔할 애를 엿먹어?
“원래부터 엿먹이려던 게 아니라….”
장주원은 조급한 목소리로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새끼 잘나가는 게 아니꼬와서 그랬어요. 그렇게 이슈될 줄 몰랐고, 그냥 얘기 몇 개 지어낸 게 전부였는데…. 이, 일이 커지니까 반응이 좀 재밌어서. 엿되길 바라는 마음도 없는 건 아니었는데….”
“…….”
“진짜 당장 지울게요. 해명도 할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장주원은 이를 악문 채 말을 덧붙였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모른 척해 주세요.”
“그래.”
의외로 도서준의 입에서는 흔쾌한 대답이 나왔다.
“지우고, 사과문도 올려.”
장주원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진, 진짜요?”
“입 닥치고 있으면 나도 모른 척 넘어갈게.”
특별히 ‘소년의 꿈’ 때 녀석을 신경 쓰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악편으로 엿먹이지도 않겠다는 소리였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데뷔하든 떨어지든 본인 할 나름이라고.
도서준은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했다.
“오늘 일은 없었던 거야.”
장주원은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너도 그 편이 좋잖아. 그렇지?”
“네, 네. 그렇죠!”
지금 당장이라도 사과문을 작성해서 올릴 기색이었다.
장주원은 거듭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올렸다.
“감, 감사합니다. 피디님!”
도서준은 그 역겨운 얼굴을 보며 헛웃음을 삼켰다.
감사?
글쎄다.
후회하게 될 텐데.
* * *
“무슨 생각이야?”
파리마냥 손발이 닳도록 빌어대던 장주원은 약속대로 집에 가자마자 사과문을 올렸다.
여러 폭로 계정이 전부 자신의 것이었다는 증명과 함께 학창시절 괜한 질투심에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내용과 상세히 기록된 사과문이었다.
덕분에, 한동안 그 폭로로 차성빈을 물어뜯던 커뮤니티도 잠잠해졌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일단 해결되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형의 생각이 궁금하긴 했다.
아예 고소를 때릴 수는 없었어도 다양하게 장주원을 엿먹일 방법은 많았다.
그렇게 지랄맞은 성격이면서, 의외로 평화로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 조금은 의아했다.
형은 내 질문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 시점에선 아직 경험도 부족한 신입 피디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듯한 말이 이어졌다.
“잡을 수 없는 바퀴벌레는 가둬두는 게 낫지. 어설프게 에프킬라 뿌리면 미쳐 날뛴다고.”
형의 눈에 장주원은 골때리는 바퀴벌레였던 모양이었다.
그런 바퀴벌레를 잡는데 괜히 일 키우는 것보단, 차라리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자.
현실적인 말이긴 하네.
그리고.
“그 외의 이유를 꼽자면….”
형은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그냥… 희망고문이지.”
희망고문?
“어차피 나락간 인생 오래오래… 그 희망 붙들면서 살라고.”
형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그 새끼는 성실하지 않은데, 실력도 없어.”
그랬으니 데뷔조는 커녕 중소 엔터를 전전하며 성과를 못 보였겠지.
도서준은 냉정하게 장주원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간절함이 있다고 착각하지만 그건 환상이야. 남들 대학 갈 때 놀고 먹는 백수가 되는 건 죽어라 싫을 거거든.”
이야, 쎈데.
그 놈이 들었다면 뼈가 골절되었을 발언이었다.
“걔한테 연습생은, 그냥 자기합리화라고.”
열심히 하겠다는 건 그저 자기합리화일뿐. 유의미한 성과를 가져오진 못했다.
예능 프로그램 피디 눈에는 장주원의 스타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였던걸까.
“사실 저런 애는 무슨 분량을 줘도 데뷔 못 해.”
“왜?”
그 한마디에 고개를 들어 형을 올려다보았다.
도서준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선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이게 안 되거든.”
뭐?
“그러면 나는?”
“넌 잘생겼잖아. 형 닮아서.”
뻔뻔하게 덧붙이는 말에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기가 막힌다, 진짜.
* * *
차성빈 동창이라고 주장했던 알계 어그로 계폭했더라
실제 동창은 맞다고 했고 자격지심에 허위사실 유포했다고 인정함
고소각 서니까 자진납세한듯
진짜 악질인게 차성빈 실제 폰 번호까지 뿌린 거 ㅋㅋㅋ 미친 거 아닌가 싶음
이거 땜에 믿는 어그로들 많았잖아
그냥 더블즈가 고소 박았으면 좋겠다
-와… 이거 어그로였어?
-그냥 죄없는 어린애 죽어라 팬거였네 그러게 중립 좀 박으라니깐
└여기도 이때다 싶어서 애 팼던 개인팬들 겁나 많았음
└스타더스트 개인팬이 아니라 떨어진 연생 팬이겠지 ㅋㅋㅋ 이도경 팬들 대놓고 날뛰던데
└도경이가 여기서 왜 나와 ㅎㅎ
└가만히 있는 이도경 패는 게 그 팬들과 다를 게 뭐니 ^__^
└가만히 있었다고? ㅋㅋㅋ 차성빈 떨어지고 이도경이 붙었어야 했다는 댓글만 몇 개였더라 ㅋㅋㅋㅋ 이제와 모른척
짹짹에서 암암리에 퍼날랐던 차성빈의 루머가 거짓으로 밝혀졌다.
처음부터 증거없이 마냥 쏟아졌던 비난에 알계 루머를 100프로 믿는 팬들은 적었지만, 그간 설쳤던 어그로들을 생각하면 결코 순탄했던 시간들은 아니었다.
차성빈이 최애였던 더스티는 마음이 아파서 포토 티저를 한동안 보지 못했다.
“아, 그 개자식. 고소 때렸어야 했는데.”
동창이 개인 번호까지 유출해 버리는 바람에, 차성빈도 이슈가 터진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우리 애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싶어서 걱정이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금은 번호를 바꾼 것 같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블즈 새끼들아.
아티스트 보호 안 하냐?
-더블즈 일 안하냐?
└진심 대형 중에 일 제일 못함
└아티스트 보호도 못하는데 엔터 사업 왜 해 ㅋㅋㅋ
└이런 일 터질 때마다 더블즈에 쏟아부은 내 돈은 어딜 가나 싶다
└벌써부터 이렇게 어그로가 날뛰는데 데뷔하면 얼마나 더하겠니 일 좀 해라 더블즈야 ^^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더블즈를 욕하던 중,
그런 여론을 단번에 잠재울 만한 떡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블즈 개색….
라고 타이핑을 치고 있던 더스티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홀린 듯 시선을 돌렸다.
띠링-
명랑한 알림음과 함께 너튜브에 뜬 것은,
“뮤비 티저 떴다.“
데뷔를 3일 앞둔 스타더스트의 뮤비 티저였다.
.
.
.
.
신전같기도, 제단같기도 한 드넓고 하얀 세트장.
사방이 캄캄한 우주로 뒤덮인 창밖을 내다보며 서한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우수에 찬 두 눈은 닿지 못할 어딘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마른 모래와 돌뿐인 척박한 땅.
서한은 널브러진 모래 시계를 조심스레 손에 쥐었다.
마치 엄청나게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잊고 지냈던 무언가를 찾았다는 듯.
서한은 슬프게 웃었다.
그의 시선이 한 사람이 들어온다.
허공을 응시하며 천천히 몸을 돌리는 차성빈.
카메라는 차성빈의 잘난 얼굴을 미끄러지듯 담아내며 화면을 전환시켰다.
멤버들이 한 명씩 비춰질 때마다 숨이 막힐 것 같다.
쾅-
쾅-
심장이 뛰는 소리와 함께,
우두커니 서서 서로를 마주보는 강시우와 서이안.
손에 쥔 정체 모를 푸른 공을 터트리듯 으깨버리는 진세현과,
이어서 클로즈업되는 서하임, 하준서의 얼굴.
화면이 휘리릭 전환되며 가슴 벅찬 멜로디가 울려퍼진다.
-닿지 못해 쓰러져도 난 괜찮아
청량하면서도 파워풀한 한 구절의 멜로디.
그 가사를 끝으로 화면이 암전했다.
파앗-
[유영(spacewalk)] [2017/04/27 6PM(KST)]“미친.”
무언가 정신없이 스쳐 지나갔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더스티는 넋이 나간 얼굴로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이건 된다.”
이건 무조건 뜬다. 반드시 될 주식이다.
대체 어떻게 된 게 티저 주제에 사람을 이렇게 홀려놓을 수가 있냐고.
차성빈의 파란 머리도 심장이 멎을 만큼 잘생겼지만, 누구 하나 빠짐없이 비주얼이 성수기를 찍었다.
방금 전 접속했던 커뮤니티에도 더블즈를 욕하던 여론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단 한 줄의 가사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할 수 있는 것임?] [더블즈 작정했냐?] [노래 개좋은데?] [뭐야 이거 ㅋㅋㅋㅋㅋ 케이팝 찢으려고 작정했어?]더블즈 법률팀은 일을 안 해도 기획팀은 뼈빠져라 갈려나가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티저의 퀄리티며, 스포된 한 소절의 멜로디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이 만족스러웠다.
데뷔곡에 파워청량?
미쳤다, 감사합니다.
더스티는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공손히 두 손을 모았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순간에도 제 손은 자꾸만 다시보기를 누르고 있었다.
-닿지 못해 쓰러져도 난 괜찮아
-닿지 못해 쓰러져도 난 괜찮아
-닿지 못해 쓰러져도 난 괜찮아
다시 들어도 미쳤다.
오랜만의 덕질.
무료했던 그녀의 케이팝 일상에도 잔잔한 파동이 일었다.
심장이 뛴다.
“그래, 더블즈야. 이거라고.”
이걸 어떻게 참아.
데뷔일까지 두 다리 뻗고 자기에는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