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32
SBC 대회의실에서, 전체 배우들과 전체 스텝들이 모두 모인 상견례와 대본 리딩이 진행됐다.
모두가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를 함께 만든다는 것에 열정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3월 말의 오늘이 되었다.
첫 촬영을 나가는 날.
전생에도 이생에도, 조연출 시절부터 매번 첫 촬영은 떨리기 마련이었다.
기분 좋은 기대감과 우려 섞인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간.
래원은 이번에도 역시 잠을 설치고 일찍 눈을 뜨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 오늘 찍을 장면의 콘티를 머릿속으로 점검했다.
그러자 가슴 속 긴장과 두려움이 잦아들고,
대신 그 자리에 확신과 자신감 그리고 기대감이 서서히 차올랐다.
래원은 래미가 챙겨주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조금 일찍 현관문을 나서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거는데,
부르르르릉——
지이이이잉——
동시에 휴대폰이 울렸다.
[ 황태수 ]매번 첫 촬영마다 전화를 주었던 황태수였기에,
래원은 대수롭지 않게 전화를 받았다.
“네, 선배.”
– 잘해라. 응원하마.
“선배, 타이밍 귀신같네요. 저 지금 막 시동 걸었거든요. 이제 출발하려고요.”
– 그래. ‘골드 버튼’에도 기대가 크다. 뭐, 항상 그랬듯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너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를 찍는 게 우선이야. 알지?
래원은 핸즈프리로 통화하며
운전대를 잡고 유유히 큰 도로로 진입했다.
– 전화한 건 다름이 아니고,
황태수가 용건이 따로 있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첫 촬영 응원차 연락한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 출품 완료했다고.
“네?”
– 저번에 말한 거. 로 백상 예술대상,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3곳 출품 완료 했다고.
“······.”
래원은 그간 준비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출품 소식에 잠시 멍해졌다.
딱히 수상에 목을 매는 건 아니었다.
시상식이 처음도 아니고 작년 백상이나 캐나다 밴프에도 가본 적 있었으니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욕심이 전혀 안 생긴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황태수가 이 같은 래원의 마음을 전화 너머로 읽었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 수상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니까 신경 쓰지 말고 오늘 촬영이나 잘해라.
“네, 선배.”
이제 래원의 마음속에 차오른 기대감은 둘로 나뉘었다.
의 촬영, 그리고 수상 결과.
하나는 래원이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것이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24화 – 리디북스
– 몇 달 후에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이랑 에미상도 넣을 거야. 내가 알아서 출품할 테니까, 넌 신경 쓸 필요 없다.
전화 너머로 황태수 국장이 래원의 전작 와 관련된 이슈를 이어서 읊었다.
“감사해요. 참, 선배! 감독판 DVD 편집본 넘긴 건 문제 없죠?”
– 어. 검수 끝났고 바로 제작 들어갈 거란다. 얼마나 꼼꼼히 본 거냐? 편집 감독이 혀를 내두르더라.
“하하. 처음으로 얻은 기회잖아요. 열심히 해야죠.”
그랬다.
‘도래원’ 이름을 건 감독판 드라마 DVD 발매라니···.
전생에서도 이생에서도 난생처음이었으니까.
– 그래. 앞으로도 그래라. 지금처럼, 꾸준히. 그럼 결국에 넌 분명 뭔가 해낼 거다.
“선배 또, 첫 촬영이라고 기 살려주시는 것 봐. 그때까지 선배가 많이 도와주세요. 아시잖아요, 저 혼자서는 못 하는 거.”
지난 삶에서는 래원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황태수가,
이번 삶에서는 래원의 최고 조력자가 되어 있었다.
– 새끼···. 운전이나 조심해. 끊는다.
래원은 당분간 계속 황태수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SBC에 남아있는 한, 그리고 공중파PD로서 최고의 성과를 낼 때까지.
그리고 황태수에게 받은 만큼 돌려줄 준비도 되어 있었다.
그가 대외적으로 국장 자리에 앉은 면이 설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 상반기에 백상 예술대상,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 중에서 하나쯤은 황태수 선배한테 보답으로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전생에는 없었던 일이라
래원도 결과를 알 수 없었으나,
가슴 한편에 왠지 모를 막연한 기대와 믿음이 생겨났다.
“내가 근자감이 충만한 건지, 촉이 좋은 건지는 두세 달 뒤에야 알 수 있겠네. 세 시상식이 열리고 나면···.”
* * *
“안녕, 여러분! [학식 누나] 예요!”
유튜버 [학식 누나]가 셀프 캠으로 브이로그를 찍으며 복도를 걷고 있다.
“여긴 보다시피 우리 학교고요! 내일 전공 실기 중간발표가 있어서, 연습하러 나왔습니다!”
끼이익—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한쪽 벽 전체가 거울로 된 마루 연습실.
.
.
“컷! 원테이크 느낌 잘 살았다. 너무 좋아. 이걸로 쓰고 이어서 다음 커트 찍을게.”
미니시리즈 드라마 의 첫 촬영은 대학교 교정에서 이뤄졌다.
이나는 칭찬을 받은 것이 기분 좋은지 환하게 웃었고,
배태람 촬영감독이 막간을 이용해서 [학식 누나]의 시선을 따라 연습실 전경을 땄다.
“바로 슛 들어갈게요!”
조연출의 외침에,
이나가 다시 셀프 캠을 들었고
다음 커트 촬영이 시작됐다.
.
.
[학식 누나]는 카메라를 향해 싱긋 웃더니,거울 벽면 한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카메라를 올려 고정해둔다.
그리고는, 휴대폰에 스피커 잭을 연결하는 [학식 누나].
이윽고,
연습실 전체에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곡 ‘How Long’이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학식 누나]의 눈빛이 돌변하더니,거울 속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체크하며 재즈 댄스를 선보인다.
연습실 바닥에 눕다시피 하여 낮은 높이로 시작한 그녀의 춤은 점차 몸을 일으키면서 점점 높은 위치로 올라갔고,
이내 [학식 누나]는 길게 쭉 뻗은 팔다리와 돋보이는 피지컬을 십분 활용하여 파워풀하면서도 아름다운 춤 선을 드러낸다.
한 곡이 끝나자,
[학식 누나]가 거울 가운데에 설치해둔 셀프 캠으로 다가가더니 빙긋 웃어 보인 후, 카메라를 끈다.이내 진지한 얼굴로 카메라에 녹화된 춤 영상을 모니터하는 그녀.
.
.
“컷! 좋다. 이나야, 춤 장면만 끊어서 다시 가보자. 자아, 음악 없이 춤만 딸게요!”
래원은 자신의 말 한마디, 어투 하나하나가 배우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드라마가 처음인 신인 배우에게는 더욱이 그랬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댔다.
래원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칭찬으로 배우들을 자기 페이스대로 움직이는 법을 터득했더랬다.
이나는 칭찬을 받은 돌고래처럼 신나서 다시 재즈 댄스를 선보였다.
동시에 배태람 촬영감독이 초집중하며 그녀의 움직임과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담으려 애썼고,
래원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았다.
모니터 속의 [학식 누나]와
래원이 생눈으로 보는 현장의 [학식 누나]를 비교해보면서 말이다.
‘흐흠. 뭔가가 2% 부족한데···.’
모니터 속 이나의 연기와 춤선이, 실제로 보는 것보다 아쉽게 느껴졌다.
모니터로는 역동적인 느낌도 떨어졌고, 예쁘게 표현되지 않았다.
래원은 이 아쉬움의 원인을 찾아내려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마침내.
“컷!”
래원의 말이 ‘오케이’나 다른 덧붙임 없이 ‘컷’에서만 끝나자,
순간 배태람 촬영감독을 비롯한 스텝들과 이나가 긴장했다.
“이나야 좋았어, 좋았는데···. 근데 감독님 이거 모니터 한 번 보시겠어요? 모니터 상에서 레드끼가 너무 많이 끼지 않아요? 블루가 겉도는 거 같아요.”
이에 배태람 감독이 래원의 곁으로 다가와 모니터를 응시했다.
턱을 괸 채 심각한 얼굴로 방금 촬영분을 두 세 번 돌려보다가, 굳게 닫았던 입술을 여는 배태람.
“확실히 레드끼가 많이 도네요. 필터를 바꿔 끼어 보겠습니다.”
촬영팀이 필터를 점검하고 교체하는 동안,
래원이 이나에게 다가가 몇 가지 추가적인 디렉션을 주며 리허설 시간을 가졌다.
“이나야, 춤은 완벽하고 좋아. 근데 다음 테이크는 조금 더 연기적으로 접근해보자.”
“연기적으로요?”
“재즈 댄스를 추면서 중간중간 [학식 누나]의 캐릭터를 살려보는 거지. 예를 들어, [학식 누나]는 너처럼 얌전한 성격이라기 보다는, 통통 튀는 성격에 자기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친구잖아?”
“네. 관종이죠. ”
“하하. 그래 맞네, 관종. 그리고 지금은 브이로그를 찍고 있는 거고.”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구독자들을 의식하면서 셀프 카메라를 향해 [학식 누나] 스러운 눈빛이나 표정을 지어볼게요.”
“좋아.”
“제가 너무 춤만 열심히 췄네요. 헤헤.”
이나는 래원의 디렉션을 흡수했는지
곧바로 거울을 보며 표정 연기와 눈빛을 이것저것 시도했다.
“필터 교체 완료됐습니다!”
촬영팀이 준비되자,
래원의 찰진 ‘레디, 액션!’ 소리와 함께 다음 테이크 촬영이 이어졌다.
이나는 스펀지 같았다.
래원의 디렉션을 쭉쭉 잘 흡수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자신의 해석을 더 해서 내놓는 속도가 탁월했다.
‘확실히 래미 말대로 연기 감각이 있네.’
모니터를 응시하던 래원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먼저 테이크보다 한층 발전한 이나의 연기를 보고 있자니,
‘역시 이나가 최선이었네. 솔라는 이재윤 배우의 누나 역할을 하기에 너무 동안이고, 정지예는 연기는 좋지만 스타성이나 재즈 댄스가 약했어.’
이나를 캐스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걸스온탑 유미는 춤도 괜찮고 아역배우 출신이긴 하지만, 굳이 브잇걸이랑 래미의 라이벌을 내가 캐스팅할 필요는 없었지. 이나가 이렇게 잘하는데!’
래원은 모니터 속 이나의 연기에 홀려 하마터면 ‘컷!’을 외칠 타이밍을 놓칠 뻔했다.
의욕적인 현장 분위기 속에서 [학식 누나]의 연습실 브이로그 씬이 잘 마무리되는 듯했다.
덕분에 래원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었다.
* * *
촬영 첫날은 대학교 교정에서의 야외 씬이 전부였다면,
이튿날은 일종의 야외 촬영 같은 세트 촬영이었다.
주말 아침부터 래원의 촬영 팀이 ‘다이아샌드’를 통째로 차지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이곳을 마치 팀의 전용 세트장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JC ENM 홍 대표가 다리를 놔줬고,
래원이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다이아샌드 이선필 대표와 좋은 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슛 들어갈게요!”
같은 MCN의 같은 담당자와 계약한 [고필우]와 [서울 주민]이 이곳에 미팅을 왔다가,
화장실 앞에서 서로 부딪히는 장면이었다.
래원이 메가폰에 대고 ‘레디, 액션!’을 외치자,
세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한 대는 풀샷, 한 대는 원준혁을,
나머지 한 대는 전미호를 비추고 있었다.
카메라 앵글 속.
[서울 주민]의 머리가 [고필우]의 등에 세게 부딪힌다.“아야···. 거참, 앞에 좀 제대로 보고 다니세···. 어어? [서울 주민]?”
[고필우]가 먼저 [서울 주민]을 알아보자, [서울 주민]도 머리를 매만지며 인사를 건넨다.“아, 안녕하세요.”
“영상 재밌게 보고 있어요. 어제 올라온 ‘부린이를 위한 갭투자’ 되게 좋던데요?”
“아, 감사합니다. 저도 잘 보고 있어요.”
“제 영상을 여자분들이 좋아하긴 하죠.”
“아, 네···. 근데 어쩌죠···?”
[서울 여자]가 검지로 [고필우]의 등을 스윽 만져보더니,“여기 제 립스틱 자국 묻은 게 안 지워지네요. 세탁비 드릴게요. 제가 지금 현금이 없어서···. 여기 계좌 찍어주시면···.”
라며 휴대폰을 내미는 그녀.
[고필우]는 연애 유튜버답게 여유 있는 미소를 날리더니 농담을 던진다.“어제 영상에서, 곧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다가올 테니 현금 박치기는 비추한다, 극혐한다고 하셨죠? 근데 입술 박치기는 좋아하시나 봐요?”
“···네에?”
안경을 고쳐 쓰며 정색하는 [서울 주민].
“농담이에요, 농담.”
[고필우]가 재밌다는 듯이 킥킥거리며 그녀의 휴대폰을 받아들고 농담 한 방을 추가로 던진다.“번호는 계좌번호 말고, 폰 번호 드릴게요.”
“누..누구 맘대로요? 저는 쓸데없이 남의 번호 저장하는 거 안 좋아ㅎ···.”
[서울 주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지이이이잉——
[고필우]의 휴대폰이 진동한다.이미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는 전화를 걸어버린 것.
“쓸데가 왜 없어요? 나 연애를 꽃 피우는 남자, [고필우]예요.”
.
.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