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68
* * *
간판처럼 쌍둥이 세 형제가 운영해서 유명해진, 여의도의 한 고깃집.
오늘 이곳에서, 하반기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찍었던 종방연이 있었다.
래원은 이제 점점 포토존에도 익숙해져 갔다.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을 뒤로하고 들어온 고깃집.
잠시 후, 모두가 모이자
케이크 컷팅을 시작으로 오늘의 종방연이 시작됐다.
[ ★시간을 돌려서 다시 보고 싶다★ ] [ ☆본격 시간 순삭 드라마 ♥시간사♥ 수고하셨습니다☆ ]재치 있는 문구로 화려하게 데코레이션 된 3층 케이크 앞에 도래원과 차가을 작가 그리고 양수호, 류소현, 류지현이 함께 섰다.
다른 배우, 스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케이크를 잘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래원의 건배사.
“마!음 먹은 것은, 무!엇이든 이!루자!!”
“마무리!!!”
촬영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소문이 날 만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금세 고깃집 전체가 왁자지껄해졌으니까.
한 테이블도 빼놓지 않고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회포를 풀며 마무리를 즐기고 있었다.
불판 위에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가면서 동시에 종방연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래원은 여느 종방연 때처럼 아침 해를 볼 때까지 남아있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제가 내일 오전부터 차기작 스케줄이랑 미팅이 있어서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다음에 또 좋은 작품으로 뵐게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독님 덕분에 재밌게 잘 찍었어요.”
래원이 모두와 악수하며 인사를 하는데,
“래원 감독님! 잠시만요!”
류소현 배우의 목소리였다.
래원이 돌아보자 그녀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선물들과 카드, 롤링 페이퍼 그리고 래원이 현장에서 디렉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이게 다 뭐예요, 소현 씨?”
이야기를 들어보니, 류소현의 주도로 도래원의 입봉을 축하하는 선물을 스텝들과 배우들이 십시일반 모은 것이었다.
순간 래원은 코 끝이 시큰해졌고,
목이 뜨거운 무언가로 막혀왔다.
“아···.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제가 이런 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대리 기사님이 도착했다.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며 차에 올라타는 래원.
네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찍고는, 상자 속의 카드 하나를 꺼내 펼쳤다.
류소현이 준 것이었다.
「 래원 감독님 덕분에 촬영장에서 공황장애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전조 증상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면서, 조금이라도 대비도 하게됐고요. 저로서는 엄청난 발전이죠. 여러가지로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번 작품으로 CF도 많이 들어왔으니 제가 조만간 한번 인사드리러 갈게요! 반겨주셔야 해요!
– 언젠가 건강하게 감독님 작품을 또 하고 싶은 류소현 드림 」
래원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피었다.
‘대견하네, 류소현. 앞으로 더 잘 됐으면 좋겠다.’
과거의 류소현은 공황장애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더랬다.
그래서 그녀의 커리어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지금의 류소현은 아직 완치까지는 아니나 이 정도로 이겨낸 것 자체로 기특하고,
또 래원의 입장에서 매우 뿌듯한 일이었다.
이외에도, 상자 가득한 스텝들과 배우들의 인사. 그리고 응원.
래원의 눈시울이 다시금 붉어졌다.
다음 작품도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래원.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지금처럼 내게 좋은 사람들이 끊이질 않게···. 이 페이스로 계속 달려보자! 쭈욱!’
* * *
삐빅—
통행료 900원이 정상 결제됐습니다 —
래원의 차가 남인천 톨게이트를 지났다.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래원의 머릿속은 생각뿐이었다.
‘시간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으나, 어제 종방연을 끝으로 잘 이별했으니까
이제는 다음을 준비할 때였다.
이윽고 30분쯤 달렸을까.
월미도 입구의 탁 트인 바다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와아!”
오랜만의 바다였다.
래원은 창문을 내렸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에 감돌았다.
월미도는 소박하고 옛 느낌이 풍겼지만, 동시에 낭만을 간직한 곳이었다.
래원의 차가 네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 월미산 자락의 주택가로 들어섰다.
전원 마을처럼 조용하고 한가로운 동네였다.
어느덧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띵동 —
래원이 누른 벨에 작업실 문이 열렸고,
“안녕하세요, 작가님. 연락 드렸던, SBC 드라마국 PD 도래원 입니다.”
“···들어오세요.”
월미도88 이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래원을 작업실 안쪽으로 안내했다.
래원의 눈에 순간적으로 지금보다 나이 든 그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과거, 둘이 함께 바다 앞에서 활어회에 소주잔을 기울였을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월미도88이 래원의 앞에 차를 내왔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여기까지 오셔도 소용없다고 분명 말씀드렸을 텐데요. 판권 팔 생각 전혀 없습니다. 억만금을 준 대도요.”
“작가님께서 우려하시는 게 뭔지 잘 압니다. 계약서에 단서 조항 추가하겠습니다.”
“···?”
“원작자 ‘갑’의 사전 동의 없이 캐릭터를 삭제하거나 훼손할 경우, 즉시 2차 판권 계약의 모든 효력이 정지된다. ··· 어떠세요? 이 정도 단서 조항이면?”
월미도88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
당연했다.
지금 래원의 말은, 그가 꽁꽁 숨겨두었던 그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준 형국이었으니까.
“이거 말고도 더 추가하셔도 됩니다. 작가님이 원하시는 조건은 최대한 들어드리고, 계약서에도 명시하겠습니다.”
“······.”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를 보면서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제 분신이나 다름없는.. 저를 굉장히 많이 닮은.. 누군가도 생각 났고요. 딱 39살이었거든요, 주인공처럼.”
래원의 얼굴에 진심과 간절함이 어려있었다.
이윽고 월미도88이 고개를 들더니 입술을 잘근대며 래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 당신, 진짜 자신 있어요? 정말로 잘 만들 자신 있냐고.”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68화 – 리디북스
래원은 월미도88의 눈을 똑바로 보며 씨익 웃었다.
“네. 자신 있습니다. 내년 4분기 방영이 목표입니다.”
월미도88이 래원을 날카롭게 주시했다.
래원을 파악하려는 듯이 말이다.
그는 오늘 래원을 처음 봤지만,
래원에게는 지금 이 자리가 그와의 12번째 만남이었다.
래원이 여유 있게 미소를 띠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2차 판권 표준계약서에, 말씀드린 단서 조항 추가해서 메일 드리겠습니다. 보시고 더 넣고 싶은 항목이나 고치고 싶은 부분 있으시면 회신 주세요.”
“······.”
“드라마 작가 섭외는 판권 계약서 도장 찍자마자 바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기획안 나오는 대로 작가님께도 바로 보내드릴 거고요. 방영까지 작게라도 수정 사항 생기면 즉시 저희 조연출 통해서 메일로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유려하게 이어진 래원의 설명에,
월미도88은 더는 물어볼 게 없을 정도였다.
시종일관 굳어있던 표정의 그가, 순간 피식- 웃었다.
지금 래원이 보여준 태도로 자신의 작품 를 향한 열정과 확신을 확인한 듯했다.
“··· 좋습니다. 계약서 메일로 보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끝내주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래원은 늘상 마감에 쫓기는 웹툰 작가의 삶을 알기에, 더는 월미도88의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았다.
신나는 마음을 잠시 억누르며 꾸벅 인사한 후 현관문으로 나섰다.
월미도88이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래원을 배웅해주었다.
“작가님, 다음번에 뵐 땐 도장 찍어주시면서, 저랑 활어회랑 소주 한잔 같이하시죠. 제가 사겠습니다.”
이에 월미도88이 대답 대신 활짝 웃었다.
그가 활어회와 소주를 마다할 리 없다는 것을, 래원은 알고 있었다.
* * *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
래원은 황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따냈습니다.”
– 따내다니? 뭘?
“웹툰 영상화 판권이요.”
– ···?? 뭐어? 월미도88을 만났어?
“네, 방금 만나서 따냈어요.”
– 그 작가 이후로 판권 안 팔기로 유명하잖아?
“이제 우리 드라마 가 천만 영화 의 뒤를 이을 겁니다.”
– 허···. 대체 어떻게 한 거냐, 래원아?
황태수는 기함했다.
판권을 따낸 것도 놀라울뿐더러,
불과 어제 전작 종방연을 마친 PD치고는 엄청난 추진력이었으니까.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선배.”
– 새끼···.
“지금 방송국 들어가서 표준 계약서에 조항 몇 개 추가해서 드려볼게요. 검토해주세요.”
– 그래라. 그럼 내년 4분기 내 작품 메인 연출은 너로 픽스한다?
“넵!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선배!”
– 작가는?
“이제 구해야죠.”
– 잘 해봐. 내가 도와줄 거 있음 말하고.
“넵!!!”
전화를 끊은 황태수가 끌끌끌 웃으며 읊조렸다.
“도래원 이 새끼는, 키우는 재미가 있단 말이야. 기회를 하나 던져주면, 나머지 열을 지가 해내니⋯.”
어렴풋이 들리는 도래원의 이름.
이에 하인혁이 움찔하며 반응했다.
‘뭐야? 이번에는 또 뭔 일을 벌이는 거지···?’
* * *
“형, 이 족발집 엄청 좋아하나 봐?”
SBC 건너편 골목길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족과의 동침].
지난 생에도 지금도 래원의 최애 단골집이다.
“이 집 앞족이랑 생맥 조합이 기가 막히긴 해.”
유찬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쫄깃쫄깃 콜라겐을 뜯었다.
“근데 나 오늘 이거 왜 얻어먹는 거야?”
“내가 너한테 갚을 게 있어서.”
“뭘 갚아?”
“⋯그런 게 있다.”
이전의 삶에서 래원을 끌고 다니며 골프를 가르쳐준 유찬.
래원은 생각지 못하게 이번 생에 그 덕을 보게 됐기에, 유찬에게 술을 사고 싶었다.
당시 SBC 드라마국에서 유일하게 래원을 진심으로 챙겨주던 단 한 사람이었으니까.
“영문은 모르겠지만 잘 먹을게.”
“그래, 많이 먹어라.”
래원이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더니, 돌연 화제를 바꾸었다.
“찬아, 너 내년 4분기 편성에 B팀 시켜주면⋯ 할 거냐?”
“뭐야? 하반기 편성 벌써 떴어?”
“아니.”
“그럼 믿을만한 정보라도 들은 거?”
“⋯출처는 됐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너 B팀 해볼 준비 됐어?”
“그거야 연출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어이구, 따지기는⋯. 메가폰 쥐여준다는데, 무조건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거 아니냐?”
“형 같은 사람은 몰라! 하긴, 천재가 범재의 이 복잡한 심경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어⋯. 만약에 하인혁 같은 선배 밑에서 B팀 할래, 다른 팀 조연출 할래? 묻잖아? 그럼 난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후자 고를 거야.”
그건 인정.
래원이라도 그랬을 테니.
“다행히 하인혁은 아니고.”
“그럼 누군데?”
“나.”
“뭐어? 형 내년에 또 해? 안 쉬어?”
“쉬면 뭐 하냐.”
“무슨 드라마 못 만들어서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좀 쉬엄쉬엄해. 건강 챙겨가면서.”
“걱정 마. 이번에는 프리프러덕션 여유 있게 가질 거야. 넉넉하게 가면 별로 안 힘들 스케줄이야.”
“그건 형 같은 사람이나 그⋯. 아, 말을 말자 말을 말어.”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내 B팀?”
“형은 뭘 그런 걸 묻냐? 당연한 걸⋯.”
유찬의 말은 끝까지 투덜대는 투였지만, 그의 입꼬리는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자꾸만 치솟았다.
래원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갔다.
* * *
“나, SBC 로비야. 올라가도 돼? 사장실로···?”
“아.. 아니.”
민세라의 전화.
오랜만에 서울에 온 그녀의 연락에
배미란 사장은 반가움 반, 당황스러움 반이었다.
“······.”
“내가 지금 바로 나갈게. 밥 먹자. 뭐 먹고 싶니?”
민세라가 사장실에 출입하면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하는 배미란의 반응.
이에 민세라가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예전의 민세라라면 발끈 화를 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엄마의 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