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4
“⋯ 네? 그럼? 30대예요?”
“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19살짜리가 30대 누나를 짝사랑한다는 사연.
[급식 동생]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순간, [고필우]의 눈이 커지며 잠시 할 말을 잃고 마는데⋯.
.
.
“컷! 오케이! 좋습니다. 풀샷 이걸로 쓰고 넘어갈게요.”
“진짜요?”
“정말 괜찮았어요?”
래원의 칭찬에 배우들이 되물었고,
래원은 머릿속으로 계산한 바가 있다는 듯이 답했다.
“네. 살짝 미진한 부분들은 클로즈업이나 타이트 바스트로 감정선 다시 꼼꼼하게 잡으면서 가면 되니까요.”
해가 지기 전까지 찍어야 했다.
드라마 제작은 매 순간이 선택이다.
한정적인 시간, 한정적인 제작비 안에서 항상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으니까.
그리하여,
래원이 지금 내린 선택은 이것이었다.
풀샷은 구도 앵글과 그림 톤 연출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부분이 충족됐으니,
감정선 처리가 아쉬운 커트는 풀샷 말고 앞으로 남은 샷에서 끝장을 보면 되는 일이었다.
배태람 촬영 감독 역시 이러한 래원의 속내를 파악하고는 군말 없이 렌즈를 바꿔 끼며 다음 장면을 준비했다.
그렇게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까지,
[고필우]와 [급식 동생]의 연애 상담 컨텐츠 오프닝 장면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짝짝짝짝짝 ——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 후에야
이곳 촬영장이자 학교 운동장에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그때,
조연출과 제작PD가 래원에게 다가오더니 뭐라 속삭였다.
“식사 차가 왔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시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게요!”
학교 교문 밖에 마련된 푸드 트럭 서포트.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그 앞에는 선간판이 놓여있었다.
★ 팀의 황금빛 미래를 위해★
[ 도래원 감독님 & 원준혁을 응원합니다! ]“도 감독님, 우리한테 온 건가 보네요. 누가 보냈는지 아세요?”
“아뇨. 글쎄요⋯. 누구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이,
검정색 스포츠카 한 대가 유유히 들어서더니 안에서 내리는 한 남자.
그가 미소 지으며 래원과 원준혁에게로 다가왔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26화 – 리디북스
“여어, 함현우!”
저벅저벅 걸어오는 함현우를 향해,
원준혁이 손을 내밀었다.
두 배우는 사나이다운 거센 하이파이브를 했다.
“감독님, 잘 지내셨죠?”
“네, 보시다시피요. 현우 형도 잘 지내셨죠? 잘 먹을게요.”
이윽고, 함현우는 돌아다니면서 스텝과 배우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드라마 을 비롯해서 래원과 원준혁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현우 형, 여기까지 오셨는데, 카메오 출연 어떠세요?”
“카메오요?”
“그래, 그러자. 현우야! 내가 유튜버거든, 연애 유튜버. 그럼 너는 뭐로 나오면 좋을까⋯.”
“[고필우] 덕분에 모쏠 탈출한 구독자 어때요?”
래원이 무릎을 치며 소리쳤고,
저편에서 듣고 있던 배태람 촬영 감독이 솔깃한 듯 반응했다.
“오! 괜찮은데요?”
“함현우 같은 비주얼에 모쏠이라니, 웃기겠다.”
원준혁도 깔깔깔거렸다.
“그게 개그 포인트죠. 엄청 웃기게 분장하는 거예요. 도수 높은 안경도 쓰고⋯.”
“우리 밥 먹고 찍을 장면이, [고필우]가 [급식 동생] 데리고 자기 집에 가는 거죠?”
래원과 원준혁은 식사를 하다 말고,
들뜬 소리로 ‘함현우 카메오 출연시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잠자코 웃으며 듣던 함현우가 되물었다.
“집에 데려가? 왜?”
“[고필우] 집에 스튜디오가 있거든. 거기 데려가서 합방하는 장면이야.”
“그럼, 이거 어때요? [고필우]가 [급식 동생] 데리고 집에 갔는데 집 앞에 현우 형이 있는 거예요.”
“아, 고맙다는 인사 하려고요? 모쏠 탈출 시켜줘서?”
“그렇죠. 현우 형이 답례 선물 들고 기다리는데, 거기에 [고필우]가 화룡점정을 하나 더 찍어주는 거예요!”
“화룡점정이요?”
“도수 높은 뿔테 안경 벗고, 렌즈를 끼든 라식을 하든 하라고 조연해주는 거죠!”
“안경을 벗었더니, 초미남이더라! 뭐 그런 건가요?”
“네. 바로 그거!”
“재밌겠는데요? 연애를 꽃피우는 남자 [고필우]의 능력도 보여줄 수 있고요.”
원준혁이 신나서 한 대답에
함현우가 실친다운 실소를 터뜨렸다.
“뭐어? 푸하하. 연애를 꽃피우는 남자?”
“웃기지? 우리 드라마 재밌다니까. 두고 봐, 대박 날 거야. 나중에 카메오 출연하길 잘했다 싶을걸?”
래원은 눈을 빛내며 함현우의 의사를 물었다.
“현우 형, 어때요?”
“⋯뭐⋯. 해보죠. 뭐.”
그렇게 급 성사된 함현우의 깜짝 카메오 출연 장면.
함현우의 밥차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팀은 다음 촬영지로 이동해서,
방금 회의를 마친 대로 촬영을 진행했다.
다음날.
원준혁의 SNS에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거기에는 사진 2장이 담겨있었다.
응원 현수막이 휘날리는 서포트 밥차 앞에서, 원준혁이 함현우와 도래원과 함께 V자 손가락을 내밀고 찍은 인증 사진.
그리고, 원준혁이 교복 차림의 이재윤과 나란히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 찍은 촬영장 스틸컷.
간만에 업로드된 원준혁의 SNS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ㄴ 원준혁-함현우 연기 천재 우정 영원해!
ㄴ 레알 눈이 즐겁다
ㄴ 골드 버튼 첫 방 언제임? 유튜버들 이야기라니 기대됨
ㄴㄴ 9월 예정이라는 듯
ㄴㄴㄴ 언제 기다림ㅠㅠ 누가 나 좀 냉동시켰다가 9월에 깨워주셈
ㄴ 교복남은 누구?
ㄴㄴ 이재윤. 연극배우 출신임요.
ㄴㄴ 초면인데 존잘이시네여ㄷㄷㄷ
ㄴ 별명이 대학로 아이돌이라고 함
ㄴㄴ 맞음ㅋㅋ 이제 우리 재윤이 잘생기고 연기 잘하고 멋지고 귀여운 거 온 세상이 알아주라!
ㄴ 원준혁, 함현우 말고 그 옆에는 누구임? 첨보는 배우인데?
ㄴㄴ 배우 아님 ㅋㅋ 도래원 감독
ㄴㄴㄴ 저 비주얼로 감독한다고? 반칙이네
ㄴㄴㄴ 감독님아 얼굴 낭비 멈춰!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 드라마 순항 중, “가을을 기대해주세요!” ] [ 원준혁, ‘함현우’가 보낸 밥차 인증! – 톱스타들의 찐우정★ ] [ 대학로 아이돌의 드라마 나들이, 이재윤 “카메라 연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어요.” ] [ 주연 배우 뺨치는 도래원 감독, “남녀노소 유튜버들의 성장기 드라마, 열심히 찍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 순위 상위권에 ‘골드 버튼’, ‘원준혁’, ‘함현우’, ‘이재윤’ 그리고 ‘도래원’이 걸렸다.
예상 밖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었다.
* * *
이튿날.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촬영 때 뵐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래원은 오늘 역시 연이어 촬영을 무사히 끝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와 스텝을 안전히 집으로 돌려보내며 가장 마지막까지 촬영장에 남았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
“출출하네.”
“저도요. 오늘 촬영이 너무 빡세긴 했습니다. 하하.”
윤혜심도 남아서 래원을 기다렸다.
“도 피디가 이렇게 끈질긴 사람인 줄은 몰랐어. 어우!”
“제가 오늘 선생님 너무 괴롭히긴 했죠?”
“도 피디도 아니 다행이다. 아까 36씬, 도대체 오케이 소리 언제 떨어지나 싶어서 얼마나 이를 악물고 찍었는데!”
“선생님 연기하시는 거 보면 자꾸 더 욕심이 나는 걸 어떡합니까, 하하. 그 덕에 잘 나왔잖아요.”
“뭐, 잘 나오긴 했지.”
“선생님도 마지막 테이크가 제일 마음에 드셨죠?”
“어. 인정.”
“하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신 제가 안주 끝내주게 맛있는 집으로 모실게요, 선생님.”
래원은 세트장 근처의 일식당 같은 이자카야를 찾았다.
돌연 지난 생에서 읽었던 윤혜심의 인터뷰가 떠올랐으니까.
그녀는 사케 마니아였다.
“선생님 사케 좋아하시죠?”
“어머, 어떻게 알았어? 도 피디도 어렸을 때 내 팬이었니?”
“어어⋯. 뭐⋯. 네, 그런 거로 하죠. 제가 요즘 촬영장에서 선생님 팬이니까요!”
얼음 그릇에 사케가 담겨 나왔고,
이내 각종 꼬치구이와 장어 덮밥, 연어 사시미가 서빙됐다.
윤혜심은 배가 부르고 취기가 오르자,
비로소 속에 있던 본론을 꺼냈다.
“나는 때, 도 피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
“감사합니다. 그 작품을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작품적으로도 괜찮았는데, 내가 인상적이었던 건 다른 포인트.”
“어떤⋯?”
“내 배우를 끝까지 믿어주는 감독의 자세랄까?”
“아⋯.”
윤혜심은 민세라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는 듯했다.
이에 래원도 이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멀어졌던 그 사건을 떠올렸다.
민세라가 과거 동고동락했던 문걸즈 멤버들에게 은따를 당했으나, 되려 반대로 따돌림 주동자로 몰리며 누명을 쓸 뻔한 사건.
실제로 민세라는 거짓 폭로전이 쏟아졌던 1주일의 시간 동안 생지옥을 겪었을 것이다.
전생에는 이 사건을 도화선으로 자살하고 말았던 비운의 배우였으니까.
래원이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알고 있었어요. 민세라 씨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요.”
“그러니까, 그러기 쉽지 않은 거 내가 누구보다 잘 알거든. 대중들은 자기가 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잖아. 그러니 하차하라고 안티들은 난리지, 시청률 압박 들어오지⋯. 그럼 감독 입장에서 별수 있나, 대세에 따라야지⋯.”
윤혜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래원은 그 이유 역시 알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민세라처럼 모함과 거짓 폭로에 타격을 받았던 과거가 있었다.
윤혜심이 드라마 판에 학을 떼고 떠났던 과거의 사건 말이다.
“민세라 씨가 겉은 되게 까칠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솔직해서 그런 거고요. 굉장히 여린 속살과 감수성을 지닌 배우예요. 싫어하는 사람을 대놓고 피했으면 피했지, 그렇게 뒤에서 교묘하게 욕하고 따돌릴 사람은 아니라는 걸, 제가 잘 알거든요.”
“둘이 친한가 봐?”
민세라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보이는 윤혜심.
‘아, 맞다. 선생님이 배미란 사장이랑 절친이지!’
래원은 금방 그 이유를 납득하고는,
윤혜심의 물음에 편하게 답했다.
“글쎄요⋯. 친한 건가? 그냥 여느 감독이랑 배우 사이에요. 작품 같이 할 땐 종종 둘이서 술 한잔 하는 정도? 지금 선생님이랑 저처럼요.”
“민세라랑 둘이서 술을 마셨다고?”
“네. 세라 씨 술 잘 마시던데요?”
래원은 씨익 웃으며 사케를 더 따르려 했으나, 병이 비어있었다.
점원을 불러 추가로 주문하는 래원.
윤혜심은 그런 래원을 물끄러미 보다가 다시 두 입술을 떼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감독이 되어줘, 도 피디.”
“네?”
“그렇게 자기 배우를 끝까지 믿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래원은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윤혜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내가 전에 드라마 판 떠났던 거 말이야. 사람들이 지껄이는 루머나 모함은 상관없었어.”
“그러면요⋯?”
“나한테 가장 상처였던 건, 감독님이었거든.”
“아⋯.”
“배우가 촬영장에서 의지하는 건 같은 동료 배우랑 감독뿐이야. 동료 배우들한테 배신당하고 공사 당한 마당에, 내가 지푸라기처럼 잡고 있었던 건 감독님 하나였어. 내 마지막 희망이었달까? 근데 그 희망을 처참히 짓밟았지. 그 이후로는 사람이 싫어지더라⋯.”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선생님.”
배우들은 자신의 감정을 도구로 연기하고,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일반 사람들보다 예민할 수밖에 없다. 상처도 잘 받을 수밖에 없고.
“직접 살인을 해야만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야.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건, 생각보다 비일비재해. 특히 우리 드라마 판에서는 더 그렇지.”
“그렇죠.”
래원 역시 전생에서 겪었던, 차마 입에 다 담지 못할 무수한 일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래원이 직접 겪은 것, 곁에서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 건너서 들은 것⋯.
그러자 래원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일었다.
“제 현장에서만큼은 앞으로도 그런 일, 절대 없을 겁니다. 물론 그 당시 그 감독님도 나름의 사정이 있으셨을 거예요. 하지만 제 현장에서 제 배우들, 제 스텝들은 그런 일 당하지 않고 자기 능력 펼칠 수 있게 제가 지키고 책임지고 싶습니다.”
윤혜심이 빙긋 웃었다.
그녀의 눈가가 촉촉했다.
“그래. 자기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 냄새나는 감독. 나이 먹더라도 변하지 말고 계속 그렇게 남아줘, 도 피디.”
두 사람은 사케 2병을 추가로 비우며,
이야기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