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01
훈수 두는 천마님 200편
‘회복이 저 정도로 빠르다?’
몰티는 거의 완벽하게 재생한 박현수를 보며 조금 놀랐다.
박현수의 복부 아래에 있는 힘의 근원이 분명 깨졌었다.
생명의 불씨도 꺼지기 직전이었다.
죽지 않더라도 폐인이 됐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짧은 시간에 모든 걸 회복했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스승이라는 자가 힘을 불어넣은 건 보았다.
그렇다고 저렇게 단시간 내에 완전한 수준까지 회복이 가능한가?
뇌만 있어도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는 생물이 있단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있었다.
그러나 박현수는 인간이었다.
그가 그런 식의 재생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몰티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박현수는 ‘순환의 수호자’.
가능성만 있다면 모든 것을 순환으로 되돌리는 게 가능했다.
단, 모든 걸 쏟아부어 남은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스스로 그 가능성을 만드는 게 불가능했다.
그러나 천경이 자신의 내공을 불어넣음으로써 순환의 힘을 사용할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재밌군.’
몰티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시간을 줄 생각 없었지만, 예상보다 저돌적인 저항에 막혀 버렸다.
상관없다.
오히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자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강자가 둘이다.
둘 모두가 자신들의 모든 걸 부딪쳐 올 터.
상상하는 것만으로 짜릿하다.
“신위에 오르기 위한 시련으로 안성맞춤이로군.”
“미친놈.”
박현수는 주먹을 문지르며 기수식을 취했다.
“합을 좀 맞추자꾸나.”
천경이 같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네.”
스승과 제자는 단 한 번도 함께 싸우지 않았다.
천경이 지시를 내리면 박현수가 행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제자는 어느새 크게 성장해 청출어람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스승과 나란히 서게 되었다.
그것은 서로의 등을 맡겨도 모자람이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천경 입장에선 감회가 새로웠다.
‘가까이서 보니 더 많이 컸구나.’
모습은 그대로 일지라도 품고 있는 그릇이 다르다.
“준비됐느냐?”
“물론입니다.”
스승의 물음에 제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모나미는 뒤에서 그들의 등을 바라보았다.
둘의 신장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왠지 둘 다 거인처럼 거대해 보였다.
“초반식으로 휘몰아친다.”
[훈수 듣기가 발동합니다!]오랜만에 듣는 소리에 박현수는 기분이 고양되는 걸 느꼈다.
둘은 각기 다른 천마신공을 일으켰다.
유난에서 이어져 온 모든 역사를 받아들인 박현수와 단신으로 그와 흡사한 경지에 이른 천경.
천경의 천마신공이 박현수의 천마신공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이한 현상에 천경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하! 살다 살다 본좌가 보조 역할을 하게 될 줄이야.”
박현수는 모든 천마의 역사를 아우르는 존재.
천경이라 해도 그건 피해 갈 수 없었다.
“음…… 죄송합니다?”
“됐다, 이 녀석아. 엎드려 절 받기는 사양이다.”
스승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박현수는 뒷머리만 긁적였다.
그때였다.
후우우욱-!
진공 세상에 강풍이 휘몰아쳤다.
“나를 무시하는 건.”
거대한 혼돈에 휩싸인 주먹이 천경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못 참겠군.”
꽝!!!
교차시킨 양팔 위로 극성의 천마신공을 덧씌웠지만, 천경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뒤로 날아갔다.
박현수는 공격으로 빈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쌍장을 날렸다.
텅!
몰티의 몸이 옆으로 살짝 밀려났다.
유의미한 타격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발로 가슴을 밀어 찼다.
동시에 뒷발로 허공을 박차 거리를 좁힌 다음, 팔꿈치로 겨드랑이 아래를 찔렀다.
혼돈이 불꽃처럼 타오르며 박현수를 덮쳤다.
천마신회류의 공간 장악과 태극마의 화경이 혼돈의 불꽃을 아슬아슬하게 흘려보냈다.
“놈!”
몰티가 손을 뻗어 박현수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어느새 다시 온 천경이 장포를 흩날리며 그의 머리를 무릎으로 찍었다.
박현수는 비틀거리는 몰티의 오금에 다리를 걸고 있는 힘껏 당겼다.
그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천경은 그의 어깨를 밟고 가슴까지 바짝 끌어올린 다리를 내려찍었다.
쩍-!
천마군림은 땅을 내려찍어 천지의 균형을 깨트리는 기술이지만, 꼭 그렇게 사용하란 법은 없었다.
몰티는 몸의 균형이 깨지는 걸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것들이!”
두 사제의 정신없는 합공에 몰티가 기파를 날렸다.
그는 화가 난 얼굴로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을 보았다.
“오냐. 두 놈 전부 고통에 몸부림치게 해 주마!”
태양을 연상케 하는 새까만 거대 구체 세 개가 몰티 머리 위로 떠 올랐다.
하나 같이 끔찍한 위력을 자랑하는 혼돈의 덩어리들이었다.
“스승님, 저건 조금 위험합니다.”
“그래 보이는구나.”
스치기만 해도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재밌어.”
“재밌다고요?”
천경의 말에 박현수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그래. 아주 재밌구나.”
“…… 이게 어떻게 재밌습니까?”
“시끄럽다. 강자와 싸움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야.”
천경 입장에서 혼돈의 마왕은 난생처음 접하는 강력한 적이었다.
한평생 무(武)에 집착했고, 강자와 싸워 왔다.
그러나 적수가 없어지면서 세상은 무료해졌다.
박현수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사는 게 재미없었다.
하지만 그를 제자로 두면서 세상이 다시금 즐거워졌다.
드넓은 우주를 깨달으면서 모든 게 흥미로워졌다.
그리고 지금.
“본좌는 저자를 쓰러트림으로써 오롯해질 것이다.”
천경은 삶의 이유를 알아냈다.
고오오오오-
천마신공이 천경의 주변에서 들끓었다.
박현수는 스승의 과도한 집착을 느끼며 한편, 역시나 스승님은 스승님이라고 생각했다.
‘재미라.’
생각해 보면 자신 역시 한때 투쟁심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우주를 겪고, 많은 것을 어깨에 짊어지면서 투쟁심보단 목표만을 위해 달리게 되었다.
“역시 스승님에겐 배울 점이 많습니다.”
“흥. 본좌가 괜히 네놈의 스승이겠느냐?”
그러면서 피식 웃는 천경을 보며 박현수는 같이 웃어 보였다.
“암요!”
강자와의 투쟁.
왜 그걸 잊고 지냈을까.
“다 사라져라!”
세 개의 거대한 혼돈의 구체가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깨진 공간마저 비틀어 다시 한번 깨트리려는 그 위력은 태초의 신을 제외한다면 오직 몰티만이 가능했다.
알고 있다.
몰티가 자신들을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걸.
하지만 1+1이 꼭 2는 아니다.
“저희의 전력을 보여 주죠.”
“루천으로 간다.”
“넵!”
두 개의 천마신공이 동시에 극성으로 운용됐다.
[루천]그리고 하나의 초식이 되어 적을 향해 쏘아졌다.
새까만 점은 세 개의 거대 구체 사이로 파고들었다.
천경이 눈이 번쩍였다.
“지금!”
두 천마가 루천에 담긴 힘을 풀어 버렸다.
거대한 두 힘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루천이었다.
루천이 엄청난 크기로 팽창했다.
혼돈의 구체들이 루천을 흩어 버리기 위해 출력을 높였지만,
루천에 담긴 박현수의 힘이 천마신공을 통해 연속되는 순환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순환의 법칙을 어그러트리는 혼돈마저 아우르는 위력을 발휘했다.
“나의 혼돈을?!”
박현수의 힘으론 자신의 혼돈을 뚫을 수 없었다.
아까도 진기에 단전이 깨질 정도로 무리했지만, 결국 무용으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어째서 자신의 혼돈을 역으로 집어삼킬 수 있는 것일까?
‘고작 저자와 힘을 합쳤다고?’
낮은 격치고 대단한 힘을 품은 건 맞지만, 둘이 힘을 합친다고 상황이 역전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의 천마신공은 여태껏 누구도 보여 주지 못한 최상의 상생 효과를 발생시켰다.
“후우…… 정말 즐겁게 만들어 주는 군.”
몰티는 더는 웃지 않았다.
[법칙을 무너트리는 광륜의 삼안(三眼)]키이이이이잉!
삼안의 눈동자가 다시금 회전을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합공은 위험하다.
여유를 두고 싸울 상대가 아니다.
몰티는 다시 한번 전력을 준비했다.
드드드드드드득-!!!!
순환에 집어 삼켜지던 혼돈의 구체들이 다시금 힘을 발휘했다.
“크흑!”
“저 괴물 같은 놈!”
박현수와 천경은 다시 압박해 오는 혼돈의 힘에 이를 악물었다.
놈은 한계 따윈 없다는 듯 계속해서 상황을 역전시켰다.
아까부터 그랬다.
정말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넌 내가 반드시……!”
박현수는 순환의 힘을 대폭 끌어올렸다.
천경 덕분에 몸이 완전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한 번 깨졌던 단전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더 힘을 올렸다가는 단전이 다시 깨질 것 같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스승님. 제가 어떻게든 밀어내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놈에게 한 방 먹이마.”
“부탁……드립니다!”
귀화가 타오르며 루천에 기생하는 순환이 가속을 시작했다.
몰티가 몸을 움찔했다.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찰나조차 안 되는 그 순간, 천경은 공간을 뛰어넘어 몰티 앞에 도착했다.
천경이 발휘할 수 있는 최선.
그가 평생을 이룩한 모든 것이 오른손에 담겼다.
“죽어라.”
[파천(破天)]푹-
일직선으로 뻗은 정권이 몰티의 가슴을 꿰뚫었다.
몰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혼돈의 구체들이 크게 일렁였다.
역시 스승님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확실히 파고든 덕분에 승리의 여신이 자신들에게로 확 기울었다.
박현수는 그 틈을 놓칠 만큼 하수가 아니었다.
기회가 왔다.
“몰티이이이이!!!!”
박현수는 천마신회류를 극성으로 펼치며 루천의 모든 기운을 의념으로 흩뿌렸다.
그것은 수십 줄기로 나뉘어 몰티를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시커먼 번개가 되어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의념 강기의 번개는 뱀처럼 쉬지 않고 사냥감을 몰아붙였다.
몰티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지옥의 굴레처럼 수많은 뇌광천은 천마신회류에 의해 지속적으로 그를 괴롭혔다.
그 상황에서 박현수는 마지막을 준비했다.
“너는 결국 다시 한번 패배하는 거야.”
수만 년 전, 유난에게 패배했던 그는 이번엔 유난의 의지를 이은 자에게 패배하리라.
“내가 그렇게 정했어.”
이번엔 실패하지 않는다.
절대로!
박현수는 그렇게 각오하고 몰티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건 몰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 감히.”
검은 번개를 뚫고 그보다 어두운 안광 세 개가 강렬하게 타올랐다.
“이 몸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것에 대해 칭찬해 주마.”
알 수 없는 황금빛에 한 번, 박현수가 모든 힘을 쥐어짠 공격을 펼쳤을 때 한 번, 그리고 이 순간에 한 번.
“유난조차 나를 이렇게까지 만들지 못했다.”
“우리는.”
어느새 지척까지 접근한 박현수가 그를 또렷하게 응시하며 말했다.
“유난보다 강하다.”
[천령인]떨어트린 신을 죽이는 최후의 기술.
“여기까지다, 몰티.”
“가소롭다!”
혼돈이 응축된 주먹이 천령인과 충돌했다.
박현수는 팔의 모든 뼈가 으스러지는 걸 느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고작 뼈가 부러진 정도로, 신경이 끊어진 정도로, 혈관이 뜯긴 정도로 밀릴 수 없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현수야!”
그때 천경이 박현수 뒤에 나타나 등 위로 손을 얹었다.
“가 보자꾸나!”
힘이 증폭된다.
최후의 최후까지-
“그만 죽어 버려, 이 바퀴벌레 자식아!!”
쩡!
몰티는 갈려 나가는 주먹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순환이 혼돈을 넘어섰다.
신 위에 도전한 혼돈은 결국 우주의 법칙을 바꾸지 못했다.
‘결국, 이곳에서…… 또.’
주먹이 두꺼운 가죽을 파고들고, 근육을 지나, 척추를 부숴, 등가죽을 꿰뚫었다.
“쿨럭!”
몰티의 입에서 새까만 피가 흘러내렸다.
삼안이 강제로 닫혔다.
“네놈들…….”
“만약 네가 군대를 끌고 왔다면 모든 상황은 완벽하게 끝났을 거다.”
“…….”
“넌 너를 과신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당하는 거야.”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했던 놈이 입만 살았군.”
“그게 승자의 권리 아니겠냐?”
박현수가 지친 얼굴로 웃어 보였다.
몰티는 콧방귀를 뀌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아쉽군.”
그는 그곳을 향해 남은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토록 원하던 신좌는 결국 그를 허락하지 않았다.
몰티의 눈이 까맣게 죽었다.
“새끼…….”
동시에.
“현수야!”
박현수 역시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