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어느새,
래원은 ‘주디’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그리고 그녀와 ‘민세라’에 대한 추가 기사가 뜰 때마다, 반색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란 래원.
이러한 깨달음에 편집실에서 밤을 새우다 말고 패닉에 빠졌다.
‘뭐야···. 혼자서 고고한 척, 나는 다른 선후배들이랑은 뭔가 다른 척, 아닌 척했지만 결국 나도 결국 상업 예술가인 건가? 숫자를 신경 써야 하는 상업 예술가.’
드라마 한 편에는 수백 명의 스텝과 배우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밥줄까지 달려있다.
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광고가 붙기에, 그 광고주들의 밥줄 또한 쥐고 있다.
때문에, 시청률과 손익분기점.
이 같은 숫자가 중요치 않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프로 의식 결여다.
더구나 ‘시청률’은 시청자들의 선택 결과다.
드라마 PD는 그 선택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고.
이러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바박 이어지자,
래원의 머릿속에 느낌표가 한가득 떠올랐다.
마침내,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인정하자. 시청률 신경 안 쓰고 작품성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드라마 PD로서 자기 기만이고 오만이었어.’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던 것이지 시청률이 중요치 않았던 적은 없었다.
전생에도 이생에도 말이다.
‘이게 어쩌면 나의 비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 스스로조차 속였던, 나 자신마저 지금껏 알아채지 못했던 나의 비밀···.’
이렇게 또 하나의 비밀이 탄로 나 버렸다.
역시, 영원한 비밀은 없다.
* * *
어느덧 11월 달력으로 넘어가며
늦가을과 초겨울이 뒤섞인 계절이 되었다.
SBC의 는 4화,
그리고 TBN의 은 단 2화 방영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
어느 때보다 두 드라마의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똑똑똑—
누군가 드라마국 국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황 국장을 찾아온 손님은
다름 아닌 도래원이었다.
황태수는 래원을 발견하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몸을 옮겼다.
“이게 누구야? 스타 피디 도래원! 너 오늘 출근했었냐? 연락도 없이 웬일이야?”
“선배. 아니, 국장님. 저 차기작으로 꼭 하고 싶은 기획이 있어서요.”
황태수가 소파 상석에 앉아 손가락을 까딱하자,
래원이 그의 앞에 앉으며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오호, 그래? 벌써 차기작 준비야?”
“같이 하기로 한 작가도 있습니다.”
“역시 우리 래원이는 항상 다 계획이 있어! 누군데? 이제 너 정도 급이면 아무 작가랑 하지 말고 잘 골라서 해야···”
“전에 저랑 작업해본 적 있는 작가입니다. 호흡도 잘 맞았고요.”
래원은 그녀와 그녀의 새 드라마 기획안을 떠올리며 야심 차게 미소지었다.
풍년을 맞은 수확 철에 남들처럼 안주하기보다, 래원은 내년을 위한 다음 농사 준비를 시작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12화 – 리디북스
“호흡 잘 맞았던 작가? 누구?”
“차여름 작가님이요.”
래원의 대답에 황태수가 눈을 바로 뜨며 되물었다.
“··· 아니, 차가을이도 아니고 차여..름?”
래원의 판단에,
차가을 신작 단막극도 시의성과 작품성을 따져봤을 때 당장 편성이 시급하긴 했으나,
래원은 자신의 차기작으로 차여름 신작 미니시리즈를 택했다.
대신 차가을의 단막극은, 더 빨리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다른 주인을 찾아줄 요량이었다.
황태수 국장이 못마땅한 듯 입술을 오므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차여름이는 드라마 경험이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딱 한 번뿐이잖냐? 그것도 오리지널 아니고 웹툰 원작 각색에다가, 차가을이랑 공동 작가였고···.”
“그 딱 한 번뿐인 게 입봉작 치고는 꽤 화려하고 안정적이었잖아요. 무엇보다, 이번에 차여름 작가님이 새로 준비하고 계신 기획이 무지 재밌을 거 같더라고요.”
“래원이 너도 알다시피 기획 신선한 게 우선순위는 아니잖냐. 대본으로 잘 써내는 게 진짜 작가 실력이지.
“그건 그렇죠.”
“반대로 기획이 빤해도, 짬밥 쌓인 작가들은 대본으로 신선하게 잘 풀어내니까 이름 값한다는 거고.”
“결국 요즘은 신선한 기획, 노련한 대본 둘 다 중요한 것 같아요.”
“야, 너만 원하면 네 앞에 들이댈 대본이 왕창 쌓여있는데, 정말로 차여름이 최선이냐?”
“··· 작가진을 1명 더 합류시킬 계획입니다. 일단 지금 제가 그리고 있는 최선은 그래요.”
“공동 작가로?”
“네. 차여름 작가님의 역량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이번 드라마 기획 특성상 근본이 다른 두 작가의 협업이 시너지를 내기 적합할 거거든요.”
“대체 어떤 기획이길래 래원이 네가 이렇게 나오는 거냐?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자.”
“예능과 드라마를 접목한 ‘예능 드라마’ 포맷을 시도해보려고 해요. 자세한 기획안은 지금 작가님이 다듬고 계시니, 정리되는 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국장님.”
“··· 으휴, 그래 네 놈 고집을 어떻게 꺾겠냐. 돌이켜보면 넌 입사 이래로 항상 네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온 놈인데···.”
“그래서 항상 성공시켰잖습니까. 제가 들어갔던 드라마는 전부 다.”
래원이 배시시 웃자,
황태수가 혀를 끌끌 차며 흘겨보았지만,
“··· 으휴, 새끼! 말이나 못 하면!”
래원을 보는 그의 두 눈에는 후배를 향한 애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래서, 편성은 내년 언제로 원하는데?”
“제가 원하는 거 말씀드리면 그대로 해주시는 겁니까?”
“너 하는 거 봐서! 말이나 해봐. 미니 몇 부작? 내년 몇 분기? 무슨 요일? 시간대는?”
“와아우! 국장 자리가 좋긴 좋네요, 선배!”
“짜식, 네가 모시던 선배가 국장 되고 첫 편성 꾸리는 거, 이 정도는 껌이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나?
황태수는 부장 자리에 앉았을 때와는 다르게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가서 거들먹거렸다.
물론 반은 우스갯소리였지만 말이다.
“하하하. 그럼 언제까지 말씀드리면 돼요?”
“네가 원하는 대로 얻어가려면 이번 달 안에는 귀띔해줘야지. 12월 오기 전에.”
“네. 이달 안에 정리해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제작비 확보 시간도 필요하고 생각할 게 좀 있어서요···. 신인 작가들이랑 할 거지만, 어쨌든 공동 집필이라 고료가 2배로 나가고, 캐스팅에도 공을 들일 거라···.”
“그건 나도 같이 고민해보마. 배 사장님도 네 차기작에 관심 많으시고 하니.”
“감사합니다. 일단은 페르소나 마무리 차질 없게 끝까지 신경 쓰겠습니다.”
“그래야지. 이번이 잘 돼야 다음도 있으니까.”
“그리고···.”
“···?”
래원은 황태수에게 다른 말을 꺼내려 머뭇거렸다.
“내년에···.”
“뭔데?”
“내년도 편성에···.”
“도래원 너답지 않게 뭐하냐? 답답하게? 뜸 들이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
“··· 찬이도 단막 메인 연출로 입봉시키면 좋겠어서요.”
“찬이?”
“네, 어떻게 생각하세요?”
“흠, 그러고 보니 내달에 지혜영이도 입봉 단막극 방영이지? 내부 시사회 평이 나쁘지 않더만?”
“그래요? 다행이네요. 제주도 일정 때문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찬이도 자기 작품 할 때가 되긴 했지. 이제 너네 기수에서 유찬만 남은 거니까.”
“···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세요. 찬이 실력도 많이 늘었고, 부족한 건 제가 옆에서 잘 코치하겠습니다.”
“네가 그렇게 나오면 생각해보마.”
“감사합니다!”
“그 전에 네 거나 신경 쓰고! 뭐,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래원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 했다.
유찬은 전생과 이생에서 래원의 날갯짓을 도와온 유일한 아군이었다.
‘이제는 내가 찬이의 날갯짓을 도울 때가 됐다. 아군이 같이 성장해야, 나의 병력도 보강되는 거니까.’
래원의 이 같은 처사는 유찬에 대한 의리라거나 단순한 보답, 그 이상이었다.
이 업계에서 더 높게,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비상하기 위한 래원 나름의 전략이었으니까.
한편,
황태수 국장은 래원의 모험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그나저나 차여름이 말고 누굴 공동 집필로 들인다는 거지? 차여름도 신인인데, 대체 또 어떤 신인 작가를···?’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래원에게 캐물어 보고 싶었으나,
‘지금 드라마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작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초짜를 발굴하기에는 너무 모험인데···.’
황태수는 래원이 차여름 말고 다른 작가의 이름을 먼저 꺼내지 않고 아직 함구하고 있는 것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매번 내 믿음에 기대 이상으로 돌려준 놈이니까. 이번에도 믿고 기다려봐야지.’
* * *
래원을 비롯한 팀에게 요즘 매주 수요일은 한 주의 시작과 끝이었다.
래원의 시간은 수요일을 향해 달리고,
수요일 밤이 끝나면 그다음 수요일을 기다리는 식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민세라’와 ‘주디’ 이슈의 화룡점정으로 상승세에 접어든 시청률은,
8화와 9화 2주 동안에도 가파른 우상향을 이어갔다.
특히 오늘은, 9화가
TBN 19화와 마지막으로 붙는 날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은 20화의 막을 내리고,
는 앞으로 3주간 수요일마다 10화부터 12화까지 단독 여정을 이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때문에, 래원은 오늘만큼은 집에서 거실 TV로 SBC를 켜고
옆에 노트북으로 TBN 같이 보기 프로그램을 깔아 펼쳐두었다.
드라마 PD에게 이 정도 멀티태스킹은 식은 죽 먹기였다.
물론 대부분의 시선은 노트북으로 향했지만 말이다.
“캬, 진짜 연출 진국이셔. 군더더기도 하나 없고, 허세나 과장도 없고···. 정말이지, 지난 두 달간 영광스러운 승부였다.”
래원은 전생부터 롤 모델이던 모원호 감독과 동 시간대로 붙어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
게다가 래원의 드라마가 시청률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까지 모두가 감격이었다.
9화와는 23.7%
19화는 23.2%로 막상막하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은 마지막 20화에 25.1%를 찍으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김윤하 작가님! 잘 마치신 거 축하드립니다! 너무 잘 봤어요. 진짜로. 동 시간대로 붙어서 영광이었고요.”
래원은 김윤하 작가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물론 역시 23%대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3주간 시청률 상승 추이를 더 이어나갈 것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그런 생각 대신,
오롯이 동료 작가과 롤 모델 감독의 합작 드라마가 성황리에 종방한 것에만 집중하고 싶은 래원이었다.
라이벌이 아니라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 같은 선수로서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으니까.
“저도 래원 피디님, 옥영임 작가님이랑 동 시간대 달리면서 자극도 많이 받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맞다. 그러고보니 작가님, 옥 작가님 보조 작가 출신이셨죠!”
“네, 헤헤. 청출어람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은 모자라네요.”
“충분히 청출어람에 견줄 만 했어요. 영국 원작 드라마도 찾아봤는데, 우리 각색 정말 좋았거든요. 캐릭터도 우리 시청자들한테 더 어필되게 바꾸시고, 원작보다 스토리 라인도 탄탄한 게, 공 많이 들이셨던데요?”
“어우! 래원 피디님, 못 본 사이에 입 발린 칭찬이 많이 느셨네요?”
“저는 진심인데! 선수끼리는 다 보이잖아요.”
“헤헤. 선의의 경쟁, 즐거웠습니다, 피디님.”
“저도요. 다음에는 같은 팀으로 만나면 좋겠어요.”
“저도 진심 그런 생각 들더라고요. 피디님과의 첫 단막 작업은 다시 생각해도 참 즐거웠거든요.”
“그나저나 이제 작가님 몸값이 너무 오를 거 같아서 걱정이네요.”
“푸핫. 됐거든요! 래원 피디님한테는 항상 원가로, 마진 0%로 갈 테니까 걱정 마세요.”
“하하하. 당분간은 쉬실 거죠?”
“네. 여행 좀 다니다가, 쓰고 싶은 거 생기면 다시 시작해야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연락 기다릴게요. 여행 사진 종종 보내주시고요!”
전화를 사이에 두고,
지금 래원과 김윤하 작가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 만드는 업계 사람들끼리는,
좋은 드라마를 보면 그 팀원들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당연지사였으니까.
* * *
또 다시 돌아온 수요일.
10화는,
이 종방하고 처음으로 라이벌 없이 방영한 덕분인지,
전례 없는 시청률이 나왔다.
전국 25.2%, 수도권 26.5%를 찍었다.
다음날,
래원은 출근하자마자 아침부터 드라마국의 스타가 됐다.
“이야, 지난번에 내가 마의 30% 넘기라고 농담처럼 던지기는 했는데, 이러다 진짜 넘기겠다 래원아?”
제일 신난 것은 황태수 국장이었다.
자신이 국장 자리에 앉자마자 30% 돌파 가능성이 열렸으니 당연했다.
뿐만 아니라 유찬도 흥분해서
드라마국 직원들 다 들으라는 투로 소리치다시피 말하며,
“국장님, 시청률도 시청률인데, 작품성 좋다고 드라마 덕후들 반응이 장난 아니에요. 래원이 형, 커뮤니티에 감독판 DVD 청원이랑 펀딩 뜬 거 봤어? 안 내주면 SBC 쳐들어올 기세던데? 대박이야!”
지금 막 출근하는 래원에게 휴대폰 화면을 들이댔다.
유찬의 반응대로였다.
시청률은 그렇다 쳐도,
작품성에 대한 대중과 평단의 평가가 지금까지 래원의 드라마 중에서 역대급이긴 했다.
여기서 결말만 엉망으로 내지 않고 잘 마무리한다면,
분명 이번 가 래원의 역작으로 남을 분위기였다.
래원은 뿌듯하면서도 어색해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몰랐다.
시청률로 평가 받는 것에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나,
작품성 평가는 목표했던 것이었어도 아직 민망하기도 하고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페르소나 감독판 DVD 제작 결정이 떨어졌다. 방금!”
“벌써요? 우리 SBC 드라마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속전속결이었죠?”
“그야, 우리 황태수 국장님 때부터지!”
황태수 국장의 서프라이즈 발표에,
유찬과 지혜영이 흡사 덤 앤 더머가 되어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황태수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크하하하. 짜식들, 오바하기는···. 이번 건은 배 사장님 다이렉트 컨펌이야.”
“사장님이요? 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