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Goddess RAW novel - Chapter 225
225.
마음이 급한 남궁청휘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역시 마교에서는 답을 주지 않는군,’
5년 전, 섬서에서 일어난 일로 곽천영과 이린은 혈교의 주구로 몰렸다.
당시 살아남은 이들은 하나같이 곽천영의 검에서 검은 검기가 흘렀고, 두 사람이 혈교도들과 동조해 자신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린과 함께했다는 소림승들은 생사를 오가는 심각한 부상으로 의식이 없어 제대로 된 증언을 하지 못했고 연가장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 산서에서 검성이 찾아낸 혈교의 근거지를 습격하는 데 성공하고 돌아온 이들은 난데없이 들려온 소식에 귀를 의심했다.
[이린이 어찌 된 겁니까!]이현은 어째서 이린을 장사까지 데려다주기로 한 소림승들이 이린과 함께 섬서에 가 있는 것인지를 물었다. 하지만 제자들이 큰 부상을 입어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소림의 반응은 차가웠다.
[연이현의 누이가 혈교였고, 방해가 되는 소림승들을 유인해 죽인 게 아니겠나?]어디선가 그런 근거 없는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연이현과 남궁청휘는 바로 섬서로 달려갔으나 이미 남은 흔적은 없었고 이린과 천영, 유영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이는 없었다.
남궁청휘는 이린에 대해 의혹을 품는 이들로부터 연가장을 비호했지만 좋은 소리는 듣지 못했다.
[남궁삼공자가 그 여인에게 홀렸다더니 사실이군.] [촉망받는 후기지수건만 저리 정신을 못 차려서야 예전 혈교에 가담한 자들과 뭐가 다르겠나?] [남궁세가도 큰일이군.] [그래도 검황의 장자가 굳건하지 않나? 검황이 부재중에도 세가를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으니.]이번에 혈교를 급습하는 일에는 연화문과 만공대사뿐 아니라 검황 남궁익까지 함께했다.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아버지를 보고 남궁청휘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남궁익은 신경도 쓰지 않고 혈교를 치는 데 집중했다.
사실 남궁청휘도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보다 옆에 있는 흰 머리카락의 검성이 더 신경 쓰이긴 했다.
‘닮은 것 같은데.’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폐관수련 중인 자신 앞에 나타나 비급을 주고 간 이와 닮아 보이는 여인.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으니 얼굴을 볼 일은 없었으나 그 무위는 눈이 부셨다.
하지만 검황의 부재는 생각지 못한 일을 만들었다.
아직도 자신을 소가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반발한 대공자가 장로들과 함께 남궁세가를 장악했다. 남궁세가를 장악한 데에는 공자들의 외가인 옛 공동파의 힘도 있었지만 그들을 원조하는 이들의 도움 역시 컸다.
이린의 일로 섬서에서 수색에 참여하던 남궁청휘는 뒤늦게 남궁세가에서 일어난 일을 전해 듣고 남궁세가로 달려갔다.
남궁세가에는 어머니 제갈윤정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남궁청운이 보호하고 있었기에 청휘는 어머니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바보 같은 짓을 하는구나. 운아] [큰형님!] [너는 물러나 있거라!]어머니를 태운 마차가 남궁세가를 벗어나 안심하고 있을 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남궁청원과 남궁청수가 나타났다.
하지만 기세등등하던 남궁형제들은 남궁익과 연이현의 벗들이 나타나자 밀리기 시작했다. 공동파의 고수들은 자포자기로 청휘의 어머니 제갈윤정을 인질로 잡고 남궁청휘를 공격하려 했다.
[안 돼!]하지만 뜻밖에도 그 공격을 맞은 것은 그들의 친동생인 남궁청운이었다.
[형님!] […미안하다. 나한테는, 너도 형님들도 형제이니, 어느 쪽도 죽게 놔둘 순, 없다.] [형님, 어서 치료를….] [용서해 주지 않겠느냐. 다들, 원래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는데….]왜 이렇게 됐을까. 배에서 피를 흘리며, 그렇게 중얼거리던 남궁청운은 제갈윤정을 인질로 잡고 절벽으로 향하고 있는 자를 향해 뛰어들었다.
[!] [운아!]결과적으로 살아남은 것은 제갈윤정뿐이었다.
남궁청운의 실종 후 남궁청원과 남궁청수는 조용히 가주의 처분을 기다렸다.
[아버님. 두 분을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가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청운 형님은, 형님들이 잘못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 [두 분이 이렇게까지 하게 된 데에는 아버님의 책임 또한 있지 않습니까.]결과적으로 남궁익은 첫째와 둘째 아들을 유폐하기로 결정했고, 남궁청휘를 후계자로 삼으려 했으나 남궁청휘는 이를 거절했다.
남궁세가에서 일어난 일을 조사하던 와중 공동파의 배후에 혈교가 있었음이 드러나고 이번에 이루어진 혈교 습격이 어쩌면 양동 작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남궁세가만이 아니라 일에 참여했던 크고 작은 문파와 세가에서 소요가 일어난 탓이었다.
아무리 찾아보면 문제없는 문파가 없다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터진 것은 인위적인 요소가 개입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무엇보다, 이번에 급습한 혈교의 근거지에서 나온 것이 너무 없었다.
[근거지라지만 교주도 부교주도 장로급 인물도 없었습니다.] [그래, 기껏해야 조무래기들뿐이었다지.]무림맹주과 그 군사는 자신들이 혈교에게 당했다는 사실에 입술을 짓이겼다.
[검성께선 어찌하고 계시답니까?] [그분은 이번 일이 벌어진 직후 떠나셨네. 혈교의 뒤를 쫓는 분이시니….]누구보다 먼저 이번 일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다른 곳을 수색 중일 가능성이 높았다.
[연가장은 지금 연이린 때문에 난처한 상황입니다. 검성이 계셔 준다면 수습하기 쉽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검성이 연가장 출신임을 밝히면 혈교 교주 역시 연가장 출신임을 밝히고 물고 늘어질 이들이 많을 걸세. 진실을 밝히기는 어려우니 차라리 계속 덮어 두는 게 나을 수도 있어.]그런 와중에 또 비고가 발견되었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며 강호는 점점 흉흉해졌다.
사람들은 혈교의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비고가 발견되었다는 소문만 돌아도 너 나 할 것 없이 밀려들었고,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 책임을 연가장에 돌리며 비난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게 다 연가 때문 아닌가.] [정의로운 척은 혼자 다 하더니 혈교라니, 쯧쯧.]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착한 척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거든.] [위선자!] [차라리 착한 척 안 하고 솔직한 편이 훨씬 보기 좋지, 암.] [원래 선하다는 놈들이 다 뒷구멍으로는 나쁜 짓 하는 거야. 세상에 착한 사람이 어디 있나? 웃기고 있지.]본래 선했던 이가 기대를 벗어났다고 하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없으니. 너도나도 한 마디씩 보태며 연가장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안 그래도 이린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초상집 분위기인 연가장과 연가상단은 고요할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여기저기서 연가장에 대한 반감의 목소리가 나오며 연가장을 비호하는 자와 공격하는 이들이 뒤섞여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한 건 뜻밖에 제3의 세력이었다.
[폐하께서 즉위하시기 이전, 불온한 자들에게 위협받아 위태로울 때 몸을 던져 태후마마와 폐하를 도운 이들이 있으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합당한 상을 내려 그에 보답하고자 한다.]침통해 하던 연가장 사람들조차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멍하니 입만 벙긋거렸다.
황실은 오랫동안 황위 쟁탈전을 벌였고, 황제는 죽기 직전 죽은 태자의 아들에게 황위를 물려주었다. 물론 어린 아들 대신 그 태자비였던 모친이 태후가 되어 수렴청정을 시작했다.
아무리 관무불침이라 하지만 황궁에서 태후와 황제의 목숨을 구한 연가장에 그것도 직접 이름을 거론하여 연이현과 연이린에게 검과 상을 내리는데 더는 연가장을 공격하기 어려웠다.
그간 쌓아 온 인망이 두터운지라 한동안 휘청했던 연가상단은 곧 제자리를 찾았다.
게다가 깨어날 가망도 없이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던 소림사의 스님들까지 깨어나 이린에 대해 증언해 주었다.
[연 소저가 혈교라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날 그곳에 간 것도 저희의 고집이었고 연 소저는 저희를 말렸습니다.] [게다가 부상자들을 돕고 혈교를 상대로 싸우기까지 했는데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한 겁니까?]소림의 무승들이 한 증언은 강력했다.
게다가 의식 없는 부상자들을 옮길 때 누군가가 그들을 노렸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세상은 소란스러워졌다.
연가장은 그때 그럴 여력이 없이 모두의 치밀한 감시를 당하고 있었으니 연가장을 범인으로 지목한 이들이 도리어 그 결백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사람을 악인으로 몰아가는 것은 쉬웠으나 진실이 밝혀지면 그 장본인들은 언제나 뒤에 숨어 나타나지 않으니 당한 사람만 그저 원통할 뿐이었다.
하나뿐인 딸과 여동생을 잃은 연적훈과 연이현은 그것을 기뻐할 여력조차 없었다.
남궁세가에서의 일이 마무리된 후 두 사람을 돕기 위해 한동안 연가장에 머물렀던 남궁청휘는 상황이 안정되자 다시 이린을 찾아야겠다고 나섰다.
[남궁 공자에게 계속 도움만 받습니다.] [아닙니다. 연 소저가 혈교와 한패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함께 혈교에게 추격당했던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자신들만큼이나 이린을 믿는 청년을 본 연적훈과 연이현은 마음이 흔들렸다.
이린이 실종되고 벌써 몇 년이나 흘렀건만 아직도 이린을 기다리는 마음이 고마웠다.
[남궁 공자에게 말해 줄 것이 있소.]그렇기에 연적훈은 남궁청휘에게 과거 연가장의 일과 이린의 출생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럼 연 소저는 혈교와 마교 양쪽에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군요.] [만약 혈교에 잡혀간 거라면….] [그 아이가 검성의 딸이라는 것을 모르고 데려갔다면 차라리 다행이지. 혈교 교주를 죽인 검성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들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네.] [하지만 검성의 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차라리 인질로 잡아 검성을 불러들이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다른 가능성은 마교였다.
[이쪽이 가장 희망적인 관측이군요.] [하지만 천마가 이린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만약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린은 오히려 안전하겠지만요.]그렇게 말하며 이현은 저희는 안전하지 않을 거라 덧붙였다.
[어쩌면 함께 여행했던 곽천영이 마교와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곽 공자 말입니까? 그야 성씨도 천마와 같은 곽씨에 도(刀)를 쓰고 있긴 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곽 공자의 도(刀)는 제갈윤위 이모님, 그러니까 마련야장에게서 받은 물건이었습니다. 함께 여행하다 연가상단에 들러 이모님을 찾아뵈었을 때 곽 공자 역시 이모님께 도를 보여 드린다며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마련야장께 도를 받았다면 필시 그 스승이 범상한 분은 아닌 것은 분명하… 아.]마련야장에 대해 생각하던 이현은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천마가 마련야장을 찾아와 제자를 위한 도(刀)를 의뢰한 기억이 있습니다.]건강이 안 좋아 한동안 쉬고 있는 마련야장이었지만 이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기껏 찾아와도 만나 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으니.’
적어도 곽천영이 마교 사람이란 것은 분명했고, 이린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으니 두 사람의 행적은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마교에서 아무런 답도 해 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린은 마교에 있는 걸지도.’
하지만 아직 애송이인 자신이 혈혈단신으로 마교에 쳐들어갈 수는 없는 법.
‘일단 돌아가서 다른 분들과 얘기를 나눠 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남궁청휘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길을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탐스러운 흑발과 흑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인이 어느새 그의 가까이에 다가와 있었다.