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19
“이번에는 전생의 정보 말고, 나를 믿고 해보자.”
기획안을 쥔 래원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 * *
이튿날,
간만에 안정원 실장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단순히 식사하기 위해서만 만난 것은 아니었다.
“감독님 이제 본격적으로 바빠지실 거라서, 제가 미리 한 끼는 선점하려고요. 차기작 회의는 핑계고요!”
“에이⋯. 우리 실장님 또또 비행기 태우신다⋯.”
“정말이에요. 영화 개봉 전에 도신 홍보 일정보다 더 바빠지실 거예요. 각오하셔야 해요.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인터뷰가 몇 개가 들어왔는데요.”
“그럼 그 전에 차기작부터 결정 지어야겠네요.”
래원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원래는 영화 개봉 전에 정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 검토할 작품이 너무 많아서 지체됐더랬다.
래원은 테블릿에 무언가를 띄워 안정원 실장 앞으로 스윽 내밀었다.
“‘스타 마에스트로’? 드라마 기획안이네요. 이거⋯ 웹소설 원작 맞죠?”
안정원 실장은, 수십을 넘어서 백 단위까지 넘어간 기획안과 드라마 대본 및 영화 시나리오의 홍수 속에서 이 제목을 보았던 기억을 겨우 더듬어가며 되물었다.
“네.”
“의외예요, 감독님.”
놀라서 토끼 눈이 된 안정원.
“뭐가요?”
“마지막까지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이랑 고민하지 않으셨어요?”
“그랬죠.”
“그거 선택하실 줄 알았거든요.”
“아⋯.”
전생에 대한 복수 혹은 보상심리.
래원은 이따위의 저급한 감정을 내려놓는 데에 몇 주의 시간을 썼더랬다.
그 후에는 온전히 지금의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지금의 래원이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을 굳이 택할 메리트가 없다는 것,
그것은 하인혁처럼 실제 공대생 감성이 있는 감독에게 더 어울리는 드라마라는 것,
래원 본인이 더 잘 할 수 있는 장르는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래원은 작품 속에 사람을 잘 녹여내는 감성을 지녔으니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 같은 것을 해봤자 그 특유의 감성을 재미나게 살리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전생에는 이 같은 판단을 내릴 줄 몰랐었다.
그저 빼앗기기만 했다고 생각했더랬다.
그 이면의 것을 보지 못하고 자기 객관화를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이번 생은 이미 달리 흘러가고 있었다.
“이번 영화가 로코였잖아요. 다음 작은 사랑이나 휴머니즘 말고 다른 거 해보고 싶어서요.”
“아⋯.”
이에 안정원은 금방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래원이 항상 보여왔던 행보였으니까.
비슷한 작품을 굳이 선택하지 않는 것.
“이번에는 정말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겁니다.”
새로운 시도.
작품 내적인 것보다는 외적인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동안 래원은 전생의 정보에 기대어 작품을 선택했더랬다.
작품 자체든, 작가나 원작자 같은 사람이든.
이전의 삶에서 경험하고 들었던 것을 이용해왔다.
“이번 영화 반응이 꽤 좋아서 용기가 생겼거든요. 이제는 새로운 저를 믿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요.”
허나 이번 드라마는 잭슨 브로와 손을 잡고 준비하는 만큼, 래원의 기존 필모그래피 기록을 싹 갈아치울 만큼의 역작이어야 한다.
때문에 ‘공대생의 사랑 방정식’이나 기존의 드라마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전생에는 없던 명작을 만들어 낼 거야.’
래원의 가슴 속에 뜨거운 열망이 일렁이고 있었다.
“어? 감독님⋯.잠시만요⋯.”
돌연 안정원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신의 테블릿을 꺼내고는 잠깐 무언가를 뒤적였다.
“도 감독님, ‘스타 마에스트로’ 이거요. 원작 웹소설 제목은 이거 아니죠?”
“네, 다른 거였는데, 아⋯. 뭐였지⋯.”
이 드라마 기획안이나 받았던 메일을 다시 살펴보는 듯했다.
“찾았다! ‘천재 마에스트로가 되었다!’ 맞죠?”
“어! 맞아요.”
아까는 놀란 토끼 눈이 되었던 안정원의 안색이, 래원의 대답에 갑자기 환해졌다.
“감독님, 이 드라마 무조건하세요. 잘 되실 것 같아요!”
조금 전까지 의아함으로만 가득했던 그녀의 두 눈에, 어쩐 일인지 이제는 확신이 가득 보였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16화 – 리디북스
“하하하. 갑자기요?”
안정원의 반응이 달라진 이유를 듣고 싶어서 되묻는 래원이었다.
“원작 웹소설 제목을 찾으시더니 갑자기 실장님 표정이 180도 달라지셨잖아요. 무조건 잘 되실 것 같다는 게, 무슨 말씀이에요? 뭐 찾아내신 거라도 있으세요?”
이에 안정원은 문득 당황해하더니 우물쭈물하며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 그..그러니까, 그게요⋯.”
뭔가 이상했지만 래원은 잠자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 아! 그 원작이 웹소설 자체로는 그냥 평타 정도의 성적을 냈잖아요.”
“네. 그랬더라고요.”
“근데 그 작가님이 시나리오 전공 출신이셔서 영상화하기 좋게 쓰였다고 들었어요. 잘만하면 대박 내기에 좋은 조건인 거죠.”
래원도 원작을 찾아서 앞에 1권 분량을 찬찬히 읽어봤기에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어딘가 모르게 설명을 위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래원이 이 같은 생각을 하며 안정원 실장을 빤히 보자, 그녀는 얼굴빛이 붉어지더니 손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 집 난방을 엄청 빵빵하게 해주나 봐요. 덥네요.”
어쩐 일인지 안정원답지 않게 래원에게 뭔가 솔직하게 오픈하지 않는 게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하니 래원의 입장에서도 굳이 캐낼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 이유가 무엇이 됐건, 지금 중요한 것은 안정원도 래원의 선택에 찬성한다는 것이었다.
안정원은 장담 같은 것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금껏 그녀가 확신을 가졌던 것은 매번 틀림없는 결과를 낳았으니까.
“차기작 바로 진행할게요. 다이아 측에도 이제 슬슬 잭슨 브로와의 계약 건을 오픈할 때가 됐고요.”
“예, 안 그래도 오픈 시기를 잡아보고 있었어요.”
래원의 차기작이 또 해외 작품이라고 하면, 이선필이 날뛸 것이 분명했다.
그는 래원의 미래보다 다이아의 미래가 중요한 사람이었으니.
래원의 앞에서 대놓고 추태를 보인 적은 없으나 래원 역시 이선필의 속내를 모르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영화가 잘 되고 있으니 조만간 분위기 좋을 때 이야기하는 게 좋을 듯해요.”
“좋습니다. 감독님께서 직접 말씀하시기 껄끄러우시면 제가 대⋯.”
“아뇨. 이선필 본부장님이나 홍 대표님께 제가 직접 이야기할게요.”
아무리 안정원 실장이 매니저라지만, 이번 건은 래원 자신이 직접 오픈하는 것이 깔끔하다는 판단이 섰다.
래원은 떳떳했으니까.
다이아와 계약할 때부터 해외 작업은 자유로이 하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해뒀던 부분이고, 게다가 이번 작품은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였다.
래원이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나라 드라마로 만들겁니다. 배우들도, 각색 작가도 국내에서 찾을 거고요.”
“아, 그럼 다른 나라에는 자막이나 더빙으로 나가나요?”
“네, 구체적인 방영처는 잭슨 브로랑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지만, 넷플릭스나 다른 OTT 서비스를 통해 나가게 될 테니까요.”
“네, 그러면 촬영감독님이나 미술감독님 같은 다른 스텝들은요?”
안정원이 눈을 빛내며 테블릿에 적게 시작했다.
“스텝들은 열어둘 생각입니다. 국내 팀도 괜찮고, 잭슨 브로 쪽에서 할리우드 스텝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할 거 같고요. 클래식 음악 드라마지만, 예산 사용은 블록버스터급으로 생각 중이거든요.”
“클래식 물이 인원도 많이 필요하고 제대로 만들려면 음악부터 신경 쓸게 많긴 하죠.”
테블릿에 메모하는 안정원의 손이 빨라졌다.
“그럼 지금 시점에서 제일 서둘러야 할 건 각색 작가 섭외네요, 감독님?”
“네. 김윤하 작가에게 맡길까 합니다.”
김윤하 작가.
전생에 래원과 함께 고생하며 단막극부터 같이 시작했으나 첫 미니 시리즈를 조기 종영 당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래원과 함께 했던 첫 단막극 을 입봉작으로, 래원의 롤모델이었던 모원호 감독과 을 만들며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작가상까지 탄 바 있었다.
최근에는 편성을 못 받고 있던 이라는 연극 원작의 드라마를 래원이 소개해준 윤지협PD와 함께 SBC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더랬다.
“좋습니다. 김윤하 작가님 소속사 통해서 일정 확인해볼게요. 물론, 감독님 작품이면 무조건 오케이 하실 분이라는 거 알지만요.”
래원은 그저 빙긋 웃었다.
이래서 안정원과 일하는 게 편했다.
“캐스팅은요? 원작이 있는 작품이니 기획안과 감독님 네임벨류 만으로도 주연 배우 캐스팅에 들어가도 좋을 듯합니다.”
래원이 대형 드라마를 생각 중이기에 마음이 바빠진 안정원이었다.
“캐스팅은⋯. 조금 더 고민해볼게요.”
래원에게 생각이 있긴 했으나 확신까지는 아직이었다.
무조건 각 캐릭터에 최고로 어울리는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에 조금 더 심사숙고가 필요했다.
“예, 정리되면 말씀 주세요.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어느새 단단히 기합이 들어간 안정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야기를 매듭지으려는 찰나에 음식이 서빙됐다.
오늘의 메뉴는 오리 진흙 구이였다.
비쥬얼부터 압도적이었다.
“와우, 엄청난데요? 보양식이네요.”
“도 감독님 이제 본격적으로 바빠지실 거라⋯.”
래원은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인사 대신 안정원 실장에게 다리를 먼저 덜어주었다.
“제가 바빠지면 실장님도 바빠지시는 거겠네요? 먹고 같이 힘내죠.”
래원이 씨익 웃자, 안정원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 잘 먹고 힘내서 달려볼게요.”
* * *
안정원 실장의 말대로였다.
예매율 1위 등극!
이 개봉한 지 단 며칠 만에 을 누른 것이다.
개봉 일자를 정하던 회의에서 그녀가 보여줬던 확신처럼 래원의 영화는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도래미와 소기중은 물론 래원까지 이곳저곳에서 찾는 통에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안정원 또한, 래원에게 들어온 수많은 인터뷰와 스케줄 중에서 영화 홍보와 래원에게 도움 될 만한 것들만 골라내느라 밤낮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발렌타인데이 특수를 위한 영화 홍보 스케줄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게다가 발렌타인데이 바로 전날,
국내 연예계 전체를 뒤흔들 커다란 행사가 하나 열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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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겸 ♡ 서연지
– 저희의 시작을 함께 축하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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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낳은 연보 커플의 결혼식이었다.
주례를 래원에게 부탁했으나 바쁜 스케줄 통에 거절했더랬다.
그리고 아직 결혼식 주례를 설 만한 짬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래원은 래미, 그리고 이재윤과 함께 예의를 갖춰 차려입고 진라 호텔 영원관에 들어섰다.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을 배려해 언론사의 출입을 전면 차단한 덕에, 대신 경호원들이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영원관 내부에는 현악 3중주가 라이브 연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도래원 감독님!”
멀리서 래원을 발견하고는 다가선 이.
윤지민 선수였다.
“와아. 잘 지내셨어요? 한국에서는 처음 뵙네요.”
“네, 다행히 잠깐 짬이 나서 왔어요. 끝나고 바로 다시 가봐야 해요.”
윤지민이 돌연 래원에게 바짝 붙더니 속삭이며 말을 이었다.
“오늘 현지가 부케 받는대서요.”
그러고보니 저 멀리서 전현지 배우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게 보였다.
래원과 래미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현지가 서연지 씨랑 단짝이잖아요.”
“현지 씨가 부케를 받는다는 이야기는, 그럼 곧 좋은 소식 들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으하하. 가족들끼리 인사는 잘했어요.”
활짝 웃는 윤지민이었다.
“기대할게요.”
“이게 다 감독님께서 런던에서부터 저희의 비밀을 잘 지켜주신 덕분입니다.”
“하하하. 당연한 거로 인사를 받으니 낯 뜨거운데요?”
그때,
“세라 언니이이이!!”
래미가 소리치는 음성에 고개를 돌려보니, 민세라가 영원관에 들어서고 있었다.
“월미도 패밀리!”
이재윤도 너스레를 떨며 민세라를 반겼다.
“오랜만이에요, 래원 감독님.”
래원과 눈이 마주치자 먼저 인사를 건네는 민세라.
그녀는 예전보다 살이 빠진 건지 최근에 봤던 예능에서의 예쁜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솔직히 실물이 더 아름다웠다.
나름대로는 신부 보다 튀지 않으려고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듯한데 옷으로는 숨겨지지 않는 몸매와 미모였다.
“세라 언니 오늘 완전 여신 같아!”
“래미도 엄청 이뻐졌는데? 뭐야? 혹시⋯.”
“나..나야 여..영화 홍보 때문에 요새 관리해서 그렇지 뭐.”
“말은 왜 더듬어? 귀여워서 깨물어주고 싶네!”
래미와 민세라는 언제나처럼 친자매 같은 모습이었다.
“맞다. 오늘 축가 래미 네가 부른다며?”
“웅. 그렇게 됐어. 너무 떨린다. 오늘 하객들 장난 아니잖아.”
“연지 언니랑 아는 사이야?
“안면은 있는데, 축가 부탁은 전현지 언니한테 연락받았어.”
“우리 래미 발 엄청 넓어.”
“그런 건 아니고⋯. 현지 언니는 런던에서 영화 촬영할 때, 우연히 인연이 돼 가지고⋯.”
괜스레 윤지민 선수의 눈치를 보는 래미였다.
윤지민도 이를 의식했는지 래원과 마저 인사를 나누더니 자리를 떴다.
윤지민은 눈에 띄지 않으려 전현지와 붙어있지는 않았으나, 둘은 서로가 어디 있는지 항상 눈으로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래원은 그런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윤지민이 가고 나니, 전현지가 래미에게 다가왔다.
축가 승낙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더니,
“래원 감독님! 라이벌을 여기서 이렇게 뵙네요!”
“라이벌? 아⋯. 하하하. 그러게요.”
그러고 보니 곧 개봉을 앞둔 채다훈 감독의 영화 의 주연 중 하나가 전현지였더랬다.
“너무 재밌게 봤어요. 드라마만 잘 하시면 됐지,영화도 처음부터 그렇게 잘 만드시기 있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