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199
둥둥둥!
“지금부터 천마신교 천마 교주님과 영웅맹 백동방 부맹주님 간의 생사결이 시작되겠습니다.”
와아아.
혈교 대연무장에 모여 있던 영웅맹, 혈교, 천마신교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그들의 수는 무려 팔십만 명에 육박했다.
영웅맹 이십만, 혈교 삼십만, 천마신교 삼십만으로 아직은 여느 영웅대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다들 병장기를 들고 있거나 가까운 곳에 두는 등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눈빛에 긴장감이 보였다.
그런 면에서 가장 불리한 곳은 당연히 영웅맹이었다.
천마신교와 혈교가 아직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생사결이 끝난 후 두 세력이 전격적으로 영웅맹 무사들을 공격한다면 그 결과는 처참할 가능성이 컸다.
사회를 맡은 혈교 총관 극혈사신이 말했다.
“생사결에 참여할 두 분은 비무대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그의 말이 있자, 각각 서쪽과 동쪽에서 백무명과 천마가 천천히 걸어서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영웅맹과 천마신교 진영에서 경쟁적으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참고로 비무대를 중심으로 서쪽은 영웅맹 무사들이 있었고 동쪽은 천마신교 무사들이 있었다.
남북으로는 혈교 무사들이 있었는데, 비무대 바로 위쪽에 단상이 있어 이번 생사결의 감독관을 맡은 혈교주를 비롯한 혈교와 천마신교 지휘부 고수들이 자리했다.
영웅맹 지휘부 고수들이 서쪽에 영웅맹 무사들과 함께 있는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혈교와 천마신교의 동맹을 상징하는 모습이라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사결이었다.
“시합을 개시하기에 앞서 본 생사결의 감독관을 맡게 된 본교 교주님의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혈교 무사들의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혈교주 대혈신(大血神)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그의 얼굴이 처음 공개되는 자리라 할 수 있었는데, 의외로 청수한 기도를 풍기는 노인이었다.
“하하하. 혈교를 맡고 있는 대혈신이라 합니다. 먼저 무림의 패권을 걸고 이렇게 일대일 대결을 벌이려는 천마 교주와 백 부맹주 두 분께 경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하들의 헛된 희생을 막기 위해 일대일 대결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러한 방식은 최근 보기 드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두 분은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렸고 이제 그 승부를 볼 때인 것 같습니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만 두 분께 여쭤보겠습니다. 누구든 이 대결에서 패하는 사람은 수하들에 관한 지휘권을 승자에게 넘기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당연합니다.”
천마와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최소한 공개적으로 약속 파기를 시사하는 발언은 전혀 없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할 말은 다 한 건 같군요. 총관은 생사결 규칙을 말해주시오.”
“네. 교주님.”
극혈사신이 고개를 한번 숙인 후 말했다.
“일단 생사결의 성격상 상대를 죽여도 무관합니다. 다만 시합 도중 먼저 비무대 밑으로 떨어지면 곧바로 패배로 간주하니 그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럼 두 분끼리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십시오.”
극혈사신마저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이제 모든 무사의 시선이 비무대 위에서 대치하고 있는 백무명과 천마에게 쏠렸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절대고수의 명성을 떨치고 있어 그다지 긴장하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백무명은 성녀와 매영설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수색 상황을 알려주기로 했던 생사신의마저 보이지 않자 속으로 난감해하고 있었다.
아직 성녀와 매영설을 어떻게 구할지 그 방법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간밤에 생사신의처럼 직접 두 사람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으나 그만두었다.
수색에 성공할 가능성도 적을 뿐만 아니라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천마 저자를 제압한 후 직접 성녀와 매 소저를 데려오라는 명을 내리게 하는 수밖에 없겠군. 놈을 죽이는 것은 두 사람의 안전이 확보된 후로 미루면 되니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처형 예정은 속임수고 최후의 순간 나를 압박하기 위해 인질로 삼을 가능성이 더 크겠군. 내가 성녀와 매 소저 때문에 일부러 패배하지 않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서 인질로 이용하는 게 놈에게 더 유리할 테니까.’
백무명이 눈을 빛냈다.
고도의 심리전이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중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이 흐른 후 마침내 천마가 입을 열었다.
“혹시 성녀와 매영설, 생사신의 세 사람을 찾고 있소?”
“그렇소. 그분들은 어디에 있소?”
“오늘 새벽 세 명 모두 목을 베었소. 감히 귀하와 내통을 했더구려. 그래서 부득이 반역죄로 처형할 수밖에 없었소.”
천마의 말에 무사들이 술렁였다.
특히 성녀가 처형당했다는 말에 천마신교 무사들의 동요가 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성녀라고 해도 반역은 용서치 않는 게 천마신교의 율법이었다.
이를 비호하게 되면 같은 반역도로 몰리기 때문에 성녀를 두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천마를 보는 눈빛이 존경심에서 두려움으로 바뀌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처형했다는 것이 사실이오?”
“그렇소. 내가 직접 목을 벤 후 그 시신을 삼매진화로 태워버렸소. 한데 그 과정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소.”
“무슨 사실 말이오?”
“백 부맹주 그대의 여러 신분과 관련한 것이오. 지금부터 확인하고자 하오. 거짓 없이 대답해주겠소?”
“그렇게 하겠소.”
백무명이 담담히 말했다.
성녀와 매영설, 생사신의가 처형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잠시 당황하는 모습이었으나 어느새 평온을 되찾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들 세 사람을 인질로 삼으려는 술책 같구나. 곧바로 처형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겠군.’
백무명이 천마를 바라보며 자세를 바로 했다.
천마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대는 백동방이기도 하지만 영웅맹주 백무명이오. 인정하오?”
“인정하오.”
백무명의 대답에 무사들이 다시 한번 매우 놀랐다.
특히 영웅맹 무사들의 놀라움이 컸다.
하지만 아직 다른 신분이 더 있는 느낌이라 다들 침묵을 지켰다.
“그랬군. 백무명과 백동방이 한 사람이었다니 놀랍소. 또 묻겠소? 그대는 얼마 전 본교의 부교주가 된 후 감히 교주 자리를 찬탈하려 했던 백천 그자와도 동일인물이오?”
“그렇소.”
백무명의 대답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백동방, 백무명, 백천 이 세 사람이 실은 한 사람이라니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놀랍군. 다른 신분이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세 개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소. 백동방, 아니 백무명으로 부르겠소. 그대는 영웅맹주 신분으로 본교의 부교주가 되어 내 자리를 찬탈하려고 했소. 이는 다 아는 사실이라 절대 부인할 수 없을 것이오. 인정하오?”
“인정할 수 없소.”
“그 이유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내 신분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 신분을 알게 되면 내가 절대 반역죄를 저지른 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오.”
“그 신분이 뭐요?”
“바로 내가 천마신교 교주 천마요. 천마로서의 내 이름은 백엽이라고 하오.”
백무명의 말에 또 한 번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탄성에는 당혹감과 의아함도 상당히 배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가 바로 앞에 있는데 백무명 자신이 천마라고 하니 어리둥절해 할만도 했다.
“하하하. 이제야 본색을 드러냈군. 결국 네놈이 나의 양신임을 실토한 셈이구나. 살려두면 무림의 화가 될 것이니 후환을 없애기 위해 부득이 죽여야겠다. 이제 내가 네놈에게 생사결을 제의한 이유를 알겠지?”
“잘 모르겠소. 하지만 조금 전 내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오. 원래 어젯밤까지는 확신이 없었는데, 깊은 묵상을 통해 지난 기억 대부분을 회복할 수 있었소. 아직 찾지 못한 나머지 기억은 나의 양신인 그대를 죽이면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양신은 네놈이지 내가 아니다.”
천마가 고성을 질렀다.
목소리에 엄청난 내공이 담겨 있어 비무대 전체가 흔들렸다.
“······.”
백무명이 대답 대신 침묵을 지켰다.
간밤에 묵상을 통해 기억 대부분을 찾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자신이 본신인지 양신인지는 아직 확신이 없었다.
양신 역시 기억은 본신과 같기 때문이었다.
백무명이 말했다.
“완벽하게 내 신분을 알기 위해서라도 그대와의 생사결이 꼭 필요한 것 같소. 양신은 본신을 이길 수 없으니까, 차라리 그대를 죽여 온전한 나 자신을 찾겠소.”
백무명이 지존검을 빼 들었다.
병장기를 뽑았다는 것.
그것은 더는 말싸움을 하지 않고 생사결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천마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 불완전한 양신인 네놈을 죽여 악마화를 막겠다.”
천마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천마검이다!”
“천마검이다!”
무사들이 천마검을 보고 매우 놀랐다.
특히 천마신교 무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시했다.
전면전 발발 직전이라 오체투지는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백무명 역시 천마령을 꺼내자 영웅맹과 천마신교 양측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물론 양측의 무사들 대부분은 아직도 뭐가 뭔지 헷갈리고 있었다.
특히 영웅맹 무사들은 자신들의 부맹주가 실은 영웅맹주이자 천마라고 하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백여희의 한 마디에 단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제 오라버니 말씀은 사실이에요. 이제 가짜 천마를 죽여 놈이 오라버니의 양신임을 밝히면 모든 게 풀릴 거예요. 그렇게 되면 오라버니께서 영웅맹과 천마신교를 함께 다스리며 혈교와 신선계 흑반선들을 상대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부맹주, 아니 맹주님을 믿고 동요하지 말아주세요.”
와아아.
백여희가 다시 한번 상황 설명을 해주자 영웅맹 무사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미 천마신교와의 동맹이 여러모로 필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낀 그들이었다.
백무명이 실은 천마였다는 것에 거부감을 내비치는 사람도 없었다.
백무명이 말했다.
“말싸움은 이제 그만하고 승부를 내는 게 좋겠소.”
“그렇게 하지. 천마검이 교주인 내 신분을 증명해줄 것이다.”
천마가 천마검을 비스듬히 세웠다.
혈교주 대혈신이 비무대 위로 올라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무슨 뜻이오?”
백무명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보기에 백 부맹주 그대의 말에 모순이 너무 많소. 나는 그대가 무림의 멸망을 가져올 불완전한 양신이라고 생각하오. 무림의 평화를 위해 천마 교주와 협공을 하려 하오. 우리 두 사람의 협공을 받아낼 용기가 있소?”
“마음대로 하시오. 원래부터 협공할 생각이었던 같은데, 핑계를 잘 대시는구려.”
“하하하. 수락해줘서 고맙소. 오늘 그대의 만용이 뼈아픈 실책으로 무림사에 오래 기록될 것이오.”
대혈신이 등에서 커다란 도 한 자루를 꺼냈다.
바로 그의 애검인 혈신도(血神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