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14
다시 들으며 생각할 게 있었으니까.
“이게 새로 써 본 곡이고요.”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곡.
몽환적인 기타 사운드와 아름답고 격정적인 스트링 선율이 인상적으로 귀에 꽂혔다.
고음 구간과 조 바뀜이 많아 고난이도의 보컬을 요하는 노래였다.
생각에 잠긴 채로 듣던 래원은, 곡이 끝나자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둘 다 여자 보컬 곡이네요?”
“네, 다음 건 레이첼유 한테 퇴짜맞은 곡이에요.”
보사노바를 기반으로 한 마이너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작업실에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겼고,
그루브한 리듬 위에 어쿠스틱 기타의 서정적인 선율과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음악 덕에 귀가 즐거워졌다.
하람 감독이 레이첼유를 섭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듯 했다.
“좋네요. 힘을 많이 주신 티가 나요.”
“에효⋯. 그럼 뭐해요. 주인을 못 찾았는데⋯.”
“곧 찾을 겁니다.”
“오늘 바로 플랜B한테 섭외 요청 넣어보려고요.”
그때,
“아뇨.”
래원의 단호한 한 마디.
예상치 못한 반응에 하람 음악감독은 눈만 껌벅였다.
하람에게 있던 유일한 대안을 래원이 단칼에 거절해버렸으니까.
“그럼요⋯?”
이에 래원이 씨익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더 괜찮은 가수를 섭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이첼유 보다.”
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가수 말이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10화 – 리디북스
* * *
– 도 감독님, 곡 너무 좋던데요?
“그래요?”
다행이었다. 하람 음감의 곡이 그녀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전화 너머, 루아이자 제니의 상기된 목소리에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 이거 꼭 2곡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래원이 물음표를 띄운 채 대답을 않자,
– 2곡 다 제가 부르면 안 돼요? 하나는 멜로디 라인이 강조된 곡이고, 하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풍성해서⋯. 매력이 달라요. 2개 다 욕심 나요!
‘와우⋯.’
루아가 원한다는데 안 되는 게 어딨나?
허나 이는 음악팀 예산을 확인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루아를 2곡에나 섭외하기에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이선필 본부장과 강채령 대표에게 요청할 수도 있는 일이라 큰 어려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절차라는 게 있으니까.
래원이 이 같은 생각을 하느라 바로 답을 하지 않으니 루아가 안달 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물론, 2곡이라고 해서 개런티는 2배로 받지 않을 거예요. 자세한 건 저희 회사랑 따로 이야기 해보셔야겠지만⋯ 제가 그렇게 요청드릴게요! 제가 2곡 부르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빌보드를 석권하고 있는 세계적 팝스타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래원은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곧장 하람 음악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에?! 루아.. 그 루아요?!! 미친!!! 어우, 죄송해요. 감독님께 욕을 하는 게 아니라, 너무 놀라서 그만.
처음에는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다가,
– 엄청난데요? 루아가 제 곡을 불러준다니⋯.
곧이어 말끝을 흐리며 촉촉한 목소리가 되는 하람.
– 엇, 그런데 감독님⋯. 루아가 우리 작품이 랑은 다르게 한국 영화인 거 알아요?
“알죠.”
– 루아가 한국어로 노래 부르기 힘들텐데⋯. 가사를 영어로 바꿔야 할까요⋯? 루아를 섭외할 수만 있다면 가사 바꾸는 것쯤이야!
* * *
루아이자 제니와의 OST 작업.
이는 전부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이곳, 하람 음감의 작업실에서 싸이큐스X 측에 데모와 MR 파일을 미리 보냈고,
지금, 싸이큐스X 측이 녹음을 진행하고는 자기들 나름대로 기계로 손을 본 후, 래원과 하람에게 보내주는 식이었다.
이를 들은 하람 음감의 입이 귀에 걸렸다.
“우와, 딴 것보다, 루아 한국어 노래 발음이⋯ 한국인 인 줄?”
“잘하죠?”
“네. 루아가 AI 인 걸 자꾸 깜박깜박해요. 광고랑 뮤비에 나오는 모습이 너무 사람이랑 다를 게 없어서요.”
래원은 그저 빙긋 웃을 뿐이었다.
하람 음악감독은 루아의 유려한 한국어 발음이 AI 기술 덕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흐음⋯. 다른 건 다 좋은데, ‘우리 함께~’ 부분 피치 떨어지는 거랑, ‘나의 일기장~’ 끝에 리타르단도 느낌 살리는 거만 수정 요청하면 될 것 같아요.”
하람 음감이 곧바로 수정 요구 사항을 보냈다.
30분쯤 지난 후 싸이큐스X 측에서 이를 반영한 새로운 녹음본을 또다시 보내왔다.
바다와 대륙을 건너 다른 장소에 있는 두 그룹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진행하는 협업이었다.
잔뜩 기대감을 안고서, 받은 파일을 재생시키려는데
치이잉— 치잉——
작업실 문밖에서 차임벨 소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SBC 탐사보도국 구지성PD 입니다.”
‘그사알’ 팀의 등장.
하람 음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루아가 의 OST를 부르기로 했다는, 아직 기사 엠바고도 안 풀린 이 소식을 어디선가 듣고는 래원에게 연락을 해왔던 구지성이었다.
시청률 보증 수표를 놓칠세라 작업실까지 찾아왔더랬다.
“내가 음감님한테 아까 오자마자 말한다는 걸 깜박했네⋯. 우리 OST 스포일러는 피해주실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와우! 도 감독님 덕분에 제 작업실이 ‘그사알’에 나가는 건가요? 이럴 줄 알았으면 인테리어 소품이라도 몇 개 들여놓는 건데⋯.”
이렇게 호들갑일까 봐 일부러 말을 안 했었다.
“하하하. 지금도 충분히 깔끔해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음감님 하시던 일 하면 됩니다!”
“그럼요. 저희 없는 셈치고 편하게 작업하세요. 방해 안 하겠습니다.”
3대의 카메라가 래원을 향하기 시작했다.
래원과 달리, 클릭 버튼을 누르는 하람의 전신이 이를 의식하고 있었다. 긴장한 듯한 표정, 굳은 움직임.
곧, 루아의 청아하면서도 파워풀한 보컬이 작업실 스피커를 타고 나왔다.
이것을 서너 번 반복해서 듣는 동안,
하람 음악감독은 루아의 보컬에 푹 빠지며 어느새 평소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 이 부분은 가사를 살짝 흐리면서 가볼게요. 너무 또박또박 말고요.
– 여기는 감정선 빌드업에 조금 더 신경 써주세요. 갑자기 폭발하는 느낌이 들지 않게요.
– 벌스가 어둡게 들리는 감이 있네요. 밝은 버전으로 다시 부탁드려요.
하람 음감이 추가적인 디렉팅을 보내고, 이에 맞게 수정된 보컬 파일이 몇 번씩 더 오간 후,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 곡도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며 녹음이 모두 끝난 것은 한나절을 조금 더 넘기고 나서였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대 자체를 많이 했는데, 기대보다도 훨씬 더 잘 나올 것 같습니다!”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고맙습니다.”
사이큐스X 측과 화상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물론 루아가 한국어로 인사하는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루아의 목소리의 존재 자체도 베일에 싸여 있을뿐더러, 그 목소리의 주인인 제니가 한국계 영국인이라는 것은 철저히 대외비에 붙여진 것이었으니까.
래원과 하람은 그사알 팀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아, 구지성 PD님, 저희 지금 삼겹살에 소주 한잔할 건데, 같이 가실래요?”
“아뇨아뇨. 두 분이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저는 편집도 있고, 내일 감독님 스튜디오 인터뷰 따는 것도 준비해야 해서요.”
래원은 ‘그게 벌써 내일이었구나’ 싶었다.
구지성과 카메라 감독들을 배웅하고 두 사람은 작업실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와아⋯. 아직도 꿈만 같아요.”
삼겹살을 굽는 하람 음감은 단꿈에 젖은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루아라니! 그럼 막, 제 곡.. 아니 우리 OST가 막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고 그러는 건가요?”
“그럼 좋겠지만⋯. 일단 당장 보컬 녹음 자체가 잘 나와서 만족스럽네요, 저는.”
래원은 소주잔을 부딪치며 시원하게 들이켰다.
“도 감독님 때, 루아랑 인연이 깊으셨나 봐요?”
“네? 딱히 그런 건 아니었는데⋯.”
“에이, 이번 영화 촬영장에 루아가 서포트 보냈다면서요! 다 들었어요. 기사랑 사진도 봤고요.”
설명할 말을 찾지 못해 그저 허허허 웃는 래원이었다.
“무슨 인연이길래⋯. 아, 루아는 AI니까 루아가 아니라 사이큐스X 측과 특별한 관계가 되신 거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아! 그러고 보니, 루아의 목소리는 진짜 사람이 말하고 노래하는 거라고 하던데⋯. 혹시 감독님 아는 거 뭐 없으세요? 그게 진짜 궁금했거든요.”
알지만 말해줄 수는 없었다.
남의 영업 비밀을 마음대로 퍼뜨릴 수는 없었으니까.
“글쎄요. 저라고 뭐 알겠어요. 간식 차랑 선물은 그냥 OST를 계기로 루아가 빵 떴고, 빌보드에도 올랐으니까 인사한 것 뿐이에요.”
“에이⋯. 우리도 감독님 또 겸손! 겸손! 그래도 감독님 연락 한 방에, 루아가 우리 OST 섭외를 바로 오케이 한걸 보면 대단한 거 맞아요. 그렇게 겸손하게 구셔도 감춰지지 않는답니다!”
하람은 벌써 취한 건지 말이 많아졌다.
신나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기세로 말이다.
이제 래원에게는 루아 관련 일이 정말로 별일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같은 팀원이 이렇게나 좋아하는 모습에, 옆에서 보는 래원 역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 * *
이튿날, SBC 탐사보도국의 스튜디오.
래원은 간만에 SBC에 왔다.
“드라마든 영화든 감독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연출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인 것 같습니다. 제한된 조건과 시간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요.”
SBC 근처를 지나간 적은 여럿 되었으나, 건물 안까지 들어온 것은 퇴사 이후 처음이었다.
오늘은 방영용 인터뷰를 따기 위한 녹화였다.
“이번 영화 작업 같은 경우는, 저한테 명확하게 떠오르는 하나의 장면이 있었어요. ‘이것은 한 남자가 어느 탑 여배우의 일기장을 손에 넣으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 네, 저는 이걸로 확신을 갖고 시나리오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래원은 간단한 메이크업을 받고서 단정한 옷차림으로 카메라와 조명 판 앞에 앉아 있었다.
“이 영화는 남녀 간의 사랑, 욕망을 넘어선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예요. 인간 대 인간. 우리가 선망하는 탑스타나, 우리나 결국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죠. 비슷하게 외롭고, 비슷하게 괴롭고, 비슷하게 끌리고요.”
인터뷰는 영화 에 한정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래원이 먼저 ‘예전의 작품들에 대한 소회를 이제 와 밝히는 것은 싫다’고 못 박아뒀기 때문.
각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이 각자 가진 해석과 추억이 있을 텐데, 거기다가 래원 자신의 말이 정답인 것처럼 밝혀서, 그 해석과 추억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 과거 작보다 지금 눈 앞의 작품에 더 신경쓰고 싶은 것도 있었다.
“저라는 감독은 영화가 처음이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그래도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민시 작가님이 도와주셔서 영화적 문법을 갖추기 시작했고, 경훈 촬영감독님이 함께 해주시면서 제대로 된 영화 작업을 하게 됐죠.”
“아, 조민시 작가님은 생소하시죠? 이름 잘 기억해주세요. 앞으로 우리나라 영화계에 샛별이 되실 분이거든요.”
또한, 홍보 효과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전체 분량 중 이번 영화가 차지하는 부분은 ‘그사알’ 팀에서 결정할 사안이었으나,
이렇게 래원이 직접 인터뷰에 제한적으로 응함으로써 영화 홍보 효과를 꾀해볼 수 있었으니까.
“도래미 배우 같은 경우는, 저는 원래 생각지도 못한 캐스팅이었어요. 근데 이 국내에서도 히트 치고 래미의 연기가 화두에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제작사와 투자사에서 먼저 이야기를 주셨죠.”
“글쎄요⋯. 저나 래미나 촬영장에서는 그저 감독과 배우였기 때문에, 딱히 다른 배우분들과 작업할 때와 다른 점은 없었어요. 소기중 배우와의 케미도 좋았거요. 관객 분들께서도 극장에서 확인하시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래미 관련 질문과 답변을 마지막으로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가 모두 끝이 났다.
“예능 출연도 몇 번 하시고 시상식 투어도 많이 해보셔서 예상은 했는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 감독님!”
“편집실에서 고생 꽤나 하실 거 같은데요?”
“어휴, 무슨 말씀이세요. 굉장히 능숙하게 잘 해주셨어요. 덕분에 저희 오늘 퇴근도 일찍 하게 됐잖아요.”
구지성PD가 만족하는 얼굴을 보니,
개런티값은 해냈다 싶어 안도감이 밀려왔다.
* * *
어느덧 영화 후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개봉 시기 전략을 짜기 시작할 때가 왔다는 뜻.
12월 연말을 공략하는 시즌과,
1월 말의 설 연휴를 공략하는 시즌,
그리고 2월의 봄방학과 밸런타인데이를 공략하는 시즌까지.
일단 이렇게 총 3가지의 개봉 시기가 물망에 올랐다.
스튜디오 다이아 본부장실에 모인,
래원과 이선필 본부장, 안정원 실장, 강채령 대표는 하나를 고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개봉 일에 따라, 또한 어떤 경쟁작과 붙느냐에 따라,
영화의 흥망성쇠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경쟁작을 먼저 살펴볼까요?”
이선필의 말에, 강채령이 조사를 단단히 해온 듯 말 문을 열었다.
“12월에는 이라는 데스 게임 장르물이 그나마 가장 큰 제작사에서 내놓는 작품이고, 캐스팅도 나쁘지 않아요. 근데⋯. 글쎄요. 이게 우리 경쟁작이 될 수 있을지가 일단 의문이긴 해요.”
“달고나 게임… 이요?”
안정원 실장이 살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고,
“어. 데스 게임물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는 데다가, 코미디 요소가 섞여 있나 봐. 이 조합을 우리 관객들이 얼마나 좋아해줄지⋯.”
부정적으로 말하는 강채령.
이를 듣는 래원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순간, 이전 삶의 기억이 떠올랐으니까.
“그럼 2월은요?”
“이라고요, 내년 상반기 가장 핫한 기대작이죠.”
래원이 묻자 강채령은 또 준비해온 자료를 술술술 읊었다.
“천만 스코어를 이미 2번이나 찍은 적있는 채다훈 감독 작품이에요. 암 투병 이겨내고 5년 만에 복귀하는 강빈우가 주연 중에 하나고요. 그 밖에도 전현지, 함현우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들 총출동이네요.”
“채다훈 감독님 영화는 항상 멀티 주인공이니⋯ 그러면 12월이나 아예 1월로 가는 게 안전하겠는데요?”
이선필 본부장이 답이 나왔다는 듯 말했고,
강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2월이 아쉽긴 하네요. 우리 영화 발렌타인데이에 보면 딱 좋은데⋯.”
“네, 그렇지만 우리 영화에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해도 채다훈 감독은 못 이길 거 같아요.”
“또 다른 경쟁작은 없어요?”
“국내는 딱히 신경 쓸 작품은 없고요. 해외 영화들도 개봉하긴 하는데⋯. 12월부터 2월까지는 신작 포진 정도가 다 비슷비슷해요. 우리랑 타겟 관객이 다르기도 하고요.”
이선필과 강채령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안정원은 어쩐 일인지 인상을 쓰고 있었고,
래원도 가만히 생각 중이었다.
“1월 연휴 시즌에 딱 맞춰서 개봉하면 좋긴 한데⋯. 2월에 채다훈 감독 개봉하면 관객 빼앗기기에 십상이라⋯.”
“도 감독님 생각은 어떠세요? 아예 12월로 당길까요? 아니면, 그냥 1월 설 연휴 특수를 노리는 게 나을까요?”
강채령의 물음.
“아뇨.”
다들 12월에 개봉할 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래원은 이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12월, 1월 말고⋯ 2월에 개봉했으면 했으면 합니다.”
래원의 말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된 이선필과 강채령.
“2월..이요? ‘어른이 보호 구역’이랑 붙겠다는 말씀..이세요?”
래원은 확고한 표정과 분명한 어조로 답했다.
“네.”
제아무리 채다훈 감독과 인기 주연 배우로 범벅을 한 이라 해도, 에는 견줄 수 없을 테니까.
‘그래도 정도는 우리 영화랑 해볼 만할 것 같은데?’
이는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