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쇼케이스(3)
“스타더스트! 스타더스트! 스타더스트!”
“얘들아 사랑해!”
“꺄아아아아악!”
여러 행사와 쇼케이스를 오고 가며 수없이 진행을 맡아온 MC 아더였지만, 그녀가 봐도 오늘 이 자리의 열기는 상당했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후덥지근하네.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게 신인 맞아?’
갓 데뷔한 신인이 이렇게까지 팬층이 두터울 수가 있나.
스타프 시청률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어깨 정도까지 오는 짧은 머리, 눈에 띄는 형광색 정장을 입은 아더는 까랑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와, 팬분들 열기가 진짜 뜨겁네요.”
아더의 입에서 더스티가 거론되자, 질세라 더 뜨거운 응원이 이어졌다.
와중에도 목청 큰 몇몇의 멘트가 귓가에 꽂혔다.
“와아아아악!”
“하임아악! 오늘따라 더 잘생겼어어억!”
크흠.
아직 훅 들어오는 주접에 표정을 관리하는 건 어려웠다.
제 이름을 들은 서하임이 자꾸만 배시시 지어지는 웃음을 참는 동안, MC 아더는 능청스레 말을 뱉었다.
“아우, 잘생겼다는 말에 너무 대놓고 좋아하시네.”
“하임이가 은근히 귀엽다는 말보다 잘생겼다는 말을 좋아하거든요.”
“아, 그래요? 이유가 뭐죠?”
서하임 피셜 귀엽다는 말은 매일같이 듣지만, 잘생겼다는 멘트의 빈도가 낮아서 그렇단다.
서하임은 수줍은 얼굴로 두 눈을 깜빡였다.
“앞으로는 잘생겼다고 불러주세요.”
“안돼요, 버릇 나빠져요.”
“너무해요.”
그 해맑은 눈망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차성빈에 의해 컷 당했지만 말이다.
서하임 사심 채우기는 여기까지 하고.
MC 아더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우리 스타더스트 멤버들… 오늘 데뷔하는 거죠?”
유영(spacewalk)로 데뷔하게 된 스타더스트.
아더의 질문에 서이안이 마이크를 잡았다.
“네, 그렇습니다.”
“우와, 완전 첫 무대였죠?”
“네!”
“떨려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서이안이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조금 떨립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차성빈은 어깨를 으쓱이며 능글맞게 끼어들었다.
“왜냐면 오늘 우리 더스티들이 아주 많이 와서… 벌써부터 누가 막 저를 지켜주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꺄아아아악! 성빈아, 지켜줄게!”
“저는 그래서 한 번도 떤 적이 없어요~.”
어라.
무대 뒤에서 파들파들 떤 사람이 누구더라.
서한은 금방이라도 그 말에 반박하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았다.
‘그래, 개복치 멘탈만 괜찮으면 됐다.’
막내의 아량 넓은 마음이랄까.
그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차성빈은 강시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씨익 웃었다.
“저희 리더도 그렇죠?”
“네, 뭐. 저, 저도 괜찮습니다.”
강시우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늘 일관된 표정 덕분에, 겉모습만 봐서는 정말 담담해보였다.
하지만, 이어진 곡 소개에서 강시우의 포커페이스는 빠르게 무너졌다.
“자, 우리 리더님! 타이틀곡 유영에 대해서 짧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타이틀곡 유영은 저 먼 지구에서 우연히 본 너를 찾기 위해 우주를 유영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아낸 곡입니다.”
우와, 설명 잘하….
“딥하우스 베이스의 팝장르 곡으로 파워풀한 청량감을 살린 멜로디와 아련한 가사가 대조되어 더욱 매력적인 타이틀곡입니다.”
속도감 뭐냐?
방금 쉬지 않고 한 호흡에 모든 말을 뱉어낸 것 같은데?
누가 봐도 교과서를 외워온 것 같은 말투에, MC 아더는 감탄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리더님, 방금 숨 넘어가지 않으셨어요?”
“제, 제가요?”
“역시 메인래퍼~.”
“딕션이 좋네요, 형!”
멤버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강시우의 두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어…어…이상했나?”
“아니야, 잘했어요.”
-라고 위로해 줘도 때는 이미 늦었다.
강시우가 저렇게 당황하는 건 보기 드문 광경이기에,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터져나왔다.
강시우는 뜨거운 볼을 손으로 식히며 얼굴을 살짝 가렸다.
“시우야, 잘했어억!”
“귀여워! 귀여워!”
평상시 모습은 귀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세상에는 시베리안 허스키도 귀엽게 봐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시우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큰 실수는 하지 않았으니 됐다.
작은 실수도 놀려먹기 위해 호시탐탐 대기하고 있는 멤버들이 뒤에 앉아있었을 뿐.
‘다른 거 실수 안 하나?’
대충 그런 초롱초롱한 눈빛들이다.
기분 탓인가?
“무, 무섭네.”
강시우는 등골이 서늘해져서 잠시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더는 웃으며 입을 떼었다.
“제가 봤을 때, 우리 스타더스트 멤버들은 서바이벌을 함께 겪어서 그런지 되게 끈끈해요.”
“오, 그런가요?”
“우리 멤버 하나를 훈훈하게 보내버리려고….”
“들켰다.”
쿨럭.
뒤에서 헛기침이 터져나왔다.
“제가 봤을 땐 팀 분위기가 너무 좋거든요.”
MC 아더는 그렇게 덧붙이며 운을 떼었다.
사실 대본 속 내용을 읊는 중이었기에, 이다음 코너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너무… 또 신인이 너무 훈훈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우리 이 훈훈함을 깨뜨릴 만한 재밌는 걸 한번 해볼까요?”
“엇!”
“우리 팬분들이 가장 많이 요청해주셨던 바로 그 코너….”
두구두구두구.
긴장감 있는 Bgm이 무대 위로 깔리고, MC 아더의 입에서 우렁찬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바로.
“야자타임입니다!”
야자타임이라고?
“왁!”
“와아아아!”
막내라인 진세현, 서하임이 기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장 이 코너를 기다려온 한 사람.
“아싸.”
이 팀의 최강 실세, 도서한의 두 눈이 반짝였다.
* * *
솔직히 야자타임이라는 거, 별로 기대한 적이 없었다.
데뷔하고 나서 분명 한 번쯤은 써먹을 소재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뭐, 아무리 여기서 이 멤버들이 다 나보다 형이라지만.
실제 나이로 치면 스물여섯인 내가 가장 많은 거잖아.
유치하게 야자타임으로 굴려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까.
“야, 차성빈.”
“…!”
스무스하게 가자.
“너 머리가 그게 뭐냐?”
파란머리 차성빈이 움찔거리며 제 자신을 손으로 가리켰다.
불과 1분 전과는 다르게, 다소 공손해진 손짓이었다.
“제, 제 머리요?”
“그래, 누가 그렇게 파랗게 물들이랬어.”
“꼰대예요?”
“몰라, 저 형 꼰대인가 봐.”
뒤에서 종알대는 서하임과 하준서를 무시하고 스읍, 침을 삼켰다.
“성빈아, 누구냐고.”
“실, 실장님이요.”
실장?
“아, 안 되겠네….”
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도 모르게 잔뜩 과몰입한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실장 걔가 누군데? 뭐 대단한 애야?”
“예?”
“앞으로 오라고 해봐. 대화 좀 하자.”
“저, 저. 도서한 씨!”
내 한마디에 MC 아더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그녀의 두 손이 내 눈앞에서 휘적거렸다.
“잠깐만요! 여기 계신 분들을 상대로만 야자타임 하시는 거예요!”
“예?”
“실장님은 야자타임 안 하고 계시거든요?”
어라.
그, 그런 거였어?
“규칙…이 그래요?”
하준서가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도서한 정신 차려!”
“막내야, 정신줄 잡아.”
“실장님 방금 저기 계셨어.”
심지어 꽤 앞줄에 앉아 계셨다.
등골이 서늘하다.
“도서한 죽었다, 이제.”
“너어 큰일났다….”
“푸흡.”
관객석의 더스티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순간 멘탈이 흔들렸지만 이 소중한 야자시간을 이대로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야자타임에 매우 진심이지 않지만….
“준서야, 알겠으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
“컥!”
“형이 실장이랑은 끝나고 담판 지을게.”
“형, 든든해요!”
서하임이 팔랑거리며 내게 들러붙었다.
나는 그런 서하임의 손을 쳐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임아.”
“네?”
“두 손 팔랑거리기 금지.”
“…….”
서하임을 그렇게 보내버리고,
“자, 우리 이안이.”
“네…네…형?”
우리 순두부 형은….
음.
무얼 시켜볼까.
좋은 생각이 났다.
“우리 순두부는 복근이 생명이니까 저기서 푸쉬업 하고 있자.”
“꺄아아악!”
“아학학학! 서한이 형, 미쳤나 봐요.”
더스티들의 행복한 웃음 소리를 배경으로, 서하임이 깔깔대며 배를 움켜잡았다.
서이안은 잘못 들었다 생각했는지 그 자리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쐐기를 박았다.
“한 30개 하고 와.”
“지, 지금?”
“…50개로 늘릴까?”
서이안이 충격받은 얼굴로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나왔다.
저 착한 형의 눈빛에서 순간 살기가 스쳐지나간 듯하다.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그래도 시키는 대로 잘하네.
서이안은 이를 악문 채 무대 앞에서 푸쉬업을 시작했다.
“하나…둘…셋…. 도서한…죽인다….”
“뭐라고?”
“아, 아닙니다. 형.”
그리고, 우리 스타더스트의 브레인 진세현 씨.
촛불스읭 당시 나를 유사 이과라고 놀려먹었던 진세현의 멘트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기분이 나빴다.
“우리 세현이는 똑똑하니까….”
“아, 감사합니다. 형님.”
“케플러의 제 3 법칙에 대해 설명해보자.”
“네? 여기서요?”
당연히 진세현이 대답할 리 없었다.
진세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아…들어봤는데.”
시간 초과.
“기회 한 번만 더 주세요!”
“열역학 제2 법칙에 대해 설명해보자.”
“제길.”
“유사이과 세현이는 같이 가서 팔굽혀펴기 하고 있어라.”
“혀, 형은 알고 계신 거죠?”
나?
알 리가 없잖아.
졸업한지 7년이 지났는데.
“모르겠고, 어서 가.”
“옙.”
이윽고, 숫자를 세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무대 위로 울려퍼졌다.
“하나, 둘, 셋…도서한…죽인다….”
“같이…죽인다….”
“와, 서하임은 정신 나갈 것 같아요!”
“화이트 화임, 나가.”
“네!”
스타더스트 전용 헬스장이 개장되었다.
이렇게 모조리 보내고 나니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남았다.
우리 스타더스트의 든든한 리더.
강시우는 그냥….
퍽-
“…!”
한 번 때려보고 싶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기어올라 가보겠냐고.
살짝 벨튀하는 햄스터의 무드로, 괜히 옆구리를 한 번 찔러보았다.
툭-
툭-
“…….”
왜 반응이 없지?
살짝 고민하던 바로 그때, 살벌한 눈꼬리가 살짝 휘었다.
강시우가 싱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형님은 목숨이 두 개신 것 같습니다.”
무서워.
방금 되게 무서웠는데?
뒤에서 수군대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톰과 제리 보는 것 같아.”
“서한이가 제리라기엔 너무 떨고 있는데?”
“서한이 형님이세요.”
“아, 서한이 형. 파들파들 떨고 계세요~.”
조용히 해, 더 무서우니까.
강시우는 나직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 야자 시간이 끝나가네요.”
“제, 제가 잘못했….”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띠링, 하고 짧은 알람이 울려퍼졌다.
우리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MC 아더가 입을 떼었다.
“네, 야자타임 5분 끝났습니다!”
그 한마디가 울려 퍼진 순간.
“야, 쟤 잡아와.”
“도서한 잡아!”
후다다닥-
“튀어.”
나는 빛보다 빠르게 자리에서 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