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36
이후, ‘K팝 스타와의 협연’ 에피소드 촬영을 준비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더랬다.
물론 이 6명의 멤버가 유닛을 구성해서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사실은 극비에 부쳐지며 진행됐다.
하지만 촬영이 점점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 드라마 , 그간의 도래원 감독 작품들처럼 다채로운 카메오가 출연한다는 후문,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 불가.” ] [ 익명의 업계 관계자 귀띔, “조니 덴 만큼이나 센세이션한 구성. 기대할 만할 것.” ] [ 제작 대행 강채령 대표, “국제적인 드라마의 위상에 걸맞은 출연진으로 준비 중.” ]관심과 기대 속에 모든 스텝과 배우가 기밀 유지 각서까지 써 가며 임했고,
시간이 흘러 모두가 야심 차게 준비한 촬영 날이 드디어 다가왔다.
활짝 열린 JBC홀 안으로 모여든 백여 명의 스텝들과 백여 명의 배우들.
래원은 그 중심에 서서 메가폰을 높이 들고 힘차게 외쳤다.
“레디, 액션!”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35화 – 리디북스
* * *
오늘 촬영 규모는 거대했다.
JBC홀 무대 위에 마련된 오케스트라 피트에 60여 대의 악기와 연주자가 세팅되어 있었고,
그 앞에 피아노에는 민세라가, 지휘자 석에는 함현우가 있었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서서 마이크를 쥐고 있는 노노카와 솔라, 로즈리, 태수, 정욱과 지빈.
구태여 소속 그룹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멤버 자체만으로 스타성을 지닌 아이돌 6명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고, B팀 지혜영과 C팀 유찬까지 합세하여 다각도 촬영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탓에 스텝들보다도 배우들과 출연자들에게 유독 강행군이었다.
“보조 출연 연주자분들이 너무 힘드실 거 같은데···. 여러분, 잠깐 쉬었다 가셔야 하죠?”
쉬는 시간 없이 촬영이 이어졌음을 눈치챈 래원이 오케스트라 연주자이자 보조 출연자들에게 물었다.
“아뇨. 버틸 만 합니다.”
“아직 괜찮습니다!”
“여기 힘들게 대관하셨다고 들었어요. 빨리 찍어야죠.”
“그냥 계속 이어가셔도 될 것 같아요.”
이제는 완전히 협조적인 자세가 된 보조 출연 연주자들의 모습에 래원은 기분 좋게 웃었다.
“좋습니다. 다음 장면만 찍고서 [선오]랑 [율아] 투샷이랑 단독 씬 딸 거니까,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다시금 촬영장에 힘찬 ‘레디, 액션!’ 소리가 울렸고,
우리 앞을 기다리는 수많은 나날 ♪
소중한 시간들과 소중한 사람들 ♬
6명의 K팝 가수와 60명이 넘는 2관 편성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시작됐다.
기억해 이 뜨거운 눈물 ♪
노래해 이 따스한 선율 ♬
마치 뮤지컬 무대처럼,
클래식한 선율 위에 6명의 화음이 다채롭게 어우러지고,
음악 속에서 우리의 삶은 계속 이어져 ♪
우리 모두 함께할 나날 ♬
소중한 시간과 소중한 인연들 ♪
이 속에 우리 모두가 함께야 ♬
촬영이 아니라 정말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에너지가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모니터를 통해 보는 래원에게도 느껴졌다.
로렌 멘데스 감독이 어찌나 노련한지,
실제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 안에 담겨 모니터로 송출되는 화면이 더 풍성하고 드라마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컷! 좋습니다. 한 번만 더 처음부터 가볼게요.”
이어지는 두 번째 테이크.
이후,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테이크에서 래원은 특정 파트만 콕 집어서 주문하며 효율적으로 촬영을 이어갔다.
래원이 모니터를 하거나 배우들과 리허설을 할 때는,
지혜영과 유찬이 따로 다른 배우나 출연자들을 데리고 따로 인서트나 클로즈업을 따기도 했다.
“다음은 연주하면서 반응 촬영할게요. 속마음 나레이션 커트입니다.”
극 중 오늘 공연이 있기까지, [선오]는 보수적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더랬다.
그 단원들의 반응을 비추는 커트를 찍을 차례였다.
연주를 하고, 공연을 하며 달라진 그들의 속마음을 말이다.
“나레이션 후시 녹음 할 부분은 제가 읽을 테니, 그거에 맞게 표정 연기해 주시면 됩니다. 레디, 액션!”
먼저, 관악 파트의 대표 오보에 연주자.
로렌 멘데스 촬영 감독의 카메라에 바스트 샷으로 연주 중인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래원은 배우가 연기할 수 있도록 대본에 적힌 속마음을 읽었다. 최대한 연기를 섞어가며 말이다.
“이제 진짜 라이브 공연이지. 살아있는 음악 그 자체야.”
다음은 민세라의 [율아] 차례였다.
래원의 ‘액션!’ 소리에 순간 그녀의 표정이 휙 바뀌었다.
[율아] 그 자체였다.“클래식이 이렇게나 역동적일 수 있다니!”
짧은 나레이션 속마음이었지만, 그 찰나에 민세라는 복합적인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건반 위를 구르는 손이 가볍게 날아다니고,
그녀의 표정은 황홀한 자유를 만끽하는 듯 피어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단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극 중 K 필하모닉에서 제일 입김이 센 현악 파트 단원들을 찍을 차례였다.
“습도나 온도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
“소리가 조금 뭉개지거나 울리면 어때? 다같이 이렇게나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보조 출연 연주자들도 연습을 많이 해왔는지 연기가 늘어있었더랬다.
“좋습니다! 반응 커트는 여기까지 따고, 다시 공연 연주 커트로 갈게요. 이번에는 오케스트라 말고, 공연 중에 K팝 가수들과 [선오]가 눈빛을 주고받으며 교감하는 거 위주로 찍을 겁니다.”
래원의 말에 함현우와 6명의 아이돌 특별 출연자들이 눈을 빛냈다.
이윽고 슛이 들어가자,
아까 리허설보다 더 촬영과 무대를 즐기기 시작하는 이들이었다.
노노카는 목이 더 풀렸는지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고, 고개를 돌려 지휘를 하는 함현우와 눈이 마주치자 코를 찡긋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솔라와 블랙퍼플의 로즈리도 어깨동무를 한 채로 무대를 날아다녔고, 샤이닝 보이즈의 태수는 소년단B의 정욱, 지빈과 함께 오케스트라 가까이 와 신나게 노래했다.
이것은 연주이자 노래였고, 노래이자 연주였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하모니 그 자체가 선명하게 카메라에 잡혔다.
래원의 눈이 모니터 화면에 고정되어 움직일 줄을 몰랐다.
약속된 지점을 넘어서도 래원이 ‘컷’ 사인을 주지 않자, 함현우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뭔가 의도가 있겠지.’
싶어서 계속 연기를 이어나갔다.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짜 무대라고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 매너를 보여주었다.
객석에 정말로 관객들이 가득 차있다는 착각이 들정도였다.
“컷, 오케이!”
드디어 래원이 소리쳤다.
개운함이 묻어나는 컷 사인이었다.
“현우 형! 방금 테이크 완벽했어요!”
극 중 [선오]가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접점을 찾아낸 순간이었다.
[선오]가 이제 막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과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시작한 것처럼,‘이제 제대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 같아. 클래식 음악과 휴머니즘의 접점⋯.’
래원 또한 이 드라마를 준비하던 초기 단계부터 가슴 속에 품어온 과업을 해결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선오]나 [율아]는 물론 이제는 작은 배역들도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서 드라마 안에 녹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래원의 귓가에,
칸 영화제에서 만났던 클래식 음악계의 대모 ‘나나 크루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도래원 감독이 만드는 클래식 음악 드라마라면 뭐가 다르지 않겠어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래원은 이어서 촬영할 콘티를 최종 점검하며 생각했고,
‘단장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그 순간,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할까 화룡점정이라고 해야 할까?
조연출 임현서가 신나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선배님, 강 대표님께 연락왔습니다! 비엔나 로케이션 일정, 빈 필 측과 협의 끝나서 완전 픽스됐대요!”
오늘 촬영한 대중음악과의 협연 에피소드,
그리고 비엔나에서 찍게 될 마지막 에피소드.
촬영 후반기의 가장 큰 로케이션 2개가 수월하게 풀려나가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을 영상 드라마로,
예술을 예술로서 풀어내는 것.
래원은 이전의 삶에서부터 품어온 오랜 욕심이자 목표에 점차 가까워져 가고 있음에 몹시 설렜다.
* * *
한편,
JBC 주길호 사장은 사장실에 앉아 래원의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래원과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못 보는 촬영이라 그런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더 궁금하네.”
주길호는 대관을 승인해주었을 뿐, 촬영장 내부로 들어가 촬영을 지켜볼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JBC의 드라마는 아니었으니까.
지이이이이잉——
주길호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듯, 휴대폰이 울렸다.
“어, 누님.”
– 길호야, 지금 잠깐 통화되니?
전화 너머 상대는 주길호의 친누나이자, 천하일보 안주인이자, 강채령의 친모였다.
“어.”
– 채령이 말이야. 요새 만나는 남자가 있는 거 같은데 도통 말을 안 해주네?
주길호는 일단 시치미를 뗐다.
“아⋯ 그래?”
– 너는 뭐 들은 거 없어? 채령이가 너한테는 곧잘 터놓잖아.
물론 들은 바가 있는 주길호였지만, 친누나에게 쉽게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주길호에게 들어간 이야기는 함부로 밖까지 새어나오는 법이 없었다.
이것이, 강채령이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안 하는 이야기까지 외삼촌 주길호에게 털어놓는 이유였다.
“글쎄⋯. 나도 바쁘지만, 채령이가 요새 엄청 바쁘잖아.”
– 아니⋯. 채령이가 지금 사업 하기 전부터 분명 만나는 남자가 있는 거 같았는데 말이야⋯. 길호 너 정말 들은 거 없어?
“없대도.”
– 너 그럼 그 감독⋯ 도.. 도래원!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거는 좀 있니?
“⋯ 도래원 감독?”
– 응. 바쁜 와중에 만나는 사람이면,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 같거든.
강채령의 마음을 아는 주길호는 누나의 말에 뜨끔했지만 모르는 척으로 일관했다.
“아⋯. 그래?”
– 내 촉이 그래. 채령이가 예전에도 몇 번 그 사람 이름을 꺼냈었고, 미친 듯이 일에 매달리는 것도 그 감독 영화랑 드라마 연달아 맡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주길호가 별 반응이 없자,
– 내가 그 감독에 대해 좀 알아보니까 밖에 알려진 건 미담뿐이더라고.
“실제로도 괜찮은 친구니까.”
– 으음⋯. 채령이는 그 친구한테 관심이 있는 게 확실해. 내 촉이 또 보통이 아니잖니. 채령이가 사업하고 나서부터 소개팅이고 선자리고 싹 끊어내는 걸 보면, 단순히 바빠서만 그런 게 아닌 거 같다니까.
“⋯⋯.”
주길호는 함부로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 그 감독은 우리 채령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모르겠네⋯. 길호 네가 모르는 걸 보면 아직 둘이 관계가 발전된 건 아닌 거 같은데⋯.
잠자코 누나의 수다를 들어주는 주길호였다.
– 그래도 지금껏 남자 쪽에서 우리 채령이를 마다한 적은 없었단 말이지. 인물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래. 늘 채령이가 까다롭게 굴었지.”
– 길호 네가 좀 알아봐 줘. 우리 채령이랑 둘이 어떤 사이인지, 그 감독이 채령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 그래! 도래원 그 감독, 너네 JBC랑 연결된 회사 소속이라며.
“그건 그런데⋯.”
결국 숙제를 하나 받아버린 주길호였다.
JBC의 수장도 누나의 등쌀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으니까.
* * *
“이렇게 얼굴 마주 보는 게 얼마 만이야, 도 피디?”
몇 시간 후, 상암동의 어느 참치집.
오늘 촬영을 마친 래원과 주길호 사장은 단둘이 늦은 저녁이자 술자리를 가졌다.
“사장님 덕분에 촬영 수월하게 진행했습니다.”
“어유, 인사는 그만하고 어서 들어. 도 피디 목소리 다 쉰 것 봐. 배고프겠어.”
주길호는 참치 접시를 래원 쪽으로 밀어주며 혀를 찼다.
래원은 이를 집어먹으면서 일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 찍는 에피가 저희 드라마 전체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거든요. 스케일 면에서도, 극 내적인 면에서도요.”
“도 피디한테 내가 도움이 됐다니 이제는 이거 영광인데?”
주길호가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가 래원과 한동안 못 본 사이 래원의 명성이나 사회적 지위가 훌쩍 높아진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크으! 오늘따라 술이 달다, 달아. 참치도 살살 녹네, 녹아.”
주길호는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JBC 사장이 처음 됐을 때부터 래원에 대한 인상을 좋게 갖고 있었다.
그 당시 래원이 만든 개국 드라마 덕분에 자신의 입지도 단단해졌을뿐더러, 그러한 성취는 차치하고서라도 주길호는 래원의 사람 됨됨이나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높게 평가했더랬다.
게다가, 자신이 친딸처럼 여기는 강채령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이자,
강채령이 천하일보 막내딸에서 벗어나서 지금처럼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동력이었으니까.
“도 피디.”
주길호가 래원의 눈치를 보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네?”
“도 피디는 만나는 사람 없어?”
“아⋯. 하하. 네, 아직은 일이 더 좋네요.”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 도 피디 같은 사람 옆에 왜 아무도 없는지 이해가 안 돼.”
“하하하. 저처럼 일 밖에 모르는 놈을 이해해줄 여자가 있을까요?”
“알긴 아는구나. 도 피디 본인이 일밖에 모르는 거?”
“그럼요. 제가 주제 파악은 확실합니다. 하하.”
“결혼은 모르겠지만, 연애는 쉬지 말고 해. 좋은 사람이 곁에 있으면 마음의 안정도 되고, 일적인 영감도 받을 수 있을 거야. 일에 더 좋을 거라고.”
“그럴까요?”
“내가 보니까 도 피디는 필히 같은 업계에 있는 여자를 만나야 해. 일하는 패턴 이해도 해주고, 서로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말이야.”
농담처럼 받는 래원에게, 주길호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래원도 이것에는 동의하는지 천천히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젓가락질이 이어졌다.
잠자코 참치회를 집어서 입에 넣기를 여러 번.
“도 피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주길호가 다시 입을 열자, 래원이 그를 지그시 보았다.
“⋯ 채령이 어떻게 생각하나?”
“강채령 대표님이요?”
되묻는 래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친구죠. 정말 친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