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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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y, Action!
“네에에?? 래원이요? 하하하. 아무리 그놈이 빠릿빠릿하긴 해도 연출은 아직 무리죠. 신입으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데다가, 이번이 첫 조연출이에요.”
“나도 알아요.”
황태수가 난감하다는 투로 반응했지만,
엄하늘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럼 하늘 씨는 대체 뭘 믿고 도래원을···?”
“제 안목이요. 난 내 안목을 믿어요. 그간 겪은 감독, 조감독만 수십 명이거든요.”
“그래도, 도래원은 너무 모험일 거···.”
“감독님이랑 변 감독님이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 철야 작업하시는 게 더 모험일 거 같은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
“도래원 피디. 분명 C팀 연출할 깜냥은 된다고 봐요.
현장에서 대처하는 순발력, 촬영지 헌팅 능력, 제발회때 하이라이트 티저 편집, 예고편까지. 감독님도 다 보셨잖아요?”
알다마다.
황태수도 래원의 능력을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엄하늘이 알고 있는 것 외에도, 래원의 콘티 짜는 실력 또한 웬만한 후배 연출이나 스크립터 못지않게 든든하다는 것 등등.
황태수 역시 경험한 바가 있었다.
“봤죠. 그렇지만 메가폰을 들게 할 만한 확신까진 아직 잘 모르···.”
“확신이 안 생기시면··· 그럼 대신, 절 믿어보세요.”
엄하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확고했다.
“저를 믿으신다면, 도래원 피디 역시 한 번 믿어보셔도 될 거예요.”
황태수는 그녀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할게요.”
* * *
다음 날 저녁, 래원의 집.
어제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C팀 촬영 일정이 며칠간은 무산되는 바람에, 래원은 래미와의 뜻밖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간만에 둘이 함께 밀린 집안일을 해치웠다.
까똑-!
빨래를 개는 도중, 래원의 폰이 울렸고
[황PD] 래원아, 14부에서 C팀이 찍어야 하는 씬들만 콘티 좀 짜봐라. 지금 바로! 2시간 후에 내가 너네 집으로 간다.래원은 잘못 읽었나 싶어서
황태수의 메시지를 다시 꼼꼼히 읽어보았다.
“··· 14부 콘티를? 갑자기?? 게다가, 갑자기 우리 집으로??”
뜬금없었다.
황당할 정도로 급작스러운 메시지였기에 래원은 반문하며 답을 보냈다.
[래원] 저희 집..이요? 어딘지 아세요?곧바로 황태수의 답장이 왔고,
래원 역시 실시간으로 답을 했다.
[황PD] 광주 쪽이잖아? 경기도 광주 [래원] 네네, 맞아요ㅎㅎ [황PD] 지금 근처 하남 쪽에서 막바지 촬영 중이야. 콘티 잘 짜놔라.래원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내가 짠 콘티로 촬영하시려고? 그건 아닐 거 같은데···.”
“뭐야, 왜 이렇게 계속 혼자 중얼거려?”
래미의 핀잔.
하지만 래원의 귀에는 이 핀잔이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황태수 선배가 이러는 가장 합리적인 이유는 하나다.
“흐흠, 설마···. 하인혁의 부상으로 공석이 된 C팀 감독 자리에, 내가 깜냥이 되는지 테스트해 보려는 건가?”
이 예상대로 황태수가 래원에게 C팀 연출을 맡긴다 해도, 래원의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게 하나도 없었다.
수없이 했던 일이고 지금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나야 괜찮지만.
근데 황 선배는 나를 뭘 믿고?’
황태수는 이번 드라마가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영혼을 갈아 넣으며 작품에 임하고 있었다.
아무리 C팀이라도 이제 갓 입사한 신입PD 도래원에게 메가폰을 쥐여주는 것은, 황태수의 입장에서 상당한 리스크가 따르는 선택이다.
“일단 콘티나 짜보자.”
[래원] 네! 곧 뵐게요ㅎㅎ 근데 동생이 잘 시간이라서요, 오시면 벨 누르지 마시고 전화 주세요! 바로 문 열어드리겠습니다!래원은 답을 보낸 후 빨래 개던 걸 멈추고는,
“오빠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네가 이것만 마저 개고 자.”
“웅. 수고해.”
나머지를 래미에게 맡기며 방으로 들어갔다.
래미는 온에어 중에 상시 대기할 수밖에 없는 오빠의 바쁜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
래원은 책상에 앉아 14부 대본과 C팀 촬영 일정표를 펼쳤다.
먼저 C팀에 배정된 씬들을 대본에서 찾아 포스트잇을 붙이기 시작했다.
총 8개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간만에 내 마음대로 짜는 콘티라 재밌네?”
래원의 머릿속은 브라운 관이 되었다.
8개 장면을 차례로 놓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펜을 쥔 손을 움직여 콘티를 짜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고 있는 사이,
지이이이잉-
사각거리는 펜 소리만 나던 방에 래원의 휴대폰 진동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황태수가 건 전화였다.
“네, 선배. 도착하셨어요?”
– 어. 바로 앞이다.
“넵! 제가 마중 나갈게요.”
어느덧 자정 무렵이라 래원의 집은 물론 온 동네가 조용해져 있었다.
래미는 자기 방에서 곤히 잠들었다.
18평짜리 반지하에 발을 들인 황태수는
집안을 빙 둘러보며 물었다.
“여동생이랑 같이 산댔지? 중학교 다닌댔나?”
“네. 제가 유일한 보호자라···.”
래원의 집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갖추어져 있었고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우리 아들래미도 중학생인데···. 집이 단란하니 둘이 살기에는 괜찮겠네.”
“이쪽에 앉으세요.”
“고맙다. 신세 좀 질게.”
“제가 동생을 잘 챙겨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네요.”
“··· 부모님이랑 사별한 지는 얼마나 됐냐?”
“6년 정도 됐습니다.”
“하늘에서 지금 네 모습 보시면 분명 기특해하실 거다.”
“선배, 혹시··· 술 한 잔 하셨어요?”
“푸하하. 야! 마시고 싶어도 못 마셔. 촬영장에서 바로 온 거야. 선배가 후배한테 맨정신으로 이런 얘기도 못 하냐?”
“저도 그냥 농담한 건데요?”
“이 새끼, 싱겁기는···. 오늘 그냥 좀, 센치하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 어제 하인혁 선배 다친 게 계속 마음 쓰이시는 거예요?”
래원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황태수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잠시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고
“그래서 말인데···. 있잖냐, 래원아.”
무언가 말을 할 듯 말 듯 뜸을 들였다.
래원도 덩달아 긴장이 되어 침을 꼴깍 삼켰다.
“··· 나, 라면 하나만 끓여줘라.”
“네? 아, 촬영 때문에 식사 제대로 못 하신 거예요?”
“어. 알잖냐, 요새 촬영장 분위기.”
“네, 바로 끓여볼게요.”
래원이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먼저 가스레인지에 냄비 물을 올렸다.
“근데 너, 내가 시킨 14부 콘티는 짜놨냐?”
“네.”
“그거부터 갖고 와 봐.”
래원은 방으로 들어가 콘티를 짜둔 A4 용지를 꺼내왔다.
가지런히 정리해서 황태수에게 건네고는 다시 부엌으로 발을 옮겼다.
황태수는 상체를 기울이며 래원의 콘티를 유심히 살폈다.
한껏 집중한 듯 두 눈썹을 치켜뜨고 있었다.
물이 끓기 시작했고
래원은 황태수의 반응을 곁눈질로 살피며 라면을 냄비에 넣고, 냉장고에서 계란과 김치를 꺼내 차렸다.
‘짜식, 제법인데?’
흥미롭다는 듯 래원의 14부 콘티를 보는 황태수,
‘한나은이 이번 미션을 통해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런웨이 위에 서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장면. 그래서 진심으로 모델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깨닫는 장면.
이 시퀀스는 군더더기가 없어. 너무 좋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도래원은 캐릭터를 부각하는 연출이 탁월하단 말이지.’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피식거리며 웃고 있었다.
“이 감정 씬은 의도한 거야? 런웨이101 시청자 투표와 심사 점수를, 자신의 아빠가 조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한나은 씬 말이야.”
“아··· 여러 가지 주변 소리를 활용해서 한나은의 감정을 빗댄 연출이요?”
래원은 어느새 황태수의 앞에 다가와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 그거. 미장센도 욕심도 있으시다···?”
“하하. 최대한 구현해보고 안 되면 그때 타협해야죠.”
“뭐,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네. 고민한 흔적이 있는 것도 좋고.”
부글부글부그르르-
푸르르륵-
별안간
물이 끓어 넘치는 소리에
“어어어, 라면! 라면!”
래원은 래미가 방에서 깰까 봐 까치발을 들고 부엌으로 뛰어갔다.
황태수는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녀석, 의외네. 일만 할 줄 아는 놈인 줄 알았는데, 하나뿐인 동생 끔찍하게 생각하는 인간미도 있고···.’
“선배, 다 됐어요. 오세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가운데 놓고,
래원과 황태수가 같이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후후후- 후우-
후루루룩-
이윽고 둘 사이에 말은 사라진 채,
라면을 불어먹는 소리와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너, 라면 잘 끊인다?”
“하하. 27년 동안 살면서 수백 개는 끓여봤을걸요?”
황태수는 흡족한 얼굴로 다시 콘티 이야기를 마저 진행했다.
“결과 발표 장면은··· 네가 짠 대로만 찍으면 되겠다.”
‘내가 딴 콘티 대로만 찍으라고?’
황태수가 후배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극찬이었다.
“조언 하나만 하자면, 이런 콘티라면 신영진 감독님은 먼저 클로즈업이나 바스트부터 딸 거다.”
“아, 풀샷 먼저 잡는 게 아니구요?”
“어. 그게 신영진 감독 스타일이야. 감정 씬에서는 디테일 먼저 따고 나서, 풀샷으로 조감하는 거”
“아···.”
“그냥 촬영팀에 믿고 맡기면 돼.”
“네.”
이전 생에 신영진 감독과 직접 작업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래원에게는 아주 유용한 팁이었다.
“이 정도면. 래원이 너, 남은 14부, 15부, 16부···. C팀 감독해라.”
“네?”
예상했던 전개라고 해서 놀랍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거 아는데,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방법이 없다.”
“······.”
“촬영팀 중에 특별히 신영진 촬영 감독님이 이끄는 1팀이 남은 C팀 촬영 전부 도맡아 주시기로 했어.”
“아, 신영진 감독님이면 든든하게 신세 질 수 있는 분이긴 하죠.”
래원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신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 너라면 믿음이 간다고.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리고···.”
황태수는 엄하늘이 먼저 래원을 추천했다는 말도 덧붙이려다가,
‘도래원 피디님한테 제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마시구요.’
엄하늘이 신신당부했던 것이 떠올라 말을 도로 삼켰다.
“··· 너로서는 갑작스럽겠지만, 이것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해봐. 잘 부탁한다.”
“최선을 다해 찍겠습니다!”
래원은 자신에게 되뇌듯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실력 발휘 제대로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 * *
다음 날, 경기도 오산의 세트장.
“레디, 액션!”
감독 의자에 앉아 메가폰을 잡은 래원의 모습은,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고 능숙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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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모델 육성 프로젝트 의 무대.
수십 대의 스탠드 카메라와 무빙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이제 다음 준결승 무대에 진출할 10인을 발표할 차례다.
남녀 모델 지망생 101인에서 시작해서, 현재 무대 위에는 16인이 남아 있었다.
이번 라운드는 팀워크 미션이었다.
제비뽑기로 2명씩 짝이 되어, 8팀이 커플로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이 8팀 중에서 5팀, 즉 준결승 진출자 10인의 명단이 지금 제 손에 들어 있습니다.”
여진 선생이 밀봉된 명단을 들고서 말했다.
한나은과 도종건의 긴장한 얼굴이 차례로 커다란 무대 화면에 잡혔다.
두 사람은 이번 미션에서 파트너로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티격태격하던 둘이었지만, 의 과정을 통해, 특히 이번 커플 미션을 함께 해나가며 서로에게 깊은 호감이 생겨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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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래원의 찰진 컷 소리.
모두가 멈춰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케이! 좋습니다. 다음 씬으로···”
도종건 배우가 입술을 오므리며 래원의 말을 끊었다.
“도 감독님, 오케이 확실합니까? 바스트 원샷은 따로 안 따세요?”
“네. 투샷만 쓸 겁니다.”
“확실..합니까?”
“···네?”
이건 분명히 래원이 기분 나빠야 하는 상황이다.
촬영장이 순식간에 싸해졌다.
“배우들이 신인 감독님한테 한 두 번 당해보나요···.”
드라마든 영화든 신인 감독의 입봉 현장에는 지금처럼 감독의 ‘컷’ 타이밍과, ‘오케이’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단지 차이는 그 의심을 입 밖으로 꺼내느냐 속으로만 생각하느냐다.
하지만 래원은 자신의 판단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편집점까지 계산해서 촉박한 현장 상황을 고려하여 꼭 쓸 장면만 찍고 있었으니까.
멀찍이서 지켜보던 도종건의 매니저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나중에 재촬영한다고 다시 불러 모으실까 봐 그러죠. 가뜩이나 일정도 촉박하고, 우리 종건이 말고도 배우들 다들 바쁜데···.”
래원은 오늘 촬영 시작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촬영장의 스텝 및 배우들 중
단 1/3만이 래원을 황태수, 변덕규, 하인혁과 다름없는 프로 감독으로 신뢰했고,
또 1/3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눈빛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머지 1/3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상관없었다.
촬영 일정이 거듭되면, 그 반신반의와 의심을 신뢰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래원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도종건과 매니저의 행태는 과했다.
래원은 화라도 버럭 내고 싶었으나,
그 대신 손에 쥔 메가폰을 내려다보았다.
지난 삶에서 래원의 이름을 건 드라마와 조기 종영으로 이별한 후, 처음으로 다시 잡아보는 메가폰이었다.
‘이번 생의 결말은 반드시 해피 엔딩이어야 해.’
래원은 이 같은 생각을 하며 메가폰을 다시 꽉 힘주어 잡고는 화를 삼켰다.
마음속으로 참을 인을 세 번 새겼다.
그때.
“거, 매니저가 심심해 죽겠으면 요 앞 카페 가서 커피나 때리고 있을 것이지. 우리 하는 일에 참견이 심하시네?”
신영진 촬영감독이 먼저 입을 열자,
엄하늘 배우도 톡 쏘며 한마디 했다
“도종건, 여전하네. 선배들이 이렇게 있는데 낄 때 못 낄 때 구분 못 하고 선 넘는 거···. 나인액터스 대표가 교육을 이따위로 시켰나봐?”
이 현장에서 나이로나 권위로나 가장 우위인 신영진 감독과, 가장 몸값이 높은 엄하늘 배우.
둘의 입담에 래원은 체증이 가신 듯 속이 후련해졌다.
래원이 직접 손대지 않고도 시원하게 코 푼 격이었다.
도종건과 그의 매니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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