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87
* * *
한편, 드라마 은 큰 문제 없이 순항 중이었다.
시청자 반응도 좋았고 업계 내 평가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시청률이 그 방증이 됐다.
10.4% → 15.7% → 18.5% → 21.3%
드디어 4화 만에 20%를 넘기며 어느덧 ‘마의 30% 벽’을 목표 삼을 수 있게 된 래원.
덕분에 편집실에서 먹고 자는 생활에 지치지 않고 마지막 10화 종합 편집까지 끝냈더랬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던가.
끝에는 의 시작이 있었다.
“내가 선택한 일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터야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래원은 지금의 바쁨이 좋았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게 꿈이었으니까.
만들고 싶은 드라마 마음껏 만들면서 말이다.
게다가 새로운 무대, 새로운 사람들이 래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럽에서의 촬영 일정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수 있을 만큼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는 래원이었다.
그렇게 대본과 콘티에 파묻혀 지내던 중,
의 최종 캐스팅 회의를 위한 화상 채팅이 다시 한번 열렸다.
지난번 회의 때보다 2명의 새로운 참석자가 생겼더랬다.
남 주인공 올리버 역의 안소니 주드.
여 주인공 릴리 역의 에바 페이지.
“(보내주신 영상 잘 봤습니다. 두 배우분의 열연이 감명 깊었고요.)”
안소니가 먼저 입을 열자 스미스가 통역했다.
“(존과 피터 모두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저는 피터와 같이 작품 한 적이 있어요. 과거의 전성기가 워낙 화려하셨으니까요.)”
에바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매튜] 캐스팅은 두 배우에게도 중요한 문제였으니까.배우들에게 상대역과 호흡이 잘 안 맞는 것만큼 큰 스트레스가 되는 건 없기 때문이다.
“(너무 다른 두 배우분을 놓고 제작진분들께서 고민하시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카드 하나는 베테랑, 다른 카드는 최적의 이미지.)”
안소니가 차분하게 비유를 하자,
다리오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안소니는 일일이 설명해줄 필요가 없는 센스있는 배우였다.
“(제 의견을 물어보신다면, 저는 이미지가 맞는 카드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안소니가 잠시 뜸을 들였지만,
래원은 그 뒷이야기를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물론 안소니가 100%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댈 것이라는 것까지, 래원은 인지하고 있었다.
“(··· 제, 제가 이번에 액션 배우 이미지를 탈피하고 엘리트 의사로 연기 변신을 하는 만큼, 주조연인 [매튜]는 시청자들에게 이미지 소모가 많았던 배우보다는 신선한 분이 와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큽니다.)”
역시나였다.
안소니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영리한 핑곗거리를 찾았고,
화상 채팅 화면 속 다리오의 끄덕거리는 얼굴을 보아하니 그 핑계가 먹혀든 것 같았다.
래원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한마디 보탰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존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익숙한 얼굴의 연기 변신과, 신선한 얼굴의 이미지 연기. 이 조합이면 저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바도 래원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존’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긴 해도, 배우 그 자체로 [매튜]와 이미지가 맞는 분이라 신뢰가 갑니다. 오디션 영상 보니까 [매튜] 그 자체더라고요. 뭐, 찌질한 모습이 매력 있고 나쁘지 않더라고요?)”
에바의 솔직한 한 마디에 다 같이 빵 터지며 진지하기만 했던 화상 채팅 분위기에 여유가 생겼다.
사실,
안소니가 ‘피터’와 엮이지 않으려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둘 사이가 채무 관계로 얽혀있다는 것.
래원은 전생에 ‘피터’가 파산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기사에 피터의 채권자 중 하나로 지목된 이가 바로 ‘안소니’였다.
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미래의 일이었다.
과거 친구 관계였고 같은 작품에도 여러 번 출연한 안소니에게 지금도 이미 피터가 여러 차례 손을 벌린 상태일 것이고, 당연히 갚을 능력이 없기에 빚 청산은 요원한 상태일 게 분명했다.
‘그때 봤던 기사에서 안소니는 빚 문제로 수년 전부터 피터의 연락을 피하고 연을 끊었다고 했어. 그러니 지금 시점에 우리 드라마에서도 피터는 무조건 피하려 들겠지.’
게다가 래원이 안정원 실장을 시켜 알아본 바에 따르면 피터는 현재 의 [매튜] 역은 물론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곳에 문을 두드리는 중이었으며,
화상 오디션에 임할 때도 피터의 눈빛은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다리오는 그것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연기라고 이해한 듯했지만,
래원은 그 모습을 보고 단번에 전생의 일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피터는 떨어지는 칼날이야. 굳이 우리가 잡을 필요는 없지.’
래원이 머리를 써서 두 주연 배우를 끌어들인 덕에 최종 회의는 수월하게 금방 마무리됐다.
“(솔직히 저는 아쉽습니다. ‘피터’가 조금 더 나은 카드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감독님과 두 주연 배우가 이렇게 한 목소리를 내시니 도리가 없네요. 좋습니다. ‘존’을 [매튜]로 캐스팅하죠.)”
다리오가 물러나며, 래원이 밀었던 ‘존’으로 [매튜] 캐스팅이 매듭지어졌다.
래원은 비로소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생각했던 대로 떨어지는 칼날을 깔끔하게 피했으니까.
“이제 한 가지만 해결하면 는 걱정이 없겠네.”
래원에게는 8부의 라스트이자, 전체 드라마 엔딩의 그림이 아직 없었다.
출국 일정은 1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 * *
며칠 후, 래원과 월미도88의 예능 출연이 방송되는 날.
드라마 방영 전에 찍었던 것이 드디어 공개되는 날이었다.
두 사람의 동반 출연 예고편이 뜨자 기사가 쏟아졌다.
[ “이 조합 나는 찬성!” 도래원PD X월미도88 – ‘일돌이X집돌이의 예능 나들이’ ]ㄴ 천재 감독과 천재 웹툰작가의 케미 존좋!
ㄴ 본방사수각 떴다아악
네티즌들과 시청자들의 관심 또한 상당했다.
[ 이제 서야 밝히는 월미도88의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없었던 이유 ]ㄴ 돈독 올라서 일정 금액 안 맞춰주면 판권 안 판다는 소문 있었잖아ㅋ
ㄴㄴ 그거 루머임..!
ㄴㄴ 오늘 인터넷 개통했음? 언제적 루머를···.
[ 월미도88, “래원이는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어” ] [ 도래원 감독, ‘소철않’부터 ‘월미도의 선물’까지 월미도88표 드라마의 홈런 비결 귀띔 ] [ 까탈스러운 월미도88을 사로잡은 남자, 도래원 감독 ] [ 월미도88, “이제는 달라. 내 작품의 영상화는 전부 도래원 감독에게 맡기고 싶어” ]ㄴ 월미도88이 도래원 감독 엄청 아끼나 봄
ㄴ 서로의 페르소나 뭐 그런 건가?
ㄴ ‘소철않’은 안 봐서 모르겠고. ‘월미도의 선물’은 영화보다 드라마가 잘 만들긴 했지
이슈 몰이를 확실하게 해서인지
그날 밤 해당 방송 중 드라마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 지금 도래원, 월미도88 나오는 예능 안 보는 사람들 빨리 틀어라. 존잼임.
ㄴ ㅇㅇ 보는 중
ㄴ 드라마 비하인드 개꿀잼
ㄴㄴ 레알ㅋㅋ 쉽게 보고 넘어간 장면인데 진짜 공 많이 들인 거구나 싶고 그러네
– 토크 보니까 월미도88 초예민보스인 듯
ㄴ 잘나가는 예술가들은 원래 그럼ㅋ
ㄴ 그 정도 신념이랑 기준이 있으니까 대작 웹툰 연달아 내는 거지
ㄴ 예민보스라 판권 아무한테도 못 판 듯···. ㄴㄴ ㅇㄱㄹㅇ 자기 작품 함부로 터치하는 거 못 참는 성격···.
ㄴㄴ 근데 도래원한테는 2번씩이나 맡긴 거보면 찐사랑인가 봄ㅎㅎ
ㄴㄴㄴ 두 분 행쇼ㅋㅋㅋ
– 도래원은 본업도 잘하는데 인싸이기까지 하네?
ㄴ 집돌이, 일돌이라던데 말 들어보면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안 놔두나봐
ㄴ 능력, 성격, 인기, 외모 다 갖춘 거임? 아놔···.
ㄴㄴ 피카좌 친오빠잖아ㅋ 유전자 열일ㅋ
ㄴㄴ 사기캐는 못 참지!!!!!!!
래원은 잘 편집된 결과물을 모니터하며 아쉽기도 하고, 잘한 것 같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하아···. 예능은 진짜 매번 어렵네···.”
방송이 끝난 후,
래원에게 문자가 한 통 왔다.
[주길호 사장님] 도 감독, 방송 잘 봤어요. 바쁠 텐데 수고 많았고, 내가 대신 고마워요. 시청률이 잘 나온 모양이야. 담당 PD 말이 최고 시청률이라던데?JBC 개국 예능이라 이제 고작 5번째 방송이긴 해도, ‘최고 시청률’이라는 말은 방송쟁이에게 언제 들어도 최고의 상이었다.
지이이이이잉——
때마침 월미도88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형, 방송 봤어?”
– 봤지. 아오 오글오글···. 너 아니었으면 진즉에 때려치웠다. 난 방송국이 체질적으로 안 맞아!
“잘했고만. 정상인처럼 잘 나왔잖아.”
– 정상인 코스프레 성공이냐?
“어. 성공.”
– 야, 너는 월미도 언제 올래? 회에다가 소주 당긴다.
“월미도? 아, 나 안 그래도 다음 주에 런던으로 출국해. 공항 가는 길에 들를···. 아···. 아니다, 형! 내가 지금 곧 갈게!”
– 지금 곧?
“어. 짐 싸는대로 출발할게. 횟집 문 닫기 전에 회 좀 골고루 떠놔봐. 해 뜨는 거 보면서 한잔하자!”
래원은 전화를 끊고 캐리어를 꺼내 부리나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원래는 다음 주에 런던으로 출국할 계획이었지만, 예정보다 일찍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숙제를 다 못했으면 가서 하면 되지 뭐! 헌팅지 탐사도 할 겸.”
결국 마지막 한 장면에 대한 그림을 아직 찾지 못했으나,
래원은 런던에 가서 해결하는 편을 택하기로 했다.
* * *
“크으! 달다! 역시 활어회는 형네 동네에서 형이랑 먹는 게 최고야.”
래원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월미도88과 함께 즐겼다.
“새벽에 이렇게 바다 보면서 먹는 건 또 색다른데?”
월미도88과 래원은 지난 밤에 본 예능 모니터로 이야기꽃을 피웠더랬다.
그러다보니 과거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때 이야기도 하게 되고, 래원이 삼고초려 하다시피 월미도88에게 매달렸던 첫 만남도 떠올리며 추억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해 뜬다.”
아직 6시가 조금 덜 된 무렵.
저 멀리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만에 보는 일출이야···.”
“그러게. 평소 같으면 한밤 중인데···.”
그렇게 붉게 피어오르는 태양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데, 래원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하나의 그림이 번뜩였다.
“드..드디어 찾았다!”
“어? 뭘 찾아?”
“닥터 올리버의 마지막 그림···.”
래원의 얼굴도 태양처럼 환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막 떠오른 붉은 해가 오렌지빛 광선을 내뿜고 있었고, 그 빛줄기가 래원과 월미도88의 얼굴을 수평으로 비췄다. 마치 아이컨텍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출근길에 태양을 수평으로 맞닥뜨린 올리버를 앵글에 담으면, 닥쳐올 일들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 태양 빛을 마주하면서 그 속으로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
“뭐래는 거냐···. 취했냐?”
지금 이 순간,
래원의 세상에서는 오직 래원과 일출뿐이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의 이미지와 함께, 드라마는 끝나지만 올리버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환자들을 만나러 매일 병원에 나올 거라는 연속적인 느낌도 줄 수 있고!”
눈 앞에 그려지는 장관에 머릿속으로 상상 중인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래원은 돌연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황홀경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런던으로 가자.”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82화 – 리디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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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다!”
런던의 4월은 끝내줬다.
뭉게뭉게 구름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
커다란 가로수와 높은 건물들이 어우러진 런던 시내와 그 중심을 굽이쳐 흐르는 템스강.
지금 템스강 변을 거니는 래원의 손에는 작은 액션캠이 들려있었다.
자유롭게 다니다가 인상적인 풍광을 만나면 바로바로 담아냈다.
마음도 걸음걸이도 가벼웠다.
원래대로라면 다음 주에 도착했어야 할 런던.
래원이 일정을 당긴 것은, 일찍 와서 의 마지막 장면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출국 전 월미도에 들러 월미도88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며 뜻하지 않게 고민을 해결했더랬다.
이제 래원의 머릿속에는, 올리버가 출근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수평으로 마주하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지금의 이 시간을 촬영 장소 탐색이나 감성에 젖어 드는 방식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헌팅지도 찾고, 런던 감성도 익히고 좋네.”
래원의 액션캠 안에 하얀색 성냥갑처럼 생긴 건물이 들어왔다.
탬즈 강가에 자리하고 있는 세인트 토마스 병원(St. Tomas’ Hospital).
나이팅게일이 영국 국민들에게 모금을 받아 간호학교를 세운 것으로 유명한 대형 병원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병원 격.
“의학 드라마 영감은 대형 병원에 가야 받지.”
래원은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나라 대학병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다인종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것이었다.
“한번 진료를 받아볼까?”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응급이 아닌 진료를 받으려면 사전에 예약이 필요했고, 내원 후 절차도 복잡해 보였다.
아무래도 전통과 역사가 깊은 병원이다 보니 시설이 다소 낡은 것 또한 눈에 띄었다.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었다.
사설 병원과 달리, 세인트 토마스 같은 대형병원은 무료 진료라는 것.
“그래서 예약하고 진료까지 시간이 걸리는구나.”
결국 래원은 진료를 포기하고 로비와 대기실에 앉아 병원의 일상을 관찰하기로 했다.
인상을 쓰며 방문했다가도 환한 얼굴로 병원을 나서는 환자들.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이곳에는 수많은 인생과 드라마가 녹아 있는 듯 보였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의료진들의 얼굴에는 일상적인 평범함과 특유의 사명감이 함께 어려있다.
‘올리버도 저런 모습이겠지.’
차도를 보인 환자에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저 의사를 보며, 안소니가 흰 가운을 입은 모습을 떠올렸다.
응급실로 자리를 옮기자,
하나의 차트를 놓고 문제라도 생긴 건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맞댄 여러 의사가 있었다.
그 뒤에 베드에는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가 보였다.
‘병명을 못 찾은 건가?’
래원은 저절로 1화 대본을 떠올렸다.
에도 VIP 응급 환자의 각종 검사 결과를 놓고 뭐가 문제인지 찾지 못해서 애를 먹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올리버는 우여곡절 끝에 선배들도 찾지 못한 해당 환자의 병명을 알아내며 이를 계기로 병원 안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신입 인턴인지만 동시에 회귀자였으니까.
‘회귀자 주인공···. 내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내 현실이기도 하지.’
래원은 올리버가 지을 법한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지금 눈앞의 응급실 풍경과, 의 콘티를 중첩해 보았다.
레이 쿠퍼와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끝에 픽스한 세트장을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