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2
“도 피디, 현장은 어떻게 됐어? 화재 씬은? 설마 접었어?”
“제가 잘 마무리했어요. 선배 디렉팅대로 찍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지금은 선배 몸만 생각하세요.”
“나 멀쩡해. 오늘 하루만 더 쉬고 바로 복귀할 수 있어.”
“··· 안 돼! 나 과부 만들 작정 아니면 당신 몸부터 생각해, 제발!”
윤지협이 광대뼈가 다 드러난 쾡한 얼굴로 말하자, 아내가 나무랐다.
래원은 결심한 듯 윤지협의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다.
“형수님, 잠시 아드님과 자리 좀 비켜주실 수 있으세요?”
“네? 네···.”
둘만 남게 되자,
래원은 다짜고짜 본론을 들이밀었다.
“선배, 병원에 온 김에 정밀 건강 검진해 보시는 게 좋겠어요.”
“··· 나 걱정해주는 거야? 껄껄껄, 고마워 도 피디. 마음은 고마운데, 나 멀쩡하니까 괜찮···”
“안 괜찮아요. 그러니까 꼭 검진받아보세요.”
“··· 알았어. 껄껄껄.”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기는 윤지협.
이를 지켜 보는 래원의 속이 고구마를 먹은 듯 더욱 답답해졌다.
* * *
며칠이 지난 어느 날,
SBC의 어느 편집실.
래원이 유찬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 형···. 스파르타야, 뭐야! 이걸 내가 어떻게 다 해!”
“특훈이야. 유찬! 이래놓고 어떻게 다음 작품에 입봉하겠다는 거냐?”
“단막극 할 거야. 단막극부터 차근차근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형처럼 잘하게 될···”
“단막극이 편집 양은 적어도 더 빡센 거 모르냐? 지금 이런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너.”
“······.”
“어휴, 다 내 탓이지 뭐···. 찬이 네가 이 지경이 된 건, 내가 그동안 너한테 편집을 너무 안 시켜서 그런 것 같다.”
래원은 편집을 직접 하는 게 더 빠르고, 솔직히 유찬의 편집이 성에 안 찼기에 그동안 유찬에게 맡기기보다는 대부분을 혼자 도맡아 해왔다.
최근 유찬이 래원의 B팀을 할 때도,
유찬이 찍어온 분량까지 래원이 편집했던 적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유찬을 자신의 밑에 둘 수는 없었다.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유찬.”
“··· 알겠어.”
“내가 두 번 손 안 봐도 되게, 잘해라.”
“··· 언제까지 이렇게 형이 촬영한 거 내가 다 편집해야 해?”
“뭘 언제까지야, 12부 마지막 화까지 네가 다 해야지!”
“뭐어???”
래원의 계획에 따르면,
윤지협 선배의 빈자리를 래원이 채울 것이고
그러면 B팀은 유찬에게 맡겨야 했다.
그러니 그때까지 대비해서 하는 말이었다.
“요령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해. 오늘 연출부 회식 있는 거 알지? 선배들 술 마실 때 옆에서 콜라 마실 거 아니면, 오늘 회식 전까지 1화는 끝내야 된다, 너.”
래원의 말에 시무룩해진 유찬.
래원은 그 모습에 웃음이 나는 것을 간신히 참고는 편집실 문을 나선 후에야,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 * *
“의 대박을 위하여!!”
여의도 SBC 근처의 고깃집
[저기압이면 고기앞으로]SBC 드라마국에서도 종종 회식 장소로 애용하는 이곳에서,
오늘 김 부국장과 황태수 부장, 윤지협 PD와 도래원 PD 그리고 유찬 PD까지 5명이 모여 술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김 부국장은 이번 드라마 에 직접 관련된 인물은 아니었으나
자기 라인 후배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자,
그리고 그에게도 소정의 목적이 있기에 오늘 함께 자리했다.
“촬영은 잘 돼가?”
“네, 빡세지만 재밌게 찍고 있습니다.”
“래원이는?”
“저도 지협 선배한테 배우면서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맞다. 지협이 지난주에 실려 갔던 건 뭐야?”
“아, 별거 아니었어요. 그냥 과로죠, 뭐. 크하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둘러대는 윤지협.
이에 래원은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맥주와 함께 속으로 삼켰다.
“옥영임 작가랑 호흡은 어때?”
“솔직히 걱정 많이 했는데, 괜찮더라고요. 이번 대본 톤이 제 취향에 맞기도 하고요.”
“다행이네. 옥 작가가 안 맞는 감독한테는 워낙 쌈닭처럼 달려들기로 유명해서 말이지···. 래원이는 잘 알 거야.”
“하하. 알죠.”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다가,
고기를 추가로 시키면서 불판을 바꿔 낄 때쯤.
돌연,
윤지협이 구역질을 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우웩— 우웩—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윤지협의 뒤를
래원이 벌떡 일어나 쫓아갔다.
팡팡팡!
우웨에엑——
래원이 윤지협의 등을 세차게 두드려주는 동안,
윤지협은 속에 있는 것들을 시원하게 변기 속에 쏟아냈다.
팡팡!
우웨엑——
얼마나 지났을까.
화장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요란한 소리가 비로소 멈추었다.
“이제 좀 괜찮아요, 선배?”
“어. 고맙다.”
“··· 내일 당장 정밀 건강 검진 예약하세요!”
“그럴 시간이 어딨···”
“선배 아내분이랑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몸 생각 좀 하세요! 제발!”
“도래원! 왜 나를 환자 취급 못 해서 안달이야! 그날 의사가 하는 말 못 들었어? 그냥 작년에 터졌던 복막염이 재발한 것 뿐이고, 응급 수술 잘 됐으니까 회복···”
“그건 그 수술 부위에 국한된 얘기잖아요!”
“뭐?”
“··· 제가 아는 사람도 급성 복막염에서 시작돼서 만성으로 번지고 그게 4기 암까지 갔었어요. 그러니까 선배도 제발 정밀 검사받아보시라고요.”
래원이 아는 사람의 케이스.
이는 지난 삶에서의 윤지협 본인의 이야기였다.
“지금 우리 촬영 스케줄 그렇게 여유 부릴 때 아니다, 래원아.”
“선배!”
“나도 내 몸 걱정돼! 나라고 괜찮기만 하겠어? 근데 알아보니까 검사받으려면 최소 하루는 통째로 비워둬야 하더라. 전날도 금식에, 8시간 이상 충분히 자고 가야하고. 지금 우리 촬영 스케줄로는 사치야.”
“그날 하루랑 전날은 저한테 맡기세요.”
“어떻게 그러냐···. 너 B팀 일정도 바쁜데···.”
“전 선배보다 건강하잖아요. 하루쯤은 괜찮아요.”
윤지협을 도발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제 마음대로 처리 안 하고, 다 선배한테 미리 컨펌받고, 선배가 시키는 대로 찍을게요.”
래원의 확언에 윤지협의 머릿속에는 지난 주에 응급실로 실려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도래원이 뒷처리를 잘해주긴 했지···. 어려운 씬이었는데, 촬영 결과물도 마음에 들었고···.’
하필 드라마 초반부에서 가장 중요한 2화 화재 씬을 앞두고 쓰러져서, 잘못하면 몇천 만원이 공중 분해 될 뻔했었다.
“드라마 때문에 인생 끝내고 싶은 거 아니시면, 미련 떨지 마시고 건강 검진 받으세요. 저 믿고 맡기시라고요.”
“······.”
“그게 선배와, 선배네 가족, 그리고 우리 드라마 모두를 위하는 길이에요.”
이에 고개를 들어 래원을 쳐다보는 윤지협.
윤지협의 마음이 동요했는지 그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래원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강하게 피력했다.
이윽고,
윤지협이 생각을 정리했는지 입을 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네 말대로 해보자.”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00화 – 리디북스
“잘 생각하셨어요, 선배.”
“검진 일정 잡아서 연락할게. 미리 잘 부탁한다.”
윤지협의 결정에 래원이 씨익 웃어 보였다.
“저번에 선배 아드님 똘똘하니 귀엽던데요?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가족들 먼저 생각하셔야죠.”
“귀엽지? 네 말이 맞지. 내 새끼랑 마누라 생각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내 몸 챙겨야지···.”
두 사람은 화장실 대화를 이쯤에서 멈추고 다시 회식 자리로 돌아갔다.
황태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지협이 괜찮냐?”
“네, 속이 좀 안 좋았는데 이젠 괜찮습니다.”
김 부국장도 쓴소리를 건넸다.
“너 인마, 건강 잘 챙겨. 너도 이제 예전처럼 몸 혹사하다가는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어.”
“크하하. 그렇더라고요. 저는 제가 아직 젊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안 그래도 지금 래원이한테 먼저 한 소리 듣고 오는 길입니다.”
“잔소리는 이쯤 하라는 거지? 알겠다.”
새로 갈아서 깨끗한 불판 위에는 오겹살이 노릇노릇 익고 있었다.
김 부국장은 이를 집어 쌈을 싸서 입에 넣었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고기를 씹으면서 할 말을 곱씹는 것 같던 김 부국장이 곧 다시 입을 열었다.
“니들 곧 차기 국장 선거 있는 거 알지?”
“알죠. 이번에는 부국장님이 국장 자리 앉으셔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크하하.”
윤지협이 거들었고,
반면 황태수는 김 부국장의 눈을 피하며 소주를 들이켰다.
래원은 가만히 세 사람을 지켜보며 그들의 의중을 파악했다.
‘그간 평화로웠던 김 부국장 라인에 곧 피바람이 불겠네.’
이번에는 자신이 국장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김 부국장,
윤지협처럼 김 부국장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는 일부 평 PD들,
그리고 지금 이들의 시선을 피하며 동상이몽을 꾀하고 있는 황태수까지.
차기 드라마국 국장은
빛 좋은 개살구인 김 부국장도, 최지철 부장도 아닌,
실속있는 황태수의 초고속 승진이 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래원이었다.
때문에 래원에게는 이번 차기 국장 선거가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결과를 알고 하는 관전 또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결과가 래원에게는 금 동아줄이 되어줄 것이 자명했으니까.
* * *
며칠 후, 래원은 도래미의 데뷔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
누군가가 래원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 도래원 피디님?”
김윤하였다.
4부작 단막극 으로 래원과 함께 입봉했던 그 작가 말이다.
오랜만이었다.
“작가님! 잘 지내셨어요?”
래원과 김윤하는 서로 반가워하다가,
백화점 내의 카페에 들어가 앉았다.
“ B팀 들어가신 이야기 들었어요. 요즘 한창 촬영 때문에 바쁘시겠어요?”
“저도 작가님 TBN이랑 일하시는 거 들었어요. 안그래도 방영 전에 한 번 연락해야지 했었는데···.”
두 사람은 반가운 나머지 눈만 마주치면 웃었다.
김윤하는 과거에 말을 더듬던 버릇을 고쳤는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또박또박 말을 하고 있었다.
이번 생의 첫 만남에 민트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이처럼 웃던 그녀였는데,
몇 년 사이 성숙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것이 래원이 보기에 신기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래원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래원이 김윤하와의 단막극 작업 이후 2개의 미니시리즈를 할 동안,
김윤하 역시 미니시리즈 입봉을 했더랬다.
그다지 화려한 입봉은 아니었으나,
대신 그녀에게는 이번 두 번째 미니시리즈가 아마도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
“모원호 감독님은 어때요, 작가님?”
“배울 점이 많은 분이세요.”
“취향은 잘 맞으시고요?”
“네. 모 감독님이 소화하실 수 있는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보니까, 거의 저한테 맞춰주시는 느낌인 것 같지만요. 헤헤.”
“원작이 영국 드라마라고 들었는데, 어떤 작품이에요?”
“원작 제목은 ‘투 킵 페이스(To Keep Faith)’ 라고 사랑을 넘어 이제는 의리로 살던 20년 차 부부에게 생긴 시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예요. 우리 버전의 제목은 미정이고요.”
“오오, 사랑이면 불륜? 약간 막장 드라마 과인가요?”
“줄거리만 보면 막장 느낌이 나는데, 연출이 굉장히 고급져서 드라마 전체를 보면 막장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덕분에 각색하면서 어깨가 무거웠어요.”
“대본 작업은 얼마나 하셨어요?”
“크하하하. 도래원 피디님, 지금 거의 스파이한테 정보 빼내는 느낌인데요?”
“아, 아녜요. 저한테는 동 시간대 라이벌 작품이기 전에 김윤하 작가님 차기작이라 관심이 많은 겁니다.”
“크하하. 알아요. 저도 그냥 감독님 한 번 놀려본 거예요.”
순진한 얼굴로 바들바들 떨리던 목소리의 김윤하 작가가 이제 이런 농담을 던진다?
그녀의 순진했던 과거와, 지난 삶의 비뚤어진 미래까지 모두 알고 있는 래원이기에 돌연 피식 웃음이 났다.
‘이대로라면, 지난 삶의 그 미래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도 반 사전제작이죠?”
“네, 작가님네도요?”
“네네. 모원호 감독님이 엄청 꼼꼼하세요.”
“아,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결과물도 항상 좋고요.”
“반 사전제작인데 거의 완전 사전 제작 수준으로 대본을 요구하셔서, 겨우내 죽는 줄 알았어요.”
앞서 모원호 감독의 칭찬에 입이 마를 줄 모르던 김윤하가 이렇게 투덜대는 모습이,
래원의 입장에서 싫지만은 않았다.
“래원 피디님, 저랑 했던 약속 잊지 않으셨죠?”
“네?”
“밴프 상 받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했던 약속이요.”
“아아, 기억하죠. 우리 다음에 작업 또 같이하기로 했던 거.”
“맞아요. 기억하시면 됐어요. 헤헤. 저 그동안 이랑 재밌게 봤거든요. 이번 도 기대 중이에요.”
“저도 작가님과 모원호 감독님의 작품,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