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00
스스슷.
천마와 대혈신이 각각 천마검과 혈신도를 들고 백무명을 향해 다가왔다.
세 사람이 삼각형 모양을 이뤘지만, 중간에 백무명이 있어 그가 포위된 형국이었다.
백무명은 지존검을 수직으로 세운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대혈신의 가세로 순간 흠칫했지만 이 또한 차라리 잘되었다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제거해야 할 상대였고 그렇다면 이번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신선계 흑반선들이 남아있지만 그건 나중에 또 생각해볼 문제였다.
하기야 흑반선들 문제는 무림의 일을 해결한 후 본격적으로 해결하는 게 여러모로 좋은 게 사실이었다.
결국 백무명이 신선계로 가야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무림이 평안해야 했다.
다만 지금 그의 마음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양신 여부로 이렇게 일검에 천마를 죽이게 되면 그 진실을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컸다.
성녀와 매영설, 생사신의 세 사람의 구출도 사실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천마 말대로 실제 처형을 당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천마와 대혈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슈우욱. 슈욱.
두 사람 모두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평범한 공격이었다.
대혈신이 혈신도로 백무명의 목을 사선으로 베어오고 있었고, 천마의 천마검은 수평으로 찔러 들어오고 있었다.
그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렸다.
보통 고수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절정고수 이상은 느끼고 있었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두 절대고수의 공격을 막을 사람이 천하에 거의 없다는 것을.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변화가 뭉쳐 하나의 공격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나 할까.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공세였다.
백무명은 시작부터 천마와 대혈신이 강력한 절초를 펼치자 흠칫했다.
천마 한 사람 정도는 어떻게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그와 맞먹는 무공을 지닌 대혈신이 문제였다.
힘을 분산해서 막게 되면 그 어느 쪽도 완벽하게 방어하기 어려웠다.
역시 생각과 실제는 달랐다.
조금 전까지는 천마와 대혈신의 합공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천마 같은 경우 바로 죽이면 곤란하기 때문에 힘 조절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천마와 대혈신의 무공은 생각보다 두 배 이상 강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합공은 일종의 진법을 형성해 공격력을 다시 배가시키고 있었다.
‘어렵다.’
백무명이 지존검을 몸쪽을 끌어당기며 검기방패를 형성했다.
호신강기 역시 최대로 발산해 충격을 완화하려 했다.
일단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한 것이었다.
콰콰콰쾅.
비무대 전체가 흔들리며 거대한 폭음이 일었다.
천마와 대혈신의 천마검과 혈신도가 검기방패를 타격하면서 생겨난 충격파였다.
“으윽!”
백무명이 대여섯 걸음 밀려난 후 비틀거렸다.
그의 입가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금강석보다 견고해 보이던 검기방패가 그대로 뚫려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충격을 완화해 호신강기로 온몸이 찢겨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후후후! 양신 주제에 호신강기가 제법 강하구나.”
천마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천마검을 수직으로 세우고 있는 것이 이번에 기연을 만나 연마했다는 최후의 절초를 펼칠 기세였다.
반면 대혈신은 이번에는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천마가 이에 개의치 않고 천마검으로 원호를 그렸다.
순간 동심원 모양의 붉은 검강이 연속적으로 날아가며 백무명의 가슴을 강타했다.
이미 내상을 입었기 때문일까.
백무명이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으윽!”
쓰러진 백무명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연신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직 꿈틀대고 있었고 비무대 밖으로 떨어지지도 않아 승패가 정해지지 않았다.
기세등등한 천마가 쓰러진 백무명을 향해 다가가 천마검을 높이 들었다.
곧바로 목을 베기 위해서였다.
“무림을 위해 양신을 제거하노라!”
쐐애액.
천마검이 백무명의 목을 자르려는 그 순간.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첫 충돌 후 싸움에 관여하지 않고 있던 대혈신이 혈신도를 천마를 향해 던져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천마가 천마검의 방향을 바꿔 대혈신을 향해 던진 후 옆으로 비켰다.
푸욱.
공간을 접고 날아간 천마검이 대혈신의 복부에 꽂혔다.
반면 천마는 혈신도를 피하는 데 성공했다.
“하하하! 대혈신! 네놈이 이럴 줄 알았다.”
천마가 껄껄 웃었다.
대혈신이 복부에 꽂힌 천마검을 오른손으로 뽑았다.
한데 응당 피가 나야 할 그의 배가 멀쩡하지 않은가.
“후후후! 천마! 미안하다! 천마검을 빼앗기 위해 내가 약간 연극을 했다. 내가 익힌 특수 유가공은 뱃가죽이 뚫려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되지. 하지만 네놈은 천마검이 없으면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 다만 우리 둘이 최후의 승부를 내기 전에 백무명 저놈의 숨통부터 끊어내는 것이 좋지 않겠나?”
대혈신이 천마검으로 백무명을 가리켰다.
바로 그때 허공을 선회하던 혈신도마저 그의 손에 돌아왔다.
천마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영악한 놈! 좋다! 내게 병장기가 없으니 네놈이 양신의 목을 베어라!”
“후후후! 그것도 좋지.”
대혈신이 천마검을 휘둘러 백무명의 목을 베었다.
댕강.
백무명의 목이 간단하게 잘리며 데굴데굴 굴러 비무대 밑으로 떨어졌다.
몸 전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죽어 승부가 난 셈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환호성을 터뜨리지 않았다.
영웅맹 무사들이 절망감으로 탄식을 했으나, 그들 역시 아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천마가 대혈신을 향해 강력한 장풍을 날렸다.
쏴아아.
대혈신이 혈신도를 던짐과 동시에 천마검으로 검강을 뿜어냈다.
꽈앙.
폭발음과 함께 대혈신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윽!”
무사들이 놀라서 보니 그의 목에 천마검이 박혀 있었다.
혈신도는 두 동강 나 있었는데, 천마가 날린 장력과 부딪힌 결과였다.
문제는 천마검이었다. 하지만 절정고수 이상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혈신이 천마검으로 검강을 날린 순간, 검강이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마치 살아있는 듯 천마검이 방향을 바꿔 대혈신의 목을 찌른 것이었다.
“으으······ 네놈이 비겁하게 천마검에 장난질을 했구나. 독까지 바른 것이냐?”
“후후후! 그렇다. 대혈신! 네놈이 호시탐탐 나를 노렸듯이 나 역시 너를 죽일 연구를 했다. 그래서 천마검에 독을 바르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검강을 발출할 때 독이 작용하도록 조처를 했었지.”
“으으······ 내가 네놈의 천마검을 빼앗고 검강까지 뿌릴 줄 예상했다는 것이냐?”
“그렇다. 네놈은 지난 비무에서 줄곧 내가 갖고 있는 천마검에 욕심을 냈지. 그렇지 않으냐?”
“그건 맞다. 흑반선회주께서 하사한 검이니 내 어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래서 천마검을 빼앗고 그 천마검으로 네놈을 죽이리라 맹세했지.”
“어리석은 놈! 흑반선회주께서 내게 천마검을 주신 것은 바로 나를 대리자로 삼기로 했기 때문이다. 애초 네놈은 나의 양신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랬구나. 하지만 나에겐 특수 유가술이 있다. 조금 전에도 봤지만, 이 정도로 나를 죽일 수는 없다.”
대혈신이 목을 한번 비틀자, 그의 목에 박혔던 천마검이 뽑혀 나왔다.
동시에 잘린 목이 빠르게 봉합되는 게 아닌가.
대혈신이 다시 천마검을 집어 들었다.
“천마, 네놈이 뿌린 독은 단 한 번만 위력을 발할 뿐이고, 이미 독을 이겨낸 자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
“으음, 네놈이 설마 만독불침이란 말이냐?”
“후후후! 그렇다. 흑반선회주께서 내게 만독불침의 몸을 만들어주는 영단을 하나 선물로 주셨지.”
“그럴리가!”
천마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흑반선회주께서는 우리 두 사람의 공정한 대결을 바라고 계시지. 사실 내가 가장 두려워한 사람은 천마 네놈이 아니라 백무명 저자였다. 한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죽임을 당했으니, 이제 네놈을 죽여 내가 무림왕이 될 것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이야기 해주 않은 게 있는데, 흑반선회주 말씀으로는 백무명 저자가 진짜 천마이고, 양신이 바로 너라고 하더군. 그러니 어차피 무림을 위해 너는 죽어야 한다.”
“뭐! 내가 양신이라고?”
천마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혈신이 껄껄 웃었다.
“믿기 어렵겠지. 하지만 네가 직접 본신을 죽였기 때문에 곧 악마화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너를 죽여 무림의 종말을 막으려는 것이다.”
“후후후! 내 비밀을 알고야 말았구나. 좋다. 백무명 저놈이 이미 죽었으니 내가 양신임을 인정하마.”
천마의 말에 무사들이 술렁였다.
천마가 스스로 양신임을 처음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대혈신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사실 그가 흑반선회주로부터 천마가 양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저 천마의 심기를 흔들려는 술책이었다.
한데 정말 천마가 양신이라고 하니 놀랄 만도 했다.
“정말 네가 양신이냐?”
“그렇다.”
“하지만 양신이 본신을 죽이면 악마화가 되지 않느냐? 그걸 알고도 백무명을 죽인 것이냐?”
“후후후! 그렇다. 어차피 내 적수인 백무명, 아니 백엽 저놈이 죽었으니 자세히 설명해주마. 사실 나는 백엽 저놈의 양신이긴 하지만 그 혼은 다르다. 십 년 전 나는 백엽에게 씻을 수 없는 패배를 당해 천마신교 교주 자리를 빼앗기고 그 복수를 위해 와신상담했다. 하지만 내상이 워낙 깊어 회복할 수 없었지. 그렇게 주화입마되어 죽기 직전 흑반선회주께서 내 혼을 거두어주셨다. 특수한 대법을 통해 내 혼을 보관해오던 회주께서 어느 날 나를 백엽 저놈의 양신으로 만들어주신 것이다. 당시 백엽 저놈은 신선계에서 평등반선을 만나고 무림으로 복귀하다가 그 후유증으로 정신을 잃고 있었지. 회주께서 그때를 절호의 기회로 생각해 나를 놈의 양신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말씀하셨지. 언젠가 때를 봐서 백엽 저놈을 죽여 본신이 되라고. 이제 백엽 저놈의 육신은 사라질 것이고, 반면 내 몸은 양신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본신의 것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이해하겠느냐?”
“으음, 그럼 네가 십 년 전 천마신교 교주 자리를 빼앗기고 사라진 전대교주란 말이냐?”
“그렇다. 내 원래 별호는 불사마왕(不死魔王)이었지. 아마도 내가 양신으로 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불사신공을 익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천마, 아니 불사마왕이 미소를 지었다.
무사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특히 천마신교 무사들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십 년 전 사라졌던 전대교주가 다시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불사마왕이 우수를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지자 한 노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바로 천마신교 전대 교주의 것이었다.
그의 얼굴을 알아본 천마신교 무사들이 다시 놀란 것은 물론이었다.
불사마왕이 말했다.
“대혈신! 너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내게 충성을 맹세하면 너를 본교의 부교주로 삼겠다. 대신 혈교는 해체하고 수하들은 본교에 들어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죽음뿐이다.”
“그럴 수는 없다. 내가 네놈에게 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답게 최후의 대결을 벌여보자.”
“좋다. 역시 회주께서 나의 경쟁자로 삼을 만한 인물이었군.”
불사마왕이 우수를 뻗자 대혈신이 들고 있던 천마검이 빠져나왔다.
불사마왕이 천마검을 회수한 후 말했다.
“시작할까?”
“으으······.”
대혈신이 침음을 내뱉었다.
조금 전 천마검을 빼앗기면서 항거할 수 없는 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사이에 또 이렇게 강해질 수 있지?”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 양신의 굴레를 벗어나면 내가 본신의 힘까지 완전하게 갖게 된다고, 나는 특수한 양신이기 때문에 악마화가 아니라 바로 천하제일고수로 재탄생한 것이다.”
“으으, 그렇다면 내가 항복하겠다.”
“이미 늦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니까.”
불사마왕이 천마검을 위에서 한번 내리치자, 붉은 검강이 벼락처럼 떨어져 대혈신의 몸을 두 동강 냈다.
“케엑!”
대혈신이 두 동강 난 시체로 변하자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바로 혈교 무사들이었다.
혈교 부교주 혈혈노인이 무릎을 꿇었다.
“부디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뭣들 하느냐? 모두 무릎을 꿇어라.”
털썩, 털썩.
혈교 무사 삼십만 명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불사마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아무래도 조금 전 대혈신의 처참한 죽음이 그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 같았다.
불사마왕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다. 혈교 무사들은 들어라! 너희들의 충성심을 한번 시험해보고자 한다. 지금 즉시 영웅맹 놈들을 총공격하라! 놈들은 수장을 잃어 오합지졸에 불과하니 혈교 병력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혈교 무사들이 일제히 영웅맹 무사들을 공격하려던 찰나.
담담한 한 목소리가 대연무장 전체를 울렸다.
“멈추시오!”
불사마왕을 비롯한 무사들이 놀라서 보니 비무대 위에 어느새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한데 그는 바로 조금 전 목이 잘렸던 백무명이 아닌가.
분리된 시신은 온데간데없고 멀쩡한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네놈이! 어찌······.”
“먼저 진실을 말해줘서 고맙게 생각하오. 덕분에 미진했던 기억을 완벽하게 되찾을 수 있었소. 안 그랬다면 그대를 죽인 후에라도 번뇌가 심했을 것이오. 이제 내가 양신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으니, 모든 것을 본래 자리로 돌리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