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go home RAW novel - Chapter 244
“도하!”
백여희의 명이 떨어지자 중원무맹 무사 칠십만 병력이 질서 있게 생사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들이 밟고 있는 것은 구름다리로 바로 백엽이 운운술로 완성한 것이었다.
특히 이번 구름다리는 신선운을 넓게 펴서 만든 것으로 한 번에 대병력이 움직일 수 있었다.
이는 자칫 대열이 길어지면 뒤쪽에 있던 무사들이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게 칠십만 무사들이 모두 생사강 중간쯤에 도착했을 무렵.
갑자기 강물이 끓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붉은 강물이 끓자 마치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강물 위에 떠다니던 붉은 안개 역시 갑작스럽게 짙어졌다.
“군자 안개!”
“군자 안개다!”
무사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군자 안개는 흑반선들이 무림맹 무사 삽십만 병력을 초토화한 수단으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백엽 역시 안개가 갑자기 내공을 소실케 하는 독 안개로 바뀌자 안색을 굳혔다.
신선계로 들어오는 연결 통로에서와 마찬가지로 적들의 함정이 생사강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는 있었다.
미리 간파하지는 못했지만 금단선진을 계속 유지했고 구름다리의 붕괴 역시 막기 위해 운운술을 계속 가동했다.
“모두 침착하십시오! 서두르지 말고 계속 강을 건너십시오!”
백엽이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무사들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
그제야 무사들이 안심하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하기야 군자 안개가 무사들을 향해 다가왔으나 금단선진의 보호막에 걸려 통과를 못 하고 있었다.
백엽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강물이었다.
강물이 계속 끓고 있어 자칫 구름다리가 붕괴할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백엽이 신선지기를 더욱더 강화함으로써 극복해나갔다.
그렇게 백엽과 백여희 등 지휘부 고수들이 안심할 때.
강물이 한차례 크게 출렁이더니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고기가 구름다리 위에 있는 중원무맹 무사들을 덮쳤다.
물고기의 이빨이 날카로워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식인어(食人魚)!”
백엽이 흠칫하며 소리쳤다.
식인어는 신선비급에 수록된 괴물로, 마물과 요괴 특징을 모두 갖고 있었다.
특히 놈의 이빨은 어떤 보호막도 뚫을 수 있어 반선들도 조심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놈의 이빨에는 극독이 묻어 있어 조금이라도 물리면 즉사를 피할 수 없다고 해 매우 주의해야 할 대상이었다.
한데 그런 식인어가 갑자기 수백만 마리나 나타나 금단선진에 붙어 그 보호막을 이빨로 찢기 시작했다.
금단십대고수가 병장기나 장풍으로 놈들을 공격했으나 끄떡도 없었다.
대열의 선두에 있던 백엽 역시 놀라 금단선진을 보니 그 보호막이 급격하게 약해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연결 통로가 무너지고 요괴들과 싸우느라 약해질 대로 약해진 보호막이었다.
이대로라면 일각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백엽이 즉시 신선비검술과 신선분신술을 함께 펼쳤다.
요괴들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에 백만여 개의 비검들이 날아갔다.
피피피픽.
작살에 관통되듯이 식인어들이 비검에 꽂혀 몸을 비틀다가 생사강으로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워낙 그 수가 많아 백엽이 신선비검술과 신선분신술을 일곱 번이나 펼쳐야 했다.
“휴우!”
백엽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원래는 한 번도 펼치기 어려운 최고 수준의 신선술들을 연이어 펼쳤기 때문에 거의 탈진상태였다.
하지만 무사들의 목숨을 구했다는데 만족하는 그였다.
‘지금 상태에서 적이 나타나면 큰일인데······.’
백엽이 창백해진 안색을 애써 감추며 무사들을 강 건너로 이끌어갔다.
백엽의 절대신위를 다시 보게 된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 것은 물론이었다.
와아아.
* * *
중원무맹 무사들이 모두 생사강을 건너자 이제 남은 것은 천계와의 연결 통로가 있는 계곡으로 가는 것이었다.
계곡의 이름은 천계곡(天界谷)이라 했다.
문제는 천계곡으로 들어가려면 다섯 개의 진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천계곡 안에 들어간 후에도 연결 통로를 가동하기 위해 기관을 작동해야 했다.
천계선녀의 경우 백 팔개의 지풍으로 일정 문양으로 만들어 천계로 백엽을 데려간 바 있었다.
백엽의 경우 혹시 몰라 지풍을 날린 위치는 기억해두었지만, 다섯 개의 진은 천계선녀를 따라만 갔기 때문에 생로의 위치를 알지 못했다.
“이제 곧 진법을 통과할 겁니다. 제가 진을 뚫기 전에 절대 먼저 앞으로 나서서는 안 됩니다.”
백엽이 자신을 믿고 따라오는 중원무맹 무사들을 향해 말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무사들의 대답이 우렁찼다.
백엽이 미소를 지은 후 발길을 빨리했다.
다행히 더는 적의 공격이 없어 진법 통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진을 하나하나 통과해나갔으며, 한시진이 채 걸리지 않아 다섯 개의 진을 모두 통과할 수 있었다.
이는 진의 생로를 백엽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천만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밤은 깊어가고 있어 서둘러 천계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만약 더 늦어져 천계에 마기가 강해진다면 연결 통로가 작동하지 못할 우려가 컸다.
“이곳이 천계곡인가요?”
백여희의 물음에 백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무사들을 계곡 중앙에 모이게 하시오.”
“네.”
백여희가 대답 후 중원무맹 무사들을 계곡 중앙에 있는 분지에 모이게 했다.
모두 모이자 백엽이 절벽 한 부분을 향해 지풍을 날리기 시작했다.
모두 백팔 개로 천계선녀와 마찬가지로 일정 문양, 즉 연꽃 문양을 만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절벽 면이 회전하면서 금빛 섬광이 일어났다.
천계선녀가 기관을 작동했을 때와 마찬가지라 백엽이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곧이어 금빛 섬광이 계곡 안에 가득하자 백엽을 비롯한 중원무맹 무사 전원이 눈을 감았다.
“모두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있으십시오.”
백엽의 말에 무사들이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때였다.
콰르르릉 소리와 함께 절벽 위에서 무수히 많은 바위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집채만 한 바위들의 수는 자그마치 백만 개가 넘었다.
무엇보다 바위들이 떨어지는 속도가 가공할 정도였다.
워낙 높은 데서 떨어져 가속도가 붙은 것이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백엽이 가장 먼저 눈을 떴다.
기관 작동은 잘못된 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연결 통로 통과 때나 생사강을 건널 때처럼 무서운 함정이 있었다.
‘마제 그자의 짓인가. 천안통과 비슷한 능력으로 진속의 진을 설치해 우리를 말살하려고 하는구나. 놀라운 능력이다.’
허공 삼십장 높이까지 솟구친 백엽이 지존선을 꺼내 위로 부치는 한편 지존검으로 검기방패까지 만들었다.
요괴 벽력탄을 막아낸 지존선이지만 이번에는 그것만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지존선의 바람으로 파괴한 바위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바위는 검기방패로 막아냈는데, 문제는 바위들의 수가 끝이 없다는 점이었다.
백만여 개가 아니라 천만여 개라고 해도 정도로 끝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백엽의 검기방패에 가해지는 무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백엽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대로는 일각도 버티지 못한다.’
백엽이 급히 아래를 보니 중원무맹 무사들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사라지고 있었다.
‘천계로 가는 연결 통로는 정상적이구나. 나는 개별적으로 가면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백엽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면 천계 총단 안에 곧바로 들어갈 수는 없으나, 일단 중원무맹 무사들만이라도 천계 총단 안에 넣어두면 성공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일각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 무렵.
중원무맹 무사들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백엽의 경우는 여전히 검기방패로 막대한 양의 바위를 떠받치고 있었다.
바위 무더기가 떨어질 때부터 금빛 섬광도 계속 아랫부분만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백엽의 경우 연결 통로를 통해 천계 총단으로 갈 수 없었다.
백엽이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금빛 섬광 속으로 몸을 던지려는 바로 그때.
금빛 섬광이 돌연 사라졌다.
그리고 천계의 마기가 강해졌는지 계곡을 둘러싼 절벽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백엽이 특수이동 대법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공력이 고갈 직전으로 정확히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천계 총단 가까이가 그의 목적지였다.
그의 몸에 금빛 섬광이 가득했다.
신형이 흐릿해지며 특수이동이 시작되자 막아놓았던 바위들이 그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밑으로 떨어졌다.
더 많은 바위가 쏟아져 내렸지만 백엽의 몸은 사라진 후였다.
스스슷.
천계곡 전체가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콰콰콰쾅.
* * *
“아! 이곳은?”
백엽이 한 봉우리 위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낯익은 곳이었다.
그가 서둘러 지존환에서 그림 하나를 꺼냈다.
그림은 바로 지존천선의 거처에서 발견한 무상도였다.
일전에 지하 광장에 있던 바위 모양도 비슷했지만 지금 백엽이 서 있는 곳은 실제 크기와 모양이라 더욱더 확실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비록 기억은 없지만 이 그림 속으로 한번 빠져들어 갔었지. 한데 지금은 그림 속이 아니라 확실한 현실 속 봉우리 위에 서 있는 것 같구나. 특수이동을 할 때 정확한 장소를 몰라 최대한 천계 총단에 가까운 곳을 의념으로 생각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곳으로 왔군.’
백엽이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그림 속처럼 지존천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림 속에서 지존천선 그분과 무슨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그나저나 이곳이 그림 속 봉우리가 맞는다면 역시 예상대로 무상도는 천계의 한 봉우리 위가 배경이었군. 으음, 이전에도 생각했었지만 무상도 속의 봉우리이니 이곳이 바로 무상봉이 아닐까.’
백엽이 눈을 빚냈다.
그러면서 봉우리 이름을 모르니 일단 무상봉이라 부르기로 했다.
‘느낌이지만 이곳이 십뇌반선이 말한 무상봉이 맞는 것 같군. 그림 이름이 괜히 무상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은둔반선기만 있으면 되는데 아쉽구나.’
백엽이 안타까워하며 무상봉의 위치를 기억해두었다.
향후 지존반선기를 찾게 되면 특수이동으로 이곳에 와 깃발을 꽂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으음, 혹시 따로 꽂는 곳이 있을까?’
백엽이 바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신마대전의 전황을 생각하면 은둔반선기를 발견하더라도 이곳에 와서 허비할 시간이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바닥 위에 움푹 팬 곳을 발견했다.
제법 깊이가 있어 깃발을 꽂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시범으로 꽂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주위에 나뭇가지라도 있는가 살펴봤듯이 그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에게 깃발이 하나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영웅기가 있었지.’
백엽이 지존환에서 영웅기를 꺼내 움푹 팬 부분에 꽂았다.
철컥.
자물쇠 물리는 소리가 나더니 영웅기가 그대로 꽂혔다.
영웅기에서 금빛 연기가 흘러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연기는 곧장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퍼져나간 연기는 도중에 스스로 확장해 그 양이 늘어나고 있었다.
연기의 종착점이 어딘지는 백엽도 몰랐다.
다만 천계를 넘어 신선계까지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기한 일이군. 영웅기가 은둔반선기라면 좋으련만. 아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