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3
래원이 외치자, 원준혁이 민망한 듯이 큰 소리로 웃어 재꼈다.
“아오! 오글거려! 저 대사 괜찮아요? 래원 감독님 어때요?”
“완전 잘하고 계세요. 준혁이 형은 이미 [고필우] 그 자체인데요? 로딩 완료!”
“진짜요? 감독님 그거 칭찬 맞죠? 아닌가, 욕인가?”
역시 원준혁은 베테랑이었다.
어제 이나와 찍을 때와는 달리 긴장 대신 여유가 느껴지는 촬영 현장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현장 분위기를 책임지는 것도 수준급.
게다가 상대 배우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미호 씨, 어쩜 이렇게 긴장을 안 해요?”
“어우, 아녜요. 저 긴장 엄청하고 있어요 지금.”
“너무 프로다! 나는 카메라 앞에 처음 섰을 때 긴장해서 대사도 다 씹고, 상대 배우 대사에 겹치고 난리였는데···.”
“다 준혁 씨 덕분이죠. 저 배려해주시면서 연기하는 거 다 느껴져요.”
래원은 원준호와 전미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방금 테이크 좋아서 대부분은 그냥 써도 될 것 같고요, 중간에 타이트 바스트만 몇 커트 추가로 따고 넘어갈게요. 바로 이어서 가겠습니다!”
래원의 말에,
잠깐 긴장이 풀어졌던 촬영장에 다시 진지한 기운이 감돌았고,
“네!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전에 [고필우] 휴대폰 진동음이랑 인서트부터 간단히 따고 가죠.”
“넵. 음향팀, 준비 됐습니다.”
“촬영팀도요!”
일사천리로 촬영이 재개됐다.
“좋습니다. 레디, 액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이곳은 이 건물 9층.
‘다이아샌드’의 로비였다.
지금 이 촬영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다이아샌드의 대표 이선필이었다.
오늘 딱히 사내에서 업무를 볼 일은 없었으나,
특별한 미션을 받고 출근한 그였다.
10층과 11층까지 이어진 계단 위에서 로비를 내려다보던 이선필의 시선은 한동안 도래원에게 머물렀다.
그러다 슬그머니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는 그.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선필] 홍 대표님, 지시하신 대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별다른 특이점은 없습니다. [홍 대표] 그래? 별거 없어도 거기서 촬영하는 날은 매일 뭔가라도 찾아서 보고해. 사소한 거라도 말이야. [이선필] 알겠습니다.이선필은 다름 아닌 JC ENM의 홍 대표에게 무언가를 보고하고 있었다.
은밀하고도 의미심장한 메시지.
그들의 대화 주제는 도래원에 관한 것이었다.
휴대폰을 다시 안 주머니에 꽂아 넣은 이선필은,
두 눈을 빛내며 래원을 응시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25화 – 리디북스
‘다이아샌드’ 로비의 화장실 앞.
[고필우]가 [서울 주민]에게 핀잔을 듣는 커트.그런데도 능수능란하게 그녀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저장하는 [고필우] 커트.
해당 장면의 풀샷에서 클로즈업까지 앵글별로 찍고 휴대폰 인서트까지 따낸 후,
다음 장면 촬영이 이어졌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었다.
“지럴. 똥을 싸고들 있네.”
바로 청소 도우미 [심덕분].
그녀는 화장실 앞을 가로막고서 티격태격하는 [고필우]와 [서울 주민] 사이를 뚫고서 화장실 청소를 하러 들어가는 참이다.
[고필우]가 눈썹을 움찔하며 되묻는다.“저기요, 아줌마! 누구신데 초면에 막말이세요?”
“나? 심덕분! 이 구역 청소 담당이다! 왜!?”
“저한테 그렇게 말씀 함부로 하시다가 큰코다치는 수가 있어요!”
“지럴⋯. 염병까지 하네.”
“하아⋯. 보자 보자 하니까. 아줌마, 여기서 일하면서 저 누군지 모르세요?”
[고필우]가 허리춤에 양손을 얹고 씩씩거리며 말하자, [심덕분]이 그를 위아래로 스윽 훑더니 소리친다.“모르겄는데? 네가 누구든 내 알 바 아니고. 볼일 끝났으면 지럴을 하든 염병을 하든 꺼지란 말이여. 화장실 앞 가로막고 섰지 말고!”
.
.
“컷! 윤혜심 선생님 좋은데요? 걱정하실 필요 없었네요. 역시 카메라 체질이셔요.”
“어우, 아냐. 대사 톤 너무 과하지 않았어? 도 감독, 딱 한 번만 더 가자, 딱 한 번만!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버전으로 힘 빼고 해볼게.”
래원이 굳이 추가적인 디렉팅을 하지 않아도
윤혜심은 알아서 수정된 연기로 재테이크를 요청했다.
래원 역시 모니터를 하며 약간은 과하다고 생각했었기에
다시 ‘레디, 액션!’을 외치려는데,
“잠깐만요.”
원준혁이 다급하게 외쳤다.
“왜요, 준혁이 형?”
“저도 이 장면 과장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요. 이게 윤혜심 선생님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접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래원은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하며 대본을 확인했다.
“흐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사실 이렇게 그냥 가도, 나중에 통통 튀는 BGM 넣고 후편집 잘 매만지면 괜찮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심덕분] 등장 첫 씬이잖아요. 조금 더 자연스럽게 갈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거 같아요.”
원준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캐릭터 첫 등장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 뭣하리.
그러니 가능한 한 많이 찍어두고 편집실에서 고르면 되는 것이었다.
래원은 다시 대본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리딩할 때는 몰랐는데, 현장에서 연기 넣어서 해보니 대사 템포가 너무 빠르게 흘러가긴 하네요.”
원준혁과 윤혜심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살포시 끄덕였고,
전미호는 모든 게 처음이라 옆에서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녀의 쌍꺼풀 없는 기다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윽고, 래원이 두 입술을 다시 떼었다.
“대사 라인을 추가하는 게 어떨까요?
“오⋯! 그래도 되면 좋죠?”
“어떻게요?”
원준혁과 윤혜심이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래원은 대본 위에 펜으로 대사를 끄적이며 지금의 빈틈을 즉석에서 메우려 애쓰고 있었다.
“[심덕분]이 ‘지럴. 똥을 싸고들 있네.’ 한 다음에, [고필우]랑 [심덕분] 대사 라인을 이렇게 하나씩 추가해 볼게요.”
래원이 건넨 쪽대본을 받아든 두 배우는, 다시 동선을 밟아가며 리허설 하듯 새 대사를 넣어보았다.
“지럴. 똥을 싸고들 있네.”
– “네? 잠깐만요, 아줌마. 지금 뭐라셨어요? 지ㄹ.. 뭐라고요?”
– “화장실 앞에서 왜 지럴들이냐고!”
“저기요, 아줌마! 누구신데 초면에 막말이세요?”
“나? 심덕분! 이 구역 청소 담당이다! 왜!?”
원준혁과 윤혜심의 표정이 밝아졌고,
전미호도 의견을 보탰다.
“감독님, 이거 좋아요.”
“나도 훨씬 입에 잘 붙네.”
“저는 옆에서 말리는 척, [고필우] 팔을 슬쩍 잡아 당겨볼게요.”
“좋습니다. 추가 대사 숙지할 시간 잠깐 드릴게요. 10분만 쉬었다가 바로 다시 슛 들어가겠습니다.”
래원은 곧장 차여름과 박은정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대사를 추가해도 되는지 물었고, 왜 추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를 공유했다.
이것에 협업하는 작가에 대한 예의이자 존중이니까.
10분 후의 촬영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배우들도 흡족했는지 카메라에 앞에서 더욱 자신감 있게 열연을 펼쳤다.
래원도 한층 더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촬영장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이때,
위쪽에서 이 모든 것을 내려다보며 관전하던 이선필.
그가 다시 안주머니에 꽂아 두었던 휴대폰을 꺼냈다.
[이선필] 홍 대표님, 도래원 감독은 짜인 대본보다 즉흥성을 좋아하는 감독 같습니다. 대본의 빈틈을 감독과 배우가 채워나가는 작업 말입니다. [홍 대표] 그래? [이선필] 아무래도 예능 드라마다 보니까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고요. 돌발 상황 대처 능력도 뛰어납니다. [홍 대푠] 대본이 빈틈없이 픽스된 정극을 좋아하고 잘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 [이선필] 일단 제가 오늘 받은 인상으로, 도래원 감독은 배우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도 결국 자기 페이스로 이끄는 재주가 있습니다.주말. 홍 대표는 지금 집의 거실의 안마의자에 앉아 이 메시지를 받아보고 있었다.
돌연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홍 대표.
“도래원, 도래원, 도래원⋯.”
휴대폰을 들어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래원의 이름을 넣어보았다.
“31살밖에 안 됐어? 이 친구, 지금까지 찍은 것보다 앞으로 찍을 드라마가 훨씬 더 많을 텐데⋯.”
나이는 앞날 창창한 신인이지만,
필모그래피나 업계 평가는 중견 PD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도래원.
“엔터 산업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지. 사람이 중요해⋯. 그러니 ‘스튜디오 다이아’의 간판 개국 공신으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회사 이미지 메이킹도 되고, 이후의 영입력도 달라질 거야.”
자본주의 시대.
원하는 것은 대부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홍 대표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이 없었다.
그간 지켜보고 전해 들은 바로, 도래원은 단순하게 돈으로 포섭할 수 있는 놈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홍 대표였기 때문이다.
원래 어장 밖의 물고기가 더 실해 보이고,
가지지 못한 트로피가 더 빛나 보이는 법이었다.
“‘스튜디오 다이아’의 성패는 도래원을 영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어.”
홍 실장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이선필에게 답신을 보냈다.
[홍 대표] 수고했어, 이 대표. 도 감독이랑 관계 유지 각별히 잘하고. 계속 예의주시해줘.* * *
다이아샌드에서 이틀간의 촬영을 끝낸 후.
스텝, 배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녹초가 되었으나, 집으로 향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내일이 오프였기 때문이다.
래원은 배태람 감독과 편집에 관한 논의를 나눈 후, 남은 팀원들을 챙기고 제일 마지막에 현장을 벗어났다.
래원은 촬영을 무사히 끝내는 것 뿐 아니라,
모든 팀원들을 안전히 집으로 돌려보는 것까지가 감독인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 의무를 다하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오자,
윤혜심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선생님, 아직 안 가셨어요?”
“도 피디, 뒤에 일정 없으면 한 잔 어때? 나랑 단둘이. 내가 살게.”
윤혜심은 래원에게 무언가 긴히 할 말이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 어우, 저도 그러고 싶은데, 어쩌죠. 선생님⋯. 제 동생이 오늘 밤에 다시 숙소로 돌아가서요. 이번에 가면 하반기에나 다시 집에 돌아올 거라, 오늘 저녁은 꼭 동생이랑 같이 집에서 먹기로 약속했거든요. 혹시 내일은 시간 안 되실까요, 선생님?”
“내일은 내가 인터뷰가 있는데⋯. 그리고 도 피디 내일 오프잖아. 나 잘 찍어주려면 쉬는 날은 푹 쉬어야지.”
“가만있자, 그러면요⋯. 화요일 촬영..때는 선생님 씬이 없구나. 그럼 수요일 촬영 끝나고 한 잔 어떠세요? 미뤘으니까 제가 살게요.”
“좋아. 그날 촬영 일찍 끝나길 바라야겠네. 가볼게. 도 피디, 운전 조심하고.”
윤혜심이 래원에게 손을 흔들고는 자신의 차가 주차된 곳으로 또각또각 발걸음을 옮겼다.
래원은 그녀에게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푹 쉬시고 수요일에 뵙겠습니다.”
래원은 윤혜심의 세단이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윤혜심 선생님이 나랑 단둘이 한잔? 무슨 중요한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은데⋯? 뭐지?”
* * *
이틀 후, 헌팅 지로 섭외된 어느 고등학교.
[고필우]가 [급식 동생]과 합방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모두가 모였다. [급식 동생]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유튜브 컨텐츠를 위해 그의 고등학교에 찾아온 것이다.이제 [고필우]와 [급식 동생]이 운동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커트를 찍을 차례였다.
꽃미남으로 단장한 원준혁과,
교복을 입고 풋풋하게 스타일링한 이재윤이 함께 자리했다.
해질녘의 오렌지빛 석양이 근사한 배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일몰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촬영을 서둘러야 할 타이밍.
래원이 메가폰에 대고 외쳤다.
“풀샷은 한 번에 갑시다!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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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튜브 채널 [학식 누나 & 급식 동생]의 [급식 동생]을 모셨습니다. 요즘 10대 고등학생, 급식이들은 어떤 연애 고민을 안고 있는지 같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급식 동생] 입니다.”
두 사람의 앞에는 핸디 카메라를 든 2명의 스텝들이 각각 한 명씩 마크해서 이 모습을 찍고 있고,
[고필우]가 텐션을 한껏 끌어올려 컨텐츠를 진행한다.“어우, 반가워요. 동생은 어떤 고민이 있어서, 저를 찾아주신 거죠? 실례지만 여자 친구가 있나요?”
“아뇨.”
“아, 그럼 썸?”
“아뇨.”
“아, 그럼⋯. 짝사랑?”
“네.”
[급식 동생]은 표정의 변화없이 당당히 짝사랑 중임을 밝히더니, 기죽지 않고 자신의 고민을 술술술 털어놓는다.“제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분이 저보다 많이 연상이신데요. 이제 3개월 후면 저도 이제 성인이고, 남녀 사이에 나이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긴 하죠.”
“연상녀들이 연하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해야 그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필우] 형님께 진심으로 조언 구하고 싶어서 합방 요청 드렸습니다.”
“하하. 생각보다 굉장히 진지한 사연이네요.”
[급식 동생]은 예상 밖으로 저돌적이었고, 진중한 면모를 보였다.‘이재윤 배우 완전 연하남 재질이야. 연극 생각나네.’
래원은 모니터 속 이재윤의 [급식 동생] 연기를 보며, 연하남의 정석 같다고 생각했다.
순수하면서도 진심이 묻어 나오는 대사 처리와 표정 연기.
이는 연극 에서 처럼 그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시청자가 이 뉴페이스의 연하남 연기에 어떻게 반응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편,
[고필우]는 그의 애늙은이 같은 포스에 놀라 살짝 기가 꺾였으나, 계속해서 하이 텐션을 유지하며 진행을 이어간다.“실례가 안 된다면, 그 마음에 두신 누나분 나이가⋯? 20대 초반?”
“아뇨.”
“아, 그럼 20대 중반?”
“아뇨.”
“아, 그럼⋯. 20대 후반??”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