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77)
77화. 홀로 남았다
쇼케이스가 어느덧 사흘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지난 2주간의 일정을 요약해보면….
“음. 우리 연습했었지.”
“그리고 연습했었나?”
“아마 연습… 다음에는 연습을 했었을걸?”
“우와, 즐거워요!”
대충 이런 실정이었다.
강시우는 멤버들이 살아있는 좀비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동태눈깔 좀비가 아니라 갓 물린 싱싱한 좀비가 되기 위해서는, 때론 환기도 필요한 법이니까.
활동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더 바빠질 텐데.
멤버들은 마지막 일탈을 즐기기로 약속했다.
강시우는 조심스레 그 서두를 열었다.
“성빈이 형 마음고생도 했고… 우리도 다같이 빡세게 굴렀으니까…. 오늘 하루쯤은 몰래 나가서 뭐 먹고와도 되지 않을까?“
”편의점 털어보면 안돼요?“
연습생 시절 그게 로망이었다던 서하임의 수줍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넌 자주 했었잖아.“
물론 그 수줍은 가식은 진세현의 폭로로 벗겨졌다.
서하임은 헛기침을 쿨럭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스타프 촬영 때에도 열심히 편의점 들락거린 거…악!”
완전범죄를 위한 서하임의 응징이 이어졌으나, 의미없는 휘적거림에 불과했다.
가볍게 서하임의 손아귀를 빠져나온 진세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어쨌든 전 찬성이에요.”
이쪽은 서하임과는 다르게 FM이라 이런 일탈은 은근히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반면, 멘탈을 회복한 차성빈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불닭볶음면이나 화끈하게 먹어볼까~.”
그 모습이 일부러 더 괜찮은 척 어필하려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렸지만, 아무튼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이니 그걸로 된 거겠지.
하준서는 손뼉을 짝, 치면서 싱긋 웃었다.
“가볍게 라면이랑 핫바 조금, 음료수에 과자까지 사들고 옵시다.”
“오, 메뉴 괜찮다.”
“칼로리 생각하면 제로 콜라…?”
“준서 형, 실컷 라면에 핫바까지 말해놓고 제로 콜라가 의미가 있을까용?”
“마지막 남은 양심이야.”
강시우는 멤버들의 의견을 취합하고선 연습실 밖을 손으로 가리켰다.
“제가 준서 형한테 듣기론 이 시간이면 실장님도 잘 안 다니신다고 하거든요. 복도쪽 계단으로 조용히 다녀오면 더 안 걸릴 것 같고….”
더블즈 출신 하준서의 자문을 받아 마련된 동선.
강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눈짓을 보냈다.
“그러면 지금 바로 갈까요?”
쇼케이스 전전날에 붓기 생기면 큰일나니까.
할 거면 오늘 해야지.
마침 야식 먹기 딱 좋은 시간.
멤버들이 두 눈을 반짝이며 우르르 일어섰다.
“가보자고.”
“가보자고!”
“갸악!”
***
“아, 괜히 쫄았네.”
“아무도 안 마주쳤어요, 그쵸.”
“제가 그랬잖아요. 많이 해봐서 아는데 이거 절대 안 걸린다구.”
연습실에서부터 복도 쪽 계단으로 숨 죽이고 내려왔는데, 우려와는 달리 그 어떤 직원도 마주치지 않았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회사 앞 편의점에서도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고.
이렇게 수월한 일탈이 있나.
멤버들은 양손에 한 아름 간식을 사들고선 종종걸음으로 내려갔다.
그 뒤로,
차성빈이 검은 비닐봉지를 팔랑거리며 동생들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캄캄한 골목길.
제 머리 위를 은은한 가로등 빛이 비춰주었다.
차성빈은 터덜터덜 걸으며, 아직 선선한 공기를 한 번에 후욱 들이마셨다.
기분 좋은 상쾌함이 폐부를 때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공기를 들이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왔는데.
이제는, 조금 편해질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저 든든한 녀석들 때문이려나.’
알계 논란이 터졌을 때 저를 믿고 씩씩하게 버텨줬던 멤버들.
같은 팀을 믿는다는 거, 얼마나 뻔한 소리인줄 알지만… 사실은 꽤나 이상적인 이야기였다.
팀이 꾸려진 지 세 달도 채 지나지 않은 프로젝트 그룹.
각자도생의 서바이벌 프로에서 살아남은 녀석들 사이에 뭐 그리 끈끈한 의리가 있다고.
녀석들이 저를 믿지 않아도, 차성빈은 할 말이 없었다.
쓰잘데기 없이 논란만 많은 멤버. 품어주지 않아도 뭐라 할 자격이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의외로 인복이 있었나.’
이 복잡한 일에 제 일처럼 나서준 멤버들.
가족찬스까지 써가면서 사과문을 받아온 우리 막내까지.
차성빈은 감사히 여기며 확신했다.
아.
그래도, 내가 버틸 수 있겠구나.
그 어떤 일을 겪어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겠구나.
‘너희들 덕분에.’
우주의 작은 먼지일 뿐인 내가 빛날 수 있었다.
터벅터벅….
그런 감성적인 생각에 잠겨 발걸음이 느려지는 사이, 서한이 제 뒤로 슬쩍 다가왔다.
가로등 빛이 서한의 얼굴을 비추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솔직히 형 힘들었죠?”
“어?”
툭 뱉어온 그 한 마디에, 차성빈의 두 눈이 잠시 커졌다.
이번 알계 사건의 일등공신 도서한.
막내에겐 차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차성빈은 기지개를 켜며 능청스레 대답했다.
“개고생했지. 몸도, 마음도.”
‘가오 차성빈 다 어디갔냐.’
차성빈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때다 싶어 말을 얹어오는 동생들이 싫지 않아서였다.
“핫바가 그렇게 스트레스에 좋다던데용.”
“맛있는 거 먹고 다 날려버려요.”
“충분히 잘 버텼다니깐. 수고했다, 성빈아.”
하준서는 살짝 쳐진 제 어깨를 손으로 두드려주며 살짝 웃었다.
차성빈은 그런 하준서를 따라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 이 멤버들 너무 좋아.’
누구 하나도 낙오되지 않게 끝까지 챙길 사람들.
이런 무해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정말로 마음이 따뜻해져….
“헉, 실장님이다!”
“미친.”
“야, 튀어!”
응?
후다다닥-
흩어지는 멤버들의 잔상 너머로,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차성빈은 뒤늦게 그 정체를 확인하곤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아….”
골목길 저 멀리서 낯선 남자와 함께 걸어오는 신인개발팀의 송진하 실장.
더블즈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라고 차성빈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인물이었다.
들키면 안 된다.
차성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크게 외쳤다.
“얘들아, 튀….”
그런데.
어째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다… 어디갔냐?
“…….”
따스하게 위로해 주던 동생들은 사라지고, 송진하 실장만이 남아있었다.
어라.
차성빈은 두 눈을 끔뻑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얘들아.”
따뜻함은 개뿔.
“형 남겨두고 이러기야?”
* * *
”너희와 함께하실 매니저님이시다.“
건장한 체격에 185는 족히 되어보이는 큰 키.
송진하 실장의 옆에 있던 굵고 진한 선의 남자분은 알고보니 스타더스트의 새 매니저 이재윤이었다.
그동안 임시 매니저님이 스타더스트의 일정에 대신 따라와 주셨는데,
이제는 스타더스트와 함께하게 될 정식 매니저가 배정된 것이다.
다 좋은데.
“아, 안녕하세요.”
하필이면 첫 만남이 이게 뭐냐.
아이크스림 먹다가 걸려서 질질 끌려온 입장이라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하준서는 멋쩍게 웃으며 멤버들 쉴드에 나섰다.
“애들이 한창 성장기라…하하.”
“서한이 빼곤 다 성장기 지나지 않았냐?”
송진하 실장의 한마디에 다들 입을 굳게 닫았다.
꿀꺽.
“됐다. 스물한 살까진 큰다더라.”
“감사합니다!”
“옆으로도 큰다더라.”
“…….”
연습생 시절에는 겁나 무서웠던 양반인데, 데뷔를 앞둔 시점이라 그런 건지 다행히 더 혼내지는 않았다.
송진하 실장은 몇 번 혀를 차고선 말을 덧붙였다.
“너네들을 믿긴 하지만, 나가고 싶으면 차라리 매니저님 허락받고 나가. 어디 가서 사고 치지 말고.”
“넵,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후.
이쯤이면 그래도 스무스하게 넘어갔네.
서한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쾅-
그렇게 제 할 말을 마친 송진하 실장이 문을 닫고 나간 뒤에,
연습실에 남은 건 신입 매니저와 신입 멤버들뿐….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첫만남을 하게 되었다.
“그….”
“음.”
눈치를 살피던 강시우가 삐걱거리며 이재윤을 돌아보았다.
‘좀 무섭네.’
본인도 무섭게 생긴 걸로는 어디가서 밀리지 않을 테지만, 이재윤 매니저는 다른 느낌으로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일단 저 바다보다도 광할한 등짝. 매니저가 아니라 경호원 출신이었나 의심될 정도의 체격이었다.
그러니 인상보다도 그 체격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상당하다.
아무래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공손하게 가자.
셋, 둘, 하나.
강시우는 얼마 전에 정해진 스타더스트의 공식 인삿말을 뱉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스타더스트….”
그런데.
“…!”
휑-
가만히 서있던 이재윤 매니저가 갑작스레 홀연히 나가버렸다.
고개를 70도 정도로 숙이고 있던 멤버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우, 우리 찍혔나?”
“첫날부터 무서운데.”
“허업… 찍혔나 봐.”
첫인상부터 편의점 튀다가 걸린 이미지이긴 했지만, 인사도 안 받아주고 나갈 줄은 몰랐는데.
하필이면 느껴지는 아우라가 강시우 재질이라 한층 더 무서웠다.
서한이 긴장한 얼굴로 꿀꺽 침을 삼키는 사이,
벌컥-
이재윤 매니저가 갑자기 돌아왔다.
그것도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서.
그 손에 들린 건….
“핫바?”
이재윤 매니저는 전자레인지에서 데워온 따끈따끈 핫바를 손에 쥐고서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
“기왕 사온 거, 데워 드세요.”
잠시 뇌정지가 온 순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하준서였다.
“그… 감, 감사합니다!”
“엇,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후다다닥.
단체로 달려나가 버겁도록 양손에 쥐어진 핫바를 건네 받았다.
멤버들끼리 눈이 마주친 순간, 짧은 의미를 담은 눈빛들을 주고받았다.
‘좋은 분이네.’
‘좋은 분이시다.’
서한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인가?’
먹을 거 주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 아닐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