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27
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이야.”
박현만은 자신의 선견지명을 자화자찬하더니, 다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도래원 감독이 나나 우리 회사랑 합이 잘 맞는 거 같아. 래미도 그렇고 세라랑도⋯. 참 복덩이란 말이지.”
그리고 향후 추진 중인 프로젝트 파일들을 살펴보며 입맛을 다셨다.
“복덩이를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지⋯. 계속 복덩이가 될 수 있게 내가 나서야지⋯.”
* * *
몇 주 후,
드라마 는 대본 리딩을 간단하게 마치고 돛을 달았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첫 촬영의 날이 밝았다.
남양주의 세트장.
앞에 간단한 과일과 한과를 올려놓은 고사상이 차려져 있었고,
스텝들과 배우들이 그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게 ‘고사’라는 건가요?)”
로렌 멘데스 촬영감독의 물음에,
래원이 옆에서 작게 속삭이며 설명을 건넸다.
로렌 멘데스와 그가 데려온 촬영팀, 조명팀, 그립팀은 대부분 외국인이었기에 고사를 지내는 풍광을 흥미롭게 여기는 듯했다.
“정원아, 돼지머리 구하기가 힘들었어? 왜 실제 돼지가 아니라 태블릿에 사진을 띄워놨어?”
고사를 잠자코 지켜보던 엄하늘이 안정원에게 다가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도래원 감독님이 외국인 스텝들 배려한다고 일부러 저렇게 하시는 거래요.”
그랬다. 외국인 스텝들이 많은 관계로,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친근하게 접근 시켜 주고자 실제 돼지 머리 대신 테블릿을 사용한 것이었다.
“도 감독님 센스는 못 본 사이에 더 업그레이드됐네.”
엄하늘이 먼발치에서 고사상 앞에 술잔을 따르고 있는 래원을 지그시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래원의 계획이 잘 통하고 있었기 때문.
지금, 해외 스텝들은 고사 문화를 재밌게 즐기고 있었으니까.
사진을 찍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것저것 묻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곧이어,
“자아, 그럼 이제 시작해보겠습니다. 음악 감독님 준비되셨나요?”
첫 촬영부터 작지 않은 규모의 몹씬이었다.
래원은 일부러 이 장면을 꼽았더랬다.
스텝과 배우들을 이 드라마에 최대한 빠르게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다같이 클래식 음악의 무드에 젖어 드는 것 말이다.
음악감독의 진행에 맞추어 보조 출연자이자 연주자들이 각자 악기를 조율하며 점검했다.
잠시 후,
“네, 스탠바이 완료입니다. 감독님!”
이제 래원이 메가폰에 대고 외쳤다.
“좋습니다. 레디, 액션!”
슈만 ‘피아노협주곡 A단조 작품 54번’.
낭만주의의 포근한 분위기가 촬영장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1악장 시작부는 피아노와 클라리넷, 그리고 오보에가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함께 춤을 추는 듯, 수다를 떠는 듯한 연주가 이어졌다.
래원의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로렌 멘데스가 확실히 카메라 앵글을 개성 있게 담을 줄 알아.’
첫날 부터 몹시도 흥미로웠다.
‘민세라⋯. 연습 많이 했나보네?’
첫 촬영부터 캐스팅에 다시금 흡족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채 5번의 테이크를 가지 않았는데 만족할 만한 커트를 건질 수 있었으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이어서 3악장 넘어갈게요.”
래원의 주문에 음악감독이 연주자들을 통솔하며 연습 연주를 선보였다.
3악장은 목관 악기의 청아한 음색, 현악기의 깊이 있는 울림이 어우러지다가 날아오르는 듯한 클라이막스를 찍는다.
3악장 촬영도 큰 문제 없이 스무스하게 이어졌고,
‘여기가 몰디브 해변보다 더 재밌잖아?’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엄하늘은 자기 일인 양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근데 이 보조 출연 연주자들 노조 파워도 엄청나고, 까탈스럽기로 유명한데⋯. 도 감독님은 이 사람들도 잘 통솔하시려나? 그것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네.’
이 같은 생각이 미치자,
어느새 짓궃은 소년 같은 얼굴이 되어버린 엄하늘이었다.
* * *
보통 미국 드라마는 ‘파일럿’이라 불리는 짤막한 예고편 격을 찍고 이 반응을 살펴본 후 본방송 여부와 규모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 는 일반적인 미국 드라마와는 달랐다.
검증된 감독과 스텝들, 그리고 검증된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였으니까.
게다가 디소니 플레이의 독점 작으로 이미 낙점된 작품인 만큼, ‘파일럿’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대신, 촬영이 개시된 지 한 달여 지난 시점에 한국에서 날아온 1화의 1차 편집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역시 베테랑 감독이랑 일하면 이런 게 편하다니까.)”
워낙 거액이 오가는 판이다 보니, 제작사 사정을 잘 아는 래원이 중간 과정을 공유해준 것이다.
래원이 요구하지 않은 것을 센스있게 베풀어준 덕분에,
휴 잭슨은 바다 건너 동쪽 끝의 나라에서 제작 중인 작품을 가지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고,
뿐만 아니라 이사회나 투자자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었다.
잭슨 브라더스 컴퍼니 2분기 실적 발표회를 앞두고 열린 이사회에서,
래원이 보내온 파일을 가지고 자랑스레 30분짜리 내부 시사회를 열어 이를 선보인 휴 잭슨이었다.
“(빙의한 마에스트로가 클래식 부흥기를 몰고 오는 여정이 뻔하지 않게 그려지는 예술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대한민국이 배경이지만, 뉴욕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까지 주인공의 여정이 뻗어나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도래원 감독과 로렌 멘데스 촬영감독의 호흡, 보시다시피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짝짝짝짝짝——
이사회 및 투자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인물의 감정선과 클래식 선율을 세밀하게 배치한 연출에, 상당한 몰입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여느 클래식 드라마와는 달랐다.
이는 클래식 음악을 위한, 음악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인물의 서사와 극적인 드라마에, 클래식 음악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모양새였다.
그간 휴 잭슨이 노선을 틀어 ‘드라마 사업부’를 새로이 만든 것도, 게다가 검은 머리 감독에게 선뜻 메가폰을 맡긴 것도, 일부 보수적인 이사회는 이것들 모두를 곱게 보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오늘 그 시선은 전부 거두어졌다.
시사회가 끝나자,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고 휴 잭슨의 안목과 판단을 신뢰하는 눈빛만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뜨거운 반응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기존 계획대로 이 드라마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잭슨 브로 최초의 드라마, 그 타이틀에 걸맞은 명작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사진들의 눈빛보다도 더 이글거리는 눈의 휴 잭슨.
그가 승리에 도취된 표정으로 오늘의 이사회를 마무리하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휴 잭슨은 즉시 비서와 캐스팅 디렉터를 호출했다.
“( 카메오 명단 있지? 도래원 감독한테 받은 거. 거기 있는 배우들한테 연락 돌려. 최대한 전부 캐스팅하자고.)”
“(전부 다요?)”
비서가 되물었고,
캐스팅 디렉터는 재빨리 태블릿에 저장된 리스트를 열어, 휴 잭슨에게 내밀었다.
“(흐음⋯. 일단 ‘조니 댄’이랑, ‘윌 스위니’ 이 두 친구는 이런 작업 재밌어 할 거야.)”
“(그분들이 한국 드라마에 카메오 작업을 응해주실까요?)”
비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했고,
“(한국 드라마? 더 관심 많지. 그 친구들 ‘달고나 게임’ 밤새워서 보고 흥분해서 나랑 새벽까지 통화했던 놈들인데? 게다가 걔들, 나한테 신세 진 것도 있거든⋯.)”
“(네, 그럼 지금 바로 연락 드려보겠습니다.)”
캐스팅 디렉터는 금방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휴 잭슨은 본인이 나서고 싶어하는 듯했다.
“(으음, 아냐. ‘조니 덴’, ‘윌 스위니’. 이 둘은 내가 다이렉트로 연락해보겠어.)”
할리우드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
이것은 잘만 성사된다면,
래원의 드라마에 품격이 덧입혀질 기회였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25화 – 리디북스
* * *
래원의 프로덕션이 돛을 단지 한달 반이 넘어가는 시점에 접어들며 순항 중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 씬만 딸게요. 레디, 액션!”
오늘 촬영에 동원된 오케스트라는 1관 편성으로 40여명의 인원 정도의 소규모였다.
저마다 활 시위를 당기거나 숨을 불어넣으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40여개의 소리가 합쳐져 마법같은 황홀함이 만들어지는 시간.
‘클래식 드라마를 선택하길 잘했어.’
래원이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드라마 는 리얼리티 구현을 위해, 실제 연주자들로 구성된 보조 출연자 그룹을 섭외했더랬다.
주로 1관 편성이나 2관 편성 정도로 40~60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그들은 실제로 작은 오케스트라나 축제 및 행사를 다니는 세션에 소속되어 있거나, 영화나 드라마 녹음 연주 프리랜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연히 일반 드라마 보조 출연자보다 페이도 셀 뿐더러, 일종의 노조 파워가 어마무시했다.
하루 최대 근무 시간이나 휴일을 잘 챙겨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속해서 길게 촬영이 이어질 때에는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보조 출연자 그룹. 예전에 내가 ‘피아니스트의 반지’ 찍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어. 감독님이랑 싸우고 자기들끼리 촬영 중간에 다같이 짐 싸서 나간 적도 있었잖아.”
“그래서요? 어떻게 됐어요?”
오늘도 촬영장에 구경나온 엄하늘의 말에, 그 옆의 안정원 제작PD가 물었다.
“어떻게 되긴⋯. 보조 출연자 몹씬만 남겨놓고 나머지 촬영 분량 빼는 동안 대치하다가, 결국에는 막판에 감독님이 노조 대표 찾아가서 싹싹 빌었지.”
“⋯ 그랬겠죠. 영화 촬영은 해야하니까.”
제작PD로서 감정이입이 됐는지 한숨을 푹 내쉬며 투덜거리는 안정원이었다.
“별 수 있나요. 이 팀이 인원도 제일 많고, 실력도 더 괜찮으니⋯.”
“그래. 그래서 쉬쉬하면서 계속 쓰는 거지.”
그때,
“컷!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거의 완벽했는데⋯. 딱 한 번만 더 가보죠!”
래원의 말에 일부 보조 출연 연주자들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지금 악기만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출연자분들 얼굴도 같이 잡고 있어서, 자꾸만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이 나네요.”
뒤이은 래원의 말.
이에 연주자들은 다시금 눈을 빛냈다.
보통 다른 작품에서는 악기만 잡는 게 전부였는데, 자신들의 얼굴도 비춰준다니⋯.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멀찍이 앉아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엄하늘과 안정원.
그녀들의 입에 슬며시 미소가 띄워졌다.
“도 감독님도 이 팀 유명한 거 아실 거야. 봐봐. 적당히 당근 주고 구슬러서 감독님 뜻대로 끌고 가시는 거.”
래원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안정원이었다.
일선 제작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녀의 눈에는 이러한 촬영장의 속사정도 그렇고, 프로덕션을 능숙하게 이끄는 래원의 모습 역시 새롭고도 흥미로웠다.
잠시 후,
“컷!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끝났네요. 오늘 오케 장면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래원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오케스트라 팀원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에 안정원과 엄하늘도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
각종 언론사 사이트 및 포털사이트의 어제 뉴스 탭과,
오늘의 뉴스 탭은,
[ (속보) 미국에 이어 유럽도 반응했다! 도래원 감독 칸 영화제 경쟁 부문 노미네이트 ]연일 도래원 관련 소식으로 다시 한 번 들썩였다.
“도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이야, 칸이라니⋯!”
“도래원! 도래원!”
세트장에 나가니, 스텝들과 배우들이 래원의 이름을 외치며 반겨주었다.
“하하. 어쩌죠. 칸 일정이 잡혀서 그 전에 촬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네요.”
대종상은 국내에서 하니 그렇다쳐도 칸은 프랑스까지 가려면 비행까지 합쳐서 최소 4일은 걸리는 스케줄이었다.
래원이 곤란한 투로 말하자,
“빡세게 일하고, 칸 주간에는 쉬면서 감독님 화면빨 얼마나 받으시는지 감상하죠 뭐.”
“원래 찔끔찔끔 쉬는 것보다 몰아 쉬는 걸 좋아합니다!”
다들 그게 무슨 문제라는 투로 이해해주었다.
“도 감독, 최고야. 당신 현장에서 일하는 거 자랑스러워.”
어느새 한국 말을 하나둘 익히기 시작한 로렌 멘데스 촬영감독.
그가 래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반색했다.
이윽고, 분장을 마친 함현우가 나오며 오늘의 촬영이 시작됐다.
오늘은 주인공 [선오] 처음으로 정식 오케스트라 앞에서 지휘봉을 잡으며 데뷔하는 공연을 찍는 날이었다.
앞머리를 정갈하게 넘기고, 턱시도를 입은 함현우의 모습에 새삼 감탄이 나왔다.
“리허설부터 가 보겠습니다. 액션!”
[선오]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여기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이 굉장히 극적이고 좋다. 이 구간에서는 [선오] 클로즈업보다 오케스트라랑 같이 넓게 잡는 게 음악이랑도 어울리겠어.’
래원은 리허설을 지켜보며, 콘티의 일부를 수정했다.
그것을 로렌 멘데스에게 전하자마자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칸 영화제 전까지는 촬영 일정을 빠듯하게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레디, 액션!”
주인공 [선오]의 데뷔 무대인 만큼, 모두가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함현우도 욕심이 났는지 여러 번 재촬영을 부탁했고, 래원도 빠듯함 속에서 챙길 건 챙겨야 한다는 주의였기에 휴식 시간을 아껴가며 집중했다.
“컷! 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시간이⋯.”
조연출 임현서가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래원에게 시계를 보여주었고,
래원은 혀를 내두르며 말을 이었다.
“시간이 벌써⋯. 이번 곡에서 시간을 너무 써 버렸네요. 죄송하지만, 바로 다음 곡 들어가야겠어요. 리허설 한 번만 해보고 슛 들어가겠습니다.”
그때,
“휴식 시간은 제대로 주시고 일을 시키셔야죠!”
“칸 영화제든 뭐든 저희는 솔직히 알 바 아니고요. 지킬 건 지켜주세요.”
보조 출연 연주자 몇몇이 큰 소리를 내었고,
촬영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스텝들이 소근거리기 시작했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저렇게 나오기야? 그동안은 잘 챙겨줬잖아.”
“영화제 전까지만 타이트하게 촬영하자는 분위기인 거⋯ 지들만 모르지⋯.”
“우리 드라마는 어째 보조 출연자들이 상전이야⋯.”
2시간을 넘긴 연속 촬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간은 충분히 휴식 시간을 줘가며 촬영을 해왔더랬다.
일반 보조 출연자들이라면 이렇게 나오지 않을 것이었기에, 다른 스텝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일반 보조 출연자들의 경우에는 웃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오늘처럼 촬영 분량이 급한 날에는 이해해줄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까.
물론 이들은 단순 보조 출연만 하는 게 아니라 연주도 해야하기 때문에, 일반 출연자들과 달리 까탈스럽게 구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었으나, 굳이 오늘 같은 날까지 권리를 운운하는 게 좋게만 보이지 않았다.
“구립 오케스트라에 있을 때도 1시간 연습하면 꼭 쉬는 시간을 줬었는데⋯. 여기 너무 하시네.”
“이건 뭐, 연주 기계 취급 하는 건지 뭔지⋯.”
볼멘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이에 래원이 직접 나서야겠다 싶어서 나서려는 순간,
“에이이! 우리 연주자 분들. 아마추어도 아니고 왜들 이러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