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20
전현지가 장난스레 눈을 흘겼다.
래원은 그저 싱긋 웃을 뿐이었다.
솔직히 너무 많이 들어온 소리라 감흥은 없었으나, 어떤 반응을 보이든 재수 없을 게 분명했기에 이렇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 래원으로서는 최선이었다.
“다들 신부 대기실 다녀오셨어요?”
“아직이요.”
“그럼 같이 가요.”
그렇게 래원과 래미 그리고 이재윤, 민세라, 전현지까지 5명이 함께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와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와줬네!”
그곳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서연지는 몹시도 아름다웠다.
신부와의 사진은 여러 차례 나누어 찍었다.
우선 ‘월미도 패밀리’ 버전으로 래원과 민세라, 이재윤이 먼저 촬영을 했고,
여자들끼리도 사진을 찍었으며,
부케를 받기로 한 전현지와 축가를 부를 래미까지 3명이 따로 또 카메라 앞에 섰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
이제 슬슬 신부 대기실을 나서려는데,
“연지야! 피아니스트가 오다가 교통사고가 났대!”
서연지의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헐레벌떡 대기실로 들어섰다.
“뭐? 많이 다치셨대?”
“다른 곳은 괜찮은데 다리를 크게 다쳤나 봐. 전화 거니까 병원 직원이 받더라고.”
“어머, 어떡해⋯. 근데 그럼 지금 식장 연주는? 누가하고 있어?”
“피아니스트가 좀 늦길래 현악 3중주만 하고 있었지⋯. 교통사고가 났을 줄이야⋯.”
“결혼식 연주는?”
남자와 서연지가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것도 지금 연주자들한테 말해놨어. 행진곡이랑 전부 현악 3중주로 바꿔서 해볼 수 있대. 많이 해봤대.”
“다행이네. 그럼 큰 문제는 없는 거잖아?”
“문제가 없긴! 축가!”
“아, 맞다! 축가! 축가도 현악 3중주로만 하면 안 돼?”
서연지에 물음에 불현듯,
“안 돼요! 피아노 반주가 없으면 안 되는 곡이에요!”
래미가 소리치더니,
“현악기 연주자 언니들이랑도 그 편성으로 연습해뒀단 말이에요⋯.”
울상이 되었다.
“어쩌지⋯. 엠알? 역시 지금 엠알을 빨리 구해보는 것밖에 없겠죠?”
얼른 자신의 매니저에게 연락해보는 래미였다.
“오빠, 지금 15분 내로 엠알 구해줄 수 있어? 아, 키나 편성? 원키는 너무 높은데⋯. 아, 몰라 지금 일단 아무 버전이나 상관없어. 급해!”
신부인 서연지와 축가를 부를 래미가 예민해졌다.
일생의 한 번 뿐인 날이라 신부의 입장도 이해가 됐고, 오늘이 연예계 주요 인사들은 다 모이는 자리인 만큼 실수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래미의 마음 역시 이해가 됐다.
“정 안되면 브라이트 걸스 히트 곡 많으니까 그거 불러주면 어때⋯? 아⋯. 실수. 솔로곡이 없구나.”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 농담을 던졌던 전현지가 다시 말을 집어삼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던 매니저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고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던 중,
“⋯ 2월의 고백? 래미야, 피아노 악보 있어?”
침묵을 뚫고 흘러나온 목소리는 민세라의 것이었다.
“악보? 웅.”
래미가 휴대폰 화면에 띄워 악보를 보여주자,
민세라는 손으로 슬라이드 하며 슥슥 빠르게 검토하더니,
“⋯ 제가 해볼게요. 피아노 반주.”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민세라를 일제히 쳐다보았다.
* * *
겨울 끝에 맺어진 우리의 사랑♪
너는 나의 2월의 선물인 거야-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우리의 사랑은 더욱더 피어나겠지♬
래미의 축가는 완벽했다.
래원은 옆에 선 이재윤을 쳐다보았다.
입이 귀에 걸려서 박수를 치며 래미를 보고 있는 그였다.
래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번에는 래미 만큼이나 그 뒤에서 완벽한 연주를 펼치고 있는 민세라를 보았다.
– 어릴 때 피아노로 예중 입시를 준비했었어요. 예중 떨어지고 홧김에 아이돌 연습생으로 진로를 틀어버린 거고요. 그 뒤로도 피아노는 취미로 계속 쳤어요.
아무렇지 않게 래원에게 털어놓은 민세라의 말.
불과 15분 전에 알게 된 그녀의 과거였다.
그러고보니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다는 인터뷰를 전생에 본 기억이 났다.
이번 생에서도 클래식 콘서트에 자주 출몰한다는 목격담도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듯했고.
건반 위를 가볍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은 자유로워 보였으며, 입은 미소짓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보던 래원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불꽃 하나가 번쩍였다.
‘이건 기회야!’
민세라를 살피는 래원의 두 눈이 흡사 매처럼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무언가를 파악하려는 듯, 중요한 것을 찾아내려는 듯이.
잠시 후,
겨울이 맺어준 우리의 사랑♪
봄 여름 가을 겨울 영원히 널 사랑해-♬
짝짝짝짝짝——
와아아아———
축가가 끝이 났다.
래미와 연주자가 하객들을 향해 인사했다.
“뭐야, 저 피아니스트 민세라랑 엄청 닮았다.”
“⋯ 민세라인데?”
“뭐어?”
“맞잖아. 민세라.”
“헐? 진짜네?”
“대박⋯. 피아노도 칠 줄 알아?”
“그러게. 꽤 잘 쳤잖아?”
하객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은 대부분 연예인들이나 방송계 혹은 영화계 관계자들이었다.
민세라는 아무렇지 않게 피아노에서 내려와 가장자리 길을 따라 나와 다시 하객석, 래원의 옆에 와서 앉았다.
래원은 민세라에게 조용히 엄지를 들어 보였고,
그녀가 쑥스러운 듯 고개 숙여 웃었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라 본식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 신랑신부 행진을 하며 1부 결혼식이 마무리됐다.
사진 찍으랴 피로연으로 옮겨가랴 장내가 어수선한 와중에,
래원은 결심이 선 듯 민세라 옆에 섰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세라 씨, 혹시 웹소설 읽어요?”
“웹소설이요?”
덩달아 낮게 속삭이며 되묻는 민세라였다.
“클래식 오케스트라 소재로 한 웹소설인데요, ”
“어? 그거⋯ 들어본 것도 같아요.”
“그래요? 잘됐네. 그 웹소설 한 번 읽어보실래요?”
“갑자기 왠 웹소설이에요?”
민세라가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래원을 올려다보았다.
“그걸로 만들 드라마가, 세라 씨 차기작이 될 거거든요.”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17화 – 리디북스
“아⋯. 감독님이 연출하시는 드라마예요?”
되묻는 민세라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곤란한 투로 찡그려지기 시작했다.
“네, 시즌제로 생각 중이고 시즌1은 10부작 예상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제작 들어갈 거고, 제작사는⋯.”
제작사는 무려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으나, 꼴깍 삼키는 래원이었다.
스튜디오 다이아에도 오픈 전인 만큼 아직은 함구하는 게 좋을 듯 싶었으니까.
– 이번에는 업계 동료분들 모여주세요!
다행히 사진 기사의 말에 대화를 멈출 수 있었다.
찰칵——! 차차찰칵——!
– 이야, 다들 사진 고수들이시라 한 번에 잘 나왔습니다! 다음은 친구분들!
사진을 찍은 후,
조명이 바뀌고 일부 세팅이 바뀌며 본격적인 피로연장이 되었다.
래원과 민세라는 자연스레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다.
“일단 원작 읽어보시고, 지금 기획안도 제 선에서 수정 중이니 곧 드릴게요. 보시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시죠, 세라 씨.”
민세라는 잠시 뜸을 들였다.
“아, 그게⋯. 저야 작품 볼 것도 없이 래원 감독님이랑 또 하는 거 너무 좋은데요⋯. 문제는 제가 이미 구두 계약이 진행 중인 차기작이 있어요. 올해 일정은 그거 하나로 벅찰 거 같아서요⋯.”
그랬다. 민세라의 반짝이는 전성기가 래원의 눈에만 보일 리가 없었다.
이미 수많은 러브콜이 있었을 테지.
“저는 스케줄만 되면, 래원 감독님 작품이라면 안 읽어보고도 오케이인 거 아시죠?”
“하하하.”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서, 죄송하고 저도 너무 아쉬워요.”
지금 진행 중인 작품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할 수 없죠. 차기작 잘 됐으면 좋겠네요.”
반은 진심이었다.
속으로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차기작을 저주할 것 까지는 없었으니까.
“저도 감독님 차기작 응원할게요. 이번에는 다시 드라마 하시네요?”
“네, 지금 영화도, 전작 ‘닥터 올리버’도 호흡이 짧은 애들이어서 장점도 있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이번에는 장편 호흡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래원의 말에 민세라가 빙긋 웃었다.
“저는 래원 감독님 이런 모습이 참 좋아요.”
“⋯ 네?”
“늘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시잖아요. 뭔가를 이루셨어도 만족하는 건 잠시고, 또 자기만의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오르시는 모습이요.”
갑작스레 훅 들어온 칭찬에 래원은 피식 웃음이 터졌다.
게다가 상대는 민세라였으니까.
“세라 씨 그거 알아요?”
“네? 뭘요?”
“배우 활동하면서 많이 유순해진 거.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던 거.”
“처음⋯? 래원 감독님을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 아! 으아⋯. 생각났다!”
민세라는 혀를 쏘옥 내밀더니 민망한 듯 눈웃음을 지었다.
때 자신을 캐스팅하러 원더빅 엔터테인먼트 사옥까지 걸음했던 래원의 모습을 기억해낸 듯했다. 그때 부렸던 자신의 행태까지도.
“그때는 제가 많이 어렸어요. 그게 벌써 언제야⋯. 25살쯤이었네요?”
“저도 그땐 어렸죠. 20대였으니까.”
“하아, 나이 이야기는 그만하죠. 피차 같이 먹어가는 처지에.”
하나는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처지였고,
하나는 빼도 박도 못 하게 30대 중반이었다.
그때, 현악 3중주가 울려 퍼지면 장내 라이브 음악이 돌연 웅장한 MR로 바뀌더니,
– 신랑 신부 들어오십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곽보겸과 서연지는 이브닝 턱시도와 드레스로 갈아입고 다시 등장했다.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전생에서보다 이른 열애설에, 이른 결혼식이었다.
‘설마 나는 전생에도 이번 생에도 솔로인 건가?’
불현듯 이러한 생각이 래원의 머릿 속에 스쳤다.
허나 모르는 일이었다.
래원의 우려대로 일 수도 있고,
전생이 더 길게 이어졌다면 40대에 만났을 인연을 이번 생에는 조금 더 일찍 만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곽보겸과 서연지 커플처럼 말이다.
혹은, 전생에 만나지 못했던 인연을 새로이 만날 수도 있고.
그러니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곽보겸과 서연지는 단상에 올라가 함께 화촉에 불을 붙였다.
피로연의 시작을 알리는 점등식이었다.
래원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래미가 입을 떡하니 벌린 채로 홀린 듯 곽보겸과 서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래미! 입 좀 다물어.”
래원이 래미를 툭 치며 속삭였고,
“어? 어어⋯.”
입은 다물었지만 여전히 홀린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았다.
“뭘 그렇게 봐?”
“너무 이쁘잖아. 두 사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서로 닮았어. 잘 어울려. ⋯ 나도 나중에 이런 결혼식 하고 싶다⋯.”
동경과 부러움의 눈초리였다.
옆을 보니 민세라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들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래원은 휴대폰의 주식 어플을 켜서 수익금을 확인해보았다.
휴 잭슨을 통해 얻은 정보로 사둔 주식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래미 네 결혼식은 오빠가 이거보다 더 성대하게, 최고로 해줄게.’
* * *
그날 밤,
– (한국에서 영화 반응이 좋다고 들었어요. 축하합니다, 도래원 감독!)
휴 잭슨의 얼굴이 래원의 작업실 모니터 가득히 띄워졌다.
“(감사합니다. 잭슨 브로 덕분이기도 하죠.)”
– (해외 개봉 소식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은 계약상의 이유로 나라별로 시차를 두고 개봉 예정인지라 지금은 한국 박스 오피스에만 공개된 상태였다.
– (아이스 브레이킹은 이 정도로 하고, 바로 우리 이야기로 넘어가죠.)
화면 속 휴 잭슨이 문건 하나를 집어 펼치며 말을 이었다.
– (기획안은 매니저분 통해서 받았습니다. 클래식 드라마라⋯. 예상치 못했던 소재긴 하지만, 흥미로웠습니다. 도래원 감독님의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재창조될 드라마가 궁금해지더군요.)
휴 잭슨은 래원이 원하는 작품을 밀어준다고 했던 약속을 군말 없이 지켰다.
– (다만, 이 드라마를 넷플릭스 독점으로 넣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래원 역시 예상한 바였다.
디소니가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의 지분을 다수 사들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넷플릭스는 물 건너갈 거라 생각했더랬다.
이 무렵, 디소니 역시 자사의 OTT 채널을 개발 중이었으니까.
제 아무리 디소니라도 후발 주자인 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결국 래원이 회귀하기 직전 시점에는, 넷플릭스와 디소니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세계 탑 OTT 채널이 되어있었다.
– (‘디소니 플레이’ 독점 드라마 라인업에 들어가게 될 듯합니다.)
“(디소니 플레이요?)”
라고 되물어주길 원했을 터였다.
래원은 늘 그랬듯 알고 있는 것들을 감춘 채 휴 잭슨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휴 잭슨은 신나서 설명에 설명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