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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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본 ▶ 무료 끝!
* * *
“어디보자···.”
래원은 을 끝내자마자 3개의 미니시리즈 대본 및 기획안과 맞닥뜨렸다.
퓨전 사극 1개,
치정 멜로 1개,
그리고 학원물 1개.
각기 다른 장르의 16부작 대본이었다.
머지않아 미니시리즈를 맡게 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것이다.
래원이 검토해본 결과,
3개의 작품 모두 기획안 및 1,2부 대본의 재미와 완성도는 비등비등했다.
급하게 채워야 하는 편성인 만큼 데스크에서 신경을 많이 써서 선별한 티가 났다.
“퓨전 사극은 일단 제외.”
래원은 셋 중에 퓨전 사극 대본을 먼저 치웠다.
지금 일정대로라면 프리 프러덕션을 빠듯하게 돌려야 하는데, 사극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아무리 퓨전이라지만 역사 고증도 신경 써야 하고 세트나 의상 같은 미술도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그걸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대로 만들지 못할 거면, 안 만드는 게 낫지. 이제 남은 건 치정 멜로냐, 학원물이냐인데···.”
래원은 퇴근도 미룬 채 대본과 기획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방영 시점이 늦여름에서 초가을이면···. 아무래도 풋풋하고 청량한 학원물이 낫겠지?”
학원물에 마음이 조금 더 끌렸다.
장르뿐만 아니라, 작가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 삶에서부터 언젠가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던 ‘차가을’ 작가의 대본이었으니까.
그녀는 비투페라토르의 진짜 얼굴인 차여름 작가의 동생이기도 했다.
래원은 기획안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 – –
SBC 16부작 수목 미니시리즈
제작: 대담픽쳐스, SBC
대본: 차가을
– – –
드라마 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판타지 학원물이었다.
남자 주인공 ‘박태하’가 모교에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부임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박태하는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여자 친구이자 첫사랑을 교통사고로 잃었던 아픔이 있다.
그는 교사가 되어 돌아온 모교에서 공교롭게도 그녀 여동생의 담임을 맡게 된다.
게다가 교실도 과거 그녀와 같은 반 시절의 바로 그 교실에 배정받는다.
그녀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낡은 사물함.
이 사물함을 매개체로, 주인공 박태하가 과거의 첫사랑 그리고 자기 자신과 조우하는 판타지 학원 로맨스의 겉옷을 입고 있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겉옷을 벗기면 ‘사학 비리’를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서브플롯으로 곁들여 있었다.
첫사랑 그녀의 죽음이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사학 비리와 연루되어 있었던 것이다.
“진짜 재밌겠는데? 내가 재밌어야, 재밌게 찍어서 시청자들한테도 재밌게 보여줄 수 있지!”
래원은 만족스럽게 기획안을 덮고는, 표지를 물끄러미 보았다.
“이제 진짜 미니시리즈 입봉이다.”
문득, 이전의 삶에서 단 7화 만에 조기 종영해버렸던 미니시리즈 입봉작이 떠올랐다.
쥐꼬리만한 제작비에 엉터리 편성까지 겹쳐서 캐스팅 단계부터 위태위태하더니, 결국 조기에 쫑나버린 가슴 아픈 과거였다.
래원은 펜을 들었다.
기획안 표지, 차가을 작가의 이름 아래에 이렇게 적어 넣었다.
– 연출: 도래원
“지금부터 넌 내 작품이야. 너 내가 책임지고 성공시킨다! 무조건.”
래원은 인터넷 창을 켜서 SBC 아카이브 시스템에 접속했다.
최근 10년 안에 방영된 학원물 드라마를 모두 찾아서 분석해 볼 계획이었다.
미래는 이미 알고 있으니, 과거까지 파악하면, 현재에 제대로 못 만들 게 없을 것 같았다.
* * *
탕-!
배미란의 시원한 티샷.
골프공이 햇살을 가르며 상공을 날더니
저 멀리 벙커를 훌쩍 넘어 안착했다.
“와우! 굿샷입니다, 사장님! 정중앙으로 잘 갔네요.”
황태수 부장은 박수를 치며 배미란 사장과 함께 카트에 올라탔다.
다음 홀로 이동하는 카트 안,
배미란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황 부장, 우리 도래원 피디 이번에 9월 수목 미니, 그걸로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입봉해야 돼. 알지? 대본은 정해졌나?”
“차가을 작가의 ‘시간을 돌리는 사물함’으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차가을? 잘 쓰지, 그 작가. 제목도 좋은데? ‘시간을 돌리는 사물함’이라···. 하반기 드라마국 라인업 중에 탑3 안에는 들어야 해. 작품성도 탑3! 시청률도 탑3!”
“네! 저도 신경 많이 쓰겠습니다, 사장님.”
황태수의 바람 역시 배미란과 다르지 않았다.
“제작비 걱정은 하지 마. 내가 이번 주 예산 회의 때, 빵구난 편성 메우는 작품이란 핑계 대면서 지원 아끼지 말자고 바람 넣을 거니까.”
“감사합니다!”
“대본은 잘 뽑힌 거 같고, 촬영감독이나 미술감독은 도 피디가 알아서 고를 거고. 이제 캐스팅이 중요하겠어?”
“네, 일단 래원이가 차가을 작가랑 미팅해보고 리스트업 할 계획인 것 같습니다.”
“도 피디가 안목이 좋으니 하고 싶은대로 하라 그래. 리스트 중에 내 사단 배우가 있으면, 나한테 바로 명단 주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연락하는 게 빠르고 확실하니까.”
배미란은 민세라의 부탁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도래원을 더 푸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배 사장의 생각에도 도래원은 이 같은 푸쉬를 받을만한 자격이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다음에는 도 피디도 우리랑 같이 라운딩했으면 하는데? 황 부장 생각은 어때?”
“좋죠. 래원이 이번 미니시리즈 잘 끝내면, 바로 인도어 연습장 끊어 줘야겠네요.”
이제 래원의 바로 눈앞에 금 동아줄이 본격적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 * *
[족과의 동침]SBC 건너편 골목길 안에 있는 족발집.
여기서 오늘 종방연이 있다.
이곳은 래원이 이번 생을 다시 살기 전에, 과거 마지막으로 유찬과 술자리를 했던 그 집이기도 했다.
다시 오니 감회가 남달랐다.
래원이 족발집 앞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기자들이 한가득이었다.
“도래원 감독님! 포토 라인에 잠깐 부탁드릴게요!”
기자들이 래원을 알아보고는 사진을 요구했다.
제작 발표회 이후로 래원도 얼굴이 팔려버렸기 때문이다.
래원은 어쩔 수 없이 족발집 앞의 포토 라인에 섰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을 향해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어 보였다.
찰칵- 찰칵- 차차찰칵-
“어우, 감독님 언뜻 보고 배우분이신 줄 알았습니다?”
“훈남 감독님, 이쪽도 한 번 봐주십시오!”
찰칵- 찰칵- 차차찰칵-
래원은 익숙지 않은 포토 타임에 민망함을 뒤로하고 도망치듯 족발집 안에 발을 들였다.
“아우···.”
먼저 도착한 김윤하 작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래원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작가님, 일찍 오셨네요?”
“너무 기대돼서요. 종방연. 처음이라···.”
“보조작가 하실 때 종방연 안 와보셨어요?”
“와봤는데, 그땐 구석에 있었고. 오늘은 이렇게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서 이따가 케이크도 자를 거잖아요.
그것은 래원도 마찬가지기는 했다.
래원은 그녀가 지난 생에서, 보조작가로 30대 초반까지 고생했던 것이 생각났다.
“김 작가님, 이제 보조작가로 절대 돌아가지 마시고, 계속 작가님 작품 쓰세요.”
“에이···. 쓰면 뭐 해요, 감독님 만나기랑 편성 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
“잘 쓰면, 봐서 제가 또 찍어줄게요.”
“저..정말요?”
“네, 대신 잘! 쓰면요.”
김윤하 작가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지금 래원 앞에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에, 지난 삶에서의 괴팍하고 깐깐하며 드세기까지 했던 30대 중반의 그녀가 오버랩되는 듯했다.
매번 실력에 비해 운이 따라 주지 않았던 한 팀이자 동료. 그래서 래원에게는 아픈 이름이었던 ‘김윤하’.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부채감도 사라진 것 같았고, 김윤하의 이름도 한결 더 편하게 느껴졌다.
어느덧 모두가 모인 가운데,
종방연이 시작됐다.
“자아, 케이크 왔습니다!”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단막극 시청률의 새 역사를 쓰다!★]라고 적힌 2단 케이크가 족발집 한가운데에 놓였다.
도래원과 김윤하 작가, 그리고 세 명의 주연 배우.
엄하늘, 양수호, 민세라까지 다 같이 케이크 앞에 섰다.
“도 감독님! 건배사 해주십시오!”
사람들이 각자 취향대로 맥주와 소주를 채우며 소리쳤고,
래원은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여!기 계신 분들의 기!쁨이 저!의 기!쁨입니다!”
“여기저기!!!”
다 같이 한 잔 마신 후, 케이크 컷팅이 이어졌다.
도래원, 김윤하, 그리고 엄하늘.
세 사람이 손을 모아 함께 칼을 쥐고 케이크를 잘랐다.
짝짝짝짝짝-
함성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제 각 테이블마다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와, 이 집 족발 맛있네?”
“맛있죠? 여기 전에 래원이 형이 데려와 줘서 알게 됐는데 여의도 뒷골목의 숨은 맛집이더라구요.”
신영진 촬영 감독이 족발 맛에 감탄하자,
옆에 앉은 유찬이 거들었다.
“래원아, 여긴 어떻게 알았냐? SBC에서 잘 오는 데는 아닌 거 같은데?”
신영진의 물음에 무심코 ‘15년째 단골입니다.’라고 할 뻔했다가,
“우연히 알게 돼서 2년째 단골입니다.”
라고 답하며 웃었다.
“와, 여기 족발 살코기가 담백하면서도 식감은 야들야들한 게, 진짜 괜찮네요?”
박현만 대표도 입맛에 맞았는지, 인사를 하러 온 건지 족발을 먹으러 온 건지 모를 만큼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사내 식당을 유기농 업체로 운영할 만큼 입맛이 까다로운 그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래원이 괜스레 뿌듯했다.
“아, 10.4% 정말 축하드립니다. 미친 시청률이라고 드라마 커뮤니티에서 완전 난리던데요?”
“하하. 일차적으로 박 대표님 투자 덕분이고, 이 자리에 계신 우리 모두의 덕분이죠.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래원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때 바로 옆 테이블의 다섯 배우들,
엄하늘, 양수호, 민세라, 구민준, 유하나가 도래원에게 잔을 내밀었다.
“도 감독님, 저희 한 잔 주세요!”
래원은 몸을 일으켜 한 잔씩 돌렸다.
아무리 감독이지만 래원보다 연장자인 배우도 있었기에 나름의 예를 갖췄다.
“감독님과 또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난 부터 함께했던 구민준의 인사였다.
그때 래원이 구설에 오를 뻔한 배우를 일찌감치 하차시키고, 오디션을 통해 구민준을 뽑았더랬다.
그래서인지 래원은 구민준의 연기력과 인지도가 한층 상승한 모습을 보며 자기가 발굴한 것처럼 뿌듯함을 느꼈다.
“나도 민준이랑 이번에도 정말 좋았어. 하나도 좋았고, 하늘 누나도요.”
엄하늘과 유하나는 때 시작된 인연이었다.
엄하늘은 래원이 이제 ‘엄하늘 배우님’ 대신 ‘하늘 누나’라고 불러주는 것에 환한 함박웃음을 지었다.
양수호가 잔을 내밀었다.
“다음에도 저랑 맞는 롤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도 감독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호 선배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처음 만났던 날, 감독님이 그러셨죠. 돌이켜봤을 때 ‘이걸 복귀작으로 찍길 잘했다!’라고 만족할 수 있게 후회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주시겠다고.”
“하하. 제가 그땐 겁도 없이 패기 넘치게 그런 말도 했었네요.”
“정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복귀작으로 이렇게 좋은 작품 만나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감독님.”
이것은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양수호의 진지한 인사에 래원은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꼭 양수호가 한류 스타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함께 일한 배우에게 진심으로 듣는 고맙다는 인사는, 언제 누구한테 들어도 큰 감동이니까.
“나도 배우 인생의 시작점에 노미령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민세라의 담백한 한 마디.
하지만 래원은 알 수 있었다.
저 짧은 말속에 그녀의 본심을 꼭꼭 눌러 담은 거란 걸.
느닷없이,
무심코 휴대폰을 보던 황태수가 괴성을 질렀다.
“흐허어!!!”
그는 술기운에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코앞으로 바짝 가져왔다.
그리고는 폰 속의 영어로 된 메일 내용을 재차 찬찬히 읽어보았다.
“흐허어!!! 래원아!!!”
다시 한번 괴성을 지르며 래원을 찾는 황태수.
모두가 뭔 일인가 싶어서 황태수를 쳐다보았다.
“래원아, 너 김 작가님이랑 조만간 캐나다 갔다 와야겠다!”
“네? 캐나다요? 갑자기 무슨 말씀···.”
“이 작품, 밴프 페스티벌 본선 진출했대!”
“네에?!”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이 밴프 상에 노미네이트 됐다고!”
황태수가 기차 화통 삶아 먹은 것처럼 목청을 자랑하며 소리친 덕에,
래원뿐만 아니라 족발집 안에 모든 이의 머리에 물음표와 느낌표가 주르륵 떠올랐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50화 – 리디북스
“우와, 지금 CP님이 밴프 상이라 그러셨어?”
“대박!!”
“도 감독님 이번에 입봉작 아녔냐?”
“근데 밴프 상이라고?”
“진짜 사실이면 이거 초대박 사건인데?”
족발집 안의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직접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각자 폰을 꺼냈다.
“우와 형!!”
그중 제일 먼저 소리친 건 유찬이었다.
“진짜네? 축하해!!”
유찬이 잔뜩 흥분해서 래원의 눈앞에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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